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70
최고의 스승 (5)
류한빈은 돌진했다.
시작부터 투혼을 걸고, 전심전력으로 몰아붙인다!
“타아아앗!”
붉은 섬광이 되어 한빈이 연거푸 참격을 날렸다. 바오톨트도 오러를 흩뿌리며 맞섰다.
초절의 파괴력이 허공에서 충돌했다.
콰콰콰쾅!
점점 전투가 길어진다.
이제 바오톨트도 예전처럼 류한 빈을 간단히 베어 버릴 수 없었다.
단순히 투혼의 기량이 좀 더 올랐기 때문만은 아니 었다.
가르한의 조언 덕분이었다.
-자네가 그동안 너무 쉽게 당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야 상대가 너무 강해서…….
-꼭 그런 것만은 아닐세. 저 친구는 죽일 생각 만만인데 자넨 배울 생각밖에 없었잖은가? 한쪽은 죽이려 들고 한쪽은 딴짓을 하니, 제 실력이 나올 리가 없지.
-하지만 난 배우러 온 입장이잖소?
-자네를 가르치는 사람이 바오톨트였던가?
-그럼 정말 죽일 생각으로 싸우란 말입니까?
-왜? 문제 있나? 자네도 계속 되살아나는데, 바오톨트는 뭐 다를 것 같아? 게다가 우린 이미 죽은 자들이라고.
가르한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한 빈은 더더욱 살기를 드높였다.
“으아아아!”
공방을 주고받던 바오톨트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좀 싸우는 것 같군!”
흥이 올랐는지 검왕의 공세가 더욱 매서워졌다.
더욱 정신을 집중하며 한빈이 받아치던 중이었다.
순간 그의 오러가 폭증하며 거대한 은하수로 화했다.
-천검 디아스티마!
별빛이 쏟아져 바오톨트의 전신을 난자했다. 무수한 피가 튀고 또 튀었다.
처음으로 바오톨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처음으로 바오톨트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좋구나!”
한빈은 내심 쾌재를 터트렸다.
‘성공이다!’
딱히 바오톨트가 쓰러진 것은 아니었다. 무슨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도 않았다.
95%의 투혼으론 천검 역시 불완전하게 발동할 뿐이다.
하지만 분명히 성공이었다.
‘불완전한 투혼으로도 천검을 구사했어!’
?
*
*
미완성의 투혼을 바탕으로 발동된, 불완전한 천검.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그동안 류한빈도 몰랐다. 알티아역시 그에 대해서는 알게 될 것이라는 애매한 대답만 해 주었다.
가르한을 만난 후에야 겨우 이해가 갔다.
“신기하군. 창시자인 바오톨트조차도 투혼을 완성시키기 전엔 천검을 쓸 수 없었는데.”
옴팔로스와 싸웠던 이야기를 듣고 그는 깊은 호기심을 보였다.
“이게 대체 왜 나가는 겁니까?”
“예상은 간다.”
바오톨트에겐 불가능했지만, 류한빈에겐 가능한 일이 있다.
“그는 불완전한 투혼을 바탕으로 완성된 천검을 구사한 경험이 없었지.”
반면 한빈은 4대력 변환의 벨트덕분에, 투혼을 완성하지도 못했으면서 완성된 천검을 날릴 수 있었다.
“경험은 그 무엇보다 뛰어난 스승이지. 자네의 영혼은 여전히 천검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자네의 육체는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찾아낸 거야.”
“하지만 그 전에도 불완전한 투혼 상태에서 천검을 시도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는 분명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실패할 걸 뻔히 알면서 말인가?”
가르한이 코웃음을 쳤다.
“기필코 해내겠다는 각오 없이, 실패할 게 뻔하지만 혹시 모르니까?란 생각으로 검을 휘둘렀는데 성공할 리가 없지 않나?”
옴팔로스와의 전투 때는 정말 무념무상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어쨌거나 잘된 일이군.”
불완전한 천검을 구사할 수 있다면 그 감각을 통해 완성된 투혼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가르한은 기뻐했다.
“워낙 이해력이 떨어져서 어떻게 감각을 잡아 줘야 할지 고민했는데, 기준점이 생겼어.”
레온하트에게도 누누이 들었던 둔하단 소릴 또 듣는다.
류한빈이 불만스러운 듯 되물었다.
“내가 그렇게 둔합니까? 솔직히나 정도면 평균 이상은 되는 것 같은데.”
그가 정말 재능이 없다면 이 경지까지 올라오지도 못했을 것 아닌가?
“당연히 평균은 훌쩍 넘지. 그런데 그게 둔하지 않다는 소린 아니잖나?”
