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07
***
– 깡! 깡! 깡!
묵직한 무언가가 쇠를 때려가는 소리가 석가장의 공방 한구석을 채워갔다.
강하게 망치질에 박차를 가하는 이는 조금 다른 외형을 갖춘 이. 어색하게 중원인의 복장을 한 왜인이다.
“이렇게 하는 게 맞습니까?”
왜인은 제법 그럴듯한 실력으로 중원어를 뱉어왔다. 이는 무길이 신경을 써서 보내준 탓.
풍화도에는 더러 중원어를 하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개방의 거지 홍구가 정탐을 나갔다 만난 적도 있고.
풍화도에서 오크통을 만들라며 보내준 장인은 중원어가 가능한 이였다.
“예. 맞습니다. 끝부분만을 철로 된 띠로 그렇게 모으면 됩니다.”
“흠. 어렵지는 않군요. 나머지 부분은 물을 먹인 후 불로 구워줘야 할 테구요.”
“거기에 구우면서도 물도 자주 뿌려줘야겠지요.”
“잘 아시는군요. 허허.”
장인과 내가 나누는 대화를 보며 석가장의 다른 장인들이 고개를 갸웃한다.
술만 다루던 이가 어찌 나무를 다루는 법을 그리 잘 아냐는 듯한 표정.
어쩔 수 없다. 술이란 건 결국 생산부터 보관, 그리고 흡입까지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거니까.
증류소에서 일하며 오크통이라면 신물이 날 때까지 봤던 경험이 있었다.
‘직접 만들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 깡! 깡!
장인은 내게 몇 마디 말을 더 던지고는 다시금 망치질에 박차를 가한다.
때려가는 건 후프라 불리는 쇠로 만든 둥근 띠. 나무판을 여러 개 이어주며 오크통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도구다.
끝부분만을 맞댄 나무판이 열을 맞춰가고 있었다.
“자. 다음! 불! 불이 필요합니다!”
열을 모두 맞춘 나무판이 반대편은 벌어진 채로 거꾸로 세워졌다.
아직 헤드라 불리는 뚜껑이 없어 오크통은 바닥에 세워둬도 안이 그대로 보인다.
이건 노린 것. 이제 이 사이로 특별한 작업을 해줘야만 한다. 풍화도의 기술이 빛을 발하는 건 이쪽이다.
“물! 물도! 많이!”
미즈나라. 즉, 물참나무는 물도 많이 먹고 불에도 강한 편이다. 덕분에 조선소에서도 힘들어했던 게 물을 먹인 후 열기를 가해 굽혀가는 일.
풍화도의 장인은 풍화선을 만들던 기술이 몸에 익어 있어 이를 어렵지 않게 해낸 참이다.
숯불을 가득 담은 양동이가 그대로 뚫린 오크통 안을 향했다. 안을 1차로 구워주며, 나무판을 휘게 하려는 것이다.
“저게 다 뭐 하는 짓인가?”
“난들 아나?”
“흐음. 술을 담을 나무통이라. 신기하긴 한데.”
지켜보던 홍구와 진효풍은 신기한 걸 본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오크통은커녕 배를 만드는 것도 몇 번 본 적이 없는 그들로는 모든 과정이 신기할 뿐이다.
“헌데, 네놈은 여기서 뭐하나?”
“나야 이 공자가 불러서 왔지. 미친 도사 네놈은?”
“나도 그렇긴 하다만···. 왜?”
“그러니까. 왜?”
둘은 익숙하게 함께 서 있던 중 자신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이제야 떠올리기 시작했다.
풍화도까지 같이 다녀왔더니 정이라도 든 걸까. 이전에는 함께 있는 걸 그리도 싫어하던 이들답지가 않다.
쏟아지는 시선 속에도 풍화도 출신 장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힘을 실어갔다.
적당히 나무에 열기가 전해지면 때에 맞춰.
– 촤악!
하고는 물을 뿌려가며 나무가 부러지지 않게 조절하는 그였다.
‘단순해 보이지만···’
뿌리는 물과 뿌려주는 타이밍이 일정하다. 아마, 이게 비법이고 기술일 터.
