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52
뉴비 출현(2)
던전 도시 하이텐의 무기 상점은 마도구 상점과 마찬가지로 도시 경비대 본부와 인접해 있었다.
사람을 해치는 도구를 파는 장사인 만큼 위급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니 빠르게 병력이 출동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야 범죄억제력이 생긴다.
“어서 오십쇼!”
상점 안으로 들어가자 중년 사내가 한빈 일행을 맞이했다.
“오랜만이군요, 펠라드 님.”
다들 두려워하는 발타라 전사를 앞에 두고도 상점 주인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예전에 류한빈은 이곳에서 온갖 연습용 무기를 왕창 구입한 적이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전부 제값 다 주고.
‘한몫 단단히 잡았지, 후후.’
호쾌한 발타라 전사는 결코 물건값을 깎지 않는다.
이 얼마나 훌륭한 고객이란 말인가?
오늘도 크게 벌 걸 기대하며 상인이 손을 비볐다.
“그래, 뭘 찾으십니까?”
아티스가 에피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녀가 쓸 만한 장비가 필요합니다.”
은발의 소녀를 바라보며 주인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가씨가 그 천재 마검사소녀인가 보군요.”
워낙 미친 듯이 정기를 퍼먹인 덕분에, 미친 듯이 레벨이 오른에 피르였다.
나름 유명인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이런 시골에 어울리는 물건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이텐이 변경 도시다 보니 그렇게 뛰어난 무구가 있진 않았다.
강력한 무구는 자연히 레벨 제한도 높기 마련인데, 주 고객층의 레벨이 낮은 동네에 굳이 들여놓을 필요는 없다.
“이거랑 이거 정도면 어떻습니까‘?”
상인이 탄성 강화 마법이 걸린 쌍검과 경갑주 한 벌을 소개했다.
마법이 걸린 갑주는 있지도 않았고, 있다 해도 워낙 요구 레벨이 높아서 어차피 현재 에피르의 레벨로는 사용할 수도 없었다.
“정말 좋은 물건은 대륙 중앙에 가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에 걸맞은 레벨을 갖췄을 때 이야기겠지만.”
뭐, 에피르는 이 정도로도 만족이었다.
“갑옷 예쁘네요. 좋다.”
문제는 류한빈이 쓸 활이었다.
주인장이 나름 강궁에 속하는 활과 석궁을 모조리 대령했지만 쓸 만한 게 없었다.
하나 당겨 보고 한숨.
“ 으〕해……
두 번째 활 당겨 보고 한탄.
“이것도 약하고……
세 번째 활 당겨 본 뒤엔 장탄식.
“힘 좀 주면 당장이라도 부서지겠는데?”
죄다 류한빈 기준에선 장난감수준이 었다.
아무래도 활은 포기해야겠다며 한빈이 몸을 돌리려던 차였다.
에피르가 시험해 본 것 중 그나마 제일 강력한 활을 들어 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한빈 일행은 활과 화살을 챙겨 무기 상점 뒤뜰의 연무장으로 향했다.
구입한 무기를 시험하기 위한 장소였다.
무기를 직접 사용해 봐야 나중에 잘못 구입했다고 날뛰지 않을테니, 어지간한 무기 상점이라면 다 갖추는 시설이었다.
15미터쯤 떨어진 목제 과녁을 겨누고 류한빈이 활을 쏘았다.
피이익!
완벽하게 빗나갔다.
“와, 어렵네, 이거?”
“당연하지, 활 처음 쏴 본 인간이 대번에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을 리 없잖아!”
아티스의 핀잔을 한 귀로 흘리며 계속 화살을 날린다.
워낙 여러 번 쏘다 보니 가끔 과녁을 맞히긴 했다.
과연 상당한 강궁이어서, 적중하는 순간 화살이 과녁 깊숙이 박혔다.
“그래, 위력이 나쁘진 않은데……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빈이 활을 내려놓았다.
