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97
어둠의 심장(heart ofdarkness) (2) 오러 운용의 기본은 자신의 오러를 집중, 응집하여 보다 높은 파괴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기술인 오러 아머, 오러 부스트, 오러 스트라이 크 등의 운용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집중으로 인해 높아지는 오러의 파괴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 단계를 벗어난 오러유저들은 대부분 집중한 오러를 이용해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을 추구한다.
반면, 검왕은 기본 그 자체에 몰두했다.
바오톨트는 화려한 기술이나 적을 현혹시켜 쓰러뜨리는 방식을 싫어했다.
정면으로 부딪쳐 당당히 힘으로 꺾어야 진정한 전사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계속해 오러양을 늘리고, 계속해 집중도를 높이며 평생을 매달렸다.
너무도 막대한 오러양이 끝없이 집중되면 어느 순간 상식을 초월하는 현상이 생긴다.
집중된 오러가 스스로의 기운에 의해 압괴하며 한없이 한 점으로 응축하는 것이다.
응축한 오러가 임계점을 돌파하며 생성되는, 끔찍할 정도로 가공할 파괴의 기운.
극도의 수행 끝에 바오톨트는 결국 저 기운을 의념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전신에 두르면 불괴불굴의 갑옷이 되고, 칼날에 실어 휘두르면 만물을 베는 참격이 되며, 사방에 흩뿌리면 대지를 뒤덮는 유성우로 화한다.
투혼(請魂) 발타란.
그가 추구하는 ‘진정한 전사’의 이상을 현실에 투영하는 오러 스킬이 었다.
또한, 투혼의 경지에 올라 진정한 전사에 가까워진 바오톨트는 마침내 ‘진정한 검’마저 손에 넣었다.
극의에 도달한 투혼 그 자체를 한 자루 검으로 벼리어 내는, 하늘에 닿은 무신의 검.
천검(天劍) 디아스티마.
신수 크루스머르그의 숨통을 끊은 검왕 최대 최강의 비기였다.
검왕의 양대 절기를 대략적으로 설명한 뒤, 키비에는 진지하게 말했다.
“최강의 3인은 분명 바오톨트보단 약했어. 하지만 그 격차는 심하지 않아.”
뇌제, 아크메이지, 생사초월자 역시 인세의 초월자로 검왕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이들이었다.
“디아스티마까진 무리더라도 최소 발타란은 터득해야 해. 그 정도쯤 하지 않고선 전투조차 성립되지 않을 테니까.”
투혼 발타란의 운용법은 한계를 넘어선 오러의 압축과 붕괴로 시작한다.
그에 대해 검왕은 이런 식으로 비유했다고 한다.
-산을 부수는 힘을, 겨자씨에 담아라.
키비에의 설명에 류한빈은 어이 없어했다.
“……먼저 산을 부술 수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니냐?”
산을 부수라는 거야 물론 일종의 비유겠지만, 분명한 건 스스로 압괴할 정도로 방대한 오러양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오러가 부족하면 아예 시작조차 못 한다.
“뭐, 시도는 해 보지.”
여관 뒤뜰은 아티스가 펼친 결계로 보호받고 있다.
전력을 끌어내도 외부로 기운이 새어 나가진 않을 것이다.
기간트를 든 채 류한빈이 오러를 끌어 올렸다.
“타아아앗!”
전력을 다해, 모든 오러를 끌어 낸다.
찬란한 붉은 블레이드 오러가기간트의 칼날에 눈부시게 맺힌다.
우우우웅!
“이 상태로 집중!”
불길처럼 이글거리던 블레이드오러가 점점 응축되어 한 자루섬광이 되었다.
흠잡을 데 없는 집중도였다.
이젠 한빈도 기초적인 오러 운용법은 통달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오러가 스스로 응축되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는데.”
딱히 류한빈이 실수해서는 아니었다.
투혼 발타란의 오의는 압괴 상태의 가공할 파괴력을 의념으로 제어하는 데 있다.
애초에 압괴 현상 자체는 어려운 것도 아닌 것이다.
오러양이 한계점을 넘기면 그냥 저절로 된다.
“역시 오러양이 부족하군.”
키비에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빈이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 어디 진득하게 자리 잡고 수행에 매진해야 하나?”
