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52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⑴알렌디아 왕실 동쪽의 수정궁.
수십의 천사 무리 사이로 금발의 청년이 뛰어들었다.
저돌적으로 파고들며 무시무시한 권격을 사방으로 뿌려 댄다.
“타아아앗!”
스치는 일격마다 천사들의 머리가 터지고 사지가 찢겨 나갔다.
피바다 속에서 청년, 레온하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시선이 구석에 숨어 있던 원숙기의 님프 부부에게로 향했다.
“다행히 무사하군, 둘 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홀리엔이 감사를 표했다.
“고맙소, 레온하트 공.”
짐짓 엄숙하게 레온하트가 대꾸했다.
“역천의 죄인이여, 그대의 죄는 여신께 심판받아야 한다. 마신의 손에 부칠 순 없지.”
그게 아니더라도 홀리엔은 무사해야 했다.
아무리 힘을 잃었다 해도 그녀의 지식과 지혜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직 레온하트는 생사초월자의 방대한 영술을 전부 전수받지 못했다.
“다른 이들과 합류해 피신하시오.”
로플란이 홀리엔을 부축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레온하트를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내야 그렇다 치고, 나는 쓸모없는 죄인인데도 구하셨구려?”
“그대가 어째서 죄인이오? 그대의 죄는 장가 잘못 갔다는 것밖에 없지 않소?”
“장가는 잘 갔지. 잘 가 놓고 아내를 올바로 살피지 못했을 뿐 ”
로플란의 고소가 더욱 짙어졌다.
“이는 내 죄이니, 감내해야 할 몫 아니겠소?”
부부가 빠르게 궁을 빠져나간다.
그들이 무사히 빠져나가는 걸 확인한 뒤 레온하트는 다시 몸을 날렸다.
왕궁은 넓었고 거주민도 많았다.
천사들을 부수며 계속 사람들을 구해 냈다.
“나는 일개 인간일 뿐.”
왕족과 귀족, 시종과 시녀의 구분 따윈 없었다.
그저 보이는 대로 싸우고 또 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
피난민의 행렬이 이어지는 아르모리카 북쪽 성문.
그 위에서 적발의 마법사 청년이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주문을 끝냄과 동시에 아티스가 염룡왕의 지팡이를 높이 쳐들었다.
그가 펼칠 수 있는 최대, 최강의 주문이 발동되었다.
“미티어 스웜!”
수백에 가까운 불덩이가 하늘을 가르며 떨어졌다.
쿠우우웅!
그간 레벨이 오른 덕인지 마법의 위력도 더욱 강해져, 불덩이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중급 마법이상이었다-이게 수도 위로 떨어지면 실로 끔찍한 파괴를 낳게 될 터.
“도시 한복판에서 이 마법을 쓰게 될 줄이야.”
아티스는 혀를 찼다.
“제정신 박힌 마법사라면 절대해선 안 될 짓인데……
미티어 스웜이 목표물에 적중했다. 수많은 천사들 위로 수많은 불덩이가 떨어졌다.
“……하늘에 천사들이 너무 많아서 새어 나가지도 않네.”
끝없는 불꽃의 향연이 수도의 하늘 전체를 뒤덮었다.
콰콰콰콰쾅!
자욱한 열기 속으로 은빛 갈기의 와이번이 쏜살같이 지나쳐 갔다.
미티어 스웜을 맞지 않은 천사들이 그녀를 노리고 날았다.
물론 날기만 했다.
“사람 등짝에 날개 달아 놓고!”
감히 쫓아오진 못했다.
“잘 날길 기대하면 안 되지! 그게 얼마나 불편한데!”
천사 무리를 순식간에 따돌리는 걸로 모자라 어느새 놈들의 배후를 장악한다.
검은 와이번의 입에서 브레스가 뿜어져 나왔다.
콰콰콰콰콰!
격추당한 천사들은 없었다.
와이번 상태에선 에피르의 레벨도 대폭 낮아진다. 브레스의 위력이 그간 많이 강해지긴 했지만 천사들에게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
뭐, 상관은 없다. 처음부터 치명상이 목적이 아니었으니까.
브레스 덕분에 천사들의 속도가 느려졌다.
그거면 충분하다.
“요잇차!”
커다란 와이번이 사라지고, 중요한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은발의 소녀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 냈다.