참으로 친절하게도 가르한이 진실을 알려 주었다.
“원래 인간 상위 0.01% 이하는 전부 둔하다.”
“아, 기준이 고따위였어?”
하긴, 생각해 보면 천재란 게 저런 족속들이긴 하지.
“자넨 분명히 천재는 아니야.
수재라 하기에도 부족한 편이지.”
대신 괴물의 재능을 지니고 있다.
“먹지도 못할 걸, 퍼먹여 주는 족족 소화시키는 재능은 천부적이더군.”
혀를 차며 가르한은 고개를 저었다.
“정작 남들 다 먹을 수 있는 건 소화하는 데 하 세월 걸린다는 게 문제지만.”
“……욕입니까, 칭찬입니까?”
“그냥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정원을 가리키며 가르한이 말을 이었다.
“죽일 생각으로 싸우고, 계속 천검을 시도해라.”
불완전한 투혼을 바탕으로 미완성된 천검을 구사한다.
투혼이 천검을 뒷받침하고, 천검이 투혼을 뒷받침한다.
“그 과정이 그대를 투혼의 완성으로 이끌어 줄 테니까.”
한빈은 다시금 검을 떨쳤다.
-천검 디아스티마!
유형의 별빛이 시공을 흘러 한 거인에게 쏟아진다.
눈앞을 가득 메운 은하수를 보며 바오톨트는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
비록 불완전하지만, 아직 미완성이지만…….
“좋다! 매우 좋다!”
자신이 평생을 걸고 갈고닦아완성시킨 절기가 다른 이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다.
무인에게 있어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날아드는 류한빈의 천검을 향해, 바오톨트가 기간트를 겨눴다.
“보아라!”
이제 그 역시 사투의 도리를 지킬 차례.
“이것이 진정한 전사의 검이다!”
기간트가 사라졌다.
바오톨트도 사라졌다.
오직 별빛만이 세상을 가득 뒤덮는다.
-천검 디아스티마!
먼지가 되어 사라지며 류한빈은 치를 떨었다.
‘시발, 이걸 내가 당하면 이런 기분이구나……
류한빈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와, 사람이 무슨 커피 가루처럼 분해되었는데도 부활이 되나‘?”
하여튼 정말 강하다.
이번엔 진짜 작정하고 싸웠는데도 꼼짝없이 당해 버렸다.
가르한의 유령을 돌아보며 한빈이 혀를 찼다.
“굳이 내가 필요하긴 한 겁니까? 그냥 저 인간을 지상에 보내서 마신 조지라고 하면 끝날 것 같은데?”
“우리는 죽은 자들이다. 죽은 자가 산 자의 세상을 걷는 것은 세상의 균형을 깨는 일이지.”
“이미 세상의 균형은 깨졌다던데요?”
“그 덕분에 자네가 지금 죽은 자와 싸우고, 죽은 자와 대화하고 있지 않은가?”
이조차도 사실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망가져 버렸기에 겨우 가능해진 것이지.
“죽은 우리가 다시 속세로 내려갈 방법은 없다.”
저게 가능하려면 세상이 붕괴될 정도로 균형이 깨져야 하는데, 세상이 붕괴되고 나면 내려갈 속세도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차피 바오톨트는 마신을 상대하지 못한다.
그는 라트나인이니까.”
“안 그래도 비슷한 소릴 들었습니다. 내가 선택된 이유가 지구인이기 때문이라던데요? 뭔 소린지는 제대로 알려 주지 않았지만.”
“그건 나도 모른다. 하지만, 여신들께서 왜 말씀을 아끼셨는지는 알고 있다.”
세상의 균형은 필멸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다.
“단순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조차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르는 법이지. 그것이 존재해선 안 될 자의 말과 행동이라면 더 더욱.”
그리고 현재 알티아의 화신은 필멸자가 알아서는 안 될 지혜를 지닌 채 강림했다. 속세에 ‘존재해서는 안 될 자’인 것이다.
“정말 필요한 말만 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의 균형이 어그러진다.
그런데 그 이상 말씀하실 이유가 없지 않겠나?”
류한빈이 혀를 내둘렀다.
“거참, 여신이란 존재도 되게 불편하군.”
“그걸 불편하게 여기지 않기에 비로소 여신인 것이지. 그래서 우리가 신격에 오를 자격이 없는 거였고.”
그 ‘불편한 존재’가 되길 꿈꿨던 사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빈에게 손짓을 했다.
“슬슬 천검 수행을 시작하지.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으니.”
소도시, 드렉 플라타의 슬럼가.
