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78
왕의 귀환 (3)
그 순간 마신의 다섯 사도는 깨달았다.
‘네아셀리가 소멸했다.’
‘그자의 짓이다.’
라트나의 여신들이 선택한 마지막 무기.
새로운 최강의 4인의 일원이자 지상 최강의 전사, 검왕 펠라드빈이 모습을 드러냈다.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한빈은 오러를 끌어 올렸다.
“느긋하게 설명이나 듣고 있을 때가 아니군.”
적이 쳐들어왔다.
아군과 싸우고 있다.
그런데 뭘 더 고민해?
핏빛 오러가 폭발하며 그의 거구가 솟구쳤다.
-투혼 발타란!
예전처럼 자세 잡고 집중한 뒤 힘을 끌어내는 과정은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자연스럽게 전신에 투혼을 건 채 류한빈은 연신 대지를 밟고 달렸다. 질주라기보단 차라리 비행에 가까운 속도였다.
첫 번째 목표는 에피르와 전투 중인 마신의 사도, 불의 메기스토.
“타아아앗!”
단숨에 놈의 배후를 장악하고 무수한 참격을 떨친다.
-검왕류 타구1식 : 마구 베기!
“윽!”
당황하며 메기스토는 몸을 반전해 대응에 나섰다.
금검과 기간트가 연신 충돌했다.
“펠라드 님!”
뒤로 밀리는 사도의 너머로, 반가운 듯 소리치는 은발의 소녀가 보였다.
“어떻게 된 거예요? 최고의 스승 만났어요? 건진 거 있어요?”
“설명은 나중에!”
그녀를 지나치며 한빈은 계속 검격을 퍼부어 댔다.
타구검법의 묘리에 그동안 주야 장천 죽어 가며 터득한 바오톨트의 검술까지 끼워 넣는다!
-검왕류 타구5식 : 일단 베고 보기!
한빈 본인이 대충 지은 탓에 기술명은 영 이상하지만, 위력만큼은 확실했다.
메기스토의 전신에서 피가 펑펑솟구쳤다.
“컥! 크억! 으윽!”
그럼에도 그는 쓰러지지 않았다.
마신의 사도답게 끝내 버텨 내며 쉽게 틈을 주지 않는다.
에피르가 쌍검을 쥔 채 슬쩍 끼어들었다.
‘틈은 만들면 되지!’
뇌격의 칼날이 메기스토의 사방을 파고들었다. 사도의 움직임에 허점이 생겨났다.
류한빈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투혼 삼검을 연달아 펼치며, 한 점으로 집중해 파괴력으로 바꾼다.
-삼중십자격, 크로스 임팩트!
붉디붉은 십자가 위로 황금의 핏물이 흘렀다.
처절한 괴성과 함께 메기스토의 전신이 입자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으아아아악!”
?
*
*
이제 남은 마신의 사도는 넷.
‘메기스토마저 당했다.’
‘상황이 바뀌었다.’
모든 사도를 보냈음에도 옴팔로 스는 여전히 신성의 제약을 해금해 주지 않았다.
완벽하게 전력을 다하지 못하는 지금이라면, 검왕의 참전은 승부의 천칭을 크게 기울게 할 터.
‘저자는 위험하다.’
빛의 카틸론은 고민했다.
‘어찌해야 하는가?’
목적이 아르모리카의 이단자들을 벌하는 것이라면 목숨을 아까 워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죽어도 어차피 되살아나니까.
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적합자의 가이드라인을 회수하는 것, 아르모리카의 병력을 살해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이대로 계속 싸우면 라트나의 전력은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합자에게까진 손이 닿지 않는다.
‘판단을 내려야 한다.’
개인의 의지가 아닌, 주인의 뜻을 헤아려 판단해야 했다.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지의 엑토스는 쉽게도 결정했다.
“형제들이여, 물러날 때다!”
신성을 금지당한 현 전력으로는 승산이 없다.
게다가 설령 금지당하지 않았다 한들, 저 인간에겐 의미가 없다.
‘저놈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쓸 수 있잖아!’
엑토스가 제일 먼저 발을 빼고 날아올랐다.
“어딜!”
상대하던 마나키라스가 바로 쫓아가려 했지만, 이내 수많은 천사들에게 가로막혔다. 마신의 천사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퇴로를 확보한 것이다.
다른 사도들이 경탄하며 외쳤다.
“현명한 결론이다!”
“그렇군!”
“우리의 주인께서는 불필요한 힘의 낭비를 원치 않으시지!”
