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70
퀸 오브 블러드 서커(3) 블러드 서커 퀸은 죽어 가고 있었다.
류한빈의 일격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하반신은 아예 사라졌고 상반신만 바닥에 엎드려 비참한 신음을 흘린다.
재생하려는 기색은 없었다.
가이드라인의 설명대로 오러는 퀸의 재생력을 끊을 수 있는 것이다.
“아윽, 왜…… 저런 인간이……
하필 지금 오러를 각성…… 말도안 돼……
퀸의 호흡이 점차 가늘어지더니 결국 끊어졌다.
가이드라인이 메시지를 띄웠다.
「lv. 85 퀸 오브 블러드 서커퇴치. 경험치 45,340,000을 획득했습니다.」
‘현 경험치 :
76,213,400/54,581,975,800j
“경험치가 4,500만이라.”
레벨 85씩이나 되는 마물이다 보니 경험치 습득량이 상당했다.
그러나 딱히 기뻐할 정도의 수치도 아니었다.
“천이백 마리 넘게 잡아야 레벨업 한다는 거네?”
한빈은 입맛을 다셨다.
어느 정도 현실적인 수치까지 가까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레벨업까진 갈 길이 멀었다.
‘역시 레벨에 연연하지 말고 본 실력을 키우는 게 정답이구만.’
오러가 뭔지는 감을 잡았다.
막스브리드 투술서 후반부엔 오러 운용법에 대해서도 쓰여 있었으니 착실히 수행하면 결과가 있을 것이다.
류한빈은 몸을 일으켰다.
퀸을 해치웠으니 한시바삐 일행과 합류해야 했다.
그러던 중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참, 마령석 캐야지.’
레벨 85의 대마물이라면 마령석의 수준도 엄청날 것이다.
대체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안 간다.
‘그냥 버리고 가면 나중에 아티스가 잔소리 엄청 하겠지?’
잽싸게 한빈은 퀸의 사체를 갈랐다.
그리고 잠시 뒤적거리다 고개를 갸웃거 렸다.
“어라? 마령석이 왜 없지? 분명히 심장에 있어야 하는데. 이거 혹시 라트나 토종 마물이었나?”
그럴 리는 없다.
블러드 서커 퀸 자신도 말하지 않았던가?
던전의 마물이었다고.
그렇게 류한빈이 잠시 당황할 때였다.
퀸의 이마에서 웬 검은 연기가 스르륵 흘러나왔다.
그리고 잠시 꿈틀대더니, 이내 응집해 검은 수정이 되었다.
순간 한빈의 안색이 변했다.
‘어, 이건……?’
어째 낯익은 물건이었다.
옆구리에 차고 있는 봉마함, 그 속에 들어 있는 ‘완전한 옴팔로 스의 축복의 파편’과 똑같이 생겼다!
설마 같은 물건인가 싶어 그는 가이드라인을 발동했다.
엄밀히 말하면, 아주 똑같은 물건은 아니었다.
「거의 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의 파편(유니크 아이템)J 뭐가 하나 더 붙었어?”
희미한 달빛이 비치는 무너진 회랑.
어둑어둑한 고대 유적의 폐허에서 세이라 일행은 필사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으아아!”
“이 빌어먹을 마물 놈들!”
류한빈이 퀸을 막아 준 덕분에 탑을 빠져나오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서식지 전체를 벗어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결국 수십 마리의 블러드 서커에게 포위되는 신세가 된 것이다.
블러드 서커가 커다란 손톱을 내리치며 포효를 터트렸다.
“키에에에엑!”
드워프 전사, 트린록이 할버드를 휘둘러 공격을 막았다.
그리고 곧바로 나가떨어졌다.
“크윽!”
죽어 가다 간신히 살아난 처지였다.
아무리 레벨 54의 오러 유저라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제, 젠장!”
패닉에 빠진 트린록의 머리 위로 블러드 서커들이 날아올랐다.
괴성을 내지르며 덤벼드는 놈들을 그림자 하나가 가로막았다.
은발의 작은 소녀, 에피르였다.
-마검식 : 우레의 포효!
자신 있는 뇌격의 마검술을 펼치며 그녀는 연신 참격을 뿌렸다.
선두의 블러드 서커 하나가 피를 뿌리며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에피르는 기쁜 표정이 아니 었다.
전력을 다해 겨우 한 놈 처리했을 뿐이다.
그런데 블러드 서커는 아직 수십 마리나 남아 있다.
그녀가 다급히 후미 쪽에 외쳤다.
