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00
***
밤 안개 사이로 연안을 따라 작은 어선 한 척이 조용히 바다를 가르며 지났다.
난 어선에 조심히 올라 바다와 맞닿은 땅을 조심히 살폈다. 불야성이라 불리던 항주에 비하자면 심심한 풍경이다.
그래도 우리가 머물던 무길의 진영에 비하면, 확실히 풍족해 보이는 풍경이기도 했다.
– 솨아아아아.
“저쪽이군요.”
“천리경은?”
“가져왔습니다. 손 단주께서 빌려주셨습니다.”
– 끼기긱.
어둠을 가르듯 바다를 조금 지나니, 멀리서는 유독 밝아 보이는 커다란 빛이 보인다.
나포된 석가장의 범선이 억류된 항구가 빛을 뿜고 있었다. 다른 배는 보이지 않고, 해적선과 범선만이 정박 중이다.
난 손목건에게 빌린 천리경을 길게 펼쳐 그곳에 시선을 집중했다.
“무엇이 보이십니까?”
“다들···신난 분위기로군요. 가볍습니다. 웃고 떠드는 왜인들이 보입니다.”
“그럴 수밖에요. 이곳은 도주님 진영과도 멀고 계속해서 나포한 물자가 들어오는 곳일 겁니다. 늘 저런 모습이겠지요.”
“흐음.”
보이는 건 단순하다. 술판을 벌이는 왜구들.
저마다 무엇이 그렇게 신난 건지, 웃고 떠드는 모습이 내전 중인 곳임을 잊게 했다.
유쾌하다고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저 술은···’
병사들이 마시는 술의 단지가 생각보다 익숙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마시는 건 내가 만든 과하석황주.
이들은 포장도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대석’이란 글이 적힌 술 단지를 하나씩 들고는 입에 털어대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아려왔다.
“지금 여쭤볼 말은 아닙니다만···, 풍화도에서는 주로 어떤 술을 드십니까?”
“술···말씀이십니까?”
“예. 술.”
술이란 말을 들은 산목은 뭐 이런 때에 이런 걸 묻냐는 표정이다.
그래도 그냥 물은 건 아닌 질문. 보이는 게 영 익숙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노획한 술을 마시는 거야 이상한 건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조금 이상한 건 저들이 노획한 술만 마신다는 것.
술이란 건 새로운 술을 마실 때면 언제나 이전에 마신 술과 그 맛을 비교하기 마련이다.
제아무리 맛있는 술이라도 늘 먹던 술에 비한다면야 모자란 부분도 있을 터.
사람이 모이면 이런 건 더 심해진다. 그래서 새 술은 언제나 원래 마시던 술과 함께 마시는 게 사람의 습관일 거다.
그런 관점에서 저들이 과하석황주만을 마시는 게 내 눈에는 평범해 보이진 않았다.
뭐. 그래. 내가 만든 술이 조금 맛있긴 하지. 아니, 많이. 그래도. 사람의 입맛이란 건 처음 경험하는 맛에 온전히 빠질 순 없다.
술도 음식도 맛에는 역치라는 게 있으니까.
과하석황주가 바다 쪽으로 흘러든 건 이번이 처음이기에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
“소문대로 술에 진심인 분이군요.”
“제가 좀 그렇습니다.”
“중원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황주나 백주라 불리는 중원의 술을 주로 마시지요. 노획하거나, 또는 거래로 가져와 이를 마시는 편입니다.”
“풍화도에서만 마시는 술은 따로 없는 겁니까?”
자체적으로 술을 담그지 않는다는 걸까. 이건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전문적이지는 않아도 술을 만드는 이는 꼭 있다는 뜻이다.
그게 인류의 역사였으니까.
“있긴 합니다. 황주처럼 쌀로 만드는 술이.”
“역시 그렇군요. 어떤?”
“정확히는 황주보다는 청주(淸酒)에 가깝지요. 황주처럼 빚은 후 이를 오래 두면 층이 생기지 않습니까? 그 윗부분을 뜬 청주를 주로 마십니다.”
사케다.
