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Story of a Sword King RAW novel - Chapter 98
어둠의 심장(heart ofdarkness) (3) 레온하트는 오른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알티아의 빛이여, 당신의 아이들을 치유하소서!”
치유 영술의 빛이 장막이 되어 들판을 가득 덮었다.
쏟아지는 빛의 폭포 속에서, 쓰러진 병사들이 하나둘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전신의 상처가 서서히 사라지고 몸에 활력이 돌아온다.
공포가 사라지고 용기가 그 자리를 채운다.
“이, 이건!”
“레온하트 님이시다!”
죽어 가던 병사들이 다시 일어났다.
마물들이 당황해 웅성거렸다.
그러나 레온하트의 영술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연거푸 수인을 맺으며 영술을 이어 간다.
“키브리엘의 가호가 그 몸을 지키고!”
은은한 어둠이 기사들과 병사들의 갑옷에 맺혔다.
어둠의 가호로 모두의 방어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예센의 화염이 그 칼에 맺힐지 어다!”
모두의 창칼에 불길이 피어올라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들의 무기는 자신보다 월등히 높은 레벨의 마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게 되었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기세등등하게 마물의 군세로 돌격해 갔다.
“으아아!”
“이 더러운 마물 놈들!”
“다 죽여 버리겠다아아!”
전황이 바뀌었다.
소수인 인간 군대의 돌격에 다수인 마물의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영술사가 뒤를 받쳐 준다면 이렇게까지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자, 이걸로 급한 불은 껐아군을 돌본 레온하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대부분의 영술사라면 여기서 일단 뒤로 물러나 전황을 아군에게 유리하도록 조율하는 데 힘쓸 것이다.
하지만 레온하트는 달랐다.
그는 앞장서 싸우는 자, 이끌고 인도하는 자였다.
“발동, 우로보로스의 뱀!”
그가 걸친 아티팩트, 우로보로 스의 코트가 뱀처럼 수 줄기로 찢어지며 전신을 휘감았다.
강철보다 단단해진 코트 자락이 팔과 다리, 몸통은 물론 목까지 빈틈없이 메웠다.
그 상태로 수인을 맺는다.
-엑토플라즘 보디!
반투명한 기운이 사지를 타고 흐른다.
치유하고 보살피는 힘, 프라나가 강대한 근력과 방어력으로 바뀌어 간다.
싸우는 영술사, 레온하트의 전투 형태였다.
“허업!”
레온하트가 몸을 날렸다.
검은 그림자가 단숨에 수십 미터의 거리를 달음박질치며 마물의 대열과 충돌했다.
콰아앙
몸통 박치기 일격에 마물 네 마리가 박살 나 핏덩이가 되었다.
당황한 마물들이 괴성을 터트리며 맞서기 시작했다.
“크아아!”
거대한 오우거 한 놈이 육중한 몽둥이를 내리쳤다.
한 걸음 내디뎌 파고들며, 레온 하트는 팔을 휘저어 공세를 걷어냈다.
그리고 길게 올려치는 어퍼컷에 가까운 스트레이트 펀치!
“밤은 성스러운 키브리엘 님의 영역!”
일격에 오우거의 머리통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즉사였다.
다른 놈들도 레온하트에게 몰려왔다.
발톱과 검과 몽둥이가 연거푸날아들었다.
“으아아!”
“카아!”
레온하트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스탠스를 벌리며 자세를 견고히 한다.
그 상태로 달려오는 오크의 가슴팍에 파고들어 한 팔 잡고 메치기!
“어찌 더러운 이계의 마물이 밤의 어둠을 더럽히느냐!”
날려 간 오크가 다른 오크들과 충돌해 비명을 터트렸다.
“억!”
“우게겍!”
레온하트가 재차 몸을 날렸다.
연거푸 정권을 찔러 가고 다양한 각도로 킥을 날리며 분노의 외침을 터트린다.
“여섯 여신의 이름으로 네놈들을 벌하리라!”
한 줄기 광풍이 되어 그는 마물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펀치와 킥으로 이루어진 폭풍이 불어닥칠 때마다 마물의 피와 살이 사방으로 나부꼈다.
“참, 내 백부님이긴 하지만 그 광경을 본 마커스가 혀를 내둘렀다.
“정말 독특한 분이시란 말이지.”
