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76
왕의 귀환 ⑴
옴팔로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불의 사도, 메기스토를 불러들였다.
“슬슬 손을 좀 써야겠다.”
메기스토가 부복하며 대답했다.
“모든 것은 주의 뜻대로!”
그래서 마신은 실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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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궁금하지 않니?”
제노비아였다면 질문부터 했을 것이다.
여신들의 희망을 꺾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내버려 두었으면서, 왜 이제 와서 아르모리카를 공격하려고 하는지를.
그럼 그 역시 즐겁게 대답했겠지.
부서진 칼테라의 기둥은 다시 세우면 그만이었다.
놈들이 부수는 것 이상으로 라트나에서 얻은 것이 더 많으니, 손해와 이익을 따졌을 때 손실되는 부분은 없었다.
천사들이 죽어 가도 다시 만들면 그만이었다.
재생성에 드는 비용보다 시간을 얻는 이득이 더 컸으니 내버려 둬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계인을 빼앗기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는 대체할 방법이 없다. 이대로라면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다.
빼앗긴 이계인들을 강제로라도 죽여, 가이드라인을 마저 회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데, 묻지도 않는다 이거지?”
옴팔로스는 투덜거렸다.
“재미없는 것들.”
어쨌듯 결정을 내렸으니 움직여야겠지.
“메기스토.”
“예.”
“10만의 천사를 이끌고 아르모리카로 향하라. 저들이 보관 중인 적합자들의 가이드라인을 회수하라.”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아, 넌 원거리에서 천사들을 지휘만 하거라. 직접 나서진 말고.”
너무 전력을 다해도 곤란하다.
가장 바람직한 결과는 여신의 세력엔 별 피해를 주지 않은 채 적합자들만 싹 죽이고 돌아오는것.
그러니 일부러 천사들만으로 공격한다.
“물량으로 때려 박으면 저들도 수백 명이나 되는 적합자를 다 지키긴 힘들겠지?”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메기스토는 몸을 일으켰다.
“나의 주여, 원하는 바대로 이루소서!”
불길이 된 사도가 차원궁 상공으로 솟구쳐 날았다.
끝없는 황금의 물결이 그 뒤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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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의 하늘이 황금빛 천사로 가득 찬다. 10만의 천사가 10만의 창칼을 무자비하게 들이대며 날갯짓한다.
아르모리카는 버텨 냈다.
여신의 성물로 화신 일행은 더욱 강해진 후였다.
에피르의 뇌격, 아티스의 불길, 레온하트의 영술이 수백의 천사를 일시에 쓸어버렸다.
“이까짓 놈들쯤이야!”
대륙 각지에서 집결한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 이들도 어느새 수십에 가까운 숫자가 되었다.
무수한 브레스가 수백의 천사를 불사르고, 녹이고, 얼리며, 박살냈다.
“한입 거리도 안 된다!”
대륙3강의 살아남은 최정예들, 4대금역 도시의 최고위 헌터들,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시작한 무혈의 이계인들 역시 천사들의 공세에 밀리지 않았다.
“이곳이 마지막 보루다! 물러서지 마라!”
“어차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어!”
약자는 모두 죽고 강자만 남은 라트나 해방군이었다. 가장 약한 자조차도 역전의 용사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 이들이 배수의 진을 치고 목숨조차 아까워하지 않으며 맹렬히 싸우니, 10만의 천사조차도 라트나 해방군을 억누르지 못했다.
물론 마신의 사도들이 참전했다면 전황도 달라졌겠으나…….
“흥! 사도들 없이 천사들만?”
“우리를 너무 얕보았구나, 옴팔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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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희생 없이 라트나 해방군은 마신의 군세를 천천히 줄여 갔다. 그리고 승리를 확신했다.
그것이 실은 승리가 아니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미티어로 눈앞의 천사들을 일시에 불태우며 아티스가 안색을 굳혔다.
“아차!”
브레스를 뿜어 대며 마나키라스도 혀를 찼다.
‘얕본 건 우리였나?’
수십수백의 천사를 죽여도 수천수만의 천사들이 몰려온다.
아무리 죽이고 죽여도 적의 숫자가 줄질 않았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새듯이, 무수한 천사들이 방어의 틈새를 술술 새어 나갔다.
화신 일행을,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을, 살아남은 최정예들을 모두 무시한 채 지하 감옥으로 향한다. 그리고 갇힌 이계인들에게 창칼을 휘둘러 댄다.
“아악!”
“으아악!”
레온하트는 이를 갈았다.
“젠장, 적이 너무 많아……
기껏 확보한 이계인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옴팔로스는 싱글벙글 웃었다.
“좋아, 좋아?”
기대한 만큼의 결과였다.
「가이드라인 통합 시스템 : 공허의 제노비아.j
「현 진행률 : 88.1 퍼센트.」
“계속 밀어붙여라.”