정확히는 세이슈(淸酒), 또는 니혼슈(日本酒)라 불리는 술. 정종이란 말도 있지만, 이건 상표고.
재료는 황주처럼 쌀과 누룩, 물만을 쓰는 술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그 술을 오랜만에 마주했다.
“다만, 이런 술은 자주 접하지는 못합니다. 어쩌다가 한 번. 그게 전부입니다.”
“그래요? 양조장이 따로 없는 겁니까?”
“예. 보통은 집에서 각자 담그거나, 풍화군 내에서 따로 담는 정도입니다. 그게 전부지요. 그마저 어쩌다가 한 번이긴 합니다.”
“흐음. 그렇군요.”
들려오는 말은 풍화도가 아직 양조장 같은 건 없고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남았다는 말이다.
이건 생각보다 많은 걸 시사한다. 교역이나 상행위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말도 되며 그 모든 것 이전에.
쌀 생산량이 잉여 작물을 남길 만큼 넘쳐나지 못한다는 뜻일 터.
애초에 곡식으로 술을 빚는 문화도 잉여 생산물이 생겨나며 발전하게 된 결과물이다.
저장시설이 발전하지 않은 이 시대에 교역과 상행위마저 발달하지 않은 곳이 양조장도 없다?
이건, 그만큼 풍족한 곳이 아니란 말이 된다. 가양주 문화가 발전한 곳의 특징이 딱 이러했다.
‘쌀 생산량이 높은 섬은 아니란 말이군.’
술이란 건 생각보다 한 지역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이는 예로부터 전해져온 유구한 방법.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 원정 때도 적들이 알렉산더 병영의 술 포대를 보고는 전투도 전에 항복했을 정도라고 하니.
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술의 양은 곧 그 지역의 생활 방식 등을 포함해 언제나 많은 걸 담아온 것이다.
들려온 말이 의미심장했던 걸까. 산목은 조금 의아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난 생각에 잠기던 눈을 풀고는.
“산목 씨도 담그십니까?”
얼른 술로 또 화제를 돌려본다.
“풍화도가 그리울 때면 가끔 중원의 쌀로 빚어 마시긴 합니다. 뭐, 여기 있을 때도 자주 맛을 본 건 아니었지만요. 허허. 장인 앞에서 부끄럽군요. 맛도 그닥이고 추억으로 마실 뿐입니다.”
“술을 빚을 때 쌀을 조금 깎거나 빻아서 써보시죠. 훨씬 맛이 좋을 겁니다.”
“예?”
“쌀이 아깝지만 않다면 4할 정도? 아마, 맛이 훨씬 좋아질 겁니다. 물도 면포로 한 번 거르고, 술을 빚은 후에도 걸러줘 보십시오. 훨씬 깔끔한 맛일 겁니다. 왜주(倭酒)는 그렇다더군요.”
“···본국의 술을 잘 아시는 겁니까?”
“잠시 머문 적이 있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그때 우연히 만난 장인이 알려준 방법입니다.”
주제를 조금 깊게 가져가며 술 이야기에 안달이 난 놈처럼 말을 꾸몄다.
그리고 전하는 작은 조언은 정보를 받은 값.
여기서 쌀을 깎으란 말은 정미를 해보란 말이다. 사케에 있어서 정미율은 생각보다 중요한 요소다.
사케의 급을 나누는 게 바로 이 정미율. 정미율이 낮을수록 수율은 줄어들고 맛은 깔끔해진다.
4할 정도를 깎아내면 현대의 등급 기준으로 긴죠에 해당할 터. 거기에 쌀과 누룩, 물 외에 다른 걸 쓰지 않은 사케를 준마이라 부른다.
즉, 저렇게 담근 술은 ‘준마이 긴죠’라 볼 수 있을 거다.
‘뭐, 이런 기준이 나오는 것도···’
지금으로부터 한참 후의 일일 테지만. 사케의 등급이 나뉜 건 고작 100년 안팍의 일이다.
“정말이지, 술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으시군요. 꼭 해보겠습니다.”
“항주에서 팔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예. 뭐. 제가 어찌.”
“저기, 안쪽으로 배를 조금 더 밀어주시겠습니까?”