팔목에 묶인 쌍검을 교묘히 움켜쥐며 마검술을 발동.
-마검식 : 폭풍룡의 송곳니!
수십 줄기의 참격이 사방으로 뻗었다.
천사들이 일제히 찢겨 나갔다.
보통 이런 식의 난사는 명중률이 낮기 마련인데, 얼마나 감각이 세밀한 건지 수십 방을 날렸는데도 죄다 명중한다.
콰콰콰쾅!
비명은 울리지 않았다.
천사들은 웃으며 죽어 갔다.
떨어지는 천사들 너머로 또 다른 천사들이 몰려온다. 여전히 얼굴에 온통 미소가 가득한 놈들이다.
“웃냐?”
에피르가 눈을 부라렸다.
“이따위 짓을 하고도?”
분노와 함께 쌍검이 춤을 췄다.
“어디, 계속 실실 쪼개 봐라!”
우아한 검무가 천사들을 찢어발겼다.
“그 면상을 통째로 쪼개 줄 테니까!”
그렇게 에피르는 본체와 인간형태를 넘나들며 계속해 천사들을 도륙해 갔다. 마검술이 끝없이 난무하며 하늘을 메웠다.
지상에선 늙어 빠진 노인네가 미친 듯이 영술의 빛을 뿌리는 중이 었다.
“알티아여! 가호하소서!”
도망치는 이들에게 기력을 불어 넣는다.
“람니아나여, 당신의 눈물을! 예센의 불꽃이 칼날이 되리라!”
싸우는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그 검을 곧게 세운다.
“소론디의 거악이 내 앞에 솟구치는도다!”
덤벼드는 천사들은 거대한 영술의 방벽으로 막아 낸다.
방대한 프라나를 바탕으로 플라 테르는 굳건한 성처럼 모두를 지켜 내고 있었다.
하지만 숨결은 거칠기 그지없었다.
“헉, 헉헉……
프라나는 충분한데 체력이 뒤따라 주지 않는다.
쑤시는 삭신을 느끼며 플라테르는 한탄했다.
“아, 진짜 젊을 때 운동 좀 할 걸……
*
*
*
불타는 가옥, 어미와 아이는 공포에 질려 열기 가득한 바닥을 기었다.
“으아아……
천사 하나가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불길도 사방에 가득한 연기도, 천사에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검을 쥔 채 어미와 아이를 웃으며 바라본다.
어미는 아이를 감쌌다.
‘그래, 차라리 이대로 죽자.’ 이대로 죽으면 더 이상의 고통도 공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사는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잠시 바라보더니, 웃는 얼굴 그대로 발길을 돌린다.
어미는 당황했다.
그토록 강인하던 요정왕국의 기사와 병사를 무참히 베어 버린 천사가, 정작 힘없고 미천한 자신들은 죽이지 않았다.
그 순간 불탄 서까래가 바닥으로 떨어져 불티를 피워 올렸다.
화르르륵!
“꺄아아악!”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어미는 정신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방이 불타고 있었다. 빠져나갈 곳이 없었다. 연기로 인해 점점 숨이 가빠 왔다.
“쿨럭! 쿨럭!”
겨우 살아난 줄 알았지만, 죽음은 여전히 코앞에 있었다.
“여신이시여!”
습관적으로 기도를 올리면서도 그녀는 내심 포기했다.
위대한 여신들은 더 이상 라트나를 가호하지 않는다.
그때 였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벽 한쪽이 날아갔다. 에워싸던 불길 역시 함께 날아가 버렸다.
그 너머로 칠흑의 오러가 맴도는 장창을 쥔 흑발의 미녀가 소리치고 있었다.
“어서 피해!”
어미는 허겁지겁 아이를 안고 일어섰다.
“아아……
길이 뚫렸다! 도망갈 길이 생겼다!
감사를 표할 겨를도 없었다. 황망 속에서 어미는 정신없이 달렸다.
안겨 있는 아이만이 미녀를 돌아보며 외칠 뿐이었다.
“고마워요, 언니!”
멀어지는 두 모녀를 바라보며 흑발의 미녀, 키비에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내가 더 고맙단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불타는 도시 사방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지켜야 할 자가 지키지 못한 이들.
보살펴야 할 자가 보살피지 못라 이들.
“고마워, 내 손에 닿아 줘서………
대지의 엑토스는 난처해하고 있었다.
“애매하군.”
