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5
지옥에서 살아남기(1)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처음으로 돌아간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류한빈이 처한 현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망에 차 패닉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굳이 레벨 업을 하지 않아도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지난 50일 동안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을 수시로 겪었다.
어느새 그의 정신력은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은 상태였다.
‘금방 찾긴 힘들겠지. 조급해하면 안 돼.’
장기전이 될 것이다.
황량한 바위산을 노려보며 류한 빈은 각오를 다졌다.
‘이곳에서 살아갈 대비를 해야겠어.’
마견의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건강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아직까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지만, 고기만 먹는 식생활이 계속되면 몸이 망가질 건 뻔한 이야기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마견의 고기와 피를 함께 섭취할 경우 인체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오류 뜬 게 아니라면 말이지만.”
나름 오류가 아닐 거란 근거도 있었다.
이곳이 스타트 존, 적합자들의 생존을 위해 배려한 공간이라면 마견에게 그런 조작을 해 놓는 쪽이 정상인 것이다.
“기껏 성장해 전투 능력을 익힌 병사가 괴혈병 같은 걸로 픽 죽는다면 납치범 놈들도 손해겠지?”
초반에 마시고 배탈 났던 그 개울은 목욕이나 기타 생활용수 용도일 가능성이 더 크다.
식수 용도가 아니더라도 물이란 여러모로 쓸데가 많으니까.
근거지도 본격적으로 꾸밀 필요가 있었다.
이제까지는 그냥 동굴 앞에 대충 모닥불 피워 놓고 기어들어가 잤다.
하지만 이곳에서 오래 지내려면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오직 기암괴석과 말라 죽은 나무들밖에 없는 이곳에서 무슨 재료로 근거지를 꾸며야 할까?
있었다, 재료가.
류한빈은 그동안 죽인 마견의사체들을 이용했다.
돌덩이들을 모아 벽을 쌓고, 마견의 가죽을 이용해 바닥이며 천장을 만들었다.
덕분에 좀 더 편안한 휴식이 가능해 졌다.
마견의 뼈를 쪼개고 갈아 실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도구들도 제작했다.
날짜도 표시했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동굴 벽 한 구석에 빗금을 그어, 간략하나마 달력을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원시인처럼 살아가며 매일같이 바위산의 경계로 향했다.
계속해 마견과 싸우며, 계속해 사방의 경계선에 접근해 몸을 들이대고, 빛과 함께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일과를 반복한다.
매번 실망하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딘가 시스템상의 허점이 있을 거야, 그 허점을 찾으면 돼.’
포기하기엔 분노가 너무 컸다.
“두고 보자, 망할 놈들!”
그를 이 지옥에 던져 놓은, 신인지 악마인지 모를 그 빌어먹을 놈들에게 복수하기 전엔 절대 포기할 수 없다!
*
*
*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류한빈은 오늘도 마견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크아아아!
마견이 울부짖으며 공격을 가한다.
덤벼드는 마견의 머리 위로 정보가 떠오른다.
「종족 : 마견(魔犬). lv. 2j 이게 전부다. 더 이상의 추가 정보가 없다.
이미 눈앞의 몬스터는 마견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괴물이 되어 있었다.
머리는 세 개에, 이마에 칼날같은 뿔이 돋아 있고, 꼬리는 뱀인 괴상망측한 모습.
그런 괴물이 온갖 다양한 형태로 공격해 온다.
무엇 하나 치명적이지 않은 일격이 없는 공세다.
그러나 한빈도 이미 1년 전의 그가 아니었다.
“타아앗!”
기합을 터트리며 공격을 피해 몸을 날린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하고 또 피한다.
지난 1년 동안 신체 능력치가 엄청나게 오른 것이다.
틈을 노려 류한빈이 반격에 나섰다.
“이 자식!”
검을 사선으로 휘둘러 마견의 옆구리를 베어 간다.
마견은 쉽게 피했다.
한빈의 사선 베기는 충분한 위력과 스피드를 지니고 있었지만 자세가 부실했다.
검술이 아니라 힘만 믿고 휘두르는 형태에 가깝다.
능력치는 올랐지만 스킬은 그대로인 탓이었다.
여전히 그가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검술은 찌르기와 가로 베기, 세로 베기뿐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사선 베기는 맞으라고 날린 공격이 아니다.
“하앗!”
