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3
자살하시 겠습니까? 까?(2) 칼 한 자루 손에 쥔 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아??????
붉게 물든 하늘 한쪽에 자신의 정보 창이 보였다.
갱신된 스테이터스였다.
r류한빈 : 검사(劍士) lv. 1보유 스킬 : 무(無) 근력 21, 체력 17, 회복력 13, 방어력 12, 동체 시력 5, 반사신경 7, 순발력 8, j 뭐, 갱신이라고 해 봤자 그냥 검사라는 단어 하나 달랑 붙은 게 전부지만.
암담하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나, 정말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귀하의 재능으로 셀하 라트나에서 생존할 확률은 5% 미만입니다. 현실적인 대처 방안으로 빠른 자살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굵직한 글귀가 반짝거리며 추가로 선택지가 떴다.
「자살하시 겠습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 현기증이 올지경이다.
류한빈은 선택지에 대고 힘차게 중지를 쌔려 주었다.
“좆 까!”
? * *
어찌 되었건 칼 한 자루는 생겼다.
그리고 슬슬 배도 고팠다.
한빈은 무심코 쓰러트린 마견의사체를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생존하려면 먹을 것이 필요하다.
“저거, 혹시 먹을 수 있나?”
가이드라인이 발동했다.
「식용 가능.」
r마견의 고기 : 필수 아미노산과 지방 함유. 화식(火食) 권장.」
「마견의 피 : 수분, 탄수화물, 섬유질, 필수 미네랄 함유. 음용 권장.」
“말인즉슨, 이놈 고기 구워 먹고 피 떠다 마시면 굳이 야채나 다른 음식 안 챙겨 먹어도 필요한 영양소는 전부 섭취할 수 있다는 소리네?”
저 설명대로라면 무슨 완전식품이나 다름없지만…….
“세상에 그렇게 속 편한 음식이 있을 리가?”
딴 건 둘째 치고, 왜 혈액에 탄 수화물과 섬유질이 포함되어 있어?
저놈은 자기 피로 광합성 하냐?
말이 안 되어도 너무 안 되는 것이다.
“이거, 아무리 봐도 또 오류 뜬 거 같은데.”
문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먹을 게 이것밖에 없으니 굶어 죽기 싫으면 먹어야 한다.
“화식 권장이라고 했겠다.”
굳이 권장하지 않아도 날고기 뜯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얕은 지식으로 어떻게 불을 피우고, 용케 고기까지 구웠다.
……말로야 간단하지만, 여기까지 대충 6시간 걸렸다.
온갖 시행착오로 얼룩진 고난의 6시간이었다.
“힘들어 뒈지겄네……
덕분에 일단 배는 채울 수 있었다.
“맛은 더럽게 없지만.”
구운 고기를 반 정도 먹어 치우고 나머지는 만일을 위해 남겨놓았다.
마견의 피까진 차마 마실 엄두가 나질 않아 그냥 버렸다.
그럭저럭 배를 채우고 나니 격렬한 피로와 졸음이 밀려왔다.
전혀 모를 세계에 떨어져 극심한 긴장 속에서 사투까지 벌였으니 그럴 법도 했다.
‘일단은 좀 쉬어야겠어.’
워낙 울퉁불퉁한 바위산이다 보니 사람 하나 들어갈 정도의 공간은 의외로 많았다.
적당한 바위틈에 몸을 끼워 넣고 나뭇가지들로 입구를 어설프게나마 막았다.
이내 그는 혼절하듯 깊은 잠에 빠졌다.
정체 모를 세계, 셀하 라트나.
류한빈이 이 지옥에 떨어진 첫 번째 날의 일이었다.
마견이 포효하며 덤벼든다.
크허어엉!
인간도 포효하며 맞서 싸운다.
“으아아아!”
개싸움이 이어졌다.
이빨도 발톱도 없는 마견은 슬플 정도로 타격만으로 싸우고, 무술도 뭣도 모르는 인간은 장검을 무슨 몽둥이처럼 마구 휘두른다.
“죽어! 죽어! 죽어!”
열심히 얻어맞아 가며 베고 찌르고 쑤시고 나니 겨우 마견이 절명했다.
여지없이 뜨는 가이드라인.
「lv. 1 마견 퇴치. 경험치 11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127/135j
“이, 이겼다……
여기저기 붓고 찢어져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인간 청년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어서 해체해야지. 아이고, 삭신이야……
셀하 라트나에 떨어진 지 닷새째.
류한빈은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었다.
쓰러뜨린 마견의 사체를 짊어지고 한빈은 동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장검으로 마견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거참, 이 짓도 하다 보니 익숙해지네.”
전문 도축업자가 보면 여전히 엉망이겠지만, 닷새 전과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깔끔한 솜씨였다.
해체를 마치고 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뒤 모닥불에 얹어 천천히 익힌다.
구운 마견 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한빈이 중얼거렸다.
“이 마견이란 거, 아무리 봐도 자연스러운 생물은 아니란 말이야.”