근접전에 약한 마법사나 영술사가 보조로 무술을 익히는 건 사실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만일의 경우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어야 다시 마법이나 영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팡이를 사용하는 마법사들은 체력 단련 및 전투 보조목적으로 봉술을 익힌다.
수인을 맺어야 하는 영술사인 경우엔 무기를 쥐고 있을 수 없으니 맨손 체술이 주가 된다.
심지어, 가끔은 어지간한 전사나 권사보다 뛰어난 실력을 지닌 마법사나 영술사도 있었다.
마나나 프라나에 소질이 있다 해서 무술적 소질이 없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물론 어디까지나 ‘어지간한’ 수준의 이야기였다.
오러나 포스가 받쳐 주지 않은 무술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오러 유저나 경지에 오른 마검사를, 마법사나 영술사가 무술로 상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때로 세상에는, 상식을 초월하는 달인이 태어나는 법.
레온하트는 그런 달인 중 한 명이었다.
-영술사라고 남들의 보호를 받으며 뒤에서 깨작대란 법이 어디 있는가?
그는 누구보다 앞장서 싸우길 원했다.
그리고 결국 프라나를 맨손 체술과 융합해 새로운 영역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라트나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최초로 탄생한 영술권사.
그 업적은 무수한 마물과 이계인을 상대로 찬란한 빛을 발했고, 결국 레온하트에게 30대 후 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여신의 축복자로 선택받는 영광마저 안겨 주었다.
“타아아앗!”
양손에 수인을 맺으며 레온하트는 계속 마물들 사이로 돌진했다.
“예센의 분노가 내 손에 깃들고!”
강철 같은 두 주먹에 불길이 피어올랐다.
화염을 머금은 채 그는 사방의 마물에게 연신 권격을 날렸다.
펀치가 적중할 때마다 불길이 옮겨붙는다.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영술의 불꽃이다.
“람니아나의 격류가 풍랑이 되니!”
푸른 기류가 양다리를 타고 흐른다.
킥을 날릴 때마다 마물의 체액이 끓어오르며 피를 토한다.
격중당한 마물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허우적댔다.
“으아아악!”
거대한 드라칸 한 마리가 그의 앞을 막았다.
놈이 입을 벌리며 불길을 뿜어냈다.
콰아아아아!
허리를 낮춰 낮은 태클 자세로 바꾸며 레온하트는 드라칸의 하체를 공략했다.
놈의 오금을 당겨 무릎관절을 비틀며 무게중심을 흔든다.
그 거대한 드라칸이 자신의 신장 반밖에 안 되는 레온하트에 의해 무릎을 꿇는다.
“컥!”
놈의 눈높이가 낮아졌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바로 드라칸의 어깨를 파고들며 감아 메친다.
물론 드라칸의 방어력이라면 그냥 땅에 메쳐진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리는 없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소론디의 기암괴석이여, 솟구쳐라!”
메치기와 동시에 영술을 발동한다.
대지 위에 수십 자루의 바위 송곳이 돋아난다.
그 위로 상대를 메쳐 버린다!
“크아아악!”
바위 송곳 수십 개가 드라칸의 전신을 관통해 피를 흩뿌렸다.
그렇게 레온하트는 계속해 마물들의 수를 줄여 갔다.
그 기세에 힘입어 기사들과 병사들도 용맹하게 싸웠다.
마물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줄기 시작했다.
전황을 파악한 레온하트가 빙그레 웃었다.
“슬슬 끝을 볼 때로구나!”
호쾌한 외침과 함께 그가 수인을 맺었다.
평소보다 훨씬 길고 복잡한 손동작이 었다.
레벨 100이 넘는 최고위 영술사들은 자신의 프라나를 개성화하여 고유 영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레온하트에게도 그런 고유 영술이 있었다.
“알티아의 장벽이여!”
영술사들이 적의 접근을 막고 전황을 제어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영술, 알티아의 장벽이었다.
레벨이 낮은 영술사들은 고작해야 수 미터 길이의 광벽 두세 개를 생성하는 것이 전부지만, 고위 영술사쯤 되면 차원이 달라진다.
찬란한 빛이 들판을 뒤덮었다.
무수한 빛의 장벽이 마물과 마물 사이를 가로막았다.
