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77
왕의 귀환 (2)
11차 대공습이 시작되었다.
또다시 10만의 천사 군단이 도시 의 하늘을 장악했다.
라트나 해방군은 코웃음을 치며 방어전을 준비했다.
“또 똑같은 짓거리냐?”
“마신이란 놈도 학습 능력이 없구만!”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천사 군단의 선두에 여섯 줄기 황금의 섬광이 내리꽂힌다.
빛의 카틸론과 어둠의 텔바란이 엄숙히 선언했다.
“우리의 주, 옴팔로스의 이름으로.”
“그릇된 자들에게 신의 심판을!”
마신의 여섯 사도, 대륙3강의 모든 군세를 녹여 버린 악몽의 존재들이 모두 나타난 것이다.
불의 메기스토가 불타는 칼날을 유성처럼 쏘아 댄다.
“어리석은 자들아.”
바람의 네아셀리가 도시 곳곳을 찢어발긴다.
“그대들을 수확한다.”
물의 페크렐룸이 섬광처럼 전장을 누빈다.
“우리의 신이 허락하셨다.”
대지의 엑토스만이 살짝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그 고장 난 놈 있나? 없지?
음, 없다.’
여섯 사도를 앞세워 천사 군단이 노도와 같은 기세로 밀려들기 시작했다.
무적인 줄 알았던 방어선이 허무하게 붕괴된다.
무수한 비명과 아우성 속에서 피와 살육의 장이 펼쳐진다.
“으아아악!”
“아악!”
사도가 없는 10만의 천사 군단은 날이 서지 않은 칼이자 끝이 뭉툭한 창이었다. 그렇기에 힘겨운 와중에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도들이 앞장서면, 저들은 날카로운 칼날을 지닌 격류로 변한다.
도시 남쪽 탑으로 피신해 상황을 살피던 알티아가 인상을 썼다.
“전력을 투입했다고? 왜 이제와서?”
고민해 봤지만 답을 알아낼 수 없었다.
그녀가 담고 강림한 것은 ‘필요한 만큼의 여신의 지혜’, 전지 자체와의 연결은 끊긴 상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을 택할 수밖에.’
통신 마도구를 통해 알티아가 레온하트에게 명령을 내렸다.
“진영을 바꾼다. 감옥 내의 전력이 최전방으로 나서도록!”
레벨 130이 넘는 진짜 강자들은 현재 만일을 대비해 감옥 내부 통로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야 한 곳이 뚫려도 바로 대응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여섯 사도가 전부 투입된 지금은 전면으로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하다.
“이것이 여신의 지혜가 내린 가장 유리한 판단이다.”
이내 레온하트의 답변이 들렸다.
“이미 그리하였습니다, 화신이여.”
굳이 여신의 지혜까지 들먹이지 않아도, 산전수전 다 겪은 인간의 지혜는 충분히 같은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알티아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도 가거라.”
여섯 교단의 성전사장, 그 생존자인 팔머와 메르딜, 안젤리카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화신체를 지키는 것이 저희 임무입니다.”
“저희가 가면 두 분은 누가 지킨단 말입니까?”
알티아는 고개를 저었다.
“지킬 필요 없다.”
옴팔로스는 결코 여신의 화신들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원하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여전히 걱정하면서도 성전사장들이 탑 아래로 뛰어내렸다.
장창을 움켜쥐며 키비에도 칠흑의 오러를 끌어 올렸다.
“나도 갈게, 알티.”
저들은 키비에를 죽일 수 없다.
그렇다면 그녀도 충분히 강력한 전력이 될 수 있겠지.
이내 멀어지는 자매의 등을 보며, 홀로 남은 알티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화신체에 전투력을 담아올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라고 전투를 위한 신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당장 현재 키브리엘이 다루는 화신체도 원래는 알티아가 만들어 선물한 것이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여신들은 자신의 피조물 말고 다른 자매가 창조한 종족으로도 지상을 걷곤 했다.
“하지만 그랬으면 여신의 지혜를 담고 강림하지 못했겠지.”
아무리 여신이라도,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는 법.
“세상사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은 여신이나 필멸자나 똑같구나.”
?
*
*
라트나의 진정한 강자들이 전부 최전방으로 나섰다.
그러자 전황도 변했다.
감옥의 서쪽 방어선에서 레온하트와 어둠의 텔바란이 격돌했다.
“키브리엘의 밤이여, 내게 임하소서!”
칠흑의 영술을 펼치며 레온하트가 텔바란의 측면으로 파고들어 권격을 퍼부었다.
“타아아앗!”
비록 다른 이들에 비해 성물의 효과가 부실하다곤 해도 슬슬 레벨 130을 넘긴 그였다.
워낙 기술이 뛰어나고 경험이 풍부하니 텔바란도 감히 경시할 수 없다.
“최강의 4인, 영술권사 레온하트인가!”
황금의 방패로 방어한 뒤 텔바란이 어둠의 칼날을 뽑아 들었다.
