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86
추적자(2)
4대금역으로 한데 묶여 있지만 대미궁 칼탄은 다른 금역과는 형태가 좀 다르다.
얼음불꽃 숲 히스란, 타워마운 틴 루퍼스, 부유도 아발타는 엄밀히 말해 ‘던전’이 아니다.
온갖 강력한 던전들이 수시로 출몰하는 ‘지역’의 이름이다.
반면 칼탄은 그 자체로 거대한던 전이었다.
어지간한 변경의 소국에 맞먹는 크기의 광활한 지저 미궁, 그 속에서 계속해 던전이 생성된다.
던전의 내부에 또 던전이 존재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 아득히 거대한 공간에 무턱대고 들어가 한 개인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한빈 일행은 일단 금역도시 세르칼탄에 도착해 검왕 바오톨트의 정보부터 수집했다.
딱히 검왕을 찾는다 하여 세인의 눈길을 받거나 하진 않았다.
이미 세르칼탄엔 그런 이들이 수두룩했다.
검왕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검왕의 힘을 빌리기 위해, 혹은 그의 휘하로 들어가 명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헌터들이 그를 찾는다.
그런 만큼 헌터 길드에 관련 정보도 꽤 많았다.
그동안 검왕에게 한 수 가르침을 받거나 함께 던전을 공략한 경험이 있는 헌터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으니까.
의외로 바오톨트는 사람들을 기피하는 성격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세상엔 검왕이 독불장군인 것처럼 전해진 거지?”
아티스의 의문에 키비에가 피식 웃었다.
“독불장군인 것도 사실이거든.”
분명 바오톨트는 딱히 까칠한 타입은 아니었다.
동료가 되고 싶어 하는 이가 있으면 마음대로 하라며 쉽게 받아 들였다.
“그래 놓고 자기도 마음대로 행동하지.”
동료가 따라오건 말건 신경 끄고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마물들 사이로 펑펑 뛰어드는데, 문제는 이 위대하신 검왕님의 전투를 따라잡을 수 있는 강자가 최강의 3인뿐이라는 점이다!
팀으로 함께 움직이다가도 혼자 휙 사라지고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 놓으니 함께 싸운 적이 있는 이들은 많은데 정작 동료로 자처할 만한 이는 전무하다.
“……진짜 멋대로 사는 사람인가 보군.”
기가 차 한빈이 중얼거렸다.
키비에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 영감이 좀 그런 면이 있지.”
정보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검왕의 자취가 발견된 것이 1년 전, 대미궁의 던전 카트락에서였다.
“일단 그곳을 목표로 삼고 움직이자.”
무려 1년이나 지났으니 지금껏 카트락에 계속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검왕의 흔적을 찾으면 섀도 리딩으로 단서를 얻을 수 있어.”
키비에의 장담을 믿고 한빈 일행은 대미궁에 들어갈 채비에 나섰다.
세계 최강, 최악의 던전을 공략해야 하는 일이다.
결코 준비를 허투루 할 수 없다.
다행히 무구는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다.
류한빈이 자신의 흑색 대검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나야 어차피 마도구 쓰지도 못하니, 이 칼만 있으면 돼.”
키비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이 창이면 충분하다.”
아티스와 에피르에겐 이미 오래 전부터 묵혀 놓은 최고급 장비들이 있었다.
“드디어 이 마도구들 써먹겠네요 아, 길었다.”
공간 주머니에서 팔찌며 벨트, 건틀렛 등을 꺼내며 에피르가 환하게 웃었다.
「앱솔루트 큐어의 팔찌(아티팩트)」
「앱솔루트 힐링의 팔찌(아티팩트)」
「앱솔루트 힐링의 벨트(아티팩트)」
「앱솔루트 큐어의 건틀렛(아티팩트)」
「앱솔루트 힐링의 부츠(아티팩트)」
예전에 이들을 공격했던 그레이트 어스의 일원, 알레한드로에게서 거둔 마도구들이었다.
“그동안은 레벨 제한 때문에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지만……
“이젠 우리 둘 다 레벨 70을 넘어섰으니 충분히 사용할 수 있죠.”
세르칼탄까지 오며 흡수한 정기를 열심히 소화시켰다.
틈틈이 인근 던전에 들러 추가로 마물을 사냥하기도 했다.
