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30
용격이 상승합니다!(2) 거구의 검사가 토굴을 질주한다.
수많은 곤충형 마물들이 침입자를 인식하고 쫓아가기 시작한다.
그놈들을 꽁무니에 단 채 커다란 공동으로 빠져나온다.
그리고 몸을 돌려 마물들을 노려보며 씨익 웃는다.
“어이쿠, 풍작일세?”
또다시 무자비한 폭력의 시간이 찾아왔다.
퍽퍽! 우두둑! 우지끈!
수백 마리의 마물들이 체액을 질질 흘리며 바닥에 나자빠졌다.
기다렸다는 듯이 아티스가 나타나 불을 뿜었다.
콰라라라라!
잘 구워진 거대 곤충 무리를 보며 류한빈은 실소했다.
매캐한 탄내 사이로 고소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어릴 때 먹었던 메뚜기튀김 생각나는데.”
기겁하며 아티스가 그를 돌아봤다.
“이 광경을 보고도 식욕이 느껴져? 이거 내가 발타라 전사 교육을 너무 잘 시켰나?”
“말이 그렇다는 거야. 누가 저거 먹겠대?”
핀잔을 던지며 류한빈이 물었다.
“어때, 레벨 좀 오른 것 같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한빈네가 알려 줘야지.”
하긴 그렇다.
잠시 가이드라인을 켜 보고 그는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 레벨은 안 올랐어.”
“그럼 이렇게 하면?”
아티스가 잽싸게 인간 형태로 모습을 바꿨다.
과연, 그렇게 하니 가이드라인도 바뀌었다.
「종족 : 인간. 마법사 lv. 38j
“레벨 38 마법사네.”
“하루 만에 2레벨이나 올랐다고?”
한빈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어디까지나 네가 드래곤이니까 가능한 거지, 뭐.”
라트나인은 어디까지나 실력을 키워야 레벨이 오른다.
이런 식으로 마물들 왕창 쓰러뜨려서 늘어놓아 봤자 그건 허수아비나 다름없다.
허수아비 수백 개를 한꺼번에 부순들 실제 실력이 늘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죽인 마물로부터 직접 정기를 흡수하는 라트나의 용족이라면 이런 방식이 엄청나게 효과가 좋은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은 기분이다. 혹시 이계인들도 이런 식으로 힘을 키우는 것이 보편적인가?”
“나도 잘은 모르지만, 보통 그렇지 않을까? 온라인 게임 좀 해본 사람에겐 익숙한 개념이니까, 이거.”
“온라인 게임?”
“나중에 설명해 줄게. 이게 좀 복잡해서.”
얼버무리며 한빈이 다시 물었다.
“난 오히려 네가 왜 이런 생각을 못 해 본 건지 모르겠는데.
이게 그렇게 떠올리기 어려운 개념인가?”
적을 죽이면 죽인 만큼 강해진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치 몰아주 기’는 딱히 온라인 게임 같은 거해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는 일 아닐까?
아티스는 피식 웃었다.
“바보가 아니니 나도 당연히 비슷한 망상 정도야 해 봤지. 하지만 누가 이게 실제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겠어?”
“왜? 드래곤은 이렇게 하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잖아. 그런데 서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같은 논리로 아티스가 반박했다.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나눠 주면 거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지. 그런데 왜 인간은 서로 도와주지 않지?”
확실히 지구에서도 중동 석유부자가 10억쯤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그걸 현실성이 있다고 여기진 않지.
“아니, 그러니까 적어도 네 부모라면……
그제야 아티스는 류한빈이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드래곤에게는 인간 같은 부모자식 사이의 애정이 없어.”
드래곤이 가장 힘을 키우기 쉬운 방법은 다른 드래곤을 죽이고 코어를 통째로 흡수하는 것이다.
서로가 경계 대상인 것이다.
“설령 부모 자식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본능에 따라 암컷과 수컷이 만나 알을 낳긴 하지만, 그 후엔 남남이 된다는 것이 아티스의 말이었다.
“그럼 드래곤끼리 손잡는 일도 없어?”
