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290
칼테라의 마신 (1)
빛의 화면 전체가 미친 듯이 번쩍거린다. 깨진 문자가 쉴 새 없이 화면을 통해 흘러나온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당황하며 옴팔로스는 ‘신의 지혜’를 조작해 정상화시키려 했다.
소용없었다.
「오류 코드 발생. 수정 작업개 시 시 시 시 시 시 시 시.? J
「옭유부잨탈수용가…….J 온갖 박살 난 메시지만을 토하던 빛의 화면이 겨우 멀쩡한 글귀를 비쳤다.
「페이즈 3, 신의 소유물을 취소합니다.」
‘페이즈 2, 천망회회소이불실을 취소합니다.」
「페이즈 1,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취소합니다.」
기껏 진행한 계획들이 모조리 취소된다.
기껏 먹어 치운 세상도 도로 사라진다.
r자격.. 부족… 계획…
취소…….J
「자겨겨겨겨겨, 부부부부부, 취수수수수
.J
「계계계계취취취취옭수탈탈라 라라…J 화면이 미친 듯이 꼬이고 문자가 뭉개진다.
신의 지혜 역시 미친 듯이 꼬이며 헝클어진다.
‘안 돼……
옴팔로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완전히 손에 넣었던 라트나.
한 세계의 모든 것이 모래처럼 손아귀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다!
“대체 왜 이러는 거냐!”
악을 내지르며 칼테라의 마신이 신성한 언령을 토했다.
-멈. 추. 어. 라!
쥐뿔도 먹히지 않았다.
「부적절한 명령이 감지되었습니다.」
「올바르지 않은 명령은 행성 포식 프로세스에 어긋납니다.」
“야! 내 신성에 내가 명령을 내리는데 부적절하긴 뭐가 부적절해?”
옴팔로스는 발버둥 쳤다.
모든 지혜와 지식을 동원해 무너지는 댐을 막으려 했다.
“페이즈 1, 천상천하유아독존재발동!”
「부적절한 명령이 감지되었습니다.j
“페이즈 2, 천망회회소이불실 재발동!”
「부적절한 명령이 감지되었습니다.j
“페이즈 3, 신의 소유물 재발동!”
「부적절한 명령이 감지되었습니다.J 정보가 사라진다.
옴팔로스가 취한 키브리엘의 신성, 그를 통해 해석한 라트나의 정보.
이 세계로 하여금 마신을 받아들이게 한 여신의 지혜가 모래처럼 흩어져 간다.
마신은 신음했다.
“ 아아??????
빛이 그를 비추지 않기 시작했다.
어둠이 그림자를 드리우지 않기 시작했다.
바람이 존재를 비껴 흐르고, 대지가 걸음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권능으로 이루어진 육체에서 피와 온기가 사그라진다.
“아아아……
방금 전까지 라트나의 신이었던 자신이, 또다시 세계에 비쳐진 본질의 잔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행성 포식 프로세스가 종료되었습니다.」
“말도 안 돼……
넋 나간 얼굴로 옴팔로스는 중얼 거렸다.
“완전히 이 손에 들어왔었는 기다렸다는 듯이 추가 메시지가 떴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문구가, 멋대로 조합되어, 앞뒤가 맞지 않는 메시지를 내뱉는다.
「현 상황에서 귀하가 라트나를 포식할 확률은 5% 미만입니다.
현실적인 대처 방안으로 빠른 자살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번쩍거리는 굵직한 문구.
「자살하시 겠습니까?」
미친 듯이 절규를 터트리며 마신은 신의 빛을 내뿜었다.
“으아아아악!”
처절한 광휘가 모든 빛의 화면을 일제히 박살 내 버렸다.
빛의 사슬에 묶인 채 류한빈은 눈을 껌뻑거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마신이 발작을 일으키더니 오만 상을 찌푸리며 절망에 빠져 버렸다?
도저히 속사정을 짐작할 수 없지만…….
‘기분 탓인가, 왜 남 일 같지 않은 느낌이 들지?’
키비에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그녀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다.
여신의 전지가 알려 주고 있었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 정확히는 어떤 식으로 돌아왔는지를!
“라트나의 잠식이 멈췄어! 옴팔로스도 도로 외신이 되었고!”
벌떡 일어나며 키비에가 외쳤다.
“놈의 영향력이 사라졌어!”
“지, 진짜야?”
도저히 믿기지 않아 류한빈이 되물었다.