여신의 화신들은 건드리지 말고, 여신의 군세도 되도록 건드리지 말고, 오직 지구인들만 모조리 죽여 버려라!
r 페이즈 2, 천망회회소이불실.」
r현 진행률 : 64.7퍼센트.j 제3차 마신의 천사들의 대공습이 끝난 밤.
해방군 수뇌부는 임시 회의실에 모여 고민을 나누고 있었다.
“벌써 사백 명이 넘는 이계인들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아군의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만……
“이 또한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지요.”
마신의 군세는 일출과 함께 나타나, 지칠 때까지 싸우다 물러났다.
천사들이 지쳤다는 소리가 아니다. 놈들은 죽을지언정 지치지는 않는다.
라트나 해방군이 지칠 때쯤 물러난다는 소리였다.
일부러 여신의 군세는 온존시키며 이계인들만 처치하겠다는 심보가 명확한 것이다.
키비에는 근심했다.
“어쩌지? 이대로라면 결과는 뻔해.”
문득 알티아가 표정을 바꿨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 사백 명 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리도 되잖아?”
“그게 그 소리 아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지켜야 할 숫자가 절반으로 줄었다는 소리야.”
가둔 이계인이 팔백 명일 때는 방어선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아무리 철두철미하게 막으려 해도 천사들이 새어 나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절반이라면?
“저 정도 숫자라면 한 장소에 모조리 몰아넣을 수 있어.”
이쪽도 모든 방어 전력을 한곳에 집결시킬 수 있다.
*
*
*
옴팔로스는 인상을 썼다.
“애매해졌군.”
가이드라인 회수율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천사들의 공습으로 죽어 가는 이계인의 숫자가 줄어든다는 증거였다.
“입구 틀어막은 뒤 작정하고 방어만 하잖아, 이것들?”
라트나 해방군은 남은 이계인들을 가장 튼튼한 감옥에 몰아넣고 이를 중심으로 모든 통로를 막았다. 방어선이 짧고 두터워지니 무시하고 지나갈 공간이 생기질 않았다.
이래서야 아무리 물량 공세로 때려 박아도 입구에서 죽어 나갈 뿐이다.
“슬슬 수법을 바꿔야겠군.”
마신의 의념이 공간을 초월해 천사들의 군세, 그 지휘관에게 닿았다.
-메기스토, 네가 움직일 차례가 왔구나.
-말씀하소서, 나의 주인이시여.
-나아가, 싸우고, 이겨라.
다른 사도들까지 참전시킬 필요는 없다. 전부 보냈다가 완승을 거두어도 곤란해진다.
‘적당히, 고위 레벨 좀 죽이고 끝내는 것이 무난하겠지.’
그래서 조건을 걸어 놓았다.
-여신의 화신을 해하는 것을 금한다.
여신들에게 지나친 위기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그녀들은 무조건 안전해야 한다–나의 신성을 사용하는 것 역시 금한다.
새로운 최강의 4인, 화신 일행은 결코 약하지 않다.
여섯 사도를 모두 보내면 모를까 메기스토 한 명만으로는 솔직히 살아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
‘결과가 빤한데 굳이 아까운 신성 낭비할 필요 없잖아?’
메기스토에게 기대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방어선을 뚫는 것, 그리고 이계인들을 적당히 죽이고 나서 그 자리에서 죽어 주는 것이었다.
‘어차피 죽어도 도로 살리면 그만이고.’
잔혹하기까지 한 마신의 명령에도 메기스토는 충실히 복종했다.
-내 영혼의 주인이시여, 당신의 뜻대로 따르겠나이다!
8차 대공습이 시작되었다. 10만의 천사가 아르모리카 상공을 장악했다.
아무리 죽이고 또 죽여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 지옥의 군세였다.
우리의 주, 옴팔로스시여.
당신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우아한 성가를 낭송하며 천사들은 도시 중앙, 사백여 명의 이계인들을 가둬 놓은 지하감옥의 입구로 몰려든다. 입구를 막아선 무혈의 이계인들이 혀를 찼다.
“저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지?”
“나 참, 저놈들은 창의성이란게 없나?”
검을 뽑아 블레이드 오러를 두르며 파브리시오도 인상을 썼다.
“이놈들! 신성한 주님의 기도를 망령되게 일컫지 마라!”
지구에서도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가 저들의 성가를 유쾌하게 들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분노하며 검을 휘둘러 댔다.
“타아아앗!”
감옥의 사방을 감싼 채 라트나 해방군은 몰려오는 천사들을 상대했다.
방어선이 좁았기에 몰려오는 천사의 수도 한계가 있었다. 강자를 앞세워 병사들을 주둔시키고, 휴식과 전투를 반복하며 꾸준히 싸웠다.
동쪽, 서쪽, 남쪽의 입구.
모두 훌륭히 막아 냈다.
하지만 북쪽의 입구는 달랐다.
“으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백은의 갑주를 걸친 장수가 피 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며 살기를 피웠다.