“없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괜히 내가 인간 세상에 숨어 사는 게 아냐.”
“의외네. 이 동네 드래곤들은 대체로 악한 존재인가 보지?”
아티스만 보고 기본적으로 선한 이들인 줄 알았다.
“별로 선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물쭈물하며 아티스가 항변했다.
“그래도 인간들의 편견처럼 사악한 존재는 아니다. 그냥 다들 좀 이기적일 뿐이지.”
그래서 남을 돕지도 않고, 오직 제 욕심만 채우고, 원하는 건 강제로라도 취하며, 때론 인간인척 위장해 세상을 어지럽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의 피와 살을 탐하진 않거든! 인간보다 맛있는 게 세상에 얼마나 많은데.”
아티스가 연신 투덜거렸다.
한빈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은 그게 사악한 거 아냐?’
그래도 굳이 지적하진 않았다.
일단 아티스가 드래곤 중에서도 유별난 존재인 건 사실인 듯했다.
“어쨌거나 충분히 쉬었으니 마저 움직이자.”
아직 아티스의 브레스는 한 방더 남았다.
좀 더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빈이 씩 웃었다.
‘후딱 이 녀석 레벨 올려서 대륙 중앙에 진출해야지.’
*
하루 전, 타클 던전을 클로징하고 집에 돌아온 날 밤.
류한빈과 아티스는 거실에 모여앉아 다음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
발타라 전사로 위장한 덕에 일단 무능력자 신세는 벗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류한빈은 본실력을 전부 드러낼 순 없는 처지였다.
오러도 안 쓰고 그런 능력을 보이는 건, 아무리 발타라 전사라도 무리인 것이다.
“오러 유저인 척 위장하는 건 안 되나?”
“ 위장?”
오러 유저의 상징이라면 빛나는 칼날, 블레이드 오러와 전신을 감싼 투기.
“마법으로 칼에 빛을 걸어서 블레이드 오러처럼 만들거나, 아니면 투기처럼 보이게 몸에서 빛이 나게 하거나 해서 말이지. 그럼 겉보기엔 오러 유저 같을 거 아냐?”
“그건 너무 들키기 쉬운 트릭이야.”
경지에 오른 라트나의 4대력 사용자라면 대부분 기운 감지 능력을 지닌다.
당장 아티스만 해도 상대가 사용하는 기술이 오러, 마나, 포스, 프라나 중 무엇에 속해 있는지 정도는 바로 구별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위력인지, 얼마나 높은 레벨인지까지 파악하는 건 무리지만.
“기껏 위장해 봐야 어지간한 헌터라면 바로 마법의 빛인 줄 알아챌걸. 뭐, 일반인이라면 속겠지만.”
“그런가, 쩝.”
아무래도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실제로 오러 사용법을 습득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 오러 유저란 건 어떻게 될 수 있어?”
“이계인은 그냥 레벨만 올리면 저절로 오러 유저가 된다고 들었는데.”
“그 레벨이 안 올라가서 내가 지금 이 고생이잖아.”
마법사와 영술사, 마검사는 레벨 1부터 마나와 프라나, 포스같은 가용 자원을 사용하지만 전사 계열은 좀 다르다.
육체 단련과 기술 습득으로 점차 강해져 레벨을 올리다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오러를 각성한다.
그럼으로써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레벨 50에 오러 각성 스킬이 생긴다는 데, 난 사정상 스킬로 얻기는 무리잖아. 그래서 라트나인처럼 정석으로 오러를 익혀 보려고.”
라트나인 역시 개인의 재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레벨 50에서 60 사이에 오러 유저가 된다.
난처해하며 아티스가 말을 이었다.
“난 마법사라서 오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일반 상식 정도가 전부지.”
라트나인이 오러를 각성하는 경우는 보통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유서 깊은 기사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져 오는 검술이나 무술을 터득하는 것.
오랜 세월 정립된 무술의 경우 자연스럽게 수련자를 오러의 길로 이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만큼 폐쇄적이고 아무에게나 기술을 전수하지도 않는다.
혈통과 인맥을 까다롭게 따지며, 인연이 있어야만 한다.
