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93
혈투(血 H)(2)
한 대 맞았다고 엄살 피울 여유따윈 없다.
고통을 무시하며 류한빈은 오히려 앞으로 나섰다.
검을 올려치며 길게 블레이드오러를 내뿜는다!
“하아압!”
수 미터 길이의 붉은 섬광이 대지를 파헤치며 아서를 노렸다.
추가타를 날리려던 아서가 기겁해 몸을 날렸지만 조금 늦었다.
그때 제이슨이 끼어들었다.
“아서!”
빛의 장벽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제이슨의 장벽 영술이었다.
빛의 장벽은 순식간에 박살 났지만 대신 한빈의 공세도 위력이 감소했다.
아슬아슬하게 피한 아서가 재차 공세를 퍼부어 갔다.
“정말 예사 놈이 아니구나!”
이번엔 블레이드 오러뿐 아니라 손에 쥔 검의 힘까지 끌어낸다.
그의 장검 역시 평범한 무기가 아닌 것이다.
‘프리즈 스트라이킹 블레이드(아티팩트)
특수 능력 : 칼날을 통해 상대에게 레벨 90 빙계 마법, 프리즈스크라이킹을 발동합니다.
사용 조건 lv. 95. 사용 횟수 하루 19/20회.j 칼날과 칼날, 오러와 오러가 충돌할 때마다 팔뚝을 타고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어 온다.
류한빈은 인상을 썼다.
‘으으….’
사실 냉기 자체가 치명적이진 않았다.
일반인이라면 얼음 기둥이 될 정도로 가공할 냉기였지만, 한빈은 리치의 뼈다귀도 맨손으로 으깨 버린 전적이 있다.
그냥 팔뚝에 힘 좀 주면 알아서 살살 녹는다.
문제는 한창 전투 중에 강제로 딴짓을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젠장!’
팔뚝에 신경 잠깐 쓰는 것도 이런 초고속 공방전에선 큰 리스크다.
아주 잠시 멈칫하는 사이에 아서의 검광이 그를 스치고 지나가며 피를 뿌린다.
피투성이가 되어 가는 류한빈을 향해 레실도 연신 마법을 뿌려대고 있었다.
“윈드 커터! 소드 오브 선더!
라이트닝 애로우! 데스 스트라이 크!”
온갖 속성의 마법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진다.
아무리 레벨 99 마법사라지만, 지나치게 연사가 빠르다.
마법을 피하고 때론 받아치며, 한빈은 레실이 쥔 지팡이를 힐끔거렸다.
‘저쪽도 골치 아프고……
그녀는 아티스와 마찬가지로 스펠 세이빙 로드를 쓰고 있었다.
아티스의 지팡이가 다른 이계인에게서 획득한 것임을 감안하면, 아마도 뇌제가 일괄적으로 배급한 무기인 듯했다.
하지만 아티스보다 레벨이 거의 30 가까이 높다 보니 비축된 마법도 죄다 고위 레벨뿐이다.
“아케인 스플래시!”
레실이 레벨 90의 마력 섬광을 쏟아 냈다.
날아드는 섬광을 오러로 비껴내며 류한빈이 몸을 날렸다.
콰콰콰쾅!
비껴 나간 아케인 스플래시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 틈에 한빈은 거리를 좁혔다.
육중한 거구가 순식간에 작은 키의 레실보다도 밑으로 파고들었다.
그때 였다.
“소론디의 가호여, 이곳에 임하라!”
대지가 갈라지며 레실과 한빈의 거리를 도로 벌려 놓았다.
영술사 제이슨의 짓이었다.
검사 아서와 마법사 레실이 전투에 임하는 동안, 제이슨도 영술 장벽 뒤에 숨어 지속적으로 둘의 보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서와 레실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장벽을 세우거나 대지를 흔들어 전황을 바꾸는 한편, 기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영술도 지속적으로 걸어 준다.
뿐만 아니라 틈틈이 공세도 날린다.
“알티아의 빛이 내 적을 치고, 키브리엘의 어둠이 그 눈을 가린다!”
환영술은 류한빈의 저항력이 너무 높아 통하지 않지만, 물리적 공격이나 미약한 정신 충격을 가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순간적인 두통, 눈앞이 잠시 어두워지는 암전 현상만으로도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다.
‘아니, 키브리엘을 잡으러 온 놈이 왜 키브리엘의 이름을 빌려?
이 동네 여신 개념 진짜 이상하다니까!’
내심 투덜대며 류한빈은 계속 아서를 상대했다.
마음 같아선 저 영술사부터 해치우고 싶었다.
그게 아니면 마법사라도.
하지만 아서가 문제였다.