“확실해.”
키비에의 어깨 위로 칠흑의 기류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 여신이 되었으니까.”
그녀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어둠이 한빈을 얽매던 마신의 사슬을 간단히 끊어 버렸다.
잠시 후, 류한빈도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
‘정말이잖아?’
그에게 깃들었던 세 여신의 신성이 다시 세상으로 환원되고 있었다.
옴팔로스가 짊어지던 세상의 책무, 그것이 다시 알티아와 소론디, 프렐류에게로 돌아간 것이다.
마신의 계획은 실패했다!
“우리가 이겼어!”
키비에는 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서 있는 이계의 마신을 향해.
“전부 끝났다, 옴팔로스.”
옴팔로스의 화신체로부터 검은 기류가 흘러나온다. 그가 훔쳐 간 어둠의 신성, 그 일부였다.
어둠이 원주인에게로 되돌아갔다.
키비에가, 키브리엘이 되었다.
마신을 살펴보며 어둠의 여신이 중얼거렸다.
“그렇군요. 신의 지혜가 헝클어졌으니……
여신의 지혜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다.
“더 이상 우리의 신성을 해독할 여력조차 없는 것이군요?”
마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침묵할 뿐.
“칼테라의 옴팔로스여.”
그런 그를 향해 키브리엘은 단언했다.
“그대에겐 이제 라트나를 침범할 힘이 없습니다.”
여섯 여신이 온전해졌다.
라트나의 가호 역시 완전해졌다.
“돌아가세요, 당신이 있어야 할 광야로.”
여전히 마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 * *
절망 속에서 옴팔로스는 생각했다.
‘왜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모르겠다.
신의 지혜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하다.
간신히 지혜의 편린을 긁어모아 이유를 찾는다.
‘대체 무엇이 원인이지?’
되짚어가고 되짚어간다. 모든 계획을 거슬러 올라 시초부터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한다.
“아!”
알겠다.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무엇이 원인인지는 찾았다.
“엑토스……
어스 신족의 권능을 베껴서 창조한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지구인과 접촉시킨 것이 문제였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틀림없었다.
엑토스가 저 오류를 덮어 두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오류가 계속 커지고 커지지 않았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다.
단 하나의 실수, 그리고 그것을 묻어 버린 것이 이 모든 사달의원인이었다.
마신은 분노했다.
“엑토스, 이노오옴!”
“크윽!”
신음을 흘리며 에피르는 뒤로 물러섰다.
“제법 까다롭긴 했지만……?”
엑토스가 잔인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슬슬 한계인가 보구나.”
열심히 버텨 온 에피르였지만, 역시 마신의 신성을 휘두르는 사도의 힘은 감당키 어려웠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칠 수밖에 없었다.
전신이 피투성이, 포스는 바닥을 드러냈고 기력은 고갈되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다.
‘더 못 버티겠는데……
마지막 기대를 담아 소녀는 차원궁 저편을 바라보았다.
‘한빈 님은 아직인 건가?’
그때 였다.
갑자기 엑토스가 비명을 터트렸다.
“크어어억!”
‘뭐지? 난 아무 짓도 안 했는데?’ 당황한 에피르의 눈동자에 울부 짖는 마신의 사도가 비친다.
“용서하소서! 나의 주인이여!
용서하소서!”
절규와 함께 엑토스의 전신이 부풀어 올랐다.
“제발 용서를……
그리고 폭발.
콰아아아앙!
사방에 빛의 입자가 자욱하게 퍼졌다.
에피르가 맹한 음성을 흘렸다.
“??????어머?”
*
*
*
옴팔로스의 분노는 멈추지 않았다.
엑토스뿐만 아니다. 다른 사도들 역시 똑같은 결함을 내재하고 있다.
같은 결함을 내재하고 있으니,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도 있다.
더 이상 이들을 신뢰할 수 없다.
인정해야 한다. 이들은 실패작이다.
‘폐기 처분한다.’
창조주의 천벌이 피조물에게 향했다.
레온하트를 상대하던 불의 메기 스토가 비탄의 절규를 토했다.
“나의 주여!”
아티스를 상대하던 물의 페크렐룸이 비통의 눈물을 흘렸다.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마나키라스를 상대하던 바람의 네아셀리는 그저 울부짖을 뿐.
“어째서? 대체 어째서?”
이들 역시 엑토스와 같은 운명을 맞았다.
전원 폭발하며 빛이 되어 사라져 버렸다.