배울 수 있다면야 좋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참이다.
“방금까지 과정을 모두 기억하시겠습니까?”
“전부는 아니지만, 적당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몇 번을 더 해보면 쉬울 듯합니다.”
“천천히 경험해 보시고, 똑똑히 기억해 주십시오.”
원래라면 장인을 받아 이쪽에서 기술을 배울 예정이었던 게 풍화도와 나눈 거래의 내용.
허나, 석가장에 돌아온 후 풍화도의 상황도, 또 거래의 내용도 바뀔 수밖에 없었다.
– 흠. 풍화도의 상황이 좋아졌다면야 그곳에서 통을 생산하는 게 어떻겠나? 장기적인 식량 지원은 그쪽에도 부담일 터이니 이를 거래로 바꾸자는 걸세.
상재가 남들과는 다른 석두원이 던져준 한마디 덕분이었다. 내전으로 어지러운 와중이라면야 힘들지 몰라도.
내전이 정리되어 가는 풍화도라면, 생산에 힘을 줄 수 있을 거란 게 그의 계산이다.
이제는 중원 방향 제해권 역시 무길의 손에 있으니, 이는 어렵지 않을 거다.
‘지원의 핑계가 내전이었으니···.’
그런 내전이 끝났다면 다른 조건이 걸려야 한다. 아직 상인으로서 한 치 이상을 보는 건 석두원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장인은 지금 내게 오크통을 만드는 과정을 배워가고 있다.
물참나무를 다루는 법이야 알아도 오크통이야 아직 이 세계에서는 생소한 물건이 아닌가.
서양으로 간다면야 이미 넘치겠지만, 교류가 그리 크지 않은 것도 현실이고.
덕분에 난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동원해 그를 가르치는 중이다.
어쩌면, 이른 시일 내에 풍화도의 특산품이 오크통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어어! 휘, 휜다!”
“정말이네? 나, 나무가?”
그렇게 한참을 뚫린 오크통 안으로 숯불을 넣어 구워주고 있을 때.
열심히 물을 뿌려가며 이를 익혀간 노력이 열매를 수확해 간다.
뒤에서 소리치는 두 무림인의 말처럼 점점 휘어지기 시작하는 나무판.
직선으로 뻗었던 나무의 모양이 점차 곡석을 그려가며 끝부분이 조금은 모여가기 시작했다.
“지금!”
난 그 때에 맞춰 풍화도 장인에게 신호를 보냈다. 장인은 또 다른 후프를 꺼내와 반대편에 이를 끼워 넣기 시작했다.
– 깡! 깡! 깡!
적당히 망치로 때려주니 나무판이 정갈하게 열을 맞춰간다. 반대편과 같은 모습.
여기까지 왔다면야, 오크통은 반 이상 완성이다. 장인은 통을 내게 건네고는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갔다.
몇 번은 더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손에 기술을 익히려는 그였다.
“성공인가? 이 공자. 그때 말했던 술을?”
“예! 성공입니다!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아직 끝이 아니라?”
“도움이 조금 필요합니다.”
“도움?”
오크통이야 윤곽을 갖췄지만, 완성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다. 여기서 앞으로 펼쳐질 건 안에 담길 술에 여러 맛을 더 해줄 작업.
흔히들 차링, 또는 토스팅이라 불리는 과정이다.
이는 오크통 안을 까맣게 태우며 굽는 과정으로 술에 나무의 탄맛과 아로마를 더해주는 결정적인 요소다.
또한, 내가.
진효풍과 홍구를 이곳에 부른 이유기도 했다.
“진 대협!”
“응?”
“잠시 손을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내 손을 말인가? 왜?”
진효풍은 손을 빌려달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한다. 오늘 목이 조금 뻐근할 것만 같은 그.
그의 도움이 필요한 건 다른 것 때문이 아니다. 그저 내게 토치가 필요했기 때문.
다른 방법이 없다. 강력하게 불을 분사할 방법이. 천천히 태워가는 것도 좋지만, 토치가 있다면 더욱 좋을 지금.