“아티스 님!”
“알고 있다, 에피르! 버닝 플레어!”
우아한 몸짓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아티스가 폭염 마법을 날렸다.
거대한 폭발이 블러드 서커 무리의 공세를 막았다.
라온델 역시 최선을 다해 반격에 나서는 중이었다.
-마검식 : 공허의 화살!
마검술을 펼쳐
연신 화살을 쏘
아 내며 라온델이 고함을 터트렸다.
“리아벨! 마법을 쓸 수 있나?”
회색 피부의 깡마른 실프 청년이 쩔쩔매며 대꾸했다.
“그, 마나가 도통 회복되지 않아서……
그 역시 트린록과 마찬가지로 며칠이나 피를 빨린 처지인 것이다.
그나마 전사인 트린록은 움직일 수라도 있지만 마법사인 그는 서 있기도 힘들 지경이다.
의외로 라온델은 화를 내지 않았다.
“할 수 없지! 내 뒤로 숨어!”
인간들은 한없이 무시하지만, 같은 요정족에겐 꽤나 관대한 라온델이 었다.
그가 재차 시위를 당기며 소리쳤다.
“세이라! 어떻게 좀 해 봐!”
호수처럼 투명한 푸른 머리칼을 지닌 미녀가 수인을 맺어 간다.
“프렐류여, 당신의 진노의 잔을 부으소서!”
강력한 영술의 빛이 블러드 서 커를 밀쳤다.
물론 딱히 타격을 주진 못했다.
더욱 성질을 돋웠을 뿐이다.
“크아아!”
포효하는 눈앞의 마물을 노려보며 세이라는 절망에 빠졌다.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아, 발타라 전사가 목숨까지 버렸는데……
그 고귀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곳이 자신들의 무덤이 되었다.
탑을 바라보며 에피르가 이를 악물었다.
‘아니, 한빈 님은 언제 오시는 거야!’
바로 그때, 허공에서 뭔가가 떨어 졌다.
콰아앙!
주위의 블러드 서커 서너 마리가 일제히 파편이 되어 날아간다.
폭음 사이에서 거구의 사내가 몸을 일으킨다.
흑색 대검이 안개 사이로 섬뜩한 검광을 번뜩인다.
세이라 일행의 눈이 휘둥그레커졌다.
“펠라드 씨?”
“어, 어떻게?”
“설마 퀸을 해치웠단 말인가?”
기뻐해야 할 상황임에도 트린록이며 세이라는 의문을 먼저 느꼈다.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아무리 발타라 전사라도 오러유저가 아닌 이상 블러드 서커퀸을 이길 수 있을 리가…….
번쩍!
순간 붉은 빛이 사방을 가르며 모든 의문을 짓이겨 버렸다.
눈부신 파괴의 빛이 블러드 서 커 무리를 참살해 간다.
너무도 쉽게, 너무도 간단히 마물이 썰리고 또 썰린다.
비명이 끝없이 메아리친다.
“크아아악!”
“아아악!”
트린록은 입을 쩍 벌렸다.
‘무, 무슨 오러가 저리……
그 역시 오러 유저였지만 저 붉은 블레이드 오러는 차원이 달랐다.
자신의 오러가 처마 밑 등불이라면, 저것은 그야말로 숲을 태우는 거대한 불길!
콰콰콰콰쾅!
끝없이 이어지는 파괴 속에서류한빈은 피식 웃었다.
‘보이네.’
보인다.
마물의 움직임, 공격과 방어, 힘의 흐름, 놈들의 예상 경로까지 전부 다.
‘썰리네.’
별로 힘을 쓸 것도 없다.
그저 적당한 위치에 적당히 블레이드 오러를 찔러 넣으면 펑펑썰린다.
‘이래서 퀸이 그토록 자신만만 했던 거였군.’
진짜 장님과 싸우는 느낌이었다.
오러란 게 이렇게까지 치사한 능력이었단 말인가?
정신을 놓고 있던 세이라가 흠칫 물었다.
“……오러 유저였나요?”
블러드 서커 하나를 두 동강 내며 한빈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퀸과 싸우다 깨달았다.”
“아!”
그녀는 바로 납득했다.
원래 오러는 경지에 오른 전사가 생사가 걸린 전투를 겪으며 각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트린록도 그렇고, 현존하는 오러 유저 대부분이 죽기 직전까지 몰리다 오러를 깨달았다.
행운이라면, 마침 자신들의 목숨이 걸려 있을 때 발타라 전사에게 그 시기가 찾아왔다는 것!