작은 스몰 토크를 끝내면서도 눈은 천리경에서 떼지 않았다.
한창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보인 건 새로운 술을 가져오는 왜구의 모습들.
– 끼릭. 끼릭.
난 천리경을 조절해 술을 가지러 가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걸 위해서 온 거다.
산목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건 술과 범선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다행히 술과 범선은 따로 보관되지 않았다.
왜구 몇 명이 범선으로 오르더니 힘겹게 과하석황주 술 단지를 밖으로 가져 나왔다.
술을 내려서 다른 곳에 옮겼었다면 일이 복잡해졌을 거다.
사람을 구하고 배를 찾아서 거기에 태운 후 술까지 가져 나가야 하지 않나.
지금의 상황을 보니, 사람을 구한 후 배만 찾아 그대로 출발하면 이번 작전은 모두 끝날 거로 보였다.
‘저 술 마신 놈들···’
얼굴은 기억해두고 떠날 때 한 대를 꼭 때려주겠다.
난 그런 생각과 함께 천리경을 접고는 무길의 거처로 배를 돌렸다.
***
하루가 지나고 다시금 돌아온 무길의 거처.
제일 먼저 도착한 건 가까운 산으로 떠났던 갑열이다. 갑열은 온몸에 나뭇잎을 잔뜩 묻히고는 그대로 거처로 들었다.
다행히 몸이 상한 곳이 없어 보여 큰 충돌은 없었던 모양이다.
“오셨습니까?”
“먼저 와 계셨군요. 바다는?”
“잔잔합니다. 배와 술의 위치는 모두 파악해 뒀습니다. 형제님이 가셨던 곳은?”
“흠. 잘 되었군요. 제가 갔던 곳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긴 했습니다. 다만, 병사의 수는 그리 많지 않더군요. 안까지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인질은 안 보였습니까?”
딱히 인질이라고 해도 갑열이 알아볼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다. 그가 석가장 인원의 얼굴을 알 리는 없으니까.
다만, 인질이 잡혀 있다면 그림이 딱 그려진다. 갑열은 그를 모르지 않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질은 없었다는 뜻이다.
“응? 다들 와 있었나?”
다음으로 거처에 들어온 이는 홍구였다. 홍구 역시 무사한 모습. 왜어가 안 되는 그가 왜인의 마을에 들어갔다 온 게 조금은 불안했지만, 그는 노련한 거지답게 이를 해낸다.
“별일은 없으셨는지요?”
“별일? 크흐흐. 간만에 왜식(倭食) 좀 하고 왔소. 생선구이가 아주 일품이더이다.”
“말도 안 통하시는 곳에서요?”
“아, 여기가 풍화도가 아니오? 찾아보면 중원어를 하는 이를 찾을 수 있는 법이지. 내 풍랑을 만나 좌초된 중원인이라 불쌍한 척을 조금 했소.”
“그게···통합니까?”
“더러 있다고 하더이다. 내 그 사람을 이용해 이런저런 정보를 캐어 봤소이다만···”
“혹, 괜찮은?”
“아니. 영 없더이다. 인질은커녕 중원인도 몇 년 만에 봤다더군. 아무래도 도민들은 잘 모르는 모양이우.”
“그런가요···.”
노련한 거지답게 사람 사이로 스며들고 말이 안 통하는 와중에도 휴민트를 만들어 정보를 수집한다.
과연 중원 제일의 첩보 단체 중 하나의 후계자다운 모습. 다만, 가져온 정보는 영양가가 넘치지는 않았다.
“진, 아니. 가 표사님만 오면 되겠군요.”
“그놈은 아직이우? 거, 사고 치는 거 아닌가?”
“딱히 큰 움직임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연안을 돌며 우리 풍화군이 성의 상태를 살피는 중이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사하실 겁니다.”
“아니, 뭐. 그놈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그놈이야 어디든 살아날 놈이긴 하우. 그냥 일이 틀어질까 걱정이지.”
남은 건 우리의 매화돌이 진효풍의 귀환.
나머지 세 곳에서의 수확이 없던 중, 그의 귀환만이 더욱 기다려지고 있었다.
