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63
여신의 계획 (2)
작은 소녀가 눈을 감았다.
빛의 여신이 눈을 떴다.
U | 아
하늘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창공에 금이 가고 굉음이 울린다. 마치 북소리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소음이 드넓은 라트나의 끝에서 끝까지, 행성 전체를 뒤덮어 간다.
사방에서 느껴지는 막대한 파멸의 기운.
기감이 예민한 모든 이들이 경악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으아악!”
“뭐야, 이거?”
“맙소사!”
키비에가 알티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야! 너 정말 미쳤어?”
이 작은 소녀가 무슨 짓을 한 건지 명확하게 아는 이는 오직 어둠의 화신뿐이었다.
지금 이 순간, 알티아는 라트나를 유지하는 행위를 포기했다.
여신의 의무를 그냥 내려놓아버린 것이다.
키브리엘의 부재로 인해 남은 다섯 여신이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여기서 알티아까지 빠져 버리다니?
“정말 손 놓아 버린 거야? 이대로 다 같이 죽자고?”
뾰로통한 얼굴로 알티아가 키비에의 손을 치웠다.
“그러니까 내가 놀라지 말라고 했잖아.”
“이제 지금 안 놀랄 상황이야?
이대로라면 라트나가 사라져 버려!”
그때 였다.
또 한 번 이변이 일어났다.
흔들리던 창공이 다시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행성 전체를 뒤덮어 가던 파멸의 기운 역시 무서운 속도로 사라져 갔다.
키비에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세상이 안정을 되찾았다?
“어떻게? 남은 애들에게 이 정도의 힘이 남아 있을 리가 없는데?”
의외로 알티아는 당황한 표정이 아니 었다.
“대신 의무를 짊어져 줄 놈이 있잖아?”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소녀가 동쪽을 가리켰다.
데류 분지, 옴팔로스의 차원궁이 강림한 방향이었다.
“라트나를 20%쯤 집어먹은 날 강도 놈이 말이지.”
?
같은 시각.
옴팔로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양손을 뻗어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으음???????”
거대한 금빛 강이 하늘을 타고 사방으로 흐른다. 라트나 전역으로 마신의 권능이 뻗어 가는 것이다.
수만의 천사상을 통해 이 세계로부터 빼낸 수많은 라트나인들의 신앙, 그것이 빛과 어둠의 부재 사이로 스며들어 대신 세상을 지탱한다.
“이거 참,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는데.”
지켜보던 제노비아가 놀라 물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다 말았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내막은 모르겠다.
“여신들도 의외로 도박을 좋아하는구나.”
그녀를 돌아보며 마신은 힘겨운 미소를 지었다.
“내게 무거운 짐을 떠넘겨 버렸다.”
모든 여신이 일제히 손을 뗐다면 아무리 옴팔로스라도 대응할 방법이 없었을 터였다.
라트나는 그대로 붕괴했을 것이고…….
“나도 울면서 집에 갔겠지?”
하지만 손을 뗀 여신은 알티아뿐이었다. 나머지는 여전히 세계를 지탱하고 있었다.
모자란 부분은 대략 20% 정도, 마침 옴팔로스가 손에 넣은 라트나의 권한도 그쯤이다.
“이게 우연일 리 없지.”
알티아는 묻고 있는 것이다.
‘어쩔 테냐, 옴팔로스? 이대로라면 우린 소멸하고 라트나는 사라진다. 너 역시 건지는 것이 없겠지.’
정확히는, 지금까지 손에 넣은 20% 정도의 신앙이 전부다.
‘이거라도 먹고 떨어질래, 아니면 욕심을 부릴래?’
슬프게도 욕심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고작 이거 먹으려고 수백 년을 공들인 것이 아니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세계의 짐을 대신 짊어졌다.
“그럼 이제 어찌 되는 것인지요?”
이어진 제노비아의 질문에 옴팔로스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매우 곤란해졌다.”
발이 묶였다.
세계의 붕괴를 막느라 행성 포식 프로세스의 진행도 일시 정지되어 버렸고.
‘페이즈 2, 천망회회소이불실이 중단되었습니다만 「현 진행률 : 24.2%.」
알티아는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우리라고 마냥 당하기만 할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야, 옴팔로 AI”
1 – ?
이걸로 옴팔로스는 더 이상 차원궁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계를 지탱하는 다른 여신들처럼 한자리에 발이 묶였다.
