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88
옴팔로스 (3)
청발의 소녀가 중얼거렸다.
“한다.”
바람의 여신이 세계의 책무에서 손을 놓았다.
그러나 폭풍이 몰아치거나 하는 등의 세계의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옴팔로스도 다음 일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의무를 넘 겨 받았다.
“자꾸 라트나 좀 부수지 말아주겠나? 이제 곧 내 것이 될 소중한 세계인데.”
투덜대며 마신은 프렐류를 노려보았다.
이걸로 바람의 여신도 잠시나마 힘을 되찾았다.
‘무슨 수를 쓸지 모르니 대비하고 있어야지.’
소론디의 화신이 하늘에서 뭘 떨어트렸는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녀가 머리 위로 손을 들었다.
바람이 불며 여섯 개의 작은 구슬이 허공에 나타난다.
옴팔로스가 인상을 썼다.
뭔가 했더니 화신 일행이 취했던 여신의 성물들이었다. 그들로부터 여섯 성물을 도로 거둔 것이다.
류한빈 본인이 지니고 있던 빛과 어둠의 성물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걸 왜 굳이?’
이제 와서 저걸 거둔다고 딱히 한빈이나 화신 일행이 도로 약해 지거나 하진 않는다. 이미 모든 권능이 빠져나간 찌꺼기일 뿐이다.
‘딱히 쓸모가 없을 텐데?’
여섯 개의 구슬이 일제히 류한 빈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고 기간 트의 넓은 검 면에 일제히 박혔다.
“ 했다.”
재차 중얼거리며 프렐류가 키비에에게 눈짓을 했다.
어둠의 포탈이 다시 열렸다.
“ 간다.”
저 말을 끝으로, 청발의 소녀는 어둠에 몸을 담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다.
그냥 그렇게 가 버렸다…….
“굉장히 말이 짧은 분일세.”
황당해하며 옴팔로스가 뇌까렸다.
“아니, 그래서 대체 뭘 한 건데?”
의미심장하게 나타났으면 뭔가를 보여 줘야 하는 것 아냐?
그때 류한빈이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미안, 거짓말했어.”
그의 기간트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비장의 수단 그거, 내가 하는거 맞아.”
*
*
*
검 면에 박힌 여섯 개의 구슬이 빛을 발했다. 성광이 류한빈의 사지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빛의 여신, 알티아.
대지의 여신, 소론디.
바람의 여신, 프렐류.
라트나를 관장하는 여섯 여신 중 셋의 신성이었다.
필멸자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는 신의 힘, 하지만 신성의 그릇이라면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광풍이 불며 한빈의 머리칼이사납게 나부꼈다. 가공할 기세가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옴팔로스도 상황을 알아차렸다.
‘그렇군, 성물을 일종의 촉매로 쓴 건가.’
여신의 축복을 담은 여섯 성물들.
저것에 담긴 권능이 신성 그 자체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라트나의 4대력, 신성을 이용해 구현된 필멸자의 힘이다.
그러나 세계의 균형이 여기까지 깨져 버렸으니, 성물을 통해 신성 그 자체를 주입시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거, 소용없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피시식 하면서 성광이 사그라진다.
기껏 손에 넣은 세 여신의 신성은 억제되고, 류한빈도 그저 신성을 지녔을 뿐인 필멸자로 돌아갔다.
왕년의 가르한이나 제노비아, 홀리엔과 비슷한 처지가 된 셈이었다.
신성은 담았으되 완전히 봉인되어 있다.
「종족 : 인간. 검사 1V. 7j 어이가 없어 마신이 물었다.
“뭘 하고 싶었던 거냐? 설마 이 럴 줄 몰랐던 건가?”
“아직 안 끝났어.”
대뜸 류한빈이 기간트를 허공에 내리쳤다.
– 천상천하유아독존!
슬쩍 뒤로 물러서며 옴팔로스는 의아해했다.
아무것도 변한 기미가 없었다.
“아무래도 통하지 않은 것 같다만?”
“응, 알아.”
검을 내린 채 한빈이 씨익 웃었다.
“이거, 댁한테 건 거 아냐.”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다시 한번 성광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나 자신에게 걸었지.”
*
옴팔로스가 펼친 신성 억제 권능, 천상천하유아독존.
이로 인해 라트나의 신성은 억제되었다. 하지만 모든 신성이 억제된 것은 아니다.
옴팔로스 자신의 신성은 여전히 아무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을 잘 살펴보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사용자 자신에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같은 권능끼리 충돌할 경우엔 어떻게 될까?