이빨도 발톱도 무뎌 별로 위협적인 맹수도 아닌 주제에, 뜬금없이 휙 나타나서 무턱대고 사람을 공격한다.
물론 매번 싸울 때마다 죽도록 얻어터지는 류한빈에겐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진짜 야생 들개였다면 바로 물려 죽었겠지.”
슬슬 확신이 들었다.
“역시 여긴 인위적인 세상이야.”
적당히 수준에 맞는 몬스터가 나타나 전투를 경험시켜 준다?
그 몬스터의 이빨도 발톱도 뭉개 놓아, 한순간의 실수로 골로 갈 일은 피하게 해 준다?
심지어 몬스터를 해치우면 적당히 먹을 것이 생겨 생존을 유지하게 해 준다?
무엇 하나, 정상적인 생태계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반면 개념 자체는 또 익숙하다.
“완전히 게임에서의 튜토리얼지역이잖아?”
생각해 보면 앞뒤가 맞았다.
‘가이드라인은 이곳에서 생존, 성장하라고 했지.’
최소한의 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일종의 배려라면 납득이 간다.
애당초 누군가의 인위적인 손길이 닿은 몬스터라는 이야기다.
짐작이 가는 부분은 또 있다.
이곳에 처음 납치되었을 때, 빛 속에서 몰래 들었던 대화였다.
-적합자 숫자가 이거밖에 안되나?
-수백 명이나 되는데…….
-적합자 넘버 398.
즉, 이 세계에 납치된 이는 류한빈 혼자가 아니다.
분명히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최소 수백 명이.
‘뭔가 목적이 있어서 대규모로 사람을 납치했고, 이 세계에 떨어트렸어. 그렇다면 초반에 불필요하게 죽어 가는 꼴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을 테지.’
그때 문득 류한빈은 다른 의문을 떠올렸다.
여태 그는 다른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직 이상할 정도로 만만한 몬스터, 마견만 만났다.
“잠깐, 그럼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는 거야?”
느닷없이 시야 한구석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록 마운틴 에리어 외부 지역부터는 다른 적합자들과 함께 셀하 라트나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1V. 5에 도달해 현 지역을 벗어나 다른 적합자들과 합류하십시오.」
“록 마운틴 에리어?”
추가 설명도 떠올랐다.
「스타트 존 : 록 마운틴 에리어초기 사망률을 낮추고 효율적으로 강해지기 위해 적합자의 능력에 상응하는 몬스터만을 배치한 안전지대. 적합자를 lv. 5까지 성장시켜 셀하 라트나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함.」
쉽게 말해서, 갑자기 고위 몬스터와 조우해 개죽음당할 일 없이 착실하게 기초 실력을 다질 수 있게 만든 장소란 소리.
“아니, 이걸 왜 이제야 가르쳐주는 거야?”
여기 어디냐고, 이 바위산은 뭐냐고 몇 번이나 물었었는데!
「옭유부잨탈수용가
‘그렇지, 이거 이런 물건이었지.’ 이젠 화낼 기분도 안 든다.
류한빈은 허탈하게 웃었다.
“이제라도 가르쳐 줘서 참 고맙다, 씨발.”
다음 날도 류한빈은 마견 한 마리를 붙잡고 개싸움을 하고 있었다.
“으아아아!”
손에 든 장검을 마구 휘두른다.
그 와중에 또 죽어라 두들겨 맞는다.
퍽! 퍽! 퍼버벅!
어쩔 수 없었다.
무기라곤 이놈의 장검 하나뿐이니 무조건 근접전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젠장! 젠장!”
한빈도 바보는 아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궁리를 했다.
사정거리를 벌리기 위해 근처 나무를 깎아 투박한 장대를 만들고 뾰족한 돌멩이를 달아 석창을 제작해 보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재료를 조달할 수 없는 것이다.
바위산의 나무들은 전부 말라 죽어, 류한빈의 힘으로도 뚝뚝부러지는 것들뿐이었다.
마견을 찔러도 충격을 주긴커녕 창이 먼저 작살났다.
당연히 활이나 석궁 등도 만들 수 없었다.
그저 믿을 거라곤 손에 든 이장검 한 자루뿐.
“으아아아!”
겨우 죽였다.
또 메시지가 떴다.
「lv. 1 마견 퇴치. 경험치 11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139/135」
이번엔 추가 메시지도 있었다.
「필요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근력 2, 체력 2, 회복력 1, 방어 력 2 상승.」
「‘찌르기’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레, 레벨 업이다!”
흥분한 류한빈의 눈에, 확실히 변한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r류한빈 : 검사(劍士) lv. 2보유 스킬 : 찌르기 근력 23, 체력 19, 회복력 14, 방어력 14, 동체 시력 5, 반사신경 7, 순발력 8.j 레벨 업으로 변화한 부분은 체력이나 근력뿐만이 아니었다.
‘찌르기’라는 스킬이 생겼다.
“이건 어떻게 쓰는 거지?”