또한 2단계, 천망회회소이불실 역시 정지되었다. 지금까지처럼 피를 흘려 가며 천사상을 부술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1단계,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여전히 라트나를 뒤덮고 있었다. 그러니 잠시 돌아온 알티아의 신력 역시 금방 억제될 것이다.
그 전에 일을 처리해야 한다.
알티아가 한빈 일행, 그리고 마나키라스를 가리키며 외쳤다.
“깨어나라, 라트나의 정수여!”
모든 성물이 일시에 활성화되었다.
눈부신 빛이 성물을 쥔 모두를 감쌌다.
“헉!”
“우아악;”
? * *
에피르는 신음을 흘렸다.
‘ 아아아??????
그녀는 환영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바람이 분다.
아름답고, 우아하고, 거칠고, 잔혹하며, 모든 것을 부수고 만물을 포용하는 바람이었다.
동시에 강대한 기운이 체내에서 용솟음친다.
휘몰아치고 솟아올라 사지로 뻗어 나간다.
힘 이 었다.
엄청난, 그녀가 상상조차 해 보지 못했던 막대한 거력!
전격을 사방으로 분출하며 은발의 소녀는 포효를 터트렸다.
“으아아아!”
*
*
*
류한빈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게 밖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 는구나.”
그는 이미 어둠의 성물을 한번 취한 경험이 있었다. 성물 취득과정(?)은 익숙했다.
게다가 빛과 어둠의 성물이 서로 충돌하는 탓에 취해야 할 권능이 비교적 적기도 하다.
덕분에 벌써 성물의 힘을 전부 취한 후였다.
남들보다 빨리 끝내고 다른 일행을 지켜보니, 몰골이 꽤나 가관이 었다.
“으어어어……
“에헤헤헤……
본인들이야 분명 풍운조화의 환영 속에서 엄청난 경험을 하고 있겠지만, 제3자가 보기엔 그냥 성물 쥔 채 바들바들 떨다가 불똥 픽픽 튀기고 전격 파직거리는 것이 전부다.
“좀 웃긴데.”
위대한 여신의 성물의 주인이 되는 과정이라기보단, 무슨 간질 발작 일으키는 것 같았다.
키비에를 돌아보며 한빈이 물었다.
“혹시 나도 저랬어?”
그녀가 고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연출이 없잖아.”
성물의 방에서 힘을 얻었다면 훨씬 그럴싸했을 것이다. 세상이 화염과 뇌격, 폭풍 등으로 호화찬란하게 번쩍거렸겠지.
“다 무너진 도시 여관방에 전부 몰아넣고 그냥 힘 때려 박았는 데, 멋있기를 기대하면 안 되지?”
“하긴, 알 게 뭐냐? 힘만 제대로 생기면 되지.”
류한빈은 체내의 오러를 점검해 보았다.
“레벨 좀 올랐으려나?”
“레벨이야 그대로겠지.”
키비에가 초를 쳤다.
한빈의 레벨은 마물이나 라트나 인을 해하고 경험치로서 얻지 않으면 올라가지 않는다.
“그리고 넌 레벨 오르면 그게 더 문제잖아?”
“그렇지, 참.”
중요한 건 레벨이 아니라 진정한 실력 쪽.
확실히 오러양이 늘었다. 아직 소화를 못 시키긴 했지만, 기운이 상당히 늘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처럼 팍 늘어난 느낌은 아니군.”
“말했잖아, 20% 정도가 최선일거라고.”
“그래도 정말 딱 20% 맞출 줄은 몰랐지.”
투덜대다 보니 다른 일행도 하나둘 눈을 떴다.
여신의 축복자인지라 상대적으로 얻는 권능이 적은 레온하트가 제일 먼저, 뒤이어 아티스와 에피르, 마나키라스도 차례로 안정을 되찾았다.
“엄청난 힘이네요……
아티스와 에피르는 부들부들 떨었고, 레온하트와 마나키라스는 상대적으로 차분했다.
“난 잘 모르겠군.”
“그렇다. 대단하긴 하지만 엄청 나다고 할 정도는 아닌데.”
그럴 만했다.
가이드라인으로 변화한 저들의 레벨을 확인하며 류한빈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아티스랑 에피르는 효과가 좋네.”
