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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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라!”
“막아야 한다!”
– 챙! 챙! 챙!
– 서릉! 서릉!
일시에 사람과 사람이 섞이는 난전 속에서 혼란이 자리했다. 섞이는 건 함성과 비명, 그리고 병장기 소리.
달빛 아래에서 선명한 선혈이 하늘을 향하고 쓰러진 신형은 바닥을 향하는 지금.
이런 풍경이 자리한 곳은 놀랍게도 혈풍(血風)이 불어올 예정이던 경원이 아닌.
항주였다.
“이게 다 무슨···?”
갑작스레 들이닥친 습격에 머리가 텅 비길 잠시.
상황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누구나 그렇지 않겠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한 이라면 모두 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이 공자님?”
책임자라는 사람은 그러해서는 안 된다. 이를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이 후회스러운 지금.
난 곧장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는 한 어린 점소이를 보며 서둘러 뺨을 때렸다.
– 짝! 짝!
한기가 전혀 맺히지 않은 따귀에도 현천한빙심공의 냉철함이 올라오기에는 충분했다.
냉정함이 이성을 불러오는 기분이었다.
“호, 홍 부장!”
제일 먼저 떠오른 건 누군가 내 일을 도와줄 사람이다. 석호루에서 내 바로 다음 가는 직위를 가진 건 홍악.
홍악을 부르니, 홍악은 기대처럼 달려와 놀란 눈으로도 내 말을 기다린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못할 모습이다.
“후문을 개방합니다! 손님들을 먼저 대피시키고 고용인들을! 모두 후문으로 내보내십시오! 그, 그리고! 석가장! 석가장에 지원을 요청하십시오!”
서둘러 석가장에 지원을 요청해 달라는 말을 전했다. 정예들이 빠진 지금이라도, 석가장의 지원은 절실한 참이다.
“예! 알겠습니다! 이 공자님께서는?”
“전 모두 대피한 후 상황을 보겠습니다! 서두르십시오! 얼른!”
“예, 예! 아, 알겠습니다! 이게 다 무슨···?”
나도 알 수가 없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솔직한 말로 아니 깬 밤중에 홍두깨가 아닌가.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 이런 소리라면 응당 지금 쯤 경원이란 곳에서 들려야만 한다.
헌데, 항주에서. 또 석호루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다니. 영문을 알 수가 없는 참이다.
“이유는 나중에! 가십시오!”
“예!”
이유야 우선은 모든 일이 수습된 다음이다. 한 업체에서 일이 터졌다면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건 손님의 안위.
바텐더의 일이란 게 실상은 이런 것이다. 바텐더란 술을 섞는 이도 손님을 응대하는 이도 아닌 법.
바텐더는 한 공간의 파수꾼이자 지킴이다. 공간을 지키는 이의 이름이 바텐더인 것.
좋은 대화 수단인 샷건이 늘 바 테이블 밑에 있었던 전통도 이런 이유 때문.
서부 시대에는 한 마을에서 가장 총을 잘 쏘는 이가 바텐더를 맡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바텐더는 그 공간에 들어온 모두를 지킬 책임이 있으니까.
‘지금이야···’
다른 상황이지만 말이다.
“여깁니다! 다들 여기로! 줄을 맞춰주십시오!”
“밀지 마시고 천천히! 무사대가 버텨줄 겁니다!”
혼란 속에서도 석호루의 점소이들은 맡은 바를 멋들어지게 잘 해내어 준다.
제 목숨을 먼저 살리겠다고 먼저 뛰쳐나가도 비난하기 힘든 지금.
그런 때에도 그들은 손님을 먼저 생각하며 후문으로 그들을 인솔하고 있다.
혼란이 자리한 속에서 열을 맞춘 손님들이 불안과 함께 석호루를 떠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다.
‘나도···’
참전한다는 생각으로 눈매를 고쳤다.
그때.
– 콰지직!
–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무사대의 빈틈을 노린 살수들이 석호루 안으로 뛰어든다.
바닥을 한 바퀴 구르더니, 곧장 서늘한 검을 들이미는 살수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눈치다.
‘역시.’
노리는 이가 뻔한 것처럼 보인다. 난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석호루를 공격했다. 굳이. 손님 중 누군가를 노렸다면 멍청하기 짝이 없는 한 수.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석호루를 공격하는 게 최선인 사람을 노리고 들어온 것.