그냥 돈만 잔뜩 싸 들고 간다고 가르쳐 주는 게 아니란 소리다.
“첫 번째는 무리군.”
“내 생각도 그렇다. 그리고 두번째론……
스스로 오러의 길을 찾아가는 천재들이 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무술을 배우지 않고도, 오랜 경험과 뛰어난 오성을 바탕으로 세계의 이치를 깨달아 오러를 각성하는 것이다.
“유서 깊은 검술이나 무술의 창시자들이 저런 케이스지.”
류한빈은 인상을 썼다.
‘그러니까, 무협 소설로 치면 각 문파의 대종사들이란 소리잖아, 저거?’
자신에게 그 정도 재능이 있을 리 없다.
한빈이 그 정도로 천재였다면, 바위산 시절 마견 상대하면서 이미 오러를 각성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그건 나도 몰라.”
“엥?”
당황하는 한빈을 보며 아티스는 피식 웃었다.
“놀리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모른다. 단지 그런 방법도 있다는 것만 알 뿐이야.”
아티스가 예전에 만난 헌터 출신 오러 유저는 명성 높은 가문출신도, 스스로 대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천재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러를 각성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한계가 거기까지라, 결국 레벨 53에서 헌터 관두고 은퇴해 버렸지만.”
그는 세상에 알려진 두 방법 외에도 전사가 오러를 각성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헌터 출신 오러 유저들 대부분이 그 방법을 썼다고.
“비밀이기 때문에 함부로 알려 줄 수 없다더군. 나야 마법사라 크게 관심이 없어 그 이상 캐묻지 않았다.”
한빈은 아쉬워했다.
“캐묻지, 좀……
어쨌건 방법이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헌터 출신 오러 유저라면 그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 역시.
“이 근처에는 오러를 각성할 정도로 강한 헌터가 없으려나?”
“그 정도 고위 레벨이라면 보통 이런 시골에는 오지 않지. 4대금역 정도는 가야 만날 수 있을 걸.”
대륙 중앙에 위치한, 너무나 강력한 던전들이 즐비해 일반인은 아예 출입 자체가 금지된 금단의 대지, 4대금역.
그곳이라면 오러를 각성한 헌터들도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아티스의 견해였다.
“애당초 오러를 각성할 정도 레벨이 아니면 4대금역에 들어갈수도 없으니까 말이야.”
류한빈의 다음 행보가 정해졌다.
“대륙 중앙으로 진출해, 오러유저를 만나 방법을 터득해야겠군.”
사실 이건 지금 당장이라도 가능한 일이었다.
레벨 문제도 해결했고 자금도 충분히 모았다.
하지만 그는 당분간 하이텐에서 머무르기로 결심했다.
일단 교단의 협력자가 되는 문제도 있었고??????.
‘난 괜찮겠지만, 아티스는 대륙중앙으로 진출하기엔 아직 레벨이 많이 모자라지.’
대륙 중앙의 강력한 던전을 공략하려면 적어도 레벨 50은 넘겨야 안전하다.
아티스는 고작해야 레벨 36의 마법사일 뿐인 것이다.
‘드래곤으로 돌아가면 레벨 50넘지만, 정체를 드러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아티스와 헤어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 덕분에 레벨 문제도 해결했고 생활도 훨씬 편해졌다.
무엇보다 아티스 앞에선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다.
‘이렇게 신뢰할 만한 동료를 또 만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
다음 여신의 축복은 3년이나 남아 있다.
시간에 쫓기는 처지는 아니다.
그래서 제안했다.
아티스의 레벨을 올려 줄 테니까, 함께 대륙 중앙으로 진출하자고.
물론 아티스는 찬성했다.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는 제안이었다.
그저 의심스러워할 뿐이었다.
“네가 도와준다고 내 레벨이 그렇게 빨리 오르려나? 시간 낭비하는 것 같은데.”
어젯밤의 대화를 떠올리며 아티스는 고개를 저었다.
막상 겪어 보니 류한빈이 왜 그리 자신만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정도면 별로 시간 낭비도 아니었다.
“정말 세상 날로 먹는군,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