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81
다가오는 종말 (2)
차원궁 서쪽 장벽 너머.
수많은 병력과 천사가 어우러져 싸우는 전장 속에서 두 그림자가 격렬히 교차하고 있었다.
백은의 갑주를 걸친 신장이 불의 검을 휘두른다. 일격에 거대한 화염 장막이 대지를 가른다.
레온하트는 재빨리 양팔을 교차했다.
-영술장벽 : 소론디의 방패!
무려 스물이 넘는 방패가 서로 얽혀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 불의 검이 잠시 막혔다.
그리고…….
콰아아앙!
이내 뚫린다.
‘크윽!’
혀를 내두르며 그는 재빨리 프라나를 전신에 돌렸다.
“라트나의 여신들이여, 당신들의 은총을!”
영술로 전신을 강화한 레온하트가 불의 검세 사이를 파고들었다.
한 줄기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수많은 권격이 적을 노렸다.
“타아아앗!”
기술은 확실히 그가 우위였다.
사도, 불의 메기스토는 대부분의 공격을 회피하지 못하고 그냥 맞았다.
“최강의 4인이라고 묶여서 불리는 것치곤……
맞으면서 비웃어서 문제지.
“혼자만 어째 약한 느낌이로군?”
모든 공격을 몸으로 때우며 메기스토도 반격에 나섰다.
불의 검이 수십 줄기로 갈라져 쏟아졌다. 도리어 레온하트가 밀리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막고 피하며 그는 연신 신음을 흘렸다.
‘전력을 다하면 이 정도인가?’
아까까진 그럭저럭 할 만한 싸움이었다. 아니, 레온하트가 조금 우위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마신의 신성을 끌어낸 다음부터는 완전히 역전.
순수한 힘, 자체에서 밀려 버리니 우위에 선 기술과 전략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으아아!”
고함을 터트리며 레온하트가 몸을 크게 틀었다. 그의 오른손이 거대한 창을 쏘아 냈다.
-고유 영술 : 흑암의 창!
“가소롭다!”
칠흑의 섬광이 화염검에 쪼개져 사방으로 비산했다. 광활한 폭발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진정한 신의 힘 앞에선 모든 것이 무용!”
오만한 얼굴로 메기스토가 폭연을 뚫고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힐끔 차원궁 동쪽을 보며 아쉬워했다.
에피르의 제2군단이 진군한 쪽이었다.
“흠, 사실은 이자보다 그 계집과 싸우고 싶었거늘……
에피르에게 몇 번이나 수모를 겪은 그였다. 당연히 음팔로스에게 기회를 달라 간청했다.
-메기스토, 네게 자존심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내게도 기쁜 일이다만…….
흥미로워하면서도 옴 팔로 스는 딱 선을 그었다.
-그렇기에 그 청은 들어줄 수 없겠구나. 냉정을 잃을 게 뻔한데 어찌 허락하겠느냐?
아쉬워하면서도 메기스토는 마저 검을 들었다.
“주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는 일 ”
옴팔로스의 신성이 사도의 살기와 뒤섞여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그저 신실하게 따름이로다.”
?
*
*
드래곤이 입을 벌린다.
폭풍이 한 점으로 모여 어둠이 된다. 칠흑의 기류가 점과 점을 연결해 기나긴 선으로 화한다.
고룡, 마나키라스의 숨결이 창공을 갈랐다.
콰콰콰콰콰콰!
수많은 천사가 그로 인해 휘말려 추락해 갔다.
그러나 단 한 명만큼은 요동도 하지 않았다.
마신의 권세를 휘감은 갑주의 여인, 바람의 네아셀리였다.
“이는 막을 수 있다.”
바람이 숨결을 갈랐다. 칠흑의 브레스가 좌우로 갈라져 허무히 사라졌다.
“쳇!”
혀를 차며 마나키라스는 날개를 떨쳤다. 강렬한 오러가 사방으로 뻗어 폭풍이 되었다.
수많은 오러의 유성이 바람의사도에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네아셀리는 굳이 받아치지 않았다.
“이는 피할 수 있다.”
한 줄기 미풍이 되어 오러탄 사이로 유유히 빠져나간다.
작은 상대를 정확히 맞히기 위해 최대한 촘촘하게 탄막을 형성했는데, 그조차도 피해 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건!’
접근하며 마나키라스가 허공에서 고양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섬전 같은 앞발 잽을 연타로 날려 댔다.
“타아아앗!”
웃음기 하나 없이 중얼거리며 바람의 사도가 수천 자루의 금검을 쏘아 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자잘에는 자잘.”