“역시 이쪽이 나은 것 같은데, 난?”
이번엔 맨손으로 화살만 잡고 마치 다트를 던지듯 과녁에 날렸다.
쌔애애액!
파공음이 울리며 화살이 과녁정중앙에 정확히 꽂혔다.
심지어 위력이 얼마나 센지, 그 순간 두꺼운 통나무 과녁이 쩍하고 쪼개진다!
“변태 같은 놈.”
아티스는 혀를 내둘렀다.
정확도도 위력도 압도적이었다.
“어떻게 활로 쏘는 것보다 맨손으로 던지는 게 더 낫냐? 투척무기도 아니고 화살인데!”
에피르를 돌아보며 류한빈이 말했다.
“역시 이 정도 활은 별 쓸모가 없는 것 같은데?”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충분하다고 말한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다시 해 보세요. 단, 이번엔 과녁을 부수지 말고 꽂힐 정도로 위력을 조절해서요.”
“응? 그게 뭐 어렵다고?”
의아해하며 류한빈은 다른 과녁에 화살을 던졌다.
콰지지직!
과녁이 또 맹렬하게 쪼개졌다.
“어? 어렵네?”
다행히 뒤뜰에 과녁은 꽤 많았다.
다시 시도해 보았다.
콰
또 박살 났다.
“크윽, 이래도 너무 센가?”
“과연.”
이해한 듯 아티스가 웃었다.
“제압이 목적이라면 활을 쓰는 게 낫군!”
검이나 투척 무기와 달리 활의 위력은 장력이 결정한다.
아무리 힘 조절에 서툰 한빈이라도 충분히 적절한 위력을 낼수 있는 것이다.
“상대하는 모든 적을 박살 낼건 아니잖아요?”
“그렇군. 그런 식으론 생각 안해 봤어.”
납득하며 류한빈은 활을 들어 보였다.
“그럼 이것도 사야겠군.”
무기상 주인장은 벌벌 떨고 있었다.
“세상에……
카운터의 창문을 통해 그는 가게 뒤뜰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래서 저 무자비한 발타라 전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똑똑히 보았다.
쾅! 쾅! 콰콰쾅!
‘맨손으로 화살을 던지는데 과녁이 박살이 나?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이란 말이야?’ 게다가 활 연습하겠다는 양반이 왜 뜬금없이 저런 흉포한 퍼포먼스를 이어 가고 있단 말인가?
주인장은 확신했다.
‘할인을 요구하고 있다!’
호쾌한 발타라 전사가 설마 돈따위로 화를 낼 리는 없다.
하지만 저 옆의 쪼잔한(?) 마법사 놈은 다른 것이다.
분명히 정가 다 주고 산 연습용 무기들에 대해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았을 것이고, 그래서 발타라전사가 저러고 있는 것이겠지!
잠시 후 한빈 일행이 가게로 돌아왔다.
아티스가 총가격을 물었다.
“모두 얼마입니까?”
“단골인데 당연히 깎아 드려야 죠! 2,000엑스만 내십쇼!”
이상할 정도로 공손해진 주인장의 말투에 아티스는 살짝 당황했다.
‘너무 싼데? 게다가 태도도 갑자기 바뀐 듯한 기분이……
하여튼 좋은 물건 싸게 준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지갑을 뒤적거리다 말고 그가 재차 물었다.
“아 참, 우리가 실수로 과녁을 몇 개 부쉈습니다. 그것도 물어드려야……
바른생활 드래곤 아티스 군은 결코 한빈의 민폐를 모른 척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하나 주인장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요! 사람이 살다 보면 과녁 좀 부술 수도 있지요!
우리 사이에 뭐 그런 것까지 따지겠습니까?”
‘……우리 사이가 무슨 사이인데?’ 더더욱 의아했지만, 역시나 돈안 받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다.
“감사합니다, 그럼 번창하세요.”
