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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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건삼흉···?”
갑작스레 찾아온 정파 무림의 두 거물.
언제 석가장에 들어와도 이상할 게 없는 두 사람의 입에서는 오랜만에 익숙하지 않은 무거운 말이 나왔다.
남건삼흉이라.
항주가 속한 절강의 바로 옆 복건성. 그곳에서도 크게 악명을 떨쳤던 세 악적의 이름을 석두원은 모르지 않았다.
“형님께 부담을 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항주에 머무시는 형님도 알고는 계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효풍.”
“예. 형님.”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인가? 내 비록 무공에서는 손을 뗀 지 오래된 몸이지만, 한때는 나 역시 협이란 이름을 짊어지고 살았었네. 헌데, 그런 악적이 항주 부근에 머무는 걸 지켜볼 수는 있겠나? 불가능한 소리네. 경원이면 항주의 이웃 도시. 항주에서 돈을 벌어먹는 상인으로서도 두고 볼 수 없음이야.”
“역시, 그러셨군요. 허허.”
“사람. 내 성정을 알면서 떠본 거군.”
“허면, 석 장주님. 부디, 손을 보태주시겠습니까?”
장주고, 이제는 무가 보다는 상가에 가깝고. 그렇기에 한풀은 꺾인 마음일 수도 있을 거라 진효풍은 생각했다.
협행(俠行)은 어디까지나 속에서 우러러 나오는 마음에 행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협행을 강요할 수 없었던 진효풍은 오히려 흔쾌히 나온 답에 미소를 지어 보인다.
형님을 잘 모신 것만 같다.
“물론이오, 홍 대협. 남건삼흉이라면 셋 모두 절정에 이른 무인들이 아니외까? 이번 기회에 그들을 모두 처단해야 할 것이오. 더는 양민의 피해가 늘어서는 아니되니.”
“흠. 옳습니다. 그렇기에 이 미친, 아니 화산의 도사와 개방의 형제들을 모두 동원하려는 겁니다. 한 치의 실수도 없게끔.”
“석가장도 손을 보태겠소. 이 석모가 무사대와 함께 직접 가겠소.”
!!
무사대를 이끌고 자신이 직접 가겠다. 단호히 나온 석두원의 답에 홍구와 진효풍은 동시에 눈이 마주쳤다.
한때 강남 무림에 명성이 자자했던 풍운권장(風雲拳將)의 모습을 다시금 마주하는 둘.
“괜···찮으시겠습니까?”
일가 수장의 몸은 가볍지 않음을 알아, 이들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오는 선언이다.
반대로, 말을 뱉은 석두원의 얼굴에는 약간의 설렘도 찾아온 기분이다.
협행에 나서는 두 협객이 자신을 찾아온 게 싫지 않아 보였다.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남건삼흉이면 셋 모두 절정에 이른 자들일 터. 내 직접 가겠소. 미약하지만, 그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오.”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든든합니다.”
“암요. 거기에 석가장의 무사대면, 완벽합니다. 남건삼흉 역시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일당을 거느린 상태라 합니다.”
“일망타진(一網打盡)을 노려야 할 거요. 정예를 추려, 이각 내로 준비하라 이르겠소.”
“감사합니다. 장주.”
“감사합니다. 형님.”
석두원은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고는 자신이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 낸다.
당장 총관을 불러 무사대를 추리고 추려 모으라는 석두원의 말.
공 총관 역시 안에 모인 이들의 면면을 살피고는 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곧장 파악하는 모습이다.
장주의 결단에 고개만을 끄덕이는 공 총관의 모습에서 석가장의 모습이 제대로 묻어 나온다.
석가장이 곧장 분주해졌다. 빠르게, 또 은밀하게 무장한 무사들이 공간을 채우는 석가장의 장원.
밖에는 조용히 죽봉을 챙긴 거지들이 자리를 잡아 남들이 본다면야 살벌한 풍경이 펼쳐진다.
석두원 역시 오랜만에 무복을 꺼내입고는 풍운권장의 모습으로 이들의 앞에 섰다.
무사들을 모으기까지 처음 말한 이각이 전부 걸리지 않은 석가장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소?”
“든든합니다. 천라지망을 펼친다면, 놓칠 수가 없겠군요.”
“석가장은 대의(大義)를 따르겠소. 홍 대협, 효풍. 그리고 개방의 형제들을 따르겠소. 편히 다루시오.”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겁니다.”
“암. 그래야지.”
석두원은 진효풍, 홍구와 가볍게 눈을 맞추고 자신을 따라줄 생생한 기도의 무사대를 한 번 바라봤다.
가족이 사는 항주를, 자신이 몸담은 가문을 지키기 위해 나서는 무사들.
어떤 말이 필요할까. 칼을 차고 살면서 이런 날이 가지는 의미는 이미 다들 알 터.