워낙 거체이다 보니 맞힐 곳도 많았다. 드래곤의 양 앞발이며 전신의 비늘, 거대한 날개까지 뻥뻥 뚫렸다.
피를 흘리며 마나키라스는 오러를 뿜어 간신히 자세를 제어했다. 그리고 활공하며 치를 떨었다.
“그놈과 똑같은 수법이구나!”
대지의 엑토스가 하던 짓과 홉사하다.
“그에게서 배웠으니까.”
당시 엑토스는 상극의 전술로 응수했음에도 힘 자체에서 밀려 그리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마신의 신성이 가득한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연신 공세를 이어 가며 네아셀리가 무심히 중얼거렸다.
“엑토스는 우리 중 가장 요령이 좋지.”
그렇기에, 그는 현재 가장 요령이 좋은 최강의 4인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신의 진노가 징벌의 검이 될지니!”
호통과 함께 대지의 엑토스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수십 미터가 넘는 섬광의 칼날이 하늘과 대지를 동시에 갈랐다.
에피르의 등 뒤로 뇌격의 날개가 펼쳐졌다.
-마검식 : 신속무비의 광익!
날아오르며 그녀도 번개의 검을 떨친다.
“하아앗!”
승부는 쉽게 갈리지 않았다.
참격과 참격이 끝없이 어우러지며 장대한 빛의 윤무를 낳았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계속 빠져나가는 그녀를 보며 엑토스는 감탄했다.
“정말 보통 솜씨가 아니군.”
놀랍게도 에피르는 신성을 끌어낸 마신의 사도를 상대로도 어떻게든 전투를 비등하게 이끌어 가고 있었다.
불리한 체력과 기력을 타이밍과 기술로 메워 가며 모자란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후우우……
심호흡을 하며 에피르는 정신을 집중했다.
전력을 다한 마신의 사도는 분명 강하다.
악몽 같던 기억 속의 신수, 우투 크살릭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야.’ 우투 크살릭은 그야말로 순수한 파괴의 화신, 손도 발도 못 쓸 정도로 압도적인 강자였다.
‘제노비아나 홀리엔 정도도 아니고……
이보다 더한 위기도 많았다.
이보다 더한 강적도 많았다.
그녀는,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은 그 속에서도 싸우고 살아남았다.
그 과정에서 배우고 터득했다.
이기기 위한 힘이 아닌, 지지 않기 위한 힘을.
‘지지 않아!’
이를 악물며 은발의 소녀가 전신의 포스를 폭증시켰다.
콰르르릉!
수십 줄기의 전격이 하늘 전체로 뻗어 가며 뇌성을 울린다.
번개를 두른 채 라트나 최강의 마검사가 불굴의 의지로 돌진한다.
“절대 지지 않아!”
*
*
*
“실로 전사의 귀감이로다.”
엑토스의 눈을 통해 에피르를 바라보며 옴팔로스는 찬탄을 흘렸다.
“그런데, 지지 않는다고 끝이 아니지.”
말은 그럴싸하지만 결국 열심히 버티면서 시간 끌겠다는 소리다.
“지금 상황에서 너희가 시간 끌어서 어쩌자고?”
저들이 버틸수록 유리해지는 건 이쪽이다.
애초에 이런 판을 짠 것 자체가, 최대한 이 상황이 오래 고착되길 바라서가 아닌가?
“나야 나쁠 것 없지만.”
피식거리며 그는 전황을 살폈다.
뇌운의 에피르야 잘 버티고 있다 쳐도, 다른 화신 일행은 그리 상황이 좋지 못하다.
다들 신성을 끌어낸 사도들을 상대로 연신 몰리고 있었다.
“효율이 나빠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결과가 괜찮군.”
옴팔로스가 자신의 신성 일부를 최초로 담은 대상은 사도들이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뭔가를 하려면 먼저 연습이 필요한 법.
먹어 치운 세계의 옛 지성체들을 상대로 실험부터 해 보았다.
신의 경지까지 진화하진 못했지만 그 직전까진 나아갔던 여러 종족들, 그중 셋을 골라 신성 일부를 담았다. 그리고 어디까지 써먹을 수 있는지 확인했다.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강해졌지만 도저히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지성도 사라지고 육체 역시 변질되어 짐승이나 다름없어졌다.
다룰 수 없는 무기는 무기가 아니다.
그래서 대충 재활용하는 기분으로 던전에 담아 라트나로 보냈다.
“뭐, 제 역할은 충분히 했더라만.”