“나, 전능하신 옴팔로스 님의 우편에 앉아……
암흑검이 길게 늘어나 채찍처럼 후려갈긴다.
“죽음으로 그릇된 자들을 심판 하리라!”
“저놈은 자기가 뭔 소리 하는지 알고나 떠드는 건가?”
투덜대며 레온하트가 양손을 머리 위로 교차했다.
-고유 영술 : 흐르는 별의 장막!
홀리엔의 도움을 받아 새로 만들어 낸 그만의 기술이었다.
밤하늘이 펼쳐지며 검은 기둥이 사방으로 비껴 흘렀다.
텔바란이 분노를 터트렸다.
“감히 내 검을 막다니!”
“그럼 맞아 죽었어야 한단 말이냐?”
어이없어하며 레온하트는 자세를 고쳐 쥐었다.
“마신의 사도란 것들은 정말 하나같이 정신머리가 이상하군.”
감옥의 북쪽 방어선.
선두에 선 적발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높이 든다. 방대한 마나가 세상을 조율한다.
“타오르는 파괴의 극의, 앱솔루트 인페르노!”
거대한 불기둥이 물의 페크렐룸을 직격했다. 대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이내 살짝 그을린 거구의 장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하구나.”
레벨 140이 넘은 아티스의 마법은 이제 마신의 사도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화염계에 한정되어 있었지만…….
‘어째 저놈들, 속성에 따른 공격같은 건 안 하더라.’
오직 힘, 순수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놈들의 방식이었다.
‘그렇다면 내 수법도 먹히겠지!’
연달아 아티스는 화염 마법을 퍼부어 댔다.
페크렐룸도 반격에 나섰다. 모든 마법을 버텨 내며 더더욱 기세를 떨친다.
“옴팔로스 님의 진노를 맛보아라!”
힘과 힘, 권능과 권능이 연신 충돌해 파괴를 낳았다.
남쪽과 동쪽 방어선 역시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귀여운 은발의 소녀가 연신 뇌격을 쏘아 댔다. 화염검으로 전 격의 그물을 찢어발기며 메기스토가 분노를 터트렸다.
“그날의 수모를 갚겠다!”
쌍검을 교차해 수류의 기둥을 끌어내며 에피르는 싸늘하게 웃었다.
“가능하겠어? 그때도 두들겨 맞고 엉엉 울면서 집에 갔는데?”
더더욱 흥분하며 메기스토가 소리 쳤다.
“우리 주의 능력은 무한하시다!”
“그런데 댁 능력이 무한하시진 않잖아?”
예전엔 말을 곱게 쓰던 에피르였는데, 요즘 세이라랑 어울린 탓인지 성질 긁는 어투를 꽤나 배운 듯했다.
-마검식 :울부짖는 뇌전!
화염검과 뇌격이 충돌해 사방에 연쇄 폭발을 낳았다.
콰아아아앙!
아르모리카 상공 가득 펼쳐진 불꽃을 보며 마나키라스는 감탄했다.
‘정말 잘하네. 적의 평정을 훌륭히 흔들어 놓았어.’
사실 에피르가 메기스토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건 아니다.
그렇기에 상대를 흥분시킴으로써 보다 여유로운 상황을 만든다.
만만해서 비웃는 게 아니라, 비웃어서 만만하게 만드는 수법.
‘고작 18년밖에 살지 않은 와이 번이 저렇게까지 강해질 수 있다니.’
수백 년을 살아온 드래곤 입장에서 참 미묘한 기분이다.
하지만 지금 이런 걸 신경 쓸 때는 아니지.
마나키라스는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했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는 전법을 펼쳤다.
“ 타아아앗!”
우렁찬 포효와 함께 번개처럼 작렬하는 자잘한 앞발 때리기.
뾱뾱뾱뾱뾱!
“또 이 수법이냐?”
마신의 사도, 대지의 엑토스가수십 자루의 칼날을 허공에 생성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잘에는 자잘!”
워낙 뭐가 많이 날아오기에 마나키라스도 많이 받아칠 수밖에 없었다. 칼날의 폭풍을 피하고 흘려 내며 그녀는 계속 싸웠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키비에는 의아해했다.
‘기분 탓인가? 저놈만 다른 사도와 조금 다른 느낌이네.’
어쩐지, 창의성이라는 게 느껴진다.
옴팔로스의 피조물에겐 있을 수 없는 성질이었다.
그런 키비에를 향해 빛의 카틸론이 물었다.
“여신의 화신이여, 계속 이 무의미한 전투를 반복할 셈인가?”
그는 내내 키비에 한 명만을 상대하고 있었다.
사실 본신 실력이 레벨 120대에 불과한 키비에가 마신의 사도와 일대일로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문제는…….
“우리의 주인께선 그대를 해하지 말라 하셨다. 그러니 난 그대를 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대의 실력으론 날 해하지 못하지.”
고개를 저으며 카틸론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이 전투는 무의미하다.”