인사를 건넨 뒤 한빈 일행이 가게 밖으로 나섰다.
그제야 주인장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살았다.’
“좋은 사람이네. 이렇게 많이 깎아 주고.”
“그러게. 참으로 양심적인 상인이군.”
남의 속내도 모르고 류한빈과 아티스는 마냥 좋아했다.
에피르 역시 표정이 밝았다.
새 갑옷이 상당히 마음에 든 것이다.
그러다 문득 미안한 듯 류한빈을 돌아본다.
“죄송해요. 저 혼자만 너무 돈을 쓰네요.”
돈 잔뜩 벌어 둔 지금도 한빈은 여전히 반쯤 헐벗은 차림이었다.
발타라 전사로 행세하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안해하는 에피르를 보며 류한 빈은 피식 웃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여자애 옷갈아입히기 놀이도 꽤 재밌으니까.”
“……그렇게 말하니 또 변태 같아요.”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몇몇 헌터들이 대화를 나누며 한빈 일행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길드 하우스에서 말이지……
갑자기 류한빈이 걸음을 멈췄다.
방금 흘려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접한 탓이었다.
황급히 지나친 헌터 무리에게 다가가 위압적인 자세로 묻는다.
“이봐! 방금 뭐라고 했지?”
헌터들이 기겁해 빳빳이 굳었다.
상대는 그 유명한 발타라 전사였다.
아티스도 레벨 46의 고위 마법사이며, 심지어 옆에 선 작은 소녀조차도 레벨 30이 넘는 마검사.
던전은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외부에서 잡스러운 마물이나 잡는 자신들에겐 아득히 먼 존재들인 것이다.
“예?”
“저, 저희가 혹시 무슨 무례라도‘?”
한빈이 고개를 저었다.
“방금 당신들이 했던 말을 다시 듣고 싶을 뿐이다.”
그제야 안도하며 헌터들이 말을 이었다.
“방금 한 이야기라면……
“오늘 아침 하이텐 길드 하우스에……
“이계인이 나타났다는 그 소문말씀이시군요?”
하이텐 서쪽 거리의 한 뒷골목.
갈색 머리의 전사가 기합을 터트리며 덤벼든다.
“타아앗!”
뒤로 물러서며, 흑발의 청년이 눈을 가늘게 떴다.
빛의 문자가 청년의 시야에 떠올랐다.
「종족 : 인간. 검사 1V. 오」
시미터를 뽑아 들며 청년은 긴장했다.
‘만만찮은데……
자신보다 레벨이 낮긴 하지만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도 아니다.
실수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이내 몇 차례의 공방이 오갔다.
칼날과 칼날이 충돌해 금속음을 울렸다.
탕! 타탕!
순간 기회가 왔다.
흑발의 청년이 바로 스킬을 발동했다.
검사 레벨 20에 도달하면 터득할 수 있는, 현재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검기(劍技).
-풍뢰참!
정말 칼에서 바람과 번개가 나가는 건 아니고, 그냥 이미지를 본뜬 연속 베기였다.
쉽게 말해서 부드럽게 휘두른 뒤 강하게 내리친다는 소리.
첫 번째 공격이 상대의 검을 홀리고, 두 번째 참격이 그대로 가슴을 갈랐다.
비명과 함께 핏물이 솟구쳤다.
“크억!”
갈색 머리의 전사가 신음을 하며 주저앉았다.
“저주받을 이계의 악마 놈 99??????
죽어 가며 증오에 찬 시선을 흑발 청년에게 보낸다.
그 너머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온다.
“비명이다!”
“저쪽이야!”
청년은 잽싸게 두건을 뒤집어써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욕설과 함께 뒷골목으로 몸을 던졌다.
“젠장! 젠장! 젠장!”
더러운 골목길을 계속 달리며 중국인 청년, 장루신은 오늘 아침의 일을 떠올렸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