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71
다크니스 폴른(darknessfallen) ⑴
라트나 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지중해 메티스.
그 드넓은 바다의 상공에 거대한 섬 하나가 존재한다.
고도 1,000미터 이상에 위치한 저주받은 대지, 마도왕국 룬이사력을 다해 억제함에도 끝없이 최고위 던전을 토해 내는 4대금역의 하나.
부유도(浮뼈島) 아발타가 그것이었다.
아발타의 수많은 던전 중 하나인 ‘토라스의 탑’ 최상층에 세사람이 서 있었다.
마도왕국 룬의 여왕이자 마법사길드 싱커즈의 수장이며 대륙 최강의 마법사인 금발의 흑인 미녀.
아크메이지, 제노비아 룬 스펠마스터.
요정왕국 알렌디아의 왕비이자 대륙 최강의 영술사인 푸른 머리칼의 님프 여인.
생사초월자, 홀리엔 스트라우스알렌디아.
천년왕국 칼드리스의 섭정이자 마검사 길드 인사이드 포스의 수장이며 대륙 최강의 마검사인 벽안의 중년인.
뇌제, 가르한 카텔 프라스트.
알려지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일이었다.
대륙3강의 지배자이자 각기 한 분야의 극에 다다른 절대자들이, 수하 하나 거느리지 않고 던전내에서 몰래 회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거 재미있네.”
제노비아와 가르한을 번갈아 보던 홀리엔이 미소를 지었다.
“바오톨트가 최강인 거야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우리끼린 누가 더 강한지 논란이 많았는데……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뻔히 다 드러나 버리잖아?”
마주 선 두 사람의 레벨이 보인다.
「종족 : 인간. 마법사 lv. 15Oj
「종족 : 인간. 마검사 lv. 152j물론 저들도 그녀의 레벨을 보고 있겠지.
「종족 : 님프. 영술사 lv. 155j
“내가 제일 레벨이 높네. 두 사람, 그동안 게으름 피운 거 아냐‘?”
의기양양한 홀리엔의 말에 제노비아가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흥! 의미 없는 차이일 뿐이야.”
레벨은 어디까지나 여러 요소를 종합한 대략적인 수치일 뿐이다.
실전엔 온갖 상황에 의한 변수가 따르는 법이니, 저 정도 레벨차이는 무의미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자고 모인 게 아닐 텐데?”
가르한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계인이 지닌 강탈의 권능을 완벽히 재현했어.”
홀리엔도 미소를 지우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마신의 영향력은 확실히 제거되었어. 마물들을 이용해 확인도 마쳤고.”
제노비아가 눈을 빛냈다.
“좋아, 이제 실행만 남았군.”
문득 홀리엔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야? 분명히 요구 사항은 모두 충족시켰지만……
그녀가 오른손을 들었다.
검은 기운이 살며시 피어올랐다.
“이게 완벽하지 않다는 건 우리 모두 알잖아?”
피어오른 검은 기운, 이것의 정체를 그녀의 ‘가이드라인’이 밝힌다.
「거의 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유니크 아이템)」
제노비아의 이론대로라면 이것은 ‘완전한 옴팔로스의 축복’이어야 했다.
이상한 수식어가 앞에 붙은 걸 빼면 아직까진 아무런 문제도 없었지만…….
“그래도 좀 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소극적인 홀리엔의 태도에 가르한이 인상을 썼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야. 여기까지 오는 데만 10년 가까이 걸렸다고.”
제노비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홀리엔, 당신은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 아직 100년 넘게 여유가 있으니까.”
“하지만 우린 요정족이 아니라 인간이다. 더 이상 시간이 없어.”
“아니면 우리 없이도 혼자서 여신의 저주를 풀 자신이 있는 건가?”
이어진 두 사람의 말에 홀리엔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건 아니지.”
결국 셋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가르한이 선언하듯 말했다.
“실행한다.”
적당한 집을 빌려 근거지를 꾸린 뒤, 한빈 일행은 본격적으로 티아론 인근의 던전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이텐에서처럼 다른 헌터 팀과 함께 움직인다거나 하진 않았다.
그땐 어디까지나 발타라 전사의 소문을 퍼트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미 펠라드 빈의 명성은 티아론 시 전체에 퍼져 있었으니까.
-발타라 전사가 나타났다면서?
-엄청나게 강력한 오러 유저라던데!
-진짜인가? 아무리 발타라 전 사라지만 너무 젊던데.
-로어 던전의 블러드 서커를 처치한 게 그자라더군.
