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56
마신의 축복(2)
누군가가 달려온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남자다.
아마 상하이에서 저런 거구를 만났다면,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노력하며 피해 갔겠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또 다른 장난감인가!’ 비웃으며 장루신은 암흑으로 거인의 주먹을 만든 뒤 그대로 후려갈겼다.
“흥! 가소롭……
채 그가 말을 잇기도 전이었다.
근육질의 거한이 검을 내리쳤다.
“헙!”
단숨에 어둠이 갈라지며 순식간에 상대가 장루신의 눈앞까지 닥쳤다.
그리고 곧바로 길게 딥킥을 뻗어 왔다.
육중한 앞차기가 어둠을 두른 복부를 강타했다.
비명을 터트리며 장루신이 뒤로 날려 갔다.
“커, 커어억!”
얼마나 강력한 킥이었는지, 그냥 날려 간 것도 아니고 무슨 물수제비처럼 돌바닥 위를 통통 튕긴다!
쿵! 쾅! 콰쾅!
그리고 건물 벽면에 충돌해 요란한 굉음을 울린다.
우당탕탕!
벽에 처박힌 채 신음을 흘리며 장루신은 경악했다.
“……뭐, 뭐야?”
근육질의 전사가 밤하늘 아래 우뚝 선다.
웅장한 대검을 쥔 철탑 같은 거구가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다.
그 위풍당당한 광경에 헌터들은 환호했다.
“발타라 전사다!”
전설의 발타라 전사가 왔으니 저 이계인도 더 이상 날뛰지 못하리라.
안도하며 헌터들이 뒤로 물러섰다.
“사, 살았다……
“다들 피하시오!”
류한빈과 장루신을 중심으로 커다란 공간이 생겼다.
무너진 벽을 헤치고 나오며 장루신이 목을 매만졌다.
“홍, 잠깐 방심했을 뿐이다!”
벽이 무너질 정도로 처박혔음에도 불구하고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
어둠을 두르고 있어 방어력도 무시무시하게 올라간 것이다.
대검을 겨눈 채 류한빈이 소리쳤다.
“항복해라, 이계인!”
장루신은 투항 권고 따위 한 귀로 흘렸다.
대신 한빈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레벨 5?”
말도 안 된다.
방금 당한 공격만 봐도 절대 레벨 5일 수가 없다.
“그런가.”
납득했다는 듯 그가 중얼거렸다.
“이 세계 인간도 유니크 아이템을 쓰나 보군.”
류한빈도 의아해했다.
어째 알레한드로와 반응이 달랐다.
‘내가 같은 지구인일 거란 의심을 하질 않네?’
아무래도 갓 이 라트나에 떨어져서 뭘 모르는 것 같다.
‘그렇다는 건, 정상적인 가이드라인도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그리 상세히 전해 주지는 않는다는 의미인가?’
어쨌건 한빈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말을 섞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대검을 치켜들며 발타라 전사가 포효를 터트렸다.
“크아아아!”
한 줄기 유성이 흑발의 이계인을 덮쳤다.
가공할 검세가 허공을 가르며 내리찍었다.
그리고 장루신의 시미터에 가로막혔다.
타앙!
류한빈은 순간 당황했다.
‘막았나?’
물론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다.
죽이면 안 되니까.
하지만 상당히 힘을 써서 내려 베었는데 너무 간단히 막힌 것이다.
‘예상보다 더 센데?’
장루신이 반격에 나섰다.
“죽어라!”
외침과 함께 좌우로 참격이 날아들었다.
한빈도 재빨리 검을 휘둘러 방어했다.
칼날과 칼날이 몇 번이나 허공에서 충돌했다.
쾅! 콰쾅!
칼날이 부딪칠 때마다 어둠이 터지며 폭음이 울렸다.
그때마다 충격이 팔뚝을 타고 올라왔다.
단순히 힘만 보면 알레한드로보다도 강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밑천을 좀 더 풀어야겠군.’
류한빈의 팔뚝이 두껍게 부풀어 오르며 힘줄이 솟았다.
흑색 대검이 거친 광풍을 동반하며 상대를 사정없이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타아앗!”
과연 작정하고 힘을 쓰자 더 이상 반격은 없었다.
장루신은 그저 방어에만 급급할 뿐이 었다.
“윽! 크윽! 윽!”
그럼에도 밀려나진 않는다.
용케 모든 검격을 막거나 피해내며 흔들림 없이 버틴다.
류한빈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이놈, 대체 힘이 얼마나 센 거야?’
그때 장루신이 입을 열었다.
“이놈, 대체 힘이 얼마나 센 거지?”
한빈은 순간 실소했다.
상대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그 실소가 장루신에겐 비웃음으로 보였다는 것이지.
“감히 나를 비웃어?”
분노하며 장루신이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시미터를 연속으로 휘두르며 스킬을 발동한다.
-풍뢰참!
칠흑의 소용돌이가 류한빈의 정면으로 날아왔다.
동시에 새까만 번개도 호선을 그리며 좌우로 파고들었다.
전후에서 협공하는 식의 공격이었다.
한빈은 침착하게 몸을 틀었다.
이런 식의 공격은 익숙하다.
바위산 시절, 온갖 마법을 사용하는 거대 마견들도 이렇게 사방팔방에서 정신 사납게 몰아붙이곤 했다.
정면의 소용돌이를 향해 류한빈이 가로 베기를 날렸다.
“타앗!”
가이드라인을 통해 터득한 ‘진짜 가로 베기’는 아니었다.
막스브리드 투술에 따른 참격이었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수백, 수천, 수만 번도 더 날린 ‘가로 베기’다.
이미 최종 오의나 다름없는 경지라, 함부로 썼다간 일격에 상대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평범한 가로 베기도 위력은 충분했다.