한번 억제된 신성을, 다시 한번 자신의 천상천하유아독존으로 억제한다면?
이 경우, 자신이 억제한 신성만큼은 자신의 의지로 사용할 수 있다!
“타아아앗!”
한빈의 기합이 더더욱 커졌다.
그가 억제한 여신의 신성, 그 찬란한 성광도 더더욱 거칠게 불타올랐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옴팔로스는 혀를 찼다.
“이런, 내가 멍청했군……
그 역시 잘 아는 수법이었다.
제노비아가 찾아낸 천상천하유아독존의 대항법.
청동의 대사, 이쉬클라핌이 사용했던 것이 바로 저 방식이었으니까.
‘내가 써 놓고도, 남이 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미처 못 했나.’ 곤란하다.
저 방식에 대한 추가 대처법까지는 그 역시 모른다.
콰콰콰콰쾅!
지나치게 응축한 힘이 파괴의 폭풍이 되어 사방으로 불어닥쳤다.
옴팔로스의 표정에도 웃음이 사라졌다.
가이드라인에 비친 놈의 정보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종족 : 반신(半神 :demigod), lv. 불명(不明)j 참세의 검을 고쳐 쥐며 마신은 긴장했다.
“이거, 만만치 않겠군……
전신에 흐르는 신성을 느끼며 류한빈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미리 파악해 두길 잘했네.’
옴팔로스에겐 습관이 있다.
유들거리는 태도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실은 도박을 싫어하며 확실한 결과를 중시한다.
그래서 뭔가 모르는 게 나오면 일단 물러서서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뭐, 아발타 쿵 떨어뜨린 것도 크게 영향을 줬겠지만.’
덕택에 시간을 벌었다.
키비에 통해서 프렐류 부르고, 프렐류 통해서 기간트에 성물 박고, 성물 통해서 신성 끌어내고, 도로 억제된 신성에 천상천하유아독존 걸고…….
솔직히 너무 오래 걸린다! 이걸 누가 두고 봐 준다고?
그래서 연기가 필요했다.
놈을 계속 동요시키고, 대비하게 만들었다.
“준비는 끝났다!”
류한빈이 머리 위로 기간트를 치켜들었다. 붉은 번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라이트닝 오러!
뇌격 위를 미끄러지며 삽시간에 거리를 좁힌다. 기간트가 연신 불을 뿜는다.
“좋다,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자!”
옴팔로스도 참세의 검으로 맞섰다.
칼날과 칼날이 허공에 맞부딪쳤다.
순간 한빈이 뇌전을 박차고 3차원적으로 움직이며 기간트를 꺾어 휘둘러 댔다.
-뇌제류 타구3식 : 베기와 찌르기 사이!
괴상한 각도의 참격이 참세의 검 틈새로 파고들었다.
사선으로 베어 가며 대각선 방향으로 꺾어 찌르는, 말 그대로 베는 것도 찌르는 것도 아닌 기괴한 일격.
‘이건 뭐야?’
검술의 상식에서 벗어난 공격이다.
이건 상대의 반응에 따라 베기도, 찌르기도 될 수 있다.
‘상대할 수는 있는데, 상종하기는 싫은 스타일이군.’
참세의 검을 거두며 마신이 방어 태세로 전환했다. 빛의 날개로부터 사이한 성광이 쏟아졌다.
파아아앗!
순간 한빈이 검을 틀며 양손을 내밀었다.
기간트의 검 면을 내밀어 방패로 쓴다!
-한빈류 풀 가드!
콰아아앙!
붉은 폭풍이 일어나 마신의 성광을 막아 냈다.
류한빈이 창안하고, 에피르가 손 좀 보고, 레온하트가 완성시킨 뒤, 가르한이 추가로 개조해 준 특유의 방어법이었다.
‘이건 뭐, 손을 너무 많이 타서 내 이름 붙이기도 민망하다만.’
다시 공세로 전환하며 류한빈은 한 줄기 적광이 되었다.
번개 사이사이로 붉은 궤적을 남기며 옴팔로스를 향해 연신 참 격을 날린다.
-검왕류 타구5식 : 일단 베고 보기!
쏟아지는 공세 속에서 옴팔로스가 마법을 동원했다.
“흥!”
코웃음을 치며 왼손으로 허공을 휘젓는다. 무수한 마법진이 무수한 마법을 토해 낸다.
콰콰콰콰콰!
‘아까는 못했지만……
갑자기 한빈의 신형이 사라졌다.
‘이젠 배운 걸 할 수 있지!’
