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83
진격 ⑴
천지를 뒤흔들던 진동이 마침내 멈췄다.
흙먼지가 가라앉으며 차원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찬란하던 방어막은 흔적조차 없었다.
그나마 가장 권능이 집중되었던 네 보석탑만 멀쩡할 뿐, 사방이 붕괴된 상태였다. 곳곳에 커다란 바위 파편들이 즐비했다.
폐허나 다름없는 차원궁 동쪽 끝에 거대한 암반이 비석처럼 우뚝 서 있었다.
부서지고 흩어진 후에도 아직 남아 있는 아발타의 잔해였다.
서 있던 암반이 옆으로 기운다.
끼이이 익..
이내 굉음과 함께 차원궁을 강타한다. 충격과 함께 갈색 폭풍이 인다.
쿠우우웅!
폭풍 속에서 두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등에 거대한 검을 멘 근육질 전사와, 흑발의 늘씬한 미녀였다.
주위를 둘러보며 류한빈이 물었다.
“세상 안 망했지? 아직 멀쩡한 거 맞지?”
키비에가 나직이 대꾸했다.
“우리가 아직 멀쩡한 걸 보면 알잖아?”
애초에 라트나가 궤멸될 정도의 충격이었다면, 그 속에 있던 자신들이 무사할 리 없다.
과연 하늘이 파랬다.
아, 물론 차원궁 인근은 여전히 흙먼지가 떠다니지만 그 너머는 파랗다는 소리다.
라트나 해방군 역시 무사하겠지.
한빈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옴팔로스가 예상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 준 모양이군.”
그리고 안색을 굳혔다.
“……노력하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무섭긴 하지만.”
같은 시각, 서쪽 광장.
흙먼지가 잔뜩 뒤덮인 신의 옥좌 앞에서 한 청년이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혀 허허….”
?心 ?7 ?1 ?
꽤나 초췌한 몰골이었다.
머리칼은 잔뜩 헝클어지고 안색도 좋지 않다.
“와, 제대로 한 방 먹었네?”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옴팔로스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건 정말 예상 못 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는 자신의 상태를 살폈다.
타이밍이 맞지 않은 탓에 아발타를 허공에서 요격하거나 도로 공간 이동을 시킬 시간이 없었다.
방어를 통한 충격 중화라는 비효율적인 수단을 선택하다 보니, 실로 상당한 신성이 소모된 것이다.
마신의 인식이 차원궁 동쪽으로 뻗어 나갔다. 맹렬한 기세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두 신형이 느껴졌다.
“키브리엘……
그리고 전혀 기력이 쇠하지 않은 여신의 희망, 지구인 류한빈.
“귀찮게 됐군.”
만전의 상태로 지친 적을 맞이 하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는데, 지친 상태로 만전의 적을 맞이하게 생겼다.
“숨 좀 돌려야겠어.”
옴팔로스는 더러워진 옥좌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사방에 의념을 보냈다.
-일어나라, 남겨진 자들아.
차원궁 여기저기에서 통로가 열렸다. 그곳을 통해 온갖 형태의 마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옴팔로스가 먹어 치운 세계의 남겨진 존재, 던전의 마물들이었다.
이들은 사도나 천사와 달리 워낙 본능이 강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절대적인 명령 한둘을 심는 것이 전부다.
그 탓에 군대로서 기능할 수 없어, 그동안 딱히 써먹지 않았다.
하지만 방어용으로는 충분하다.
그냥 다가오는 놈들을 모조리 죽이라고 하면 되니까.
크아아아아!
카아아아!
하늘을 날고 땅을 질주하며, 무수한 괴물들이 황금의 도시를 관통했다.
“저놈들 수준으로 그 지구인을 어찌할 수야 없겠지만……
느긋하게 몸을 기대며 마신이 중얼거렸다.
“숨 돌릴 시간 정도는 벌어 주겠지.”
*
*
*
류한빈의 정면으로 거대한 불길이 쏘아진다.
콰콰콰콰콰!
“흥!”
코웃음을 치며 그는 대뜸 발 차기를 날렸다.
일격에 화염이 갈라지고 붉은 폭풍이 일었다.
불길을 날린 거대 마물이 폭풍에 휩싸여 산산조각 났다.
“크아아악!”
그렇게 눈앞의 방해물을 제거하며 한빈은 주위를 살폈다.
사방에서 마물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실로 다양한 형태였다.
온갖 짐승을 합쳐 놓은 듯한 모습부터, 아예 뭐라 형용하기도 힘든 비현실적인 외양까지.
크기 역시 천차만별이다.
사람만 한 크기도 있고, 사자만한 크기도 있고, 코끼리만 한 크기도 있으며 심지어 고래나 드래곤만큼이나 거대한 놈들도 있다.
카카카카!
크아오!