이제는 제빙기로서 역할을 다한 그에게서 난 작은 아이디어를 얻었다.
양기(陽氣)를 다루며 삼매진화(三昧眞火)로 손에서 불을 뿜을 수 있는 그는 최고의 토치가 될 것이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사람이다. 그가 불을 뿜는 모습을 본 후라면, 장인도 풍화도로 돌아간 후 비슷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불이 필요합니다. 나무 맛 술을 만들려면. 도움을 주신다면, 큰 선물을 드릴 겁니다.”
“하. 또?”
놀라지도 않은 그는 그저 고개만 푹! 숙이며 ‘또’냐는 말을 물어온다.
이제는 익숙할 거다. 무공을 새로운 방향으로 쓰는 내 방식이.
그의 눈빛이 옆에서 빵 터진 홍구에게 꽂히며 쟤는 뭐냐는 표정이다.
‘스페어···.’
개방의 후계자에게 미안하지만.
그는 진효풍의 기력이 떨어졌을 때를 위한 예비용일 뿐이다.
‘화력이 다르니까.’
“하. 사형···. 이러려고 무공을 익힌 건 아닙니다만···. 예. 술이 원수지. 원시천존.”
잠시간 무림인의 존엄성과 술 사이에서 고민하던 진효풍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손에는 벌써 화기(火氣)가 가득했다. 보아하니, 등선(登仙)은 다음 생에나 가능할 그로 보인다.
“그냥 강하게 뿜으면···되는 건가?”
“우선은 약하게, 점점 강하게. 그렇게 부탁드립니다.”
“요구 사항도 많군. 쯧.”
입으로 무언갈 중얼거린 그는 연달아 세차게 손에서 불을 뿜어가기 시작했다.
화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오크통 안이 까맣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우선은 퓨어(pure). 다음 통은 헤비(heavy). 마지막은 클래식 미디엄(classique medium)으로.’
오크통을 이렇게 구워주는 것도 단계가 있다. 퓨어부터 시작해 헤비까지 세분된 여러 단계.
어느 정도 통을 구워주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맛이기에 난 이 많은 단계 중 딱 세 개만을 정해 진효풍에게 주문할 예정이다.
예시로 만들기에는 이 세 개면 충분하다.
퓨어는 풍부한 과일 향과 꽃향기를 주는 아주 약간 태운 정도이고, 헤비는 강하게 태워 아로마틱한 향을.
클래식 미디엄은 적당히 크리미함을 술에 더해줄 것이다.
퓨어는 백주를 담기에 딱 좋은 통일 거고, 헤비는 후아주를 증류한 브랜디를, 클래식 미디엄은 후아주를 담을 통이다.
이후의 활용이야 다양해질 거고.
– 화아아아아!
– 쯔르르르륵!
“그만! 이건 여기까지!”
“응? 여기까지만?”
“예. 다음 통 가져와 주십시오!”
“이게 끝이 아니라?”
“지치면 말씀하시죠.”
“지치면 어쩌려고?”
“교대하셔야지요.”
“누구랑?”
– 푸하하하하!
지치면 교대하라. 그런 말에 큰 소리를 내던 홍구를 향해 조심히 시선을 돌렸다.
그의 웃음이 뚝! 끊기더니 고개를 연신 두리번거린다.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이제야 알아채는 그였다.
“나?”
“오호라. 거지 놈이 놀고먹는 꼴이 안 그래도 보기 싫었거늘. 조금만 기다리 거라! 내 곧 지칠 예정이니!”
“저, 저! 도사 놈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그럼, 계속 놀고먹을 작정이더냐?”
“아, 그러니 거지 아니더냐!”
“자자. 두 분. 진정하시지요. 이렇게 구워낸 두 통에 담기는 첫술을 제가 두 분께 선물하려 그러는 겁니다. 두 분이 직접 구워낸 통에 담긴 술. 직접 구워낸 맛. 의미 있지 않겠습니까?”
!!
“수, 술을 통째로 말인가?”
“그 큰 통을 전부?”