이 붉은 번개에도 이제 신성이 깃들었다. 번개 위로 미끄러지거나 박차고 뛰어오르는 것을 넘어, 번개와 번개 사이를 그대로 공간 이동해 버린 것이다.
단숨에 옴팔로스의 배후를 장악한 류한빈이 성광의 검격을 내리쳤다.
-투혼참!
순간 옴팔로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빈의 배후에 나타났다.
날아드는 참세의 검을 투혼섬으로 받아치며 류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참.’
공간 이동은 옴팔로스도 할 수 있다는 걸 잠시 잊었다.
문제 없다.
이 역시 미리 ‘저쪽’에서 연습해 두었다.
다시 한빈이 번개와 번개 사이로 공간을 뛰어넘었다.
다시 옴팔로스가 사라지고 나타났다.
검과 검이 충돌하고 마법이 작렬하며 대기가 들끓는다. 일 검을 나눌 때마다 세상이 흔들린다.
쾅! 쾅! 콰콰쾅!
서로의 존재를 간파해 존재 자체를 베는 전투.
그야말로 신들의 싸움이었다.
*
*
*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굉음이 차원궁 전역에 울려 퍼진다.
흐르는 황금 용암 위에서 둘은 싸우고 또 싸웠다. 어느 한쪽도 밀리지 않는 팽팽한 싸움이었다.
이전의 류한빈은 아무래도 옴팔로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신을 해할 무기와 기술은 있었으되, 지닌 힘의 격차가 커도 너무 컸다.
지금은 다르다.
그 역시 여신의 신성을 머금고 있다. 이 세계, 라트나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지막지한 권능을.
반면 옴팔로스는 라트나의 절반 이상을 지탱하는 중이다.
알티아와 소론디, 프렐류가 손을 놓았고 키브리엘의 신성은 쪼개져 1/3은 마신에게, 2/3는 키비에 속에 봉인된 상태.
홀가분한 자와 짊어질 대로 짊어진 자 사이엔 이제 더 이상 격차가 없다.
“……여신들이 준비는 제대로 했군.”
덤벼드는 류한빈을 바라보며 마신은 혀를 내둘렀다.
“이대론 저놈을 이길 수 없겠어.”
과연 어스 신족의 수법은 대단하다.
마신의 사도들처럼 처음부터 그렇게 창조한 것도 아닌, 순수한 필멸자를 곧바로 신성의 그릇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솔직히 지금도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감탄이 나온다.
하지만…….
“타아아앗!”
기합을 터트리며 류한빈이 더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
여전히 옴팔로스는 밀리지 않았다.
차분히, 침착하게 받아 내며 오직 버텨 낸다.
마신의 입가에 미소가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저놈도 이 나를 어찌할 수 없겠고.”
날 때부터 신이었고, 언제나 신으로 살아온 그였다. 비슷한 양의 신성을 담고 있다 해도 지닌 세월이 달랐다.
적어도 갓 신성을 손에 넣은 데 미갓에게 밀릴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밀리지만 않으면 옴팔로 스의 승리다.
지금도 시간은 잘만 흘러가고 있었으니까!
「페이즈 2, 천망회회소이불실.」
「현 진행률 : 91.1 퍼센트」
콰아아앙!
강렬한 충격과 함께 양쪽 모두 뒤로 밀려갔다.
자세를 고쳐 잡으며 한빈이 호흡을 골랐다.
“후우우우……
그런 그를 바라보며 옴팔로스는 빙그레 웃었다.
“아직 미숙하구나, 반쪽짜리 신이여.”
잠시 긴장했지만, 이 정도면 심각한 위협은 아니다.
“그래, 미숙한 건 사실이지.”
의외로 류한빈도 순순히 동의했다.
“덕분에 익숙해지느라 한참 걸렸어. 역시 연습과 실전은 다르구만.”
날뛰던 신성이 정련되어 간다.
순수하게 뭉치고 뭉쳐, 의지하에 놓이며 한 자루 칼날이 된다.
‘그릇에 담긴 물로…… 목을 축인다……
칠흑의 눈동자에 푸른 전광이 번뜩였다.
?투신강림am神降臨)!
“무, 무슨?”
경악한 옴팔로스의 머리 위로 검붉은 빛이 내리꽂혔다.
더 이상 오러가 아닌, 신성 그 자체의 칼날이었다.
콰아아앙!
참세의 검으로 받아 낸 마신의 무릎이 꺾였다.
“크윽 j”
그대로 짓누르며 류한빈은 맹수처럼 웃었다.
“아, 이제야 좀 감각이 돌아오네.”
「종족 : 신(神). lv. 불명(不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