덕분에 현재 아티스와 에피르는 레벨 71 마법사와 레벨 72 마검사가 되어 있었다.
치유 아이템을 나눠 착용하며 아티스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걸로 영술사의 부재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겠군.”
무기도 바꿨다.
에피르는 기존의 쌍검을 팔고 알레한드로가 쓰던 좌검 스테일과 우검 제로할트를 허리에 찼다.
아티스는 오랫동안 애용하던 붉은 수정의 로드 대신 새 지팡이를 얻었다.
r스펠 세이빙 로드(아티팩트) 특수 능력 : 최대 5종의 마법을 사전에 비축한 뒤 동시에 발동합니다.
사용 조건 lv. 70. 사용 횟수 하루 10회.」
세르히스란에서 일행을 습격했던 이계인들, 그들 중 마법사 맥스웰이 사용했던 아티팩트였다.
루슬란의 마검은 류한빈이 박살냈고 그레이스의 로브는 팔아 버렸지만(영술사 전용이라 쓸 사람이 없었다), 지팡이는 잘 챙겨 두었던 것이다.
무장을 갖춘 뒤 세르칼탄의 잡화점을 찾았다.
검왕 탐색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니 최대한 보급을 해 둬야 했다.
최소 석 달은 문제없을 정도의식료와 생필품을 구입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세르칼탄을 출발한 지 사흘째.
한빈 일행은 별일 없이 대미궁칼탄의 동쪽 입구가 위치한 라이 온 록에 도달할 수 있었다.
*
라이온 록은 이름 그대로 엎드린 사자와 흡사하게 생긴 커다란 바위산이 었다.
바위산 중턱에는 상당한 규모의 요새가 세워져 있었다.
대미궁의 입구가 위치한 이스트칼탄 요새였다.
요새를 둘러보며 류한빈이 혀를 내둘렀다.
“여긴 히스란 쪽 입구보다 규모가 훨씬 크네?”
평범한 던전과 달리 4대금역은 국가적 차원에서 엄격하게 관리 된다.
4대금역의 마물은 가장 낮은 레벨이라도 최소 50 이상이다.
그런 괴물들이 라트나 대륙에 풀려나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그래서 대륙3강은 4대금역에 거대한 감시망을 설치하고 마물들이 외부로 빠져나오는 걸 막고 있었다.
모든 던전을 전부 감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가장 위험한 장소에 전력을 집중하는 것이다.
4대금역을 공략하려는 헌터들을 관리하는 것도 대륙3강의 임무였다.
아무에게나 금역을 개방하면 인명 피해가 너무 커진다.
세상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 탕을 노리고 무모하게 뛰어드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자기 목숨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굳이 말려 뭐 하겠나 싶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이는 귀중한 인재를 불필요하게 잃는 상황이다.
당연히 레벨을 검증해 자격 있는 이들만 들여보내는 것이 거시적으로는 이득이다.
얼음불꽃 숲 역시 장벽과 빛의 결계로 둘러싸여 있어 한빈 일행은 드나들 때마다 입구에서 자신들의 레벨을 증명해야 했다.
“그래도 그때는 천막 몇 개에 마법사 몇 명만 머무는 임시 거처 형태였지, 이렇게 본격적인 요새는 아니었는데.”
한빈의 말에 아티스가 어깨를 으쓱거 렸다.
“아무래도 다른 금역과 대미궁은 마물들의 수준이 다르니까.
그만큼 관리 레벨도 높겠지.”
요새에 들어서 보니 확실히 그의 말이 옳았다.
주둔군 대부분이 레벨 70 이상이었다.
그런 이들이 거의 쉰 명이 넘었다.
고작 쉰 명으로 무슨 군대냐 싶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구의 감각이다.
레벨 70 이상의 강자가 쉰 명이 넘는다면 라트나에선 충분히 군대라 칭할 수준인 것이다.
한빈 일행은 요새 건물들의 사잇길을 따라 계속 올라갔다.
이윽고 산 중턱에 위치한 커다란 동굴이 보였다.
대미궁의 동쪽 입구, 라이온 게 이 트였다.
에피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선객이 있네요!”
한 무리의 젊은 헌터 팀이 동굴 입구의 문지기들과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어허! 평균 레벨 65 정도로 어찌 대미궁을 도모하려 하는가!”