한때는 자신도 그런 삶을 살았던 석두원은 별다른 말을 붙이지 않기로 했다.
“경원으로.”
그의 짧고 묵직한 말에.
“존명!”
웅장한 답이 들리며 모두가 경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
“말씀 좀 묻겠소.”
항주 저자가 텅 빈 것만 같다.
그런 기분이 드는 건 어쩌면 구석구석을 채우던 거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상인들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며 낮을 겨우 때우던 때. 삿갓을 푹! 눌러쓴 한 사내가 포목상을 지나며 말을 물었다.
무언가 간밤에 일이 있긴 했던 것도 같은데. 민간의 삶이란 건 평온하기 그지없는 오늘이다.
“물으시오. 아. 비단 한 필 사주면 더 좋고.”
“받으시오. 비단은 필요 없소. 내, 본디 말을 물으려던 자들이 없는지라.”
“흠. 개방의 걸인들을 말하는 거요? 간밤에 죄다 사라졌소. 뭐, 어디서 술이라도 마시는 모양이지.”
“술? 거지가?”
“허허. 항주가 초행이오?”
“그렇소만···.”
“항주 거지들은 아주 애주가들이라오. 다음에는 술이라도 사서 말을 물어보시오. 어쨌든, 이 전낭은 잘 받겠소.”
포목상은 받은 전낭 값을 초전부터 치르며 소소한 정보를 알려준다.
오가는 사람이 많은 항주란 곳은 때로는 이렇게 상인들이 묻는 말에 답해주며 용돈을 챙기기도 하는 곳이다.
“해서, 무얼 묻고 싶다는 말이오? 내 아는 거라면, 성실히 답하리다.”
“화산괴, 아니. 화산검협. 화산검협 진효풍 도장이 아직 항주에 있소?”
삿갓을 눌러쓴 이의 입에서는 제법 유명한 이름이 나온다. 진효풍이 이곳에 머문다는 거야 알고 온 모양.
다만, ‘지금도’라는 말이 붙은 걸 보면, 그가 항주에 찾은 이유에는 진효풍이 한몫을 하는 게 분명했다.
포목상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답을 들려준다.
“그럴 거요. 석가장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요. 허허. 거기 머문 지 한참 되었소만, 여태 그걸 모르셨소? 이거, 전낭을 받기 미안하구려. 허허.”
포목상은 알려준 정보가 대수롭지 않아 사내의 얼굴을 그대로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애써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는 사내의 옆으로 은발의 머릿결이 빛을 발한다.
아차! 하는 표정의 사내였다.
‘주목을···’
받으면 좋지 않은데.
은발이란 게 그렇지 않나. 중원이란 곳에서야 어딜 가도 시선을 잡기 좋은 것.
삿갓의 사내가 그런 생각에 불안함을 조금 표할 때. 포목상의 시선이 뚝! 하고 떨어지고 만다.
‘······?’
왜?
왜 관심을 주지 않지.
항주가 초행이라면, 이 역시 모를 수밖에 없다.
항주에는 이미 금발에 벽안을 갖춘 모인이 활보하고 다닌다는 걸 말이다.
본디 여러 사람이 오가는 특성도 있지만, 요즘은 갑열이란 이름의 모인 덕에 색목인이 어색하지 않은 항주인들이다.
“아. 그, 석가장이라면 저쪽 끝으로 가서 왼편으로 틀고 쭉 지나가면 보이는 가장 큰 장원이오. 자세한 건 그리로 가보면 알 거외다.”
포목상은 그런 은발을 가볍게 눈으로만 훑고는 아무런 차별 없이 전낭 값을 다한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은발의 사내의 눈빛만이 삿갓 아래에서 떨려갔다.
‘여긴···?’
뭐 하는 도시인 걸까.
은발이 이상하게 관심을 못 받았음에 오히려 당황하는 건 은발의 사내였다.
섬서와 사천을 훑으며 이곳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시선을 받은 그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나만 더 물어도 되겠소?”
“물으시오. 전낭이 아직 두둑하니.”
“진 대협과 늘 함께 다니는 젊은 공자가 있다던데?”
은발의 사내는 이제 진효풍을 지나쳐 그의 옆에 늘 아삼육인 한 젊은 사내를 향한다.
섬서와 사천 주변의 산채를 함께 털었다는 두 사람. 어딜가든 지금 그 주변에는 둘의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중원인이 아닌 듯한 사내에게는 그 젊은 공자의 이야기가 생소한 이야기였다.
“흐음. 이 공자를···말하는 거요?”
젊은 공자를 아냐는 물음에 포목상의 눈빛이 조금 변한다. 진효풍이란 이름 때보다 더욱 크게 변하는 눈빛.
이걸 물으면 안 되었던 걸까. 은발의 사내는 직감적으로 불길함을 느껴갔다.