키비에는 빙그레 웃었다.
“무의미하지 않지. 나 혼자 너를 꼼짝도 못 하게 묶고 있는데?”
아무리 격차가 심하다지만 등 돌리고 무시할 정도는 아니다.
상대를 해야 하고, 방어를 해야 한다.
“아니,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카틸론은 여전히 안색을 바꾸지 않았다.
“그대들은 분명히 우리를 잘 막아 내고 있지.”
비아냥거림도 조롱도 아닌 무감정의 어조.
“우리 중 다섯을.”
그저 단순히 사실을 말할 뿐이다.
“우리는 여섯이다.”
감옥 서남쪽을 바라보며 빛의사도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옴팔로스 님의 뜻은 이루어지 리라.”
황금의 검광이 빛의 궤적을 그 린다. 쌍검이 부러지고 갑옷이 으깨지며 피가 솟는다.
“크윽!”
신음하며 안젤리카는 땅바닥을 뒹굴었다. 함께 날려 간 팔머와 메르딜이 치를 떨었다.
“젠장!”
“저 괴물 같은 놈!”
금검의 주인이 도도한 자세로 걸음을 옮기며 중얼거렸다.
“놈이 아니라 년이다.”
마신의 사도 중 유일한 여성체, 바람의 네아셀리였다.
“그대의 욕설은 호칭이 틀렸다.”
욕을 먹건 말건 전혀 신경쓰지 않은 채 공세를 이어 간다. 파괴의 푸른 섬광이 유성처럼 빗발친다.
허겁지겁 플라테르가 영술을 펼쳤다.
“알티아의 빛이여! 저들을 보살피소서!”
아슬아슬하게 치유 영술이 세성전사장을 감쌌다. 간신히 기력을 되찾은 이들이 몸을 날려 공격을 피해 냈다.
그 대가로, 이번엔 플라테르가 나가떨어졌다. 네아셀리가 날린 섬광이 그의 방호 영술을 일격에 박살 낸 것이다.
“크억!”
늙은 육신이 피를 토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
“영술사님을 지켜라!”
마신의 천사들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이 땅에서 죽으소서.
죽음으로 그분의 큰 뜻이 되소서.
난전 속에서 세이라와 레즐리가 사방에 치유술을 뿌려 댔다.
두통이 올 정도로 프라나를 퍼부으며 세이라는 다리를 떨었다.
‘뭐가 저렇게 세지……
성물의 주인들이 사도와 동등한 전투를 벌이는 걸 보며 조금 자신감을 얻었다. 비록 개개의 힘은 저들에게 미치지 못하나, 서로 힘을 합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전혀 아니었다.
모두가 힘을 합침에도 단 하나의 존재를 막지 못한다.
다가오는 아름다운 사도를 바라보며 메르딜은 치를 떨었다.
“제길, 원래 우리 특기는 치고 빠지기인데……
하지만 여기서 치고 빠지면 그냥 감옥으로의 길만 열어 주는 꼴이다. 무조건 버티고 있어야 하는데, 이래서야 힘의 격차에 밀려 버린다!
콰콰콰콰쾅!
네아셀리는 계속해 방어선을 밀고 들어왔다. 어느 누구도 그녀의 한 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발길을 멈춘다.
“ 음?”
그녀의 시선이 세이라 옆에 서 있는 갈색 머리의 여인에게로 향했다.
“적합자로군.”
네아셀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돌풍이 사방으로 일며 폭발했다. 성전사장들과 플라테르, 세이라까지 일시에 휘말려 날려 갔다.
“으아악!”
정신 차린 레즐리의 목에 어느새 사도의 금검이 겨누어졌다.
“그대의 가이드라인을 회수한다.”
= 0 0
=TE『 e
직감한 레즐리가 한탄을 흘릴 때였다.
“아아-?????”
파아아앗!
갑자기 눈부신 빛의 포털이 열리며 거대한 대검이 모습을 드러낸다.
푸욱!
육중한 칼날이 사도의 육체를 꿰뚫었다. 고통 속에서 네아셀리가 경악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뭐, 뭐야?’
빛의 포털이 거대한 팔뚝을 토했다. 솥뚜껑 같은 손아귀가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덕분에 네아셀리는 강제로 다시 앞을 바라보게 되었다.
문제는 방향이 맞지 않았다는것.
머리를 움켜쥔 괴물의 손이 그녀의 목을 360도 돌려 버린 것이다!
“끄, 끄어 어어……
모가지가 쥐어짜이는 극심한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바로 무수한 별빛이 시야를 뒤덮어 버렸으니까.
아아아아아…….
단말마의 메아리와 함께 마신의사도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거구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늘어트린 앞머리 사이로 흉흉하게 빛나는 안광.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단련된 근육질의 육체.
그 위를 강철처럼 덮고 있는 찬란한 붉은 오러!
“한빈 님!”
기간트를 거두며 류한빈이 정신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며칠이나 지났어? 설마 너무 늦은 건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