“그럴 시간은 없어.”
천하의 검왕이 몇십 년을 고행해 도달한 오러양이다.
현재의 류한빈이 그 경지까지 따라잡으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놈들이 그런 여유를 주지 않을 테니까.”
남은 수명이 몇 년 없는 가르한과 제노비아였다.
어디 숨어 있건 죽어라 한빈 일행을 쫓아올 것이 뻔했다.
“운 좋게 잘 숨을 방법을 찾았다 해도 마찬가지고.”
밤의 균열을 통해 지속적으로 옴팔로스의 침식이 이어지고 있다.
이대로 몇 년씩 끌다간 라트나에 메울 수 없는 흉터가 남을 것이다.
키비에가 안타까운 듯 중얼거렸다.
“대체 왜 자신들이 어둠의 신성을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최악의 경우, 스스로를 포기하고 최강의 3인에게 여신의 지혜를 내주는 방법도 염두에 두었다.
그렇게 해서 라트나의 균형을 지킬 수만 있다면 말이지.
하지만 그럴 순 없다.
진정한 신성은 필멸자의 정신으로 다룰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어쩌라는 거야? 검왕만큼 강해지라 했으면, 적어도 따라잡을 시간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냐?”
블레이드 오러를 거두며 한빈이 투덜거렸다.
키비에가 손을 저었다.
“나라고 대책도 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니야.”
깨달음을 얻어 검술의 경지를 높이는 건 오직 스스로의 노력으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단순히 오러양만 높이는 것이라면 방법이 있지.”
라트나를 가호하는 여섯 여신들은 속세에 직접 관여치 않는다.
너무도 강대한 여신의 힘이 물질계에 직접 강림할 경우, 세상의 균형을 크게 흔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인간들의 힘만으론 감당할 수 없는 미증유의 재앙이 닥쳐올 경우가 있다.
그때를 대비해 여신들은 자신의 신성 일부가 담긴 성물(聖物)을 지상에 안배해 놓았다.
대대로 재앙에 맞설 여신의 사도로 선택된 인세의 영웅들, 그들은 여신의 성물을 통해 힘을 얻어 라트나를 구하고 평화를 가져왔다.
키브리엘 역시 자신의 성물을 지상에 안배해 두고 있었다.
성스러운 밤의 정수, 어둠의 심장(heart of darkness).
“그거라면 한빈, 네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을 거야.”
말을 맺으며 키비에는 마차 밖을 바라보았다.
드넓은 황야가 시야 가득 들어왔다.
바오톨트가 죽은 이상 대미궁에 더 이상 볼일은 없다.
추적자가 있으니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것도 위험하다.
그래서 현재 한빈 일행은 세르칼탄을 떠나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신의 성물이라……
흔들리는 마차에 몸을 기댄 채 류한빈이 문득 실소했다.
성검이나 성물, 뭐 이런 걸 찾는 전설이나 신화는 지구에서도 많이 봤다만…….
“자기가 만든 걸 자기가 찾는 건 좀 웃기는 이야기군.”
뾰로통한 얼굴로 키비에가 투덜거렸다.
“이건 원래 계획에도 있었던 거거든!”
처음부터 그녀는 바오톨트를 찾은 후 어둠의 심장을 취하러 갈생각이었다.
아무리 검왕이라도 최강의 3인을 동시에 상대할 수는 없을 테니 성물을 내려 승산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발타라 전사가 마도구를 기피하는 이유는 그것이 마신 음팔로스의 술수에서 태어난 사악한 물건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여신의 성물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 크루스머르그마저 해치운 걸 보면, 의외로 성물 없이도 가능했을지도……
하여튼 류한빈에게 승산이 없다는 건 확실했다.
지금으로선 최강의 3인 중 누구와 붙어도 필패다.
“그럼 이제 어둠의 심장을 찾으러 가는 건가요?”
막 아티스와 마부석에서 교대한 에피르가 질문을 던졌다.
류한빈이나 키비에나, 레벨 문제로 골렘 스티드를 쓰지 못하는 처지다 보니 마부 일은 둘이서만 맡고 있었다.
키비에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야.”