살기 어린 눈빛을 발하며 한빈은 정확한 타이밍에 일격을 내리쳤다–세로 베기!
마견의 머리 하나가 정확히 갈라졌다.
뒤이어 가로 베기가 이어지니 남은 머리 두 개마저 허공을 날았다.
-찌르기!
치명적인 일격이 마견의 심장을 꿰뚫었다.
「lv. 2 마견 퇴치. 경험치 22를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274/280j
“후우우……
호흡을 고르며 한빈은 이마의 땀을 닦았다.
가르쳐 주는 이가 없으니 검술은 그리 늘지 않았지만, 전술(戰術)은 경험을 통해 계속 성장해 왔다.
찌르기와 가로 베기, 세로 베기를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구사해 마견을 해치울 수 있었다.
“이번에도 살아남았네.”
기쁘진 않았다.
이미 모든 경계선을 돌았다.
끝없이 마견과 싸우고 끝없이 레벨이 올라가고 내려가길 반복하며, 록 마운틴 에리어 전체를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했다.
시스템상의 허점 따윈 애초에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럼 포기해야 할까?
“웃기지 마!”
한빈은 이를 악물었다.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다.
“컴퓨터 뻑 났을 때도, 클릭 계속 하다 보면 한 번쯤은 정상 작동하는 법이잖아?”
실은 그런 법 따위 없지만, 어쨌건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니 계속 레벨 5에 들이대고 또 들이댄다.
그러다 보면 한 번쯤은 오류가 발동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
“딱 한 번.”
많이도 필요 없다.
“딱 한 번만 성공하면 돼!”
?
*
*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레벨 4에서 1로 돌아가는 일을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했다.
슬슬 마견이 두 발로 걷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늑대인간이 포효를 터트린다.
양손의 긴 손톱을 칼처럼 휘두르며 정교한 움직임으로 공격을 가한다.
류한빈의 성장에 맞춰, 짐승의 움직임이 아닌 무술에 가까운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짐승을 사냥하는 식의 전술은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도 한빈은 지지 않았다.
“어딜!”
찔러 오는 마견의 동작에 맞춰 스텝을 밟아 간다.
그리고 검을 기울이며 손톱 공격을 흘린다.
투박하게나마 무술의 이치에 맞는 받아치기였다.
찌르기, 가로 베기, 세로 베기밖에 없는 류한빈의 보유 스킬.
저 세 동작만 지겹도록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적어도 저 세 동작만큼은 깊은 이해도를 지니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다른 검세도 어느 정도 조정이 되었다.
검술이 어떤 것인지도 대충 개념을 잡았다.
일종의 자기류 검술을 만들었달까?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을 거쳐 정립된 정식 검술만은 못하겠지만, 더 이상 무식하게 힘만으로 휘두르는 검은 아니었다.
마침내 한빈의 일 검이 늑대인간의 목을 쳐 냈다.
-가로 베기!
수없이 보고 또 봤던 메시지가 떴다.
rlv. 4 마견 퇴치. 경험치 82를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1,102/1,100j
「필요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합합합합합…
「옭유부잨탈수용가읅유부잨탈 수용가옭유부잨탈수용가…… .」
그리고 또다시 레벨 1로 돌아왔다.
한빈은 얼굴을 감싼 채 주저앉았다.
외롭다. 누군가 만나고 싶다.
사람이 보고 싶다. 대화를 나누고 싶다.
아니, 사람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그냥 고양이라도 한 마리 있었으면 좋겠어.
개는 싫어. 마견 때문에 지긋지 긋하거든.
미쳐 버릴 것 같았다.
5년이 지났다.
류한빈은 반쯤 미쳐 있었다.
자신의 근거지에 쪼그려 앉아 하늘에 대고 경건히 기도를 올린다.
“하늘에 계신 주인님이시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그를 납치한 악마들에게 올리는 기도였다.
그토록 증오하던 납치범들을 주인님이라 부르며, 광기에 찬 어조로 간절히 빌고 또 빈다.
나 여기서 꺼내 주세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할게요.
전쟁터라도 좋아요. 싸우라면 싸우고 죽이라면 죽일게요.
남녀노소 안 가립니다. 여자도 어린애도 노인도 펑펑 죽일 자신 있어요.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 주세요!
제발 여기서 나가게 해 주세요!
여기서 내보내 주기만 하면 뭐든지 할게요!
응답은 없었다.