차원궁 사방을 에워싼 채 라트나 해방군을 상대하던 수많은 천사 군단.
이들 역시 모조리 빛이 되어 사라져 갔다.
죽어 가면서도 신의 찬미를 노래하던 입술에서 처절한 비명이 아우성쳤다.
아아아아악!
성스러운 아비규환이었다.
키브리엘이 눈살을 찌푸렸다.
“잔인하군요. 그대만을 믿고 따르던 이들이지 않나요?”
드디어 마신이 입을 열었다.
“피조물을 보살피는 것은 칼테라의 본질이 아니지요.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 바람에 꼴이 우습게 되었군요.”
그리고 키브리엘을 노려보며 되물었다.
“돌아가라고 했던가요?”
“그렇습니다. 당신에겐 더 이상 라트나를 노릴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건 맞는 말이군요.”
한차례 광기를 폭발시켰기 때문일까?
옴팔로스는 다시 차분해진 듯한 모습이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건, 이는 어스 신족의 승리입니다. 제 부족함을 인정하지요.”
여신들의 힘이 완전해졌다.
라트나의 가호도 돌아왔다.
이제 곧 옴팔로스는 라트나에서 추방되어, 세계의 저편으로 쫓겨 나리라.
“그렇다고 그냥 순순히 물러설 순 없지 않겠습니까?”
차분한 그의 전신에서 기이한 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완전해진 것은 여신들의 힘뿐만이 아니다.
옴팔로스의 힘 역시 완전해졌다.
더 이상 그는 라트나를 유지하는 책무를 짊어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거대한 황금의 해일이 마신의 전신에서 솟구쳤다.
쿠우우웅!
흠칫 놀란 키브리엘이 뒤로 물러 섰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은 건가요?
아무 이득도 없을 텐데?”
마신이 고개를 들었다.
“압니다, 전 이제 곧 라트나에서 추방되겠지요.”
흉흉한 금안이 번뜩였다.
“그 말은, 지금 당장 추방되지는 않는다는 소리도 되지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도 마신은 억지로 이 세계에 매달려 있다. 적어도 몇십 분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하지만 그래서? 그걸로 뭘 할 수 있다고?
설마 눈앞의 키브리엘이라도 잡아가려는 걸까?
옴팔로스의 권능은 분명 키브리 엘보다는 몇 배나 강하다. 일대일 상황이라면 무조건 그의 승리다.
하지만 의미가 없다.
키브리엘은 화신으로 이 땅에 강림해 있다. 만약 옴팔로스가 그녀를 노린다면, 그냥 화신체를 포기하고 어둠으로 돌아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대체 무슨……
의아해하는 키브리엘을 향해 옴팔로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신들이야 내 어찌할 순 없겠지만……
마신의 시선이 옮겨졌다.
“저 인간 정도는 어찌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기간트를 쥔 채 상황을 지켜보던 거구의 근육질 전사에게로.
콰아아앙!
거대한 힘이 폭주했다. 옴팔로 스의 모습이 사라졌다.
인간의 형태가 금빛으로 화하며 한없이 커져 간다. 커지고 커지며, 차원궁 전체가 녹아내려 빛의 일부로 화한다.
사방이 요동치며 굉음을 토했다.
쿠쿠쿠쿠쿵!
기겁하며 류한빈이 몸을 날렸다.
“켁! 뭐야? 저놈 왜 저래?”
사방이 녹아내려 발 디딜 곳이 없었다. 바로 붉은 번개를 발해 그 위에 올라섰다.
고개를 든 그의 눈에 거대한 괴물의 모습이 비쳤다.
아홉 개의 머리와 열두 장의 날개, 다섯 개의 꼬리를 지닌, 무려 수백 미터에 달하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형태의 황금빛 괴수.
화신체를 벗어 던지고 본질을 드러낸 칼테라의 마신이었다.
“크아아아아!”
아홉 개의 머리, 그중 여덟이 일제히 울부짖었다.
“그래, 라트나는 포기했다!”
흉포한 살기와 분노, 증오가 한 작디작은 인간에게로 쏟아진다.
“하지만 네 녀석만큼은 포기할 수 없지! 이 빌어먹을 지구인 놈!”
류한빈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분명히 옴팔로스의 계획을 막아냈다.
이 세계, 라트나도 훌륭하게 구해 냈다.
그런데 그 대가로 자신이 죽게 생겼다!
“이런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