몰려오는 괴물들을 살피며 키비에가 중얼거렸다.
“칼탄의 마물들이네.”
아무래도 대미궁의 마물 중 일부를 따로 거두어 전력으로 삼은 모양이 었다.
사방에서 흉흉한 붉은 안광이 번뜩인다. 짙은 살기, 노골적인 포식의 의지가 대기를 타고 흐른다.
그리고 그 대상은 류한빈뿐만이 아니 었다.
“더 이상 사정 안 봐주기로 한 모양인데, 키비에?”
저놈들은 그녀 역시 먹잇감으로 삼고 있었다.
사도나 천사와는 반응이 다르다.
키비에가 싸늘하게 대꾸했다.
“적의 여유가 없어졌다는 건 좋은 징조지.”
한빈이 기간트를 뽑아 들었다.
붉은 오러가 피어올라 검신을 타고 흘렀다.
“어쨌든 조심해.”
장창에 칠흑의 오러를 두르며 키비에도 투지를 끌어냈다.
“걱정 마. 내 한 몸 지킬 힘은 있어.”
두 사람이 동시에 땅을 박찼다.
흑과 적의 궤적이 마물 무리를 향해 섬전처럼 쏘아졌다.
*
*
*
“쯧……
빛의 화면을 지켜보며 옴팔로스는 혀를 찼다.
“숨 좀 돌릴까 했더니……
엄청난 양의 피가 차원궁을 적시고 있었다.
4대금역 중에서도 최악으로 손꼽히던 대미궁 칼탄의 마물들이 흘리는 피였다.
카아악
크악!
비명과 비명 사이로 붉은 섬광이 뻗어 간다. 기간트가 춤을 추며 강렬한 기세를 떨친다.
“꺼져라, 잡것들!”
투혼격, 투혼섬, 투혼참.
바위산 시절부터 영혼에 각인되도록 익힌 세 검술에 완벽해진 투혼 발타란의 힘이 실린다.
압도적인 거력이 마물들의 심장을 꿰뚫고, 머리를 가르고, 몸통을 찢어발긴다.
“타아아앗!”
굳이 천검 디아스티마는 쓰지 않았다.
이제는 한빈도 훌륭한 한 사람의 무인이 되었다. 천검이 아니더라도 강력한 기술은 많았다.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마물이 상대라면, 패도적이고 폭압적인 검을 떨친다.
-검왕류 타구5식 : 일단 베고 보기!
빠르고 날렵한 마물이 상대라면, 정교하고 섬세한 검을 뿌린다.
-뇌제류 타구2식 : 벤 듯 찌르기!
다수의 마물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라이트닝 오러!
핏빛 뇌격을 사방으로 퍼트려 동시에 박살 낸다. 그리고 그 위로 미끄러지며 마물들 사이를 누빈다.
콰콰콰쾅!
그렇게 류한빈은 압도적인 기세로 마물들을 유린해 갔다.
더 이상 상대의 형태에 구애받지 않았다.
더 이상 상대의 크기에 구애받지 않았다.
레온하트를 비롯한 여섯 성전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창안한 타구검법이 완숙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만물을 개 패듯이 패는, 진정한 깨달음의 검이었다.
“타아아앗!”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옴팔로스의미간이 살짝 찡그러졌다.
“셀 줄이야 알았다만……
이 정도로 가차 없이 뚫릴 거라고도 생각지 않았다.
적합자 주제에 용케 저 수준까지 올라갔군.”
‘페이즈 2, 천망회회소이불실.」
r현 진행률 : 78.4퍼센트.j 차원궁 외곽, 이젠 사라진 방어막 너머의 격전지.
“하찮은 필멸자 주제에……?”
불의 메기스토는 분노하고 있었다.
“감히 신성한 땅에 발을 디디다니!”
느낄 수 있다.
아발타를 타고 떨어진 적합자와 어둠의 화신.
저들이 차원궁을 돌파하고 있음으그의 주인을 향해 더러운 칼날을 들이밀려 함을.
“불경한 놈!”
사도의 모든 것은 옴팔로스를 위해 존재한다.
오직 진정한 신을 섬기는 것만이 이들의 유일한 존재 의의.
그런 자신이 어찌 저런 벌레가 자신의 주인에게 덤벼드는 것을 두고 볼 수 있을까?
“용납할 수 없다!”
호통을 치며 메기스토는 날아올 랐다. 이대로 차원궁으로 돌아가 적을 가로막을 생각이었다.
가로막힌 것은 그였다.
“누가 보내 준다더냐?”
암흑의 창이 메기스토의 등을 노렸다. 무시하기엔 너무 강했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창을 날린 자를 노려보며 재차 흥분했다.
“네 이놈, 영술권사!”
지칠 대로 지쳤음에도 레온하트에겐 아직 저력이 남아 있었다.