파브리시오는 정신없이 달리고 있었다.
“헉헉헉!”
가쁜 숨소리 너머로 우아한 송가가 들려온다.
이 땅에서 죽으소서.
이 땅에서 죽으소서.
죽음으로 주의 큰 뜻이 되소서.
요란한 날갯짓 소리를 동반하며 수십의 천사들이 파브리시오의 뒤를 쫓고 있었다.
“웃기지 마, 이 미친놈들아!”
욕설을 내뱉으며 그는 계속 건물 사이로 몸을 피했다.
천사들이 날개를 펼쳤다. 날카로운 깃털이 화살이 되어 파브리 시오를 노렸다.
최대한 피하려 했지만 몇몇 깃털이 등에 꽂혔다. 격통이 척추를 타고 달렸다.
“큭! 크으으윽!”
파브리시오는 무릎 꿇지 않았다.
“끌려갈 것 같으냐! 이 악마 놈들!”
마신의 인을 받은, 그러나 천국에 이끌리지 않은 다른 이계인들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최대한 숨어 다녔는데, 결국 천사들의 탐색에 걸려 버린 것이다.
“ 타아아앗!”
접근한 천사들에게 블레이드 오러를 휘두르며 다시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 또 슬럼가의 빈 건물로 뛰어든다.
천사들과 사투를 반복하며 그는 계속 몸을 숨겼다. 혹여나 저들이 포기하고 물러나 주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그런 일은 없었다.
오직 정해진 명령만 수행하는 의지 없는 천사들에게, 포기라는 개념 따위는 존재치 않으니까.
점점 체력이 떨어진다. 점점 다리가 느려진다.
그럼에도 끝까지 달린다.
이미 의지보다는 본능이 앞선 상태였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절대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아!’
막 그가 좁은 골목을 돌아 빠져나올 때였다.
한 무리의 누더기를 걸친 자들이 천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파브리시오 님!”
“피하십시오!”
이계인들의 학살로부터 그가 구해 준 피난민들, 슬럼가에 숨어 사는 여신의 신도들이었다.
벌벌 떨면서도, 조잡한 몽둥이며 쇠스랑을 들고 황금의 천사들 앞을 막아선다.
“으, 으으으!”
“여신이시여……
파브리시오는 기겁했다.
“뭐 하는 짓이오? 당신들이나 어서 도망쳐!”
저 마신의 천사들이 인을 받지 않은 자들을 그냥 내버려 둘 리 없는 것이다.
과연, 놈들이 잠시 고개를 돌려 누더기 일행 쪽을 바라본다.
파브리시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Fuck! 제기랄!”
레벨 50이 넘는 전사인 자신조차도 저 천사 한 마리를 채 상대 할 수 없다. 그런데 저들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파브리시오와 저 피난민들이 힘을 합쳐 봐야 어차피 몰살당할뿐.
그러니 여기서 현명한 선택은 파브리시오 자신만이라도 도망치는 것이다. 그래야 다른 피난민들이라도 살릴 기회가 생길 테니, 그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옳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으아아아!”
악을 쓰며 그는 다시 골목으로 달렸다.
블레이드 오러가 천사 하나를 내리쳤고, 이내 칼날에 가로막혔다.
콰앙!
잠시 한눈을 팔던 천사들이 다시 파브리시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이 땅에서 죽으소서
좁은 골목 앞뒤로 천사들에게 포위당했다.
앞도 뒤도, 머리 위도 천사들이었다. 도망갈 구석 따위는 없었다.
“하, 하하하……
헛웃음을 흘리며 파브리시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약자인 자신을, 더 약한 자들이 보호하겠다며 뭉쳐 있었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면 이것도 좋겠지.’ 마지막 각오를 불태우며 오러를 끌어 올릴 때였다.
콰콰콰쾅!
수십 줄기의 전격이 천사들을 내리쳤다. 모든 천사들이 삽시간에 숯이 되어 흩어져 갔다.
“허억!”
기겁할 광경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레벨이 높기에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골목 저편에서 쌍검을 쥔 은발의 소녀가 쏙 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헤에, 이야기만 들었을 땐 못믿었는데……
이제 파브리시오는 경악조차 할 수 없었다.
“정말 이계인들 중에도 의인이 있었네요?”
가이드라인이 저 작고 귀여운 소녀의 레벨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었다.
「종족 : 인간. 마검사 1V. 142j방싯 웃으며 소녀가 말했다.
“라트나 해방군 소속, 에피르베니스터라고 합니다. 일단은 당신을 생포하러 온 건데, 순순히 같이 가 주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