트린록이 기뻐 외쳤다.
“실로 예센의 가호로다!”
류한빈은 계속 블러드 서커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오러를 모를 때도 학살할 수 있었던 놈들이다.
이제 다시 싸워 보니, 쉬워도 정말 너무 쉬웠다.
무차별 살육이 이어졌다.
비명이 안개 사이로 끝없이 메아리 쳤다.
“크아아악!”
“캬아악!”
*
*
*
로어 던전의 블러드 서커는 깔끔하게 몰살당했다.
원래 리스폰되던 마물도 아니고 퀸도 사라졌으니, 놈들이 다시 나타날 일은 없으리라.
티아론 시로 돌아온 한빈 일행은 헌터 길드에 저 사실을 알렸다.
원래 이런 특이 사항은 보고하면 소정의 정보료가 나오는 것이다.
그때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여기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아티스의 질문에 길드 접수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대륙3강의 비교적 수준 낮은 던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로어 던전의 블러드 서커 퀸과 마찬가지로, 다른 지역의 던전에서도 레벨이 맞지 않는 마물이 출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부 원래는 4대금역의 마물이라는 공통점도 있었다.
“하지만 그 정체불명의 두건 쓴 여인에 대해선 처음 듣습니다.
어서 이 사실을 상부에 보고해야겠군요.”
보나 마나 사악한 이계인의 짓일 거라며 접수원이 이를 갈았다.
내심 찔린 류한빈이 무뚝뚝하게 물었다.
“이계인이 왜 그런 짓을 하지?”
“저야 모르죠. 하지만 이계인이잖습니까?”
알 수 없는 기현상은 그냥 무조건 이계인 짓이라 여기는 모양이었다.
‘정말 이 세계 사람들, 지구인 진짜 미워하네.’
세이라 일행과도 작별을 고했다.
더 이상 티아론에 볼일이 없으니 아트란사스 본가로 돌아가는 것이다.
여행 채비를 갖추는 트린록을 향해 에피르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괜찮으신 거예요? 저 엘프 공자 뒤통수 후려갈겼었잖아요.”
라온델의 성격을 볼 때, 아무리 심복이라도 그냥 넘어갈 것 같진 않았다.
과연 트린록이 눈치를 보며 입가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쉿, 공자님은 그 사실을 모르십니다.”
“엥? 몰라요?”
“전후 기억이 날아가셨다더군요. 거참, 그렇게 세게 때리진 않은 것 같은데 왜 그런지는 최근 기절할 일이 많았나?”
열심히 딴청을 피우는 에피르였다.
한편 아티스는 세이라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중에 아트란사스에 한번 들러 주세요. 귀빈으로 모실 테니까요.”
“정말 귀빈 취급을 받을 수 있긴 한 겁니까?”
미심쩍어하는 아티스를 향해 세이라가 쓴웃음을 지었다.
“공자님도 태도가 많이 바뀌시긴 했으니까요.”
확실히 류한빈을 대하는 라온델의 태도는 달라졌다.
당장 말투부터가 그랬다.
“귀하의 도움에 실로 감사하는 바이다. 아트란사스의 이름을 걸고, 이 호의는 잊지 않도록 하지.”
여전히 건방지긴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미천한 놈 운운은 하지 않는다.
간단한 이유였다.
오러를 각성한 류한빈이 블러드서커 무리를 어떻게 학살하는지 봐 버린 것이다.
그것은 실로, 없던 관대함도 마구 솟구치게 하는 광경이었다.
‘완전 괴물이었잖아! 가문의 기사 동원해도 다 죽게 생겼다!’
보복이고 뭐고 다 포기했다.
의외로 계산적인 타입이었달까?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류한빈과 친해지겠다는 소리는 아니다.
등을 돌리자마자 바로 표정을 바꿨으니까.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그래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으니 장족의 발전이라 하겠다.
그렇게 세이라 일행과 헤어진 뒤 다시 셋만 남았다.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예상 못한 일에 휘말려 바삐 움직이긴 했지만, 이제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갈 차례다.
집부터 빌리고, 여기서 한동안 레벨을 올려야지.
“목표는 둘 다 레벨 60이다!
자! 힘내라고!”
아티스와 에피르가 눈을 빛냈다.
예전 같았으면 감히 꿈도 못 꿀아득한 레벨이지만, 지금은 충분히 손에 닿는 현실이었다.
물론 류한빈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나도 오러 운용법을 확실히 익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