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53
뉴비 출현(3)
던전 도시 하이텐의 길드 하우스 몇몇 초급 헌터들이 모여 있는 1층 홀에 한 흑발의 청년이 나타났다.
주위를 둘러보며 청년이 눈을 빛냈다.
“여긴가……
접객처에 서 있던 소년이 방긋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하이텐 헌터 길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길드 접수원뉴크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라스알 그리엘드, 대륙 남부의 작은 어촌인 로팔트출신이다.”
미리 준비해 둔 프로필을 읊으며 청년, 장루신은 차분히 대꾸했다.
“헌터가 되고 싶어서 왔다.”
그런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뉴크란 소년이 갑자기 안색을 굳히며 이렇게 물은 것이다.
“헌터가 되고 싶다는 말씀은, 아직 다른 헌터 길드에 가입한 적은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출신지가…… 왕국 남부의 작은 어촌이시고요?”
그러자 이젠 뉴크뿐 아니라 1층홀에 모여 있던 다른 헌터들까지 긴장하기 시작한다.
장루신은 당황했다.
분명 가이드라인대로 충실히 따랐다.
의심을 받을 여지는 없을 터였다.
‘왜들 이러지?’
당황하긴 뉴크도 마찬가지였다.
‘으아, 이거 설마?’
이계인 색출 교육은 받았지만, 정말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혹시나 하며 뉴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기, 길드의 절차에 따라, 당신의 실력을 측정해 봐도 되겠습니까, 라스알 씨?”
장루신이 측정석 위에 손을 얹었다.
「직업 : 검사. lv. 21J 제렌 라트나에서 빠져나올 땐 레벨 20이었지만, 이 도시까지 오면서 이런저런 몬스터들을 해치운 덕에 그새 1레벨 더 오른 상태였다.
“ 레벨이
장루신의 레벨이 드러나자 몇몇 헌터들이 대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덤빌 것 같은 분위기였다.
긴장하며 장루신은 칼자루를 움켜 쥐었다.
‘뭔가 잘못됐어!’
하지만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레벨이 21인 게 뭐 어때서? 당장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도 비슷한 레벨이 있는데?’
그때 뉴크가 헌터들에게 손짓을 했다.
아직은 아니다.
이미 충분히 수상한 면모를 많이 보였지만, 아직 마지막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
“라스알 그리엘드, 검사 lv. 21.
개인 정보 확인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정식 신분증이 나올 거예요. 길드 가입비는 300엑스입니다.”
장루신은 안심했다.
‘혹시 돈이 없어 보여서 그랬나?’
그렇다면 문제없다.
그는 지갑을 뒤진 뒤 짐짓 거만 하게 금화 한 닢을 꺼내 던졌다.
“여기 있다. 거스름돈은 은화로 받지.”
금화다.
반짝반짝 빛나는 금화다.
제정신 박힌 인간이라면 절대 이런 자리에서 꺼내지 않는 초고가의 금화다!
뉴크가 재빨리 접수처 아래로 숨으며 외마디 고함을 질렀다.
“이계인이다!”
동시에 그 자리의 모든 헌터들이 일제히 공격에 나섰다.
“덮쳐!”
“잡아!”
패닉에 빠져 장루신은 허둥거렸다.
“왜? 어째서?”
다행히 1층 홀에는 초급 헌터들 밖에 없었다.
아쉬울 것 없는 상급 헌터들은 아침 일찍부터 길드 하우스에 와서 일거리 찾아다니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장루신은 간신히 길드하우스를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이텐을 빠져나가진 못했다.
철저한 수색망이 펼쳐진 탓이었다.
마법사 길드가 바로 성문을 봉하고, 오가는 모든 이들을 감시했다.
헌터 길드가 수색대를 꾸려 하이텐 곳곳을 샅샅이 뒤졌다.
할 수 없이 부랑자로 위장하고 인적 드문 장소만 골라 계속 도망쳤다.