눈앞의 전사를 무시하고 마법사나 영술사부터 노린다는 건, 전쟁 중에 멀리서 화살 쏘는 궁병부대가 귀찮으니 눈앞의 중장보병 무시하고 저쪽부터 먼저 해치우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속 편하게 상황이 흘러가도록 상대가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다.
레실이나 제이슨을 노리려 할 때마다 아서가 칼같이 가로막는다.
-격룡참!
날아드는 아서의 참격을 튕겨내며 류한빈은 혀를 찼다.
‘이놈들 진짜 손발 잘 맞는군.’
하루 이틀 같이 싸워 본 게 아닌 듯했다.
실은 거의 30년 넘게 호흡을 맞췄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한빈이야 그 사실까진 모르지.
하여튼 도통 기회가 오질 않았다.
게다가, 기껏 행운이 따라 기회가 왔다 해도 그걸 잡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수차례의 공방 끝에 마법사 레실이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때마침 마법을 연사한 직후라 딜레이도 걸려 있다.
기회다 싶어 류한빈이 블레이드오러를 내리찍었다.
“타앗!”
순간 그녀가 지팡이를 들어 블레이드 오러를 가로막았다.
마법사 주제에 전사 흉내를 냈으니 그 결과가 응당 참혹해야 하겠지만…….
“거인의 방패!”
마나가 아니었다. 포스의 힘이었다.
순간적으로 레실의 신체 능력이 증폭되며 빛의 방패가 펼쳐져, 한빈의 공격을 버텨 낸다.
폭발과 함께 그녀의 가녀린 몸이 뒤로 날려 간다.
“아윽!”
신음을 흘리며 레실은 애써 몸을 일으켰다.
꽤나 아파 보이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몸이 두 동강 나지도, 육편이 되어 흩날리지도 않았다.
그녀의 목걸이를 노려보며 류한 빈은 인상을 썼다.
‘또 저거냐……
‘실드 포스의 목걸이 착용자에게 레벨 90의 마검술, 거인의 방패를 발동하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사용 조건 lv. 93. 사용 횟수 5/12 회.」
워낙 성능이 뛰어나다 보니 사용 횟수가 극히 적지만, 그만한 가치를 하는 마도구였다.
저 매직 아이템 덕분에 기껏 기회를 잡아도 치명타를 넣기가 쉽지 않았다.
아서와 제이슨도 상황이 비슷했다.
둘 다 자신이 쓰지 못하는 라트나의 4대력을 매직 아이템이나 아티팩트를 통해 보완하고 있었다.
오러 유저인 아서가 영술이 걸린 반지를 이용해 수시로 류한빈의 발치에 함정을 파고…….
“대지여, 입을 열어라!”
제이슨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영술사는 쓰지 못하는 단거리 순간 이동 마법으로 회피해 버린다.
“블링크!”
분명 마도구나 아티팩트는 레벨이상의 힘을 부여해 주지 않는다.
레벨 90의 능력을 쓰려면, 본인이 레벨 90을 넘어야 한다.
그것이 레벨 제한이다.
하지만, 레벨 90의 마법을 레벨 90대의 오러 유저나 마검사가 쓸 수는 있다.
전투에 유용한 수단이 추가로 생기기만 해도 승산은 크게 오른다.
레벨 100의 맨티코어보다도 실제론 저들이 훨씬 강한 것이다.
류한빈은 전법을 바꿨다.
‘이대론 답이 안 나와.’
저 세 명을 상대로, 빈틈이 생긴 적부터 해치우는 건 현 상황에선 맞지 않다.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무조건 오러 유저만 해치운다!’
*
5k
*
“크아아아!”
맹수처럼 포효를 터트리며 발타라 전사가 저돌적으로 달려든다.
아서의 눈빛이 변했다.
‘음?’
아까까진 중구난방, 걸리는 놈부터 조지겠다는 식으로 나오더니 이제 확실하게 자신만을 노리고 있다.
긴장하며 아서가 검을 들어 맞섰다.
제이슨이 영술로 아서의 기력을 보충하고 레실이 마법을 준비해 류한빈의 등을 노렸다.
바로 그때였다.
“타앗!”
순간 대검으로 상대를 밀며 한 빈이 아서의 좌측으로 빠진다.
동시에 레실의 마법이 한빈 대신 아서의 우측을 노리고 날아든다.
“윽!”
기겁하며 아서는 거리를 벌렸다.
그대로 류한빈을 공격하려다간 레실의 마법을 자신이 맞을 판국이었다.
재차 한빈의 공세가 이어졌다.
또 난투가 벌어졌다.
이번엔 제이슨의 엑토플라즘 촉수가 한빈의 발치를 노렸다.
막 촉수가 발을 묶으려 할 때였다.
류한빈이 교묘히 발을 놀려 아서와 자리를 바꿨다.
“헙!”
이번에도 아서는 빈틈을 노리지 못하고 제이슨의 촉수부터 피했다.