옴팔로스의 신성이 담긴 짐승신들은 필멸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덕분에 최초의 던전은 지금까지 살아남아 대미궁 칼탄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고, 라트나인들은 저들을 칼탄의 삼신수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이후 삼신수의 실패를 바탕으로 적절한 균형을 찾아 사도들에게 신성 일부를 담았다.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그만큼 제어가 가능한, 충실한 수족이었다.
“저들만으로는 나의 사도들을 상대하지 못한다.”
그러니 더욱 강한 자가 저들을 구해야겠지.
“슬슬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지 않았나, 여신들의 희망이여?”
기대하며 옴팔로스는 사도의 눈으로 차원궁의 사방을 살폈다.
그리고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뭔가 좀 이상했다.
“왜 안 나오지?”
설마 동료들을 그냥 죽게 내버려 두려는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저들의 목숨을 버려서라도 취해야 할 이득이 그만큼 크다면.
‘그렇다면 그게 뭘까?’
옴팔로스의 의식이 더욱 넓어졌다.
사도의 눈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천사들의 시야가 그와 공유되어 의식에 연결되었다.
인간이라면 단숨에 미쳐 버릴 어마어마한 양의 정보.
그러나 신에게는 그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정도에 불과하다.
차원궁 반경 수십 킬로미터가 모조리 마신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그는 이 일대의 개미 새끼 한 마리까지도 모조리 감지할 수 있었다.
보인다.
차원궁의 사방을 공략하는 라트나 해방군의 4개 군단.
그 너머에 위치한, 본진이라기엔 너무나 조촐한 작은 무리가.
작은 소녀 한 명과 몇몇 기사들만 두려움 속에서 창칼을 쥐고 있었다.
소녀를 보며 옴팔로스가 중얼거렸다.
‘알티아.’
그래, 빛의 여신은 저기 있다.
그런데 어둠의 여신은? 그리고 검왕 펠라드 빈은?
보이지 않는다.
‘이놈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더더욱 의아해하며 옴팔로스는 감지 영역을 더더욱 넓혔다.
이제 거의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영역이 신의 눈동자에 담겼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쯤 되면 확실하다. 그들은 이곳에 오지 않았다.
‘뭐지?’
마신의 안색이 굳었다.
‘대체 뭘 노리고 있는 거지?’
*
*
*
지저 수백 미터의 거대한 공동.
사방이 녹아내린 화강암과 석주로 가득한 광활한 공간에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긴가?”
여인의 음성이 뒤를 이었다.
“응. 여기가 아발타의 중심이야.”
류한빈과 키비에였다.
저들이 들어오자 어둠 곳곳에서 붉은 안광이 번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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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
악어의 비늘에 유인원의 동체, 독수리의 머리를 지닌 3미터가 넘는 거구, 레벨 110이 넘는 마물 중의 마물, 그랜드 레자디언이었다.
한빈은 의아해했다.
“여긴 아직 마물들이 남아 있네?”
그가 알기로는, 4대금역의 모든 마물들은 이미 던전 밖으로 빠져나간 후였다.
키비에가 짐작이 간다며 대꾸했다.
“메티스로 떨어지며 부유도가 통째로 뒤틀렸잖아. 바깥으로 향하는 통로가 무너져 막혔겠지.”
“하긴, 그래서 우리도 도중에 바위 뚫어 가며 들어왔었지?”
인간을 발견한 마물들이 하나둘 살기를 피우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류한빈은 피식거렸다.
“이제 와서 레벨 110대 정도로 ≫무스
-라이트닝 오러!
콰르르릉!
검을 뽑을 필요도 없었다. 붉은 번개가 사방으로 비산하며 마물수십 마리가 단 1초 만에 모조리 절명해 버렸다.
“참 좋은 거 배웠단 말이지?”
이 기술을 가르쳐 준, 정확히는 될 때까지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강제로 주입해 준 가르한을 떠올리며 한빈은 쓴웃음을 지었다.
“예전의 일만 없었어도 순수하게 고마워하겠는데.”
한편 키비에는 곧바로 공동 중심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기 있네.”
중심부에 커다란 붉은 수정체가 굴러다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따라잡은 류한빈이 물었다.
“이게 아발타의 중심핵인가?”
“중심핵이었지.”
마신이 힘을 거둔 지금은 그저, 그가 먹어 치웠던 이세계의 잔여물일 뿐이다.
“시작할게.”
키비에가 가슴께로 손을 올려 합장했다. 금빛 입자가 희미하게 양손에 맴돌았다.
이내, 어둠이 입을 열었다. 칠흑의 이공간이 공동 속에 드러났다.
그곳을 통해 작은 10대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주근깨가 자잘하게 난 갈색 머리 소녀였다.
r종족 : 여신(女神). lv. 불명(不明).」
키비에가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이야, 소론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