그 와중에 몇 번이나 발각되어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빌어먹을……
더러운 뒷골목에 쥐새끼처럼 쪼그려 앉아 장루신은 훔친 빵을 깨작깨작 뜯어 먹었다.
사방에서 오물 냄새가 풍겨 오는 것이, 비참하기 짝이 없는 기분이었다.
억울한 듯 그는 이를 갈았다.
“왜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
“레벨 21 검사라면…… 이제 갓 라트나에 떨어진 지구인이겠군.”
길 가던 헌터들에게 들은 정보를 정리하며 류한빈은 눈을 빛냈다.
정상적인 가이드라인을 지닌 적합자의 정보를 얻을 절호의 기회였다.
레벨 21이면 한빈은 고사하고 에피르보다도 약한 수준이니 사로잡는 것도 간단할 것이다.
아티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헌터들이 선수 치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겠어.”
이계인을 생포해 여섯 교단에 바치면 엄청난 포상금이 나온다.
이미 많은 헌터들이 도시 곳곳을 수색하는 중이다.
한빈 일행은 곧바로 하이텐 헌터 길드 하우스로 향했다.
출현한 이계인이 그곳에서 한바탕 전투를 벌였다고 들었다.
혈액이나 기타 신체 일부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럼 추적 스킬을 쓸 수 있겠지.”
걸음을 옮기며 아티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보를 얻은 후엔 그 이계인을 어쩔 셈이지? 동료로 삼을 건가?”
“그건 상대를 확인한 다음 결정할 일이야.”
한빈의 가설대로라면 다른 지구인들은 마신에게 세뇌된 상태일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더라도, 성품을 알 수 없으니 무턱대고 동료로 삼는 건 위험하다.
그렇다고 정보 다 뽑아 먹고 교단에 넘기겠다는 소리도 아니었다.
“하이텐 밖으로 도망치게 해 줘야겠지. 물론 상대가 하는 거 봐서지만.”
그러는 동안 슬슬 길드 하우스에 도착했다.
접수처 소년 뉴크가 난장판이 된 1층 홀 내부를 치우고 있었다.
몇몇 부상당한 헌터들이 쉬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아티스가 헌터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혹시 무기에 이계인의 피가 묻은 사람은 없습니까?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습니다.”
헌터 한 명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계인의 피? 그걸 어디 쓰려고 찾으시오?”
추적술을 위한 촉매라고 답할 순 없다.
추적술은 레벨 60이 넘는 영술사나 가능한 능력이니까.
이미 핑계는 생각해 두었다.
“이계인은 여러모로 좋은 연구대상이지요.”
마법사가 온갖 잡것 닥치는 대로 연구한다는 것은 라트나 대륙의 상식이었다.
이계인의 혈액을 연구한다는 핑계는 충분히 자연스러웠다.
헌터 중 한 명이 자신의 검을 빼 들었다.
“제가 그 이계인의 팔을 살짝 베었습니다. 칼날에 피가 묻었을 겁니다.”
검붉은 혈액이 묻은 롱소드를 건네받은 뒤 아티스가 은화를 지불했다.
초급 헌터가 희희낙락하며 말했다.
“저도 꽤 운이 좋군요, 데니스, 그 친구를 부러워했었는데.”
“데니스? 무슨 말씀입니까, 그건?”
“그 친구도 이계인의 피를 팔았거든요. 몇 시간 전에.”
듣자 하니 한 갈색 머리의 20대 여인도 이계인의 피가 묻은 칼날을 사 갔다고 한다.
류한빈과 아티스가 서로를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어라?’
‘이계인의 혈액을 연구하려는 마법사가 정말 있었나?’
*
저녁노을이 짙게 깔린 하이텐시의 뒷골목.
검붉은 어둠 속에서 장루신은 시미터를 휘두르며 스킬을 발동했다.
-풍뢰참!
두 줄기 참격이 상대를 노렸다.
하지만 상대는 쉽게도 그의 공격을 배틀해머로 튕겨 냈다.