류한빈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떠올랐다.
‘먹힌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이었다.
분명 그가 지구에서 즐겼던 게 임은 다수가 하나의 적을 상대할 때 아군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게임에는 프렌들리 파이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건 게임이 아니잖아?’
현실에선 마법이나 창칼이 적아를 가려 누군 불태우고 누군 무시하진 않는다.
나의 적이, 곧 다른 적의 공격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류한빈은 더더욱 기세를 높였다.
‘어때, 게임이랑은 다르지?’
아서는 침착한 표정이었다.
“이제야 상식적으로 싸울 생각이 들었나?”
그렇다.
류한빈은 자신이 뭔가 기막힌 아이디어를 낸 줄 알지만, 사실 헌터들 사이에선 그냥 상식이었다.
당장 전장에서도, 아군이 적과 뒤섞여 난전을 벌이면 궁병은 더 이상 화살을 날리지 못하지 않는가?
오히려 아서 일행은 이제껏 저 발타라 전사가 왜 저렇게 싸우나 의아해하고 있었다.
어쨌거나 상대가 저렇게 나온 이상, 이쪽도 상식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아서와 레실, 제이슨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뭉치자!”
“알았어요, 아서!”
세 이계인이 서로의 거리를 좁혔다.
한빈의 공세를 셋이서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상대가 도로 원거리 계열을 노리면, 다시 거리를 벌리며 아까처럼 빈틈을 노린다.
반면 계속 오러 유저에만 집중하면, 그대로 진영을 유지하며 힘으로 압도한다.
상대가 어떻게 나오건 지닌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전 법 이 었다.
“슬슬 정신은 차린 모양인데……
“그래 봐야 현실적인 전력 차는 어쩔 수 없다, 야만인!”
좋은 시절은 잠시였다.
저쪽이 올바른 전법으로 대응하자 도로 류한빈이 몰리기 시작했다.
“크윽! 윽!”
세 이계인들이 철새 떼처럼 집합과 분산을 반복하며 공격을 퍼붓는다.
그때마다 구릿빛 피부가 시뻘겋게 물든다.
궁지에 몰린 한빈이 비장의 한 수를 펼쳤다.
_가로 베기!
소용없었다.
그 순간 아서의 오러와 레실의 아케인 실드, 제이슨의 방어 장벽이 발동해 비장의 한 수마저 막아 버렸다.
콰콰쾅!
힘과 힘의 충돌로 사방에 충격파가 퍼져 나갔다.
동시에 아서의 칼날이 한빈의 몸통을 깊숙이 찔렀다.
“쿠, 쿨럭!”
복부가 관통된 한빈이 피를 토했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격을 뿌린다.
-세로 베기!
또 막혔다.
바위산에서 갈고닦은 그의 기본기는 실로 가공했지만, 그럼에도 저 셋을 동시에 베어 버릴 정도로 강하진 않았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검을 찔러간 뒤…….
-찌르기!
오히려 튕겨 나가 비명을 터트린다.
“크어어 억!”
아서는 빙그레 웃었다.
제법 까다로운 적이었지만, 이제 끝이나 다름없었다.
레실과 제이슨이 다가올 보상을 떠올리며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쾌락 보상은 어떻게 되는 거죠?”
“그러게. 레벨 5로 쳐주는 건가, 아니면 원래 실력대로 보상을 해주나?”
한빈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후들거리는 무릎을 애써 일으키며 다시 검을 쥔다.
‘좋아.’
대가를 치르긴 했지만, 덕분에 원하던 양상이 되었다.
‘제발 통해라!’
마지막 힘을 끌어내 몸을 날린다.
붉은 오러가 일렁이는 흑색 대검을 전력으로 내리긋는다.
“타아아앗!”
비웃으며 세 이계인이 다시 한번 방어에 나섰다.
“안 통한다니까!”
“누가 야만인 아니랄까 봐 학습능력이 없네.”
기껏 날린 참격이 또다시 오러와 마법과 영술의 삼중 방어장에 가로막힌다.
이제까지와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다.
‘지금이다!’
순간 류한빈의 축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 그 속에서 형형한 눈빛이 번뜩였다.
“타아앗!”
수백, 수천, 수만 번을 휘두른 가로 베기와 세로 베기가 한순간에 이어진다.
거대한 적광의 십자가가 허공을 수놓는다.
십자의 중앙에 가공할 찌르기가 관통한다.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파괴력을 몇 배나 중첩시킨다.
삼중십자격(三中十字擊), 크로 스 임팩트(cross impact)!
“어, 어어?”
당황한 아서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도저히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격이었다.
항거할 수 없는 파괴의 해일이 세 이계인을 덮쳐 갔다.
세 줄기 비명이 칼탄의 어둠을 타고 울렸다.
“으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