그는 한참이 더 지난 후에야.
“응? 다들 모여있었군.”
모습을 나타냈다.
“어찌 되셨습니까? 인질은?”
“거, 무사한지, 응? 다친 곳은 없는지! 그런 걸 좀 먼저 물어주면 안 되나?”
“가 표사께서 다쳤다면 작전은 중지고, 무사하지 않으시다면 우리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니 그렇지요. 조금 고강하십니까?”
“아니, 뭐. 내가 그렇긴 한데. 그렇게 말한다면야. 흠. 어쨌든. 찾았네.”
!!
“그, 그럼?”
“풍화성에 있더군. 아까 밤에 지나가던 작은 어선. 그거 자네였지? 그 어선을 기준으로 북동 방향에 있는 전각. 거기에 인질들이 갇혀있었네.”
진효풍은 명성답게 곧장 결과를 가져온다.
풍화성이란 곳이 200이 넘는 무사가 지키는 곳임에도 구석구석 살펴보고 온 그.
저멀리 떠다니는 어선까지 살펴볼 정도로 여유가 넘쳤던 모양이다.
“구할 틈은 보였습니까?”
“못할 건 없겠더군. 시도해 볼까, 하다가 포기했네. 퇴로가 없어서 말이네.”
“퇴로를 구하는 게 제일 중요하겠군요.”
“배는 어떻던가?”
“쉽게 빼 올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저들이 아직 모르니까요. 일시에 급습하면, 못할 것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럼, 동시에 진행해야겠군. 어떤가? 배를 빼고 사람을 구하는 거네. 풍화성 아래에 배를 델 수 있는 절벽이 있더군. 그리로 동시에 배를 가져와 사람을 실은 후 그대로 탈출한다. 이게 내 구상이네만.”
“적절해 보입니다. 뱃길은 산목 씨가 열어줄 겁니다.”
진효풍은 구석구석 풍화성을 살피고 온 성과를 확실히 보여준다.
주변의 지형과 함께 탈출방법까지 구상해온 그. 그는 지도의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작전을 알려왔다.
“흠···. 동시에 친다라.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다섯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전투에는 그리 능하지 않아···.”
작전을 듣던 중 갑열은 조금 불안한 말을 들려줬다.
뭐, 솔직히 갑열의 실력을 보자면 혼자서도 무사 십여명은 어렵지 않을 정도다.
다만, 그는 경험이 부족하기에 전투에는 그리 뛰어난 활약이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나머지가 아무리 뛰어나도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진효풍이 150명을 상대한다는 것도 팔 한 두쪽을 잃었을 때야 가능한 이야기고.
다섯이란 숫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그런 말이 나오자, 제일 먼저 반응하는 건 무길이다.
“혹,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치고 나온다. 아마, 애초부터 이럴 생각이었겠지.
난 그런 눈빛과 작은 조소를 숨겼다. 그리고 전하는 건.
“아뇨. 괜찮습니다.”
!!
단호한, 그리고 허세가 가득한.
거절의 말.
“···응?”
“이 공자, 그, 도움을 받는 게?”
“허! 또!”
“아뇨. 풍화도에 신세를 끼칠 수야 있겠습니까? 입도를 허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요. 우리 일은 우리가 처리하는 게 맞습니다.”
“······.”
“자네는 가끔가다가 속을···”
“그 무슨 심술···”
“걱정은 없습니다.”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내 말에 홍구는 심술이 아니냐며 물어왔다.
맞는 말이다. 거지가 제법 통찰력이 있다. 이건 심술이고 허세다.
다만, 꼭 필요한 심술이며 허세일뿐.
조금 역하지 않나.
저들의 모습이.
입도를 허하며 조건이랍시고 작은 금전과 식량을 요구할 때부터 선명하게 보였다.
입도한 후 말을 바꿀 거란 걸. 난 지금이 딱 그때라 여기고 이런 심술을 부린 것이다.
우리가 작전을 수행하며 두 곳을 털면 저쪽에는 분명 큰 이득이 된다.