진지하게 허공에 검을 찔러 보았다.
파앗!
순간 류한빈은 기겁해 제자리에 굳었다.
“우와?!”
지금까지의, 몽둥이처럼 엉망으로 휘둘리던 장검이 아니었다.
놀라울 정도로 날카롭게 허공을 찔러 간다.
체중 이동도, 스텝도, 팔다리의 움직임도 모두 무술의 이치에 맞아떨어진다.
마치 깨달음을 얻은 기분이었다.
흥분하며 그는 몇 번이나 허공에 장검을 찌르고 또 찔렀다.
“하하하하!”
이 지옥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순수한 기쁨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제 마견 정도는 쉽게 해치울 수 있겠어!’류한빈이 이 세계에 떨어진 뒤 열흘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는 여전히 마견과 싸우고 있었다.
“으아아아!”
그리고 여전히 개싸움이었다.
“젠자아아앙!”
찌르기 스킬을 터득했을 때만 해도, 한빈은 이제 마견을 상대하는 전투가 한결 편해질 것이라 여겼다.
아무것도 모를 때도 그럭저럭 잡을 수 있었으니 스킬이 생긴 지금은 훨씬 쉬울 거라고.
착각이었다-
크 e e 己.
1 _ ‘ ? 1 _ ?
「종족 : 마견(魔犬). 1V. 2셀하 라트나의 하급 몬스터. 무장 상태의 성인 남성에 비등한 전투력 보유.」
“레벨이 2로 올라 있고, 은근슬쩍 비무장이란 단어도 바뀌었잖아!”
그렇다.
분명 가이드라인의 설명엔 이런 문구가 붙어 있었다.
「적합자의 능력에 상응하는 몬스터만을 배치한 안전지대.」
류한빈이 약하면, 몬스터도 그만큼 약한 상태로 나타난다.
반대로 말하면, 류한빈이 강해질 경우 마견도 그에 따라 강해 지는 것이다.
적합자의 초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이라면 당연한 이야기이긴 했다.
물론 당사자 입장에선 그저 억울할 뿐이겠지만.
“빌어먹을!”
이 지옥에 떨어진 지 14일째.
류한빈은 열심히 마견을 죽이고 또 죽였다.
그리고 결국 경험치를 채웠다.
rlv. 2 마견 퇴치. 경험치 22를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284/280j
「필요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동체 시력 1, 반사 신경 1, 순발력 1 상승.」
「‘가로 베기’ 스킬이 활성화되었습니다.」
가로 베기라는 새로운 스킬이 생겼다.
찌르기 스킬을 얻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류한빈은 한참 동안 가로 베기를 허공에 연습했다.
전투 중에도 구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싶은 뒤 마견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확인했다.
“그럼 그렇지.”
조우한 마견의 덩치가 예전 같지 않았다.
누가 봐도 티가 나게 컸다.
적어도 10%는 커진 것 같다.
으르렁거리는 마견의 머리 위에 스테이터스가 떠 있다.
「종족 : 마견(魔犬). lv. 3셀하 라트나의 하급 몬스터. 무장 상태의 초보 전사와 비등한 전투력 보유.」
이젠 성인 남성도 아니고 ‘초보전사’란다.
“에휴……
한빈은 깊은 한숨을 토했다.
아무래도 개싸움을 치러야 할 운명인 것 같았다.
지옥 인생 17일째.
하루하루 충실한 살육의 나날을 보내던 중이었다.
문득 류한빈은 궁금했다.
자신의 레벨이 오르면 마견도 따라서 레벨이 오른다.
“혹시 레벨 5가 되어 이 지역을 벗어나도 마찬가지인가? 내 레벨과 동일한 몬스터만 나타나게 되는 거야?”
「능력치 상응형 몬스터는 안전 지대만의 특혜입니다. 셀하 라트나 본지역에선 지역에 따라 차별화된 레벨의 몬스터를 조우합니다. 다른 적합자와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하십시오.」
이 지역을 벗어나면 느닷없이 고레벨 몬스터를 만나 도망쳐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소리.
그렇다면 지금 이 바위산을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
“레벨 5가 되면 여기를 나가도 된다고 했지? 그럼 그 이후엔 뭘해? 계속 레벨업만 하고 또 하는 거야?”
게임이라면 망겜도 그런 망겜이 없다.
스토리도 목적도 없는 무한 레벨링 게임이라니?
다행히 망겜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애당초 게임도 아니지만.
「레벨 20에 도달하면 셀하 라트나 차원의 미션이 종료되고 해당 적합자는 라트나 대륙으로 이동됩니다.」
“라트나 대륙? 뭔데, 그건?”
가이드라인이 픽 꺼졌다.
한빈이 질문을 바꿔 몇 번 더 물어봤지만 더 이상 반응이 없었다.
“원래 알려 주지 않는 거냐, 아니면 또 오류 뜬 거냐?”
투덜대며 류한빈은 생각을 정리했다.
“어쨌거나, 어서 레벨 5 찍고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이 급선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