일격에 어둠의 소용돌이가 박살났다.
콰아앙!
한빈이 베어 간 힘을 그대로 담아 등 뒤의 번개를 마저 내리쳤다.
검은 번개가 찢어지며 반탄력을 담은 세 번째 연격이 상대의 정수리를 노렸다.
“헉!”
섬전 같은 3연격이었다.
당황한 장루신이 스킬을 발동했다.
-가로막기!
순식간에 완벽한 검세를 취해 막을 때였다.
내리치는 도중에 검을 흘리며 류한빈이 허리를 뒤틀었다.
대검이 시미터의 칼날 위를 미끄러지며 불꽃이 튀었다.
순간적으로 낮은 자세를 취하며 로킥 일격!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장루신은하단을 그대로 허용했다.
“커 억!”
겉보기엔 단순한 듯해도, 한빈의 연격엔 막스브리드 투술의 오의가 담겨 있었다.
반면 장루신의 ‘가로막기’는 가이드라인의 스킬이다.
직접 체득한 기술이 아니다.
겉보기만 그럴듯할 뿐, 실제 검술의 이해도는 극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게 가이드라인 따위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땀을 흘렸어야지!’
승기를 잡은 류한빈이 본격적으로 몰아치기 시작했다.
연신 상하좌우로 공격을 퍼붓는다.
폭격에 가까운 참격이 검풍이 되어 불어닥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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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밀리던 장루신이 이를 갈았다.
“큭! 이 자식이!”
밀리던 그의 전신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왔다.
암흑이 날카로운 맹수의 발톱이 되어 류한빈을 덮쳐 갔다.
“썰어 주마, 이 새끼!”
사방에서 쇄도하는 어둠의 발톱을 보며 한빈은 긴장했다.
‘이건 좀 까다롭네.’
스킬만 믿고 어설프게 휘두르는 검보다, 그냥 멋대로 날뛰는 어둠 쪽이 더 간파하기 힘들다.
일단 차분히 피하며 방어에 나섰다.
쾅! 콰쾅! 콰앙!
연이은 폭발과 함께 칠흑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장루신이 괴성을 터트리며 재차 어둠을 끌어냈다.
“으아아아!”
암흑을 쏘고, 휘두르고, 던진다.
동시에 몸을 날리며 시미터로 베고, 휘두르고, 찔러 온다.
류한빈도 흑색 대검을 휘두르며 맞섰다.
흩어진 어둠이 거리를 뒤엎고, 빗나간 참격이 건물을 갈랐다.
몇 차례나 공방이 오고 갔다.
건물의 붕괴와 폭발과 금속의 충돌이 불협화음을 이루며 하이 텐의 밤을 요란하게 깨웠다.
콰콰콰쾅!
아티스와 에피르는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으음…”
“이거 참……
원래 계획은 이런 게 아니었다.
류한빈은 그냥 구경만 하고, 아티스나 에피르가 이계인을 사로잡을 생각이었다.
고작해야 레벨 21인 것이다.
아티스는 고사하고 에피르 혼자 나서도 간단히 제압할 수준이다.
힘 조절 못하는 류한빈이 나섰다가는 오히려 상대를 때려죽일위험이 더 컸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이계인이 너무 강하다.
쌍검을 쥔 채 에피르가 혀를 찼다.
“우리가 낄 수준이 아니네요.”
그동안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긴 했지만 그녀는 아직 레벨 30대 중반이 었다.
아티스 역시 레벨 40대 중후반의 마법사에 불과했다.
둘 다 저런 전투에 감히 끼어들 배짱은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다.
“가만, 이런 식이라면……
뭔가를 궁리하던 아티스가 마법을 준비했다.
지팡이를 세운 채 외침을 터트린다.
“다들 물러서시오! 월 오브 파이어!”
거대한 불의 장벽이 솟구쳐 헌터들 앞을 가로막았다.
화끈한 열기에 헌터들이 놀라 뒤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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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퇴로를 막는 건가?”
“쳇, 상황이 안 보이잖아.”
투덜거리긴 했지만 헌터들은 딱히 이상하게 여기진 않았다.
전투 시 적의 도주를 막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니까.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아티스가 마법 전언을 날렸다.
-보는 눈 가렸다, 한빈! 이제 편하게 싸워 류한빈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역시 아티스! 머리 좋은데?’
기합을 터트리며 한빈이 몸을 날렸다.
“타아앗!”
일부러 빈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오직 내려치는 것에만 집중 한다.
장루신은 바로 낚였다.
“몸통이 텅 비었잖아, 멍청한놈!”
어둠의 창이 곧바로 류한빈의 가슴을 노렸다.
순간 한빈이 대흉근을 강하게 죄었다.
“헙!”
창날이 몸통을 뚫지 못하고 오히려 튕겨 나갔다.
장루신이 눈을 크게 떴다.
“에엑!”
이내 흑색 대검이 그를 내리쳤다.
장루신도 재빨리 검을 들어 막았지만…….
“소용없다!”
시미터의 칼날과 그에 깃든 어둠이 동시에 박살 나며 웅장한 폭음이 울렸다.
콰아앙
어둠을 흩뿌리며 상대가 가랑잎처럼 날려 갔다.
쓰러진 장루신이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을 보였다.
“뭐지? 왜 갑자기 공격이 안 통하는 거야?”
실은 아까까지도 어지간한 공격은 몸으로 때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류한빈은 모든 공세를 열심히 피했다.
아무리 전설의 발타라 전사라도, 오러를 못 쓰는데 바위도 쪼개는 어둠을 맨몸으로 튕겨 내는 건 역시 이상하니까.
검을 고쳐 쥐며 한빈이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압’할 수 있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