육상전에 능하지 않은 이들이니 더욱 큰 도움이 될 터. 그럼에도 저들은 도움이란 이름으로 수저를 얹으려 하고 있다.
‘아마···’
선심 쓰는 척 도와줄 테니, 비싼 값도 치르라고 할 게 분명한 상황.
남의 궁핍을 이용하는 거야 상인의 기본이다. 하지만, 궁핍이 사정인 쪽은 그걸 가끔 역으로도 이용하는 법.
난 우리 쪽에 조금 불리하게 놓인 판을 새로 짜려는 것뿐이다.
‘원하는 거야···.’
식량이겠지.
이곳에 들어와 듣고 살피며 파악한 건 빤했다.
줄 수 있다. 중원에, 강남에, 항주에 넘치는 게 식량 아닌가. 그 정도 돈이야 나도 있고.
그래도 기왕 같은 걸 내줄 거면 값은 최대로 받아야 하는 게 상인의 자세다.
난 그를 위해 판을 새롭게 만들어갈 뿐이다.
“입도와 출도야 어차피 첫 거래 때 계약을 한 부분이니 도움을 주실 게 아닙니까? 여기서부터는 우리 손으로 하는 게 맞습니다.”
“쉽지 않으실 텐데요?”
“글쎄요. 이쪽도 저력이 약한 편은 아니라.”
“···오만이 때로는 일을 그르치는 법입니다. 표사에 역사, 산목에 장인 둘. 각자가 무공을 익혔다지만, 그게 쉽겠습니까?”
“옳은 말씀입니다만. 근거가 있는 오만이라면, 조금 다르겠지요.”
“근거···?”
– 씨익.
근거를 묻는 무길의 말에 짙게 웃으며 눈을 질끔 감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이래서 칼잡이들은 문제라는 걸까. 자신들이 손에 쥔 칼을 가치를 모르지 않나.
난 그들을 지긋이 바라보며.
“소개하죠. 화산파의 매화검협 진효풍 대협과 개방의 천수식개 홍구 대협입니다.”
내 허세의 마지막 장식을 마무리했다.
이전까지가 가진 걸 숨기며 부린 허세라면, 이때는 가진 걸 보이며 허세를 부려야 할 때.
둘은 제법 좋은 재료였다. 판은 지금부터 새로 짜일 것이다.
우리에게 유리하게.
***
{PIC:}
1. 사케.
– 용어가, 예. 많이 갈리죠. 사케로 지칭하겠습니다.
– 준마이는 앞서 말했듯 쌀 누룩 물만을 써 빚은 사케를 말합니다.
– 이 외에 주정이 들어갈 시 준마이란 이름을 쓸 수 없습니다.
– 정미율이란 쌀을 깎았음을 의미하는데요, 60% ~ 50% 으로 남겼을시 긴죠, 50% 이하는 다이긴죠라 부릅니다.
– 즉, 쌀로만 빚은 술의 쌀을 60%를 남기고 모두 깎았다? 준마이 긴죠. 반대로 50% 이상 깎았다? 준마이 다이긴죠가 됩니다 🙂
– 사진에 쓴 술은 준마이 다이긴죠 닷사이23 입니다.
– 아, 변태죠. 쌀을 23%남기고 다 깎았다는 뜻입니다. 변태스럽습니다. 그래서 좋고..정환이가 봤다면 수율이! 하며 소리 질렀을 거 같네요.
– 오바마 방일 만찬 때 등장한 술이 이녀석이라고 합니다.
– 흔히들 접하셨을 간바레 오또상! 같은 경우 후츠주(보통주)라 불리죠. 등급외라고 보셔도 좋습니다.
– 닷사이 제품의 경우 23, 39, 45 정도가 대표적이죠. 23의 변태스러움…! 39와 45 제품이 가격면에서도 메리트가 있지 않나 합니다.
– 요즘 핫하죠, 닷사이. 라떼는 핫카이산~! 한 병이면 아저씨들 사랑은 독차지!
– 닷사이를 만든 술지게미를 증류해 파는 술지게미 소츄도 있습니다 🙂 두 개 합치면 과하석황주 비슷해지려나요 ㅎㅎㅎ 몰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