둘의 투닥거림이 거칠어질 즈음.
두 사람의 구미를 당길만한 미끼를 던져본다.
언제나 둘의 무공보다 앞서는 건 바텐더의 언변. 둘은 여기서 또 헤어나오지 못한다.
캐스크 통째로 선물하는 거야 증류소와 양조장의 오랜 전통일 뿐인데도 말이다.
내가 만드는 오크통의 크기는 오크통 단위로 혹스헤드(Hogshead)급. 즉, 250리터 정도로 중원의 단위로 표하자면 14말이나 되는 크기다.
‘시험작이지만···.’
아직 완성형이 아님에도, 이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다.
“네놈! 지쳤겠다? 나오거라!”
“지치긴! 이놈아! 삼박사일은 더 할 수 있다!”
둘은 또 술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다.
“다음! 다음 통! 아직인가!”
그렇게 통이 나오는 속도에 맞춰 진효풍과 홍구는 교대로 통을 열심히 태워갔다.
주문에 맞춰 알맞은 굽기로 적당히 구워주는 둘. 양기를 다루는 것도 나름 쓸만하다.
한기가 더 좋은 나였지만, 또 이렇게 쓸 일이 있지 않나.
두 사람 덕분인지는 몰라도.
오크통을 만드는 첫날은 무난하게 하루를 끝낼 수 있었다. 양조장에는 벌써 몇 통의 오크통이 생겨났다.
***
“뭐에 쓰는 물건인고?”
새로운 물건이 생겼다면.
또, 연구비를 받아 이를 진행했다면.
당연히 쩐주. 아니, 투자자에게 이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를 모르지 않는 난 완성된 오크통을 들고는 석가장으로 향했다.
물참나무로 만든 오크통을 바라보는 석두원과 석가장 가신들의 표정에 신기함이 그득했다.
“술을 담는 통입니다.”
“주해(酒海) 같은 건가?”
“비슷은 합니다만, 맛은 완전히 다를 겁니다.”
“다르다?”
“백주를 담으면, 황주로 변한답니다.”
!!
“그, 그게 무슨?”
“그건,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어허. 이 공자, 이제는 손익을 따지는 걸 포기한 참인가?”
“신기한 것도 좋네만···, 그래도.”
이를 살펴보며 말을 묻던 이들에게 답을 들려준 건 진효풍. 이제는 석가장 사람처럼 한 몫을 거들고 있는 그를 보며.
석가장의 누구도 의문을 표하지 않는다. 완전히 석가장 사람이 다 되어버린 그였다.
그나저나, 단순하게 나온 답에 반응이 다양하게 튀어나온다. 정확히 내가 그에게 했던 말을 반만 전달하는 진효풍.
‘저걸···’
저렇게 설명하면 안 되지.
마치 기적의 가성비를 자랑하는 짓을 돈 주고 또 노력과 시간을 주고 사 온 것처럼 보이지 않나.
백주와 황주 가격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시대니. 저렇게 설명한다면 나라도 질색할 거다.
“정확히는 황색을 가진 백주입니다. 황주로 내려가는 게 아닙니다.”
“황색을 가진 백주?”
이름부터 이상하다는 걸 안다. 다만, 이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
난 얼른 설명을 덧붙이며 내 말에 설득력을 더해갔다.
“세기는 그대로 백주를 닮았을 겁니다. 색만 황주지요. 다만, 맛은 완전히 새로운 맛일 겁니다.”
“새로운 맛이라면?”
“나무의 풍미가 들어간 백주. 그렇게 설명하는 게 제일 편할 겁니다.”
“나무라. 아! 그래서 나무색이 묻어 나온다는 건가?”
“맞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여러 술의 맛도 합칠 수 있을 겁니다. 예컨대, 과하석황주의 풍미가 묻은 백주라거나.”
“흐음.”
설명만으로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음을 모르지 않는다. 한 기업의 임원진을 불러놓고 이리 거창하게 설명을 했다면야 눈에 보이는 것도 있어야 할 터.
오크통을 이리저리 흔들며 안에 무언가 들었음을 확인한 이들은 이를 열어 보고 싶은 눈치다.