「종족 : 인간. 마법사 1V. 139j
「종족 : 인간. 마검사 lv. 142j
“반면 레온하트와 저 용 아가씨는 좀 아쉬운 부분이 있고.”
「종족 : 인간. 영술사 lv. 132j
「종족 : 인간. 전사, lv. 125j 레온하트야 그렇다 치고, 마나 키라스도 레벨 상승이 그리 크지 않다. 인간 형태라 레벨이 깎였다는 점을 감안해도 그렇다.
드래곤 상태에서 이미 레벨 141에 도달한 만큼, 상대적으로 얻는 비율이 적은 것이다.
아티스와 에피르가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떠먹여 주는 족족 강해지는 거
“우리만 한 스페셜리스트들도 없잖아요?”
“부끄러워서 어디 얼굴 들고 다닐 수도 없겠군. 고작 150살밖에 안 먹은 주제에 고룡 이상의 힘을 얻었는데, 내 노력도 아니고 남의 힘으로 강해졌으니.”
“전 고작 18년 살았거든요? 제가 더 심하죠.”
알티아가 정색하며 말했다.
“너희 좋으라고 성물을 내준 것이 아니다. 전부 이 세계를 위해 서일 뿐.”
빛과 어둠의 화신이 눈빛을 발했다.
“간신히 한 수 반격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유리한 건 마신 쪽이야.”
“겨우 붙잡은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승산이 생겼다고 생각하겠지?”
루비빛 보석 회랑을 걸어가며 옴팔로스는 중얼거렸다.
“희망을 품는 것까진 좋지만, 기회로까지 이어져 버리면 곤란하지.”
역시 대비는 하고 볼 일이었다.
분명 이런 상황이 생길 줄은 아무리 그라도 예상치 못했지만…….
“그럼에도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말이야.”
뒤를 따르며 제노비아가 물었다.
“어디로 향하시나이까?”
차원궁 동쪽에 우뚝 솟은 루비타워.
그 내부로 들어서며 마신이 대꾸했다.
“회수한 적합자들에게로 간다.”
사방이 보석과 황금으로 치장되어 있다. 깃털 이불과 카펫이 온통 널려 있고 온갖 미주 가효와 절세 미남 미녀가 즐비하다.
그 속에서 수천에 달하는 적합자들이 낙원을 만끽하고 있었다.
미남 미녀의 시중을 받아 마음껏 먹고 마신다. 그리고 시중들던 미남 미녀를 죽인다.
처절한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아악!”
유쾌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하하하핫!”
“좋구나, 정말!”
극도의 쾌락 속에서 허우적대다보면 죽은 미남 미녀가 다시 일어난다. 그리고 벌벌 떨며 다시 시중을 든다.
끝없이 먹고 마셨다.
끝없이 죽이고 또 죽였다.
적합자들은 흥분해 외쳤다.
“이곳이야말로 진짜 천국이로구나!”
루비 타워 내부의 커다란 광장을 바라보며 제노비아는 질린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엇인가요?”
수천에 달하는 인간들이 주저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머리에 빛의 원반을 뒤집어쓴 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이지를 잃은 눈빛으로 입을 헤벌리고 침을 질질 흘린다.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옴팔로스는 대수롭잖다는 듯 대답했다.
“난 저들에게 낙원을 약속하지 않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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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인 겁니까?”
“본인들이 진실이라 믿으면, 그것이 바로 현실 아니겠느냐?”
마신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하지만 제노비아는 따라 웃지 못했다.
이미 옴팔로스의 사도가 되어버렸지만, 인간일 때도 대부분의 감수성은 잃은 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그녀에겐 아직 인간적인 부분이 남아 있었다.
“하긴, 필멸자의 감각을 버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
이해한다며 마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그런 표정 지을 것까진 없잖느냐? 너희가 섬기던 여신들도 은근히 자주 하는 짓인데.”
라트나인들은 귀하고 소중한 자원들이 었다.
그걸 쓸모가 다한 쓰레기들을 위해 소모할 이유가 없다.
“아니, 쓰레기는 아닌가?”
이제 저들에게도 다시 쓸모가 생겼으니까.
옴팔로스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붉은 빛이 내려와 수천의 적합자들을 일제히 감쌌다.
광장의 허공에 빛의 화면이 펼쳐졌다.
「행성 포식 프로세스, 임시 프로토콜 가동.」
「선택된 대상의 가이드라인을 회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