어둠의 텔바란과 물의 페크렐룸, 빛의 카틸론도 천사들을 대적자들 앞에 던진 뒤 날아올랐다. 그 탓에 레온하트와 아티스, 키비에 역시 바로 저들을 쫓지 못했다.
뭐, 굳이 쫓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죽여도 되살아나는 놈들 ”
멀어지는 마신의 사도들을 바라보며 레온하트는 호흡을 골랐다.
“이계인들을 지켰으니 목적은 달성했어.”
류한빈의 생각은 달랐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지!’
부활은 공짜가 아니다. 저들이 죽고 되살아날 때마다 마신의 신성을 갉아먹는다.
‘그런데 그냥 놓아줄 순 없잖아?’
애초에 이것이 그가 제일 먼저 에피르부터 챙긴 이유였다.
쫓아갈 수 있으니까!
“에피르!”
“넵!”
은발의 소녀가 공중제비를 홀랑 넘었다. 은빛 갈기의 와이번이 한빈을 태우고 날아올라 아르모리카의 상공을 가로질렀다.
가장 늦게 날아가던 물의 페크렐룸, 그 뒤로 칠흑의 그림자가 피어오른다.
배후를 내준 페크렐룸의 안색이 굳었다.
‘이, 이런!’
투혼 삼검 이 날아든다.
피할 수 없는 삼중십자격이 페크렐룸을 사방으로 찢어 놓는다.
“크, 크윽!”
산산이 박살 나며 그가 마지막 발악을 해 댔다.
“나의 죽음으로 형제들을 살리 리라!”
자폭한 페크렐룸을 중심으로 사방에 황금빛 폭풍이 불었다. 광풍으로 에피르의 비행을 방해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런!’
이래서야 남은 세 놈까지 쫓기엔 시간이 맞지 않았다.
류한빈이 혀를 찰 때였다.
“호잇차!”
야릇한 기합과 함께 에피르가 날개를 작게 접었다. 그리고 후 방으로 포스를 강렬하게 내뿜었다.
상식을 초월한 스피드가 폭풍의 권역을 아예 부수며 관통해 버린다!
갑작스러운 가속도에 한빈이 기겁 했다.
“뭐야? 더 빨라졌어?”
“레벨이 또 올랐으니까요!”
안 그래도 빨랐는데, 이젠 뭐 초음속 수준인 것 같다.
쿠우우우웅!
실제로 소닉붐까지 일으켜 가며 에피르는 단숨에 남은 세 사도들을 따라잡았다.
대지의 엑토스가 기겁해 몸을 틀었다.
“으억! 저놈이 벌써?”
흉흉한 미소를 지은 채 한빈이 검을 뽑았다.
“너 잘 만났다, 이 개자식아!”
기간트가 예리한 파괴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검왕류 타구2식 : 마구 찌르기!
황금빛 혈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처절한 비명이 메아리쳤다.
“컥! 크아아악!”
물론 다른 사도 두 놈도 결코 놓칠 생각은 없다.
엑토스에게 치명상을 안기자마자 류한빈이 에피르의 등에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허공을 강하게 밟았다.
-라이트닝 오러!
우르릉!
뇌성과 함께 붉은 전격이 사방으로 퍼지며 반경 100여 미터이내를 감쌌다.
그 위로 마치 슬라이딩하듯 단숨에 미끄러진다!
“어, 저거?”
에피르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비록 반경은 좀 작았지만, 바로 뇌제 가르한의 비행 마검술이었다.
“어떻게 한빈 님이 저 기술을?
나도 내내 연구해 봤지만 도저히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던데?”
붉은 번개를 타고 날아가며 한 빈은 피식 웃었다.
‘가르한, 그 양반이 죄를 많이 지은 덕분이지.’
류한빈의 거구가 카틸론과 텔바란 앞을 가로막았다. 두 사도도 검을 뽑아 들어 맞섰다.
두 줄기 황금의 검광과 붉은 블레이드 오러가 연신 교차했다.
“그대의 검술은!”
“이미 보았다!”
역시 두 놈이 연계해 공격하니 한빈이라도 바로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긴 힘들다.
“이건 못 봤을걸!”
갑자기 류한빈의 자세가 바뀌었다.
크고 강하게 휘두르는 검왕의 자세에서,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다른 이의 자세로.
동시에 기간트가 우아한 궤적을 그렸다.
마치 붓으로 일필휘지를 그리는 듯한 두 차례의 가로 베기, 그 속에서 네 줄기 찌르기가 이어진다!