술이든 오크통은 흔들수록 철렁! 하는 소리가 청명하게만 들려왔다.
“이거, 내용물 확인은 힘드나?”
“힘들진 않습니다만, 아직 극적인 변화는 없을 겁니다. 못해도 석 달은 지나야, 맛이 조금 묻어 나올 겁니다.”
“아쉽군. 허허. 새로운 술을 보나, 기대를 조금 했거늘.”
“아. 나도 그렇긴 하네.”
“흠. 난 어떻겠소? 내 저걸 직접 구웠소이다. 땀을 뻘뻘 흘려가며.”
“또···, 진 대협을?”
“이제는 아주 일상이오.”
“허.”
아쉽지만, 이걸 벌써 열어 결과물을 보여줄 수는 없다. 숙성은 못 해도 석 달은 지나야 맛이 묻어나올 테니까.
항주의 날씨와 기온, 습도 등을 고려해도 이는 최소 석 달이 필요했다.
하지만.
“정확히 같은 맛은 아닐 겁니다만, 비슷한 맛을 보실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방법은 없는 것도 아닌 게 현실.
손님이 맛을 보고 싶다면, 바텐더는 이를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지금에야 바텐더가 아닌 양조업자에 가깝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난 슬쩍 품에서 준비한 걸 꺼내 이들에게 보여줬다.
내 품에서는 잘 익은 듯한 향을 가진 술병이 하나 나왔다. 난 곧장 작은 잔을 가져와 이를 석두원에게 내밀었다.
“응?”
– 졸졸졸.
그리고 나오는 건 진득한 향과 진득한 황색을 가진 황주. 아니, 정확히는 황주처럼 보이는 술.
하지만 코를 찌르는 강한 주향이 이는 백주임을 표하고 있었다.
조금 전 들은 말들이 떠올라 석두원은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다.
“이게···? 그?”
“아니! 숙성이 못해도 석 달은 걸린다고 하지 않았나?”
진효풍은 그 술의 색을 보고는 억울하다는 듯 앞으로 고개를 쭈욱 내밀었다.
난 지긋이 웃으며 그에게 그런 게 아니란 표정을 보여줬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정확히 말하자면 숙성한 술은 아니니까.
조금은 편법에 가까운 게 내가 쓴 방법.
“시제품입니다. 숙성을 거친 술도 아니고, 비슷하게 맛만 낸 것이지요. 나올 술은 더 뛰어날 겁니다. 이건 흉내만 낸 것입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적당히 손을 쓰면 가능하긴 합니다. 다만, 깊은 맛을 따라가진 못할 겁니다. 이건, 과하후아주를 담은 나무통에 백주를 보관했을 때 나올 맛입니다.”
“흉내라? 그게 어찌?”
숙성을 어떻게 흉내낸 것이냐. 그렇게 물어오는 이들을 바라보며 품에서는 또 다른 작은 병을 하나 꺼내 보였다.
내가 꺼낸 작은 병에는 꿀처럼 진득하고 단내가 가득한 진액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가득 들어있었다.
편법의 향기는 제법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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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크통(1).
– 이번에도 소설적 허용이 제법 들어갔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과정이ㅠ 근데, 다 쓰려니까 이거 재미가..ㅠㅠ
– 실제로는 오크통을 만들기 위해 시즈닝이라 불리는 나무 건조만 2-3년이 걸립니다. 예. 갑작스레 오크통 하나를 위해,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렀다’를 시전할 수 없었습니다..
– 넵..! 실은 물참나무도 다른 용도가 있어서! 응! 그래서! 다 말려놓았다! 그런 세계관입니다.
– 오크통의 크기도 천차만별입니다만, 위스키용 기준 혹스헤드. 즉, 250리터 통을 기준으로 석가장에도 들여두었습니다.
– 굽기는 임의로 정했습니다. 제가 정환이라면 이렇게 토스팅하지 않았을까. 그런 고민이었습니다.
– 자세한 숙성과 관련한 여러 이야기는 추후 다시금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