“우리는 레벨 70대의 마물도 처치한 경험이 있습니다! 레벨이 실력을 전부 대변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래도 허락할 수 없네! 규칙은 규칙일세!”
보아하니, 레벨 70에 도달하지도 못했으면서 칼탄 공략을 시도 하다 입구에서 거부당한 듯하다.
“자네 같은 이들이 간혹 있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어 레벨도 모자란데 무모하게 대미궁에 들어가려는 이들.”
익숙한 어조로 문지기가 타이르기 시작했다.
“정신 차리게, 젊은이. 자네 부모님께서 자식이 어이없이 죽어버렸다는 걸 알면 얼마나 슬퍼하시겠나?”
답답해진 헌터 한 명이 성질을냈다.
“아니, 죽어도 내가 죽는 건데 그쪽이 무슨 상관입니까?”
문지기도 버럭 화를 냈다.
“왜 상관이 없단 말인가? 사람 목숨이 그렇게 하찮은 것이던가?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가 사지로 들어가겠다는데, 제정신 박힌 인간이라면 당연히 말려야지!”
그 광경을 지켜보며 한빈은 내 심 감탄했다.
‘와, 진짜 좋은 사람들이다 저들은 단순한 문지기가 아니다.
전원 레벨 70대 후반의 강자들.
대미궁 칼탄의 확장을 막고, 혹여 뛰쳐나오는 마물들을 막아서는 첨병이기도 한 것이다.
사실 저 정도 실력이라면 그냥 던전을 공략하는 쪽이 돈도 더 많이 벌고 훨씬 자유롭게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세상을 위해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의무를 다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니까.
‘그래서 4대금역의 문지기들은 헌터들 사이에서도 존경받는다고 했지?’
결국 출입을 거부당한 헌터 팀이 한숨을 쉬며 물러섰다.
그리고 한빈 일행의 차례가 왔다.
아티스와 에피르가 먼저 헌터신분증을 건넸다.
“레벨 71 마법사에 레벨 72 마검사인가?”
신분증을 확인한 문지기가 에피르를 보며 감탄했다.
“어려 보이는데 굉장한 실력자였군.”
류한빈과 키비에의 신분증도 마저 확인했다.
“두 사람은 발타라 전사란 말이지? 그렇다면 레벨을 확인할 순없겠고……
이미 얼음불꽃 숲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류한빈과 키비에가 기다렸다는 듯 검과 창을 꺼내 들었다.
우우우웅!
붉고 검은 블레이드 오러가 검과 창을 감쌌다.
문지기의 안색이 살짝 굳었다.
“가, 강하시군요……
더 이상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저 강렬한 오러만으로도, 두 사람은 최소 레벨 80 이상임이 확실한 것이다.
“들어가십시오. 그대들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키브리엘의 가호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인사말을 보니 아마도 어둠의 교단의 신도인 모양이었다.
동굴로 들어서며 키비에가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해. 한동안 그런 거 없어.”
*
*
*
얼음불꽃 숲의 금역 도시, 세르히스란.
알마라와 살투스, 두 드래곤은 도시 곳곳을 뒤지며 능숙하게 어둠의 화신 일행의 정보를 수집했다.
드래곤 주제에 어떻게 인간들의 정보 수집에 능숙한가 싶겠지만, 원래 이들도 젊은 시절엔 인간들 사이에 숨어 눈치 보며 살던 전적이 있는 것이다.
성실한 정보 수집만이 생명 연장의 꿈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어둠의 화신 일행이 구입한 식료며 생필품의 양을 보면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대략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저들은 대화하며 무심코 ‘레벨 제한 70’이란 단어를 자주 입에 담았다고 했으니 이 역시 중요한 단서다.
정보를 취합한 살투스가 결론을 내렸다.
“세르칼탄으로 향하고 있군요.”
정기 보고 시간에 맞춰, 알마라가 홀리엔에게 알아낸 사실을 알렸다.
“아무래도 어둠의 화신은 대미궁 칼탄으로 향하는 듯합니다.”
수정구에 비친 푸른 머리칼의 님프 여인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칼탄이라고?”
“예. 혹시 짐작 가는 부분이 있으신지?”
알마라의 질문에 홀리엔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뭔가 생각하더니 그녀가 평소모습으로 돌아왔다.
“알았어. 그럼 세르칼탄으로 향하도록. 거기서 전력을 붙여 줄테니까.”
“예, 홀리엔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