그를 무시한 채 이 자리를 뜰 수는 없었다.
“좋다! 네놈을 일격에 쳐 죽이고 돌아가리라!”
“누가 들으면 이제까진 봐준 건 줄 알겠어?”
내내 밀리긴 했지만 패하진 않았다.
신성을 발동한 메기스토는 분명 압도적이었지만, 압살당할 정도까진 아니다.
“타아아앗!”
몸을 날린 레온하트의 권격이사도의 사방으로 파고들었다.
프라나와 사도의 불길이 연신 격돌했다.
계속 틈을 노려 상대의 움직임을 묶어 가던 중이었다.
“귀찮은 놈!”
메기스토의 화염검이 수십 미터까지 길어지며 산도 부술 거력이 되어 내리쳐졌다.
“키브리엘의 밤이여, 당신의 종을 보우하소서!”
양팔을 펼치며 레온하트가 프라 나를 집중했다.
-고유 영술 : 천변만화(千變萬化)의 방패!
유백색의 방패가 화염검을 가로막았다.
위력을 생각하면 막는 동시에 박살 났어야 정상.
그러나 방패는 깨지지 않았다.
격돌 순간 형태를 계속 바꾸며 적의 공세를 흘리고 또 흘린다!
콰콰콰쾅!
홀리엔의 고유 영술, 천변만화의 성채를 레온하트식으로 개조한 것이다.
물론 생사초월자처럼 들판에 성하나를 불쑥 세워 버릴 정도로 엄청난 짓은 못하지만…….
‘솔직히 그거 좀 낭비지.’
일대일 상황에서 성채까지는 필요 없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막아주는 방패면 된다.
“……전력이 아니었던 건가?”
자신의 공세가 말끔히 빗나가는 걸 보며 메기스토가 당황했다.
“아직 꺼내지 않은 밑천이 좀 있거든.”
레온하트는 비릿하게 웃었다.
류한빈과 키비에가 차원궁에 돌입했다. 그렇다면 이쪽도 다음 계획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죄를 뉘우친 홀리엔은 실로 좋은 협력자였다.
-고유 영술 : 파열하는 낙일의 창!
레온하트의 머리 위로 작은 태양이 떠오른다.
작열하는 태양이 한 줄기 섬광으로 화해 메기스토에게 날아든다.
불의 검을 휘둘러 낙일의 창을 튕겨 내며 메기스토는 인상을 썼다.
“이, 이놈이
손아귀가 저렸다. 암흑의 창보다 몇 단계나 위의 공격이었다.
그런 만큼 레온하트의 기력 소모도 몇 배나 컸지만, 그때 레벨 121의 영술사, 플라테르가 잽싸게 회복을 돕는다.
“레온하트 공!”
영술의 빛이 레온하트를 감싸며 지친 육신을 재차 일깨웠다.
임무를 다하자 플라테르는 재빨리 등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을 호위 중인 세 성전사장에게 손짓을 했다.
“튀어! 튀어! 튀어!”
전장 속으로 사라지는 그들을 바라보며 메기스토가 혀를 찼다.
“또 저놈들이냐?”
아무리 방어 영술에 자신 있는 플라테르라 해도 마신의 사도 앞에 태연히 모습을 드러내면 목숨부지하기 힘들다.
그러니 평소엔 성전사장들의 호위를 받으며 해방군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레온하트가 지칠 때만 슬쩍 나타나 회복 영술을 걸어 주는 것이다.
일단 몸을 숨기면 수많은 라트나 해방군과 천사들이 뒤엉켜 싸우는 이 혼탁한 전장에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 이놈들이……
메기스토는 초조해했다.
이래서는 의무를 다할 수 없었다.
물의 페크렐룸을 상대로 힘겨운 전투를 이어 가던 아티스.
그 역시 차원궁 쪽을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제 겨우 한빈이 돌입했나.”
창백해진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이쪽도 밑천을 꺼내 줘야지.”
페크렐룸이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힘을 숨기고 있었다고 하고 싶은 건가?”
틀림없이 허세였다.
“그대가 전력을 다했음은 내 이미 잘 알고 있노라!”
염룡왕의 지팡이를 겨눈 채 아티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래.”
레온하트와 달리 그는 딱히 숨겨 놓은 비장의 마법 같은 건 없었다.
‘대신 비장의 전법을 숨겨 놓았지만.’
등 뒤를 향해 아티스가 우렁찬외침을 터트렸다.
“지금이다!”
혼란한 전장 속에서 다섯 대의 수레가 맹렬히 질주했다. 강철과 금속, 보석이 가득 쌓인 수레였다.
수레를 모는 마부들이 서로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메카 아티스 포메이션, 전개!”
항상 무심하던 물의 페크렐룸에게 인간적인 표정이 떠올랐다.
황당함이 었다.
‘……메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