-아! 아트란사스 가문의 의뢰를 처리한 것이 그였나?
과연 아티스의 예상은 옳았다.
아트란사스 가문의 명성이 큰 만큼, 그 가문의 의뢰를 훌륭히 처리한 한빈 일행의 명성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티아론의 헌터들 모두가 그 위업에 경탄하며 찬사를 보냈다.
심지어 알티아 교단에서도 이들의 협력자 위계를 청(靑)에서 백(白)으로 올릴 정도였다.
단 한 번의 의뢰를, 하이텐에서 처리한 모든 일보다 더 높게 쳐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굳이 외부인을 끌어들여 정체가 들통날 위험을 자처할 필요가 없었다.
한빈 일행은 파죽지세로 티아론일대의 던전들을 공략해 갔다.
평소처럼 아티스와 에피르에게 정기를 몰아주고, 레벨이 오를 때마다 마법 스크롤과 마검술 스크롤을 잔뜩 구입해 익혔다.
대륙3강에 속하는 요정왕국의 관문도시쯤 되니 레벨 50이 넘는 고위 스크롤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금액도 상상을 초월했지만, 어차피 돈은 많았다.
그렇게 한 달째.
이제 한빈 일행은 티아론에서 제일 강한 던전 중 하나인 렌가 드의 최심부를 공략하고 있었다.
사방이 녹슨 강철로 덮여 있는 기괴한 폐허.
오랫동안 버려진 공장단지처럼 생긴 렌가드 던전 최심부에서 아티스와 에피르가 네 마리의 마물을 상대하고 있었다.
타쿨라라 불리는, 전신에 털 대신 푸른 비늘이 덮여 마치 고릴 라와 리자드맨을 합친 것처럼 생긴 놈들이었다.
달려드는 놈을 향해 아티스가 마법을 날렸다.
“익스플로전!”
화룡답게 그는 화염계 마법이 가장 적성에 맞았다.
레벨 48의 폭염 마법이 마물에게 작렬해 폭음을 일궜다.
콰콰쾅!
하지만 타쿨라는 폭염을 뚫고 재차 모습을 드러냈다.
“크르르!”
놈들의 레벨은 50대 중후반, 로어 던전의 블러드 서커에 필적하는 강력한 마물이다.
레벨 48의 마법 정도로 치명상을 주긴 어려운 것이다.
“제가 맡을게요!”
은발의 소녀가 아티스 앞을 가로막으며 쌍검을 휘둘렀다.
“타앗!”
마물의 공격을 피해 낮게 회피하며 옆구리를 찌른 뒤 땅을 박차고 자세를 반전, 곧바로 놈의 허리를 깊숙이 베어 간다!
-마검식 : 비탄의 참격!
단 일격에 타쿨라의 허리가 두동강 나며 피를 뿌렸다.
“크아악!”
그동안 에피르도 레벨이 많이 오른 것이다.
어느새 레벨 59의 마검사가 되었으니, 일격에 해치울 만한 파괴력을 손에 넣었다.
자세를 고쳐 잡으며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나 해치웠다!”
이제 남은 건 세 놈뿐.
에피르가 전의를 불태울 때였다.
멀리서 류한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곱, 여덟, 아홉, 열……
폐허 한편에서 근육질 거한이 수십 마리의 타쿨라에 둘러싸여 검을 휘두른다.
붉게 빛나는 블레이드 오러가 춤을 출 때마다 마물의 피육이 화려하게 나부낀다.
에피르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쪽은 둘이 힘을 합쳐 막 하나 잡았는데…….
“저긴 벌써 두 자리에 육박하네요?”
쓴웃음을 지으며 아티스가 마나를 끌어 올렸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에피르. 우린 우리대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아티스가 마법을 연거푸 날렸다.
폭발 사이로 에피르도 몸을 던졌다.
이글대는 열기 속에서 쌍검이 연신 춤을 춘다.
기회를 붙잡은 아티스가 치명타를 노린다.
“플레임 디스크!”
화염의 원반이 맹렬히 회전하며 다른 한 놈에게 명중했다.
단방에 타쿨라가 박살 나 흩어졌다.
콰아앙!
레벨이 펑펑 오른 건 에피르뿐만이 아니다.
그 역시 이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쓸 만큼 강해진 것이다.
“좋아, 또 한 놈 해치웠군.”
그러는 동안에도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스물둘, 스물셋, 스물넷……
“최, 최선을……
애써 무시하며 두 용족은 열심히 싸웠다.