장벽 수준을 초월해, 아예 광대한 빛의 미로가 마물의 군세를 모조리 가두어 버린 것이다.
“ 켁?”
“크엑?”
미로에 갇힌 마물들이 당황해 빛의 장벽을 두들겼다.
원래대로라면 여기서 미로 내로 병력을 투입해 분산된 마물들을 각개격파 하는 것이 전장의 상식.
그러나 기사들과 병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어질 다음 사태를 이미 알고 있었다.
“오! 저 빛은?”
“끝났군!”
레온하트가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고유 영술 : 블러디 로즈!
거대한 미로의 장벽이 일제히 옆으로 넘어졌다.
마치 도미노처럼, 빛의 장벽이 방사형으로 연달아 무너지며 마물들을 덮쳤다.
압사당한 놈들이 처참하게 짓이겨 졌다.
“크아아아악!”
프렐시스의 기사들이 기가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방어용 영술 장벽을 저렇게 사용하는 분은 정말 저분뿐일 거야.”
“어떻게 저렇게 호전적인 성격으로 영술사가 되신 건지, 이윽고 마물의 소리가 사라졌다.
광활한 들판 위로 붉은 장미가 피어났다.
무수한 마물들의 사체로 이루어진 거대한 피의 장미였다.
“후우……
호흡을 고르며 레온하트는 손가락을 풀었다.
그리고 뿌듯하게 웃었다.
“꼴좋다, 더러운 마물 놈들.”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만세!”
“레온하트 님 만세!”
* * *
키비에는 설명했다.
“제네로수스로 가도 바로 어둠의 심장을 얻을 수는 없어.”
어둠의 심장이 위치한 영봉 제 네로수스는 키브리엘의 강력한 신성 결계로 봉인되어 있었다.
“당연한 조치잖아. 아무나 성물을 손에 넣게 할 순 없으니까.”
오직 여신의 사도로 선택된 진정한 영웅들만이 성물을 취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
류한빈이 물었다.
“키비에 네가 바로 어둠의 여신이잖아. 그냥 직접 봉인 해제하면 되는 거 아냐?”
그녀가 짜증을 냈다.
“몇 번이나 말해? 지금의 난 여신이 아니라 화신이라고!”
화신 상태인 키비에에겐 자신의 결계조차도 풀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얼마 전까진 별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검왕 바오톨트는 이미 여신의 축복을 받은 자였으니까.
“물론 엄밀히 말하면 그가 받은 축복은 위업에 대한 보상이지, 사도로 선택받아서는 아니지만……
어쨌건 틀림없는 여신의 축복이었고, 영봉 제네로수스의 봉인 해제 조건에 들어맞았다.
그래서 지금까진 그냥 바오톨트를 찾아 어둠의 심장을 내리면 된다고 쉽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검왕이 죽어 버렸으니……
납득한 한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신의 다른 축복자가 필요해졌다는 거군?”
“그래.”
그동안 여신의 축복은 세 차례 내려졌다.
33년 전, 최초로 여섯 여신의 축복을 받은 최강의 4인.
이들은 애당초 고려 사항도 아니다.
바오톨트를 제외한 나머지 3인 이 바로 키브리엘의 적이니까.
두 번째 여신의 축복은 21년 전에 내려졌다.
4대금역의 던전 서른여덟 개를 소멸시키고 세 자릿수의 이계인을 생포해 위명을 떨친 레벨 108의 마검사, 카켈라드가 그 대상이 었다.
이름을 듣자마자 아티스와 에피르가 알은척을 했다.
“아, 격랑의 마검사 카켈라드말인가?”
“그도 안 되겠네요.”
의아해하며 류한빈이 물었다.
“어? 왜?”
이유는 실로 간단했다.
“죽었거든요.”
신수 크루스머르그를 상대하던 200인의 최고위 헌터 군단, 그들을 이끈 지휘관이 바로 카켈라드였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다 보니 변경 시골뜨기인 아티스나 에피르도 알고 있었다.
덕분에 이제 선택지는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9년 전, 세 번째 여신의 축복자로 선택된 라트나 최초의 영술권 사.
“레온하트 카텔 프렐시스.
키비에가 말을 맺었다.
“그가 필요해. 제네로수스의 봉인을 열 수 있는 유일한 ‘열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