대신 마견이 나타났다.
r종족 : 마견(魔犬). lv. lj 누가 봐도 절대 레벨 1은 아닌, 길이 5미터가 넘는 거대한 늑대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다.
마견이 등에 달린 커다란 박쥐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을 활강하더니 류한빈을 향해 입을 벌리고 불길을 토했다.
콰아아아!
그렇다.
어찌나 성장을 했는지, 이 마견이란 놈들은 슬슬 하늘을 날며 불을 뿜는 전천후 폭격기가 되어 있었다.
장검을 움켜쥐고 한빈이 눈을 부라렸다.
풀 곳 없는 울분이 목을 통해 터져 나왔다.
“크아아아!”
절망에 찬 그의 포효는 어느새 마견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
*
*
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변화는 없었다.
어제가 오늘과 같았고, 오늘이 내일과 다르지 않았다.
영원히 이 지옥에서, 영원히 강해지는 마견과 싸우며 영원히 쳇바퀴 도는 인생을 살아간다.
이걸 과연 살아 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냥 죽지 못한 것뿐이 아닐까?
“차라리 죽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가이드라인이 메시지를 띄웠다.
「자살하시 겠습니까?」
너무 유혹이 강하다.
이대로 그냥 모든 걸 끝내 버리면 얼마나 편할까?
흔들리는 그를 붙잡아 준 것은 그 순간 들려온 울부짖음이었다.
크허허헝!
순간 죽어 가던 눈동자에 빛이 돌아왔다.
“나타났나!”
박쥐 날개를 단 거대한 늑대인간이 류한빈의 앞에 섰다.
이제 마견은 단순히 하늘 날고 불 뿜는 수준을 넘어섰다.
말도 한다.
“페이크 프릴! 라칸르 아팔트라! 소론 프레이드!”
요상한 중얼거림과 함께 화염구를 던지고, 얼음의 화살을 쏘고, 번개를 뿜어낸다.
가이드라인이 설명하길, 저게 바로 마법이라는 모양이다.
콰콰콰콰콰!
휘몰아치는 마법의 폭풍 속을 류한빈은 광전사처럼 뚫고 지나갔다.
손에 쥔 장검을 뿌득, 힘줘서 움켜쥐며 그가 광소를 터트렸다.
“으하하하!”
지금의 한빈에게 있어 유일한 쾌락은 마견과의 전투뿐이었다.
목숨을 건 사투 속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될 때만, 그때만 겨우 행복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죽여 주마!”
시간이 흘렀다.
수많은 낮과 밤이 또 지나갔다.
10년을 기점으로 더 이상의 날짜 체크를 포기했다.
달력으로 쓰던 동굴 벽의 빗금이 더 이상 새길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차 버린 것이다.
빽빽한 동굴 벽을 바라보며 류한빈은 허탈한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 군대도 2년 지나면 집에 보내 주는데……
이제 어쩔까?
새 동굴 벽을 찾아 새로 달력을 새길까?
그럴 기분은 들지 않았다.
“그딴 짓을 해서 뭐가 달라지는데?”
이를 갈며 그는 동굴 벽을 내리쳤다.
쾅!
맨주먹으로 바위를 후려갈겼는 데, 우르릉 소리와 함께 동굴이 무너져 내렸다.
한없이 레벨 1과 4 사이를 반복하며 신체 능력이 밑도 끝도 없이 올라간 것이다.
그렇게 한빈은 벽에 새겨진 수많은 세월을 바위 아래 묻어 버렸다.
?
*
*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다.
달력 체크를 그만둬 얼마나 더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수천의 낮과 밤이 지나간 것만은 분명했다.
류한빈은 여전히 이 공허한 지옥을 살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젊은 모습으로, 끝없이 강해지는 마견들과 사투를 벌이며, 기계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가이드라인은 수시로 메시지를 띄웠다.
「자살하시 겠습니까?」
그때마다 한빈은 이를 악물었다.
“죽긴 누가 죽어!”
단 하나의 목표만을 곱씹고 또 곱씹으면서, 각오를 다지고 또 다진다.
“절대 안 죽어! 무조건 살아남는다!”
죽으면 끝이다.
그러니 살자.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겨자씨만큼이나 작디작은, 그럼에도 유일한 희망.
“돌아갈 거야, 집으로……
유사 세계, 셀하 라트나에 떨어진 지 22년째.
그는 아직도 이 세계에 갇힌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