-뇌제류 타구1식 : 찌른 듯 베기!
두 사도가 동시에 복부와 어깨를 관통당했다.
안 그래도 동그래졌던 에피르의 눈이 더더욱 커졌다.
‘저건 또 뭐야?’
새로운 검술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정교하며 세련된 연격!
‘저건 연습 좀 해야 따라 할 수 있겠는데?’
천재 중의 천재인 그녀조차도 보자마자 바로 따라 하는 건 무리일 정도였다.
‘한빈 님이 어떻게 저런 정교한 기술을?’
류한빈이 강하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동시에 그가 둔하다는 사실 역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저건 한빈이 갑자기 재능이 넘치게 되었다기보다는, 가르친 인간이 엄청나게 천재란 의미다.
과연 위력은 충분했다.
카틸론과 텔바란의 방어가 바로 뚫렸다.
“크윽! 저, 적합자 주제에!”
“옴팔로스 님의 은혜를 저버리다니!”
밀리는 두 사도를 향해 류한빈이 최후의 일 검을 날렸다.
그의 전신이 사라지며 은하가 펼쳐졌다.
-천검 디아스티마!
비명은 없었다. 그저 금빛 가루만이 솔솔 퍼져 나갈 뿐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한 명, 대지의 엑토스뿐.
고개를 돌린 한빈이 헛웃음을 흘렸다.
“저 새끼, 그새 저기까지 도망갔네?”
다른 사도들이 당할 때에도 뒤도 안 돌아보고 도주한 것이다.
뭐, 여기까지 왔으니 마저 뒤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딜 가시나?”
금방 엑토스를 따라잡으며 류한 빈은 살벌하게 웃었다.
엑토스가 이를 갈며 전투태세를 취했다.
“젠장, 불량품 따위가 어떻게 살아남은 거지?”
“불량품이 라……
역시 이놈은 다른 사도와 좀 다르다. 인간미가 느껴진다.
그래서 한빈은 자신도 인간미넘치게 대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도로 살아나겠지?”
그렇다면 복수의 대가로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고통뿐.
“내가 당해 봐서 아는데……
그러니 천검은 쓰지 않는다.
“가루 되는 것보다 반으로 갈라져서 죽는 게 좀 더 아프더라고.”
22년의 원한이 검에 담겨 내리 꽂혔다.
“으아아아악!”
? *
*
에피르를 탄 류한빈이 동료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다들 환호하며 그를 맞이했다.
“돌아왔구나, 한빈!”
아티스가 기쁜 듯 그의 등을 두드렸다.
“걱정했다. 키비에는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으니까 말이지.”
레온하트도 확인하듯 물었다.
“투혼을 완성했나?”
“그래.”
“천검도 완성했고?”
“그렇다.”
“이제야 희망이 보이는군.”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는 한빈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빙그레웃었다.
“역시 최고의 스승을 만난 덕분인가?”
다들 알티아가 언급한 ‘최고의 스승’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솔직히 짐작 못 하기도 어렵다.
세상에서 투혼과 천검에 대해 가장 잘 가르쳐 줄 수 있는 이가 두 명 있을 리 없잖아?
그래서 류한빈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 인상은 최악의 스승 쪽이었는데.’
정확히 말하면 최고의 스승과 최악의 스승을 동시에 만났다는 쪽이 옳겠지. 하지만 그 이상 말할 수는 없다.
키비에가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왜 우리가 그런 식으로 말했는지 알게 된 모양이네?”
“그래, 과연 ‘알게’ 되더라. 나 역시 그렇게 되어 버렸고.”
네 여신들 앞에서 열심히 입조심하겠다던 한빈이었다. 하지만 돌아와 보니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신의 이해에 발 들인 순간 명확히 선이 구별되는 것이다.
너무나 뚜렷해서 실수할 여지가 없다.
“확실히 완성되었군.”
기뻐하며 알티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안색을 굳혔다.
“하지만 과했어. 천검 정도는 숨기는 게 유리했을 텐데.”
옴팔로스라면 자신의 사도들을 통해 이 모든 전투를 지켜보고 있을 터였다.
어차피 마신의 사도들은 보내 줘도 별문제 생기지 않는다.
“굳이 몰살시키려고 완성된 천검을 보여 줄 필요까진 없었다.”
그러자 류한빈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두 화신의 귀에 입을 가져갔다.
“숨겼어.”
‘가르한은 정말이지, 지옥의 고통을 덜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한빈은 속삭였다.
“이거, 숨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