“주인께선 되도록 그대들을 죽이지 말라 하셨지……
대륙3강의 최정예, 4대금역 도시의 초고위 헌터들이 수수깡처럼 베여 나간다.
“하지만 절대 죽이지 말라곤 하지 않으셨다!”
어퍼 드래코니움의 고룡들이 날개가 꺾이고 비늘이 박살 나 용혈을 흘려 댄다.
“그분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을 어찌 살려 둘 수 있을까?”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광신자는 오직 죽음만으로 모든 방어를 뚫었다.
세 마리의 고룡, 그리고 무수한 시체를 뒤로한 채 불의 메기스토가 지하 감옥의 입구에 섰다.
전신이 꽁꽁 묶인 채, 금단증상으로 신음하는 수백 명의 이계인들이 보인다.
“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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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스토는 한탄했다.
“가여운 자들.”
그리고 검을 들었다.
“그 고통을 덜어 주리라.”
내려친 빛의 칼날은 이계인들을 베지 못했다. 그 순간 한 줄기 전격이 날아들어 가로막은 탓이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은발의 소녀가 메기스토 앞을 막아섰다.
“휴우, 간신히 타이밍 맞췄네.”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를 보며 마신의 사도는 안색을 굳혔다.
“최강의 4인, 뇌운의 에피르인가‘?”
라트나의 모든 것을 무시하는 마신의 사도들조차도 최강의 4인 만큼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
하지만 결코 두려운 상대도 아니다.
“가소롭다!”
코웃음을 치며 메기스토가 황금의 광휘를 사방에 떨쳤다.
“그대 혼자서 이 몸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마신이 물었다.
“죽었니?”
갓 고치에서 걸어 나온 메기스토가 부끄러운 듯 말미를 흐렸다.
예.”
옴팔로스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 뭐, 죽을 줄은 알았어.
아무리 너라도 혼자서는 쟤들 다 감당 못 하지.”
그리고 힐난하듯 눈을 치켜뜬다.
“그래도 일대일에서 죽을 줄은 몰랐거든?”
그것도 이계인 한 명 못 죽이고 말이지.
“요, 용서하소서!”
메기스토가 녹색 에메랄드 바닥위로 넙죽 엎드렸다.
마신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메기스토의 눈으로 본 에피르와의 전투를 되새기며 혀를 찼다.
“생각보다 센데.”
레벨만 보면 자신의 사도와 비슷한 수준인데, 실전 경험이나 전투 감각에서 차이가 난다.
“하나로는 안 되겠군.”
그럼 어찌해야 할까?
“두 명 보내지, 뭐.”
마신의 의념이 차원궁을 관통했다.
“페크렐룸, 너도 가라.”
? * ?
“헉, 헉헉……
에피르는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전신이 피투성이인 그녀를 내려다보며 두 사도, 불의 메기스토와 물의 페크렐룸이 진중하게 말했다.
“그대는 강하다.”
“하지만 우리 둘을 감당할 정도는 아니지.”
에피르는 순순히 인정했다.
“그건 그러네요.”
그리고 문득 되물었다.
“그런데 여기에, 나만 있는 거 아니거든요?”
감옥 반대편에서 한 무리의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온하트와 플라테르, 거기에 인간으로 의태한 아티스와 마나 키 라스까지.
소녀는 환하게 웃었다.
“이 정도 버티면 보통은 원군오게 마련이죠.”
“또 아무것도 못 하고 죽었니?”
고치에서 걸어 나온 두 사도가 고개를 푹 숙였다.
“……예.”
“저희가 부족하여……
옴팔로스는 이마를 짚었다.
두 명을 보냈는데도 통하지 않았다. 이계인 터럭 하나 못 건드려 봤다.
“여기서 셋 보내고 또 죽어서 돌아오게 만들면 내가 병신인 거겠지?”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러고 보면 그 덩치 큰 지구인은 내내 보이지 않았다.’
최강의 4인, 검왕 펠라드 빈.
명실공히 저들이 지닌 최강의 전력을 전투에서 빼놓을 이유가 없다. 뭔가 다른 모종의 이유로 자리를 비웠음이 분명하다.
즉, 그자가 라트나의 여신들이 준비한 최후의 희망일 터.
‘그렇다면 나머지는 좀 잃어도 여신들이 완전히 희망을 버리진 않을 것 아냐?’
마신의 의념이 차원궁 전체로 퍼졌다.
-오너라. 카틸론, 텔바란, 네아셀리, 엑토스.
대기 중이던 빛과 어둠, 바람과 대지의 사도가 명을 따랐다. 마신의 여섯 사도 모두가 그의 앞에 섰다.
옴팔로스는 빙그레 웃었다.
“너희 모두 움직여야겠구나.”
나아가 싸워라.
모든 이계인을 죽여라.
오직 여신의 화신들만을 남기고, 방해하는 자는 모두 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