아르모리카 상공에서 도시 전역을 내려다본다.
수만의 천사들이 라트나의 강자들을 죽이고, 한 국가의 중추를 와해시키는 광경을 유심히 살핀다.
“이는 명령을 수행한 건가?”
분명히 왕도 아르모리카는 무너졌다.
건물은 무너지고 도로는 끊어지고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시를 떠났다.
이 정도 피해를 입었으니 수도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알렌디아 역시 국가로서 기능하기 힘들 터.
“아니면, 아직 수행하지 못한 것인가?”
너무 많이 살아남았다.
약자가 살아서 도망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강자가 너무 많이 남은 것은 곤란하다.
“옴팔로스께서는 저들을 솎아내라고 하셨다.”
엑토스는 결론을 내렸다.
아직 그는 명령을 전부 행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고, 답을 찾았다.
현 상황을 뒤틀리게 하는 이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고작 여섯 명뿐이다.
어둠의 화신 키비에와 그 일행, 라트나를 수호하는 최강의 4인.
‘4인이라기엔 숫자가 한 명 많지만, 어쨌든 저들이 걸림돌인 것은 분명하군.’
저들이 도시 곳곳에서 앞장서 천사들의 공세를 막고 있었다.
그 탓에 흩어져야 할 이들이 뭉쳤다.
뭉쳐서 저항한 탓에, 죽어 가야 할 이들이 다시 일어섰다.
“이래서 저들의 결합을 꺾어야 하는 것이었나!”
뒤늦게 마신 옴팔로스의 명령을 이해한 대지의 엑토스가 찬사를 터트렸다.
“역시 우리 주의 지혜는 한량없도다!”
조금만 머리가 돌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을, 마치 깨달음이라도 얻은 양 감탄하며 마신의 사도는 날개를 펼쳤다.
“그렇다면 저들을 벌하는 것이 나의 의무가 되겠구나!”
눈부신 섬광이 도시 한편,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구하고 있는 흑발의 미녀에게로 향했다.
황금의 칼날이 대기를 찢었다.
“앗!”
화들짝 놀란 키비에가 몸을 틀며 블레이드 오러로 맞섰다.
두 줄기 기류가 허공에서 충돌해 충격파를 터트렸다.
쿠쿠쿠쿵!
“으윽!”
신음을 흘리며 키비에가 수 미터 가까이 뒤로 밀렸다.
“의외로군.”
반면 엑토스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둠의 신력은 봉인되었을 텐데? 필멸자의 강함으로 이 정도란 말인가?”
사도의 두 발이 대지를 디뎠다.
황금의 칼날이 다시금 불을 뿜었다.
“하지만 그분의 은총을 입은 이 몸의 상대는 아니다!”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아지 랑이처럼 일렁이는 부정형의 참 격이 밀어닥쳤다.
“흥! 마신의 졸 따위에게!”
쌍심지를 켜며 키비에도 마주몸을 날리려던 찰나였다.
붉은 섬광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세계가 갈라지는 환영과 함께 엑토스의 참격이 통째로 두 동강났다.
공간이 뭉개지며 굉음이 터졌다.
콰아아앙!
둘 사이를 가로막은 붉은 거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괜찮아, 키비에?”
키비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류한빈이 기간트로 엑토스를 겨누었다.
“이놈은 내가 맡는다. 넌 사람들을 마저 구해.”
세상엔 적재적소란 말이 있다.
그녀는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맡길게!”
곧바로 키비에가 전장을 이탈했다.
엑토스는 그녀를 쫓지 않았다.
그러기엔 눈앞의 이 야만족 전사가 너무 위협적이었다.
전신에 맴도는 기세가 실로 예사롭지 않다.
옴팔로스의 은총을 입은 자신조차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
“아직도 이 세계에 이 정도의 강자가 남아 있었나?”
순간 한빈이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러곤, 꽤나 뜬금없는 발언을 했다.
“너 말 좀 더 해 봐.”
현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리였다.
어이없어하며 엑토스가 물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어라‘?”
어쩐지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그러니까 이 음성은…….
-아, 실수했다.
-가이드라인에 오류 떴네…….
-에이, 한 명쯤이야 괜찮겠지.
수백 명이나 되는데 설마 들키겠어?
“야!”
류한빈의 전신에 노골적인 살기가 피어올랐다.
“너, 그때 그 새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