진효풍이라는 무인도 버겁지만, 항주는 지금 살펴봐야 할 석가장이란 곳의 본진이 있는 곳이다.
상가와 무가의 성격을 모두 가진 곳이라던데, 혹 저자의 상인도 모두 한통속인 걸까.
사내는 슬쩍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렇···소만?”
“이거, 이거···.”
포목상의 눈빛이 변하고 그가 슬쩍 자리에서 몸을 띄우자, 은발 사내의 손이 허리로 조용히 내려간다.
경계의 눈빛이 가득한 그. 중원은 역시나 낭만과 야만의 도시로 언제나 예상할 수 없는 곳인 것만 같다.
‘결심(決心)···?’
이건 정말 싫었는데. 어쩔 수 없나.
사내의 손이 검에 닿으려 할 때.
“당신···!”
포목상은 손가락을 펼쳐 사내를 가리킨다.
– 꿀꺽.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술 마시러 온 사람이었군! 하하하하! 진즉에 말을 하지 그랬소!”
“······?”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오고 만다.
“진 대협을 말하는 걸 보니 오기조원주를 마시러 온 거로군! 그럴 줄 알았소! 하하하!”
은발 사내의 손이 허무하게 아래로 축! 하고 쳐져 버렸다. 오기조원주라. 오는 길에 들은 적은 있다.
낭설로 치부하긴 했었는데, 사실인 모양이다. 그때 술을 탄 게 이 공자란 이였나.
무공에만 집중한 덕에 다른 이야기를 단편적으로만 들은 사내였다.
“···그, 그렇소! 허허. 내, 그 술이 마시고 싶어 이리 달려온 참이오. 헌데, 아까 말씀하셨던 이 공자란 이는?”
“그 이 공자가 바로, 그 이 공자요! 진 대협께 오기조원주를 떡! 하고 만들어준 이!”
“그렇소? 그 이 공자도 그럼, 석가장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거요?”
들려온 이야기를 들어보니, 적당히 둘의 관계는 자신이 수집한 정보와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것만 같다.
한공이니, 빙공이니 하는 이야기 외의 정보에는 관심을 주지 않은 게 내심 후회가 되는 지금이다.
어쩌면 더 빨리 닿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 석가장보다야 석호루로 가야지! 말씀만 하시오! 내 점소이 하나를 연결해 주리다!”
“···그것까지는···. 다만, 이 공자라는 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겠소?”
“이 공자 말이오? 간단하오. 잘생겼소. 아주 기분 나쁘게. 여리여리하면서도 허여멀건 게, 아주 미남이라오.”
“그게, 전부요?”
“음, 보자. 뭐랄까. 아!”
제법 설명을 잘 전한 거 같은데.
그 이 공자를 직접 보지 못한 이에게는 설득력 없이 추상적인 설명처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마음에 되물어보니, 포목상이 그대로 자신의 무릎을 때려간다.
무언가 머리를 스친 모양이다.
“출근 전이라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거요! 헌데, 이 공자는 왜?”
“···궁금해서 그러오. 유명하다고 하지 않았소?”
“뭐. 이 공자가 유명하기야 하지. 허허.”
“해서, 어찌?”
“금색 손잡이를 갖춘 보검.”
!!!!
“그걸 허리에 당당히 차고 다니는 이가 이 공자요. 적당히 소박한 장포에 잘생긴 외모, 그리고 금색 손잡이의 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소? 얼마 전 그걸 구해 아주 자랑스레 허리에 달고 다니더이다! 허허허. 무인 같더군, 아주.”
– 씨익.
금색 손잡이의 보검.
그 말에 크게 놀란 기색이 스친 사내가 연달아 이어지는 확답에 짙게 미소를 짓고 만다.
삿갓으로 전부 가려지지 않은 그의 입. 포목상은 이제 되었다는 듯 뒤로 몸을 기대었다.
사내의 반응을 보니, 값을 전부 치른 것만 같은 그다.
“충분했소. 감사하오.”
은발의 사내는 가볍게 삿갓의 끝만을 접어 보이고는 그대로 포목상을 떠났다.
그는 저자의 골목을 몇 곳 돌더니, 이내 한적한 곳에서야 삿갓을 벗어 낸다.
그의 주변에 몇 개의 신형이 겹쳤다.
“단주님을 뵙습니다.”
“가셨던 일은?”
완전히 기척을 지운 이들이 절도있게 그의 주변으로 내렸다. 은발의 사내와 비슷한 외견을 가진 이들이다.
“음. 석호루로 가야겠다.”
“석호루면, 탑처럼 보이던 그 주루 말씀이십니까? 그곳에 단서가?”
“아니.”
수하들의 물음에 여유가 찾아온 은발의 사내는 그득한 미소로 성취감에 젖어갔다.
그는 수하들에게 고생했다는 표정을 한 번 지어주고는 진득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한은검을 찾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