어둠의 심장은 라트나 대륙 최북단에 위치한 켈레브 산맥의 최고봉인 영봉 제네로수스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현재 한빈 일행은 켈레브 산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
라트나 북쪽의 소국, 메란 왕국의 한 영지.
어둠이 짙게 깔린 심야의 들판에서 수많은 마물들이 인간의 군대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크아아아!”
“피! 인간의 피!”
늑대인간형 마물, 울프리언이 포효를 터트리며 송곳니를 드러낸다.
미라처럼 삐쩍 마른 흡혈 괴물, 드로타스가 욕망에 차 붉은 눈을 번들거린다.
검을 휘두르며 병사들이 악을 써 댔다.
“으, 으아악!”
“이 괴물 놈들!”
해일처럼 밀려오는 마물의 군세앞에 병사들은 계속 쓰러져 갔다.
프렐시스 가문의 기사들이 호통을 쳤다.
“버텨라!”
“포기해선 안 된다!”
“우리가 여기서 무너지면 남은 이들은 놈들의 먹이가 된다!”
지켜야 할 이들이 있는 자는 강하다.
가족을 떠올리며 병사들은 다시금 사기를 끌어 올렸다.
“으아아아!”
그러나 전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쳐들어오는 마물들은 대부분 레벨 40 이상이었다.
그에 비해 병사들의 평균 레벨은 20 전후.
이들을 이끄는 기사들도 간신히 레벨 30을 넘어섰을 뿐이다.
아무리 죽음을 각오하고 용기를 끌어 올려도, 절대적인 힘의 격차를 뒤엎을 수는 없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쓰러지는 동료의 숫자가 늘어난다.
아군의 피가 들판을 붉게 물들인다.
“크윽!”
“으아악『
그럼에도 기사들과 병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직 이들에겐 희망이 있었다.
“버텨라, 프렐시스의 전사들아!”
고함을 터트리며 20대 초반의 기사가 마물들 사이로 파고들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
지휘관이자 프렐시스 남작의 장남, 마커스 카텔 프렐시스였다.
“그분이 오신다!”
계속해 병사들을 독려하며 마커스는 마물을 베고 또 베어 갔다.
그런 그의 앞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조그만 인간 주제에!”
푸른 비늘이 덮인 거구의 마물, 자이언트 리자드맨이 양손에 쥔 커다란 할버드를 내리친다.
“한 방에 뭉개 주마!”
허겁지겁 마커스가 카이트 실드를 들어 막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단숨에 방패가 박살 나며 그는 뒤로 날려 갔다.
마커스의 레벨로는 너무 벅찬상대였던 것이다.
“크억!”
쓰러진 그를 노리고 리자드맨이 재차 할버드를 내리찍었다.
도저히 피할 틈이 없었다.
눈앞에 쇄도하는 죽음을 보며 마커스가 욕설을 내뱉을 때였다.
“제기랄!”
갑자기 허공에서 백색 섬광이 날아와 일격에 리자드맨의 머리를 날려 버 렸다.
퍼엉
그뿐이 아니다.
뒤이어 수십 자루의 엑토플라즘투창이 쏟아지며 일대를 폭격한다.
콰콰콰쾅!
폭음과 마물의 비명이 시끄럽게 울리며 마물의 대열 한쪽이 붕괴했다.
그리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키브리엘의 문장이 박힌 검은 코트를 걸친 20대 중반의 사내였다.
화려한 금발에 녹색 눈동자, 겉보기에 마른 편이지만 어깨가 넓고 전신이 탄탄한 것이 상당히 단련된 몸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환호를 터트렸다.
“오셨다!”
“레온하트 님!”
“레온하트 님이 오셨어!”
죽다 살아난 마커스도 반색하며 소리쳤다.
“백부님!”
그를 돌아보며 레온하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 버텨 주었다, 마커스.”
또래로밖에 안 보이는 20대의 젊은이에게 백부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겉보기엔 젊어 보여도 사실 그는 40대 중반이 넘은 나이였다.
현 프렐시스 남작가의 가주가 그의 친동생인 것이다.
이계의 침식으로부터 라트나를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젊음을 돌려받은, 세 번째 여신의 축복자.
레온하트 카텔 프렐시스는 마물의 군세를 노려보며 살기를 피우기 시작했다.
“이제부턴 내가 맡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