정말 열심히 싸웠다.
덕분에 또 한 마리 더 해치울 수 있었다.
“세 마리째!”
“서른둘, 서른셋, 서른넷……
류한빈을 노려보며 아티스가 입을 삐죽였다.
“거 듣는 드래곤 김빠지게 만드네, 저 녀석.”
에피르도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하아, 대체 레벨이 얼마나 더 올라야 한빈 님께 도움이 될까요, 우리?”
“지금도 도움은 된다. 그건 틀림없어.”
단지 그 도움이 전력이 아니라 집사, 메이드, 마부라서 그렇지.
“저 자식, 원래 레벨은 몇인 거야, 도대체?”
“90 이상인 건 확실하죠.”
듣자 하니 로어 던전의 블러드서커 퀸이 사실은 레벨 85였다고 했다.
그런 퀸조차도 류한빈은 쓰러뜨렸다.
“정말 레벨 100도 넘는 것 아닐까요?”
아티스가 혀를 내둘렀다.
“예전엔 설마 싶었는데, 요샌진지하게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는군.”
타쿨라 무리에 포위된 채 류한 빈은 계속 학살의 연회를 펼쳤다.
아티스와 에피르가 보기엔 참으로 압도적인, 그야말로 상대도 안 되는 전투였다.
하지만 정작 그가 대충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전심전력으로, 최대한 집중하며 힘겹게 전투를 이어 가는 중이었다.
‘으, 이거 꽤나 까다롭네?’
지금 한빈은, 두 눈을 감고 마물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막스브리드 투술서에 따르면 갓 오러를 각성한 자가 익혀야 할 기본기는 셋이다.
칼날에 파괴의 빛을 싣는 블레이드 오러(blade aura).
전신에 무형의 갑옷을 두르는 오러 아머(aura armor).
신체 능력을 증폭시키는 오러부스트(aura boost).
블레이드 오러는 터득했다.
지금도 흑색 대검은 붉은 빛을 발하며 마물들을 베어 가고 있었다.
오러 아머와 오러 부스트 역시 어렵지 않게 익혔다.
알고 보니 이건 한빈이 이미 사용하고 있던 기술이었다.
‘어쩐지…… 왜 힘주면 피부가 단단해지나 했더만……
원래부터 그의 체내엔 오러가 충만한 상태였다.
류한빈은 그냥 힘을 준다고만 여겼지만, 실은 피부에 오러 아머를 덧씌우는 행위였던 것이다.
신체 증폭 능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지금까진 오러가 외부로 발현되지 않아 효율도 나쁘고 감지도 안 될 뿐이었다.
이제 오러를 터득했으니 방어력도 신체 능력도 훨씬 올라갔다!
그래서 후딱 기본기 졸업하고기초 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영 만만치 않았다.
퍼억
‘윽! 또 맞았다.’
눈을 감고, 시야가 아니라 오러의 감각만으로 적을 간파하고 움직임을 예측한다.
오러 사이트(aura sight).
제3의 감각을 일깨워 세상을 보는 기술을 연습하는 것이다.
처음 오러를 각성했을 때는 꽤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력을 제거하고 나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퍽! 퍽! 퍼퍽!
‘대충 느껴지긴 하는데 반응하면 이미 늦으니, 원.’
다행인 점은 얻어맞아도 딱히 문제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열심히 처맞아 가며 오러 사이트 훈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한참 후 류한빈이 도로 눈을 떴다.
“다 잡았나?”
발치에 무수한 신음이 메아리친다.
눈 감고 싸우다 보니 죽인 놈도 꽤 많았지만, 그래도 마물의 절 반 정도는 아직 숨이 붙어 있다.
“아티스! 에피르! 와서 정기 먹어!”
두 남녀가 눈을 빛내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쓰러진 타쿨라 무리가 공포로 몸을 떨었다.
“으아아……
잠시 후, 그 공포는 더욱 짙어졌다.
걸어오던 남녀가 옷을 주섬주섬벗더니 이내 거대한 괴물로 변신 한다!
“으르르르르….”
“크르르….”
아득히 높은 곳에서 드래곤과 와이번이 흉흉한 눈동자를 번뜩이며 입을 벌린다.
시뻘건 불길이 눈앞 가득 넘실거린다.
마물들이 비명을 터트렸다.
“으아아아악!”
그 광경을 지켜보며 류한빈이 한가하게 중얼거렸다.
“입장 바꿔 보면 진짜 호러겠네, 저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