“소용없다, 이계인!”
동시에 정교한 발놀림으로 거리를 좁히며 망치를 내리친다.
쿵!
장루신이 걸친 갑옷 위로 망치의 끝이 살짝 스쳤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타격이었다.
충격을 받은 채 그는 뒤로 물러 서며 숨을 헐떡였다.
“헉, 헉헉……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벌써 몇 번이나 풍뢰참을 날렸지만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상대는 자그마치 레벨 36의 투사인 것이다.
고작 레벨 21인 장루신에게 승산이 있을 리 없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장루신이 버티고 있는 이유는, 상대가 생포를 위해 공격을 느슨하게 하고 있기 때문.
‘현상금은 내 몫이군.’ 이계인의 목에 걸린 막대한 상금을 떠올리며 마틴 라커스는 기뻐 했다.
그렇게 잠시 딴생각을 한 틈에 장루신이 도주를 꾀했다.
“어딜 도망가나?”
비웃으며 마틴은 배틀해머를 들었다.
그리고 정해진 시동어를 외쳤다.
“허리케인 플레어!”
화르르륵!
불길의 장벽이 장루신의 눈앞을 가로막았다.
놀라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전사 계열이 어떻게 마법을?’
그제야 상대가 쥔 무기가 신경이 쓰였다.
장루신이 가이드라인의 탐색 기능을 발동했다.
「화염폭풍의 망치(아티팩트) 망치를 쥔 채 정신을 집중해 휘두르면 레벨 35 마법, 허리케인 플레어를 발동할 수 있습니다.
사용 조건 lv. 35. 사정거리 33미터. 사용 횟수 하루 4/5회.」
교전 전에 상대의 무기부터 확인하는 것은 이미 상식인데 그조차 까먹고 있었다니, 지금의 그가 얼마나 당황한 상태인지 보여주는 부분이 었다.
장루신을 향해 마틴이 느긋하게 걸어갔다.
“역시 엄청난 성능이라니까, 이 배틀해머.”
발타라 전사, 펠라드 빈 덕분에 손에 넣은 이 강력한 아티팩트가 있다면 전사인 자신도 간단히 적의 퇴로를 막을 수 있다.
망치를 겨눈 채 마틴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항복해라, 이계인! 당장 죽고 싶진 않겠지?”
시미터를 움켜쥔 채 장루신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물론 사방이 화염 장벽이니 도망칠 길 따윈 없었다.
‘젠장, 여기까진가?’
그렇다면 항복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투를 보아하니 당장 죽일 것 같진 않다.
‘일단 투항한 뒤 어떻게든 탈출할 기회를 노려야…
그렇게 막 무기를 버리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백색 섬광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파앗!
섬광이 일격에 마틴의 목을 꿰뚫었다.
목에 구멍이 뚫린 마틴이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끄, 끄륵……
시체가 된 마틴은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장루신이 섬광이 날아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지?’
이글거리는 화염의 장벽을 반으로 가르며 한 여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갈색 머리의,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서양인이었다.
가이드라인이 그녀의 정보를 띄웠다.
「종족 : 인간. 영술사 1, 73j
‘헉!’ 장루신은 기겁했다.
레벨이 자그마치 73?
“……당신은?”
여인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옴팔로스의 사도입니다.”
스스로를 소개하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가이드라인의 정보가 갱신되지 않은 탓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셨지요? 실수를 인정하고 적합한 추가 보상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답니다.”
“추가…… 보상이라고요?”
되물으면서도 장루신은 내심 납득했다.
그래, 분명 가이드라인대로 잘따랐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기나 싶었다.
방긋 웃으며 여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품에서 네모난 검은 수정을 꺼냈다.
“네, 일종의 특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장루신의 가이드라인이 검은 수정의 정체를 밝혔다.
「불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유니크 아이템) 사용 조건 무(無). 사용 횟수무한(無限).」
그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유니크 아이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