난 어렵지 않게 주어진 상황 속 단서를 취합해, 저들의 목표가 나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석가장보다야 석호루가 쉽지 않겠나. 길목이야 언제든 놓칠 수 있는 상황이고.
또한, 난 석호루를 두고 홀로 도망칠 수는 없을 거다. 그야말로 외통수에 몰린 것만 같은 상황이다.
“여기다!”
두리번거리던 그들의 시선이 사람이 몰린 손님 쪽을 향하려던 때.
난 그대로 기력을 실어 소리치며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애꿎은 손님이 다치는 건 피해야만 하니까.
손님들은 뛰어든 살수 덕에 혼란이 자리해 후문으로 일시에 뛰어들었다.
다른 모습보다 그 모습이 아찔하게만 느껴졌다.
– 휙! 휙!
보란 듯이 그들을 부른 후 늘 입고 다니는 장포를 휘날리며 내가 석호루의 책임자임을 표했다.
내 신형을 훑더니 곧장 알아보는 살수들. ‘혹시나’가 ‘역시나’인 상황.
목표는 내가 맞는 것만 같았다.
“술 단지를 찾았다!”
“살(殺)!”
짧은 대화 후 곧장 세 갈래로 나뉘어 날 향해 날아다는 살수들이 그를 증명했다.
난 그들이 2층으로 올라오길 기다리며, 단전에서 한기를 끌어올렸다.
‘셋···.’
상대하지 못할 숫자는 아니다. 나도 이제 무공에는 제법 감이란 게 생겼으니까.
문제는 속전속결일 터.
난 내게 뛰어드는 이들에게 역으로 달려들며 무흔보를 펼쳤다. 세 갈래의 살수 중 내가 택한 이는 제일 오른쪽의 이.
그는 오히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란 눈치였다.
내 무공이 이 정도인 줄을 알아보지 못한 모습. 덕분에 일은 더욱 쉽게만 풀릴 것 같았다.
‘침한장···!’
– 쩌저저정!
당황하며 뒤로 몸을 살짝 물리려는 살수를 향해 거칠게 장법을 내뻗었다.
달려오는 그의 힘과 달려가는 내 힘이 마주해 배가 되는 침한장의 위력.
속전속결이 생명이지 않나. 난 모든 기력을 몰아 한방에 이를 실었다.
– 파아앙!
하며 기파가 울리는 소리가, 사람에게는 처음 펼쳐보는 무공의 위력이다.
– 쩌어어억!
– 쿵!
달려오던 살수 하나가 그대로 몸을 굳히며 2층 높이에서 바닥으로 향했다.
침한장에 제대로 맞은 덕에 몸에는 한기가 오르는 모습. 난 그를 때린 반탄력으로 다시금 난간에 올라 당황한 다른 살수를 노려봤다.
적이 당황했을 때는 내게 절호의 기회일 것이다.
‘손에는···’
자비를 둘 여유가 없다. 아니, 애초에 제아무리 내가 무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런 적들에게 자비를 베풀 위인도 아니고.
난 가질 수 있는 증오와 분노를 모두 손에 담은 후 그들을 당황한 살수 중 가까운 이를 향해 뛰어들었다.
무흔보를 펼치며 양옆을 오가니, 그는 내 신형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 이런 말은! 무공이···!?”
대화를 주고받을 생각 따위 없다. 초심자인 내게 이는 빈틈을 주는 계기가 될 테니까.
난 무어라 말을 뱉으려는 그에게 주먹을 내지르며 그의 명치를 강하게 때렸다.
“윽!”
하더니 앞으로 고개를 숙이는 살수. 그의 턱을 곧장 발로 걷어차니, 그의 몸이 2층을 향해 날아간다.
두 번째 살수 역시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었다.
– 턱.
“마, 말도 안 되는···! 부, 분명 무공을 익힌 지 1년 정도라고···?”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분명 존재한다. 그를 몰랐다면, 그 결과를 덤덤히 수용할 수밖에.
오늘의 교훈을 다른 곳에서 되새기길. 난 그를 바라며 곧장 빙옥수로 남은 살수의 어깨를 부러뜨렸다.
“끄아아아악!”
하는 비명을 지르며 검을 놓치는 그의 모습.
남의 고통을 즐기는 악취미는 없다. 그저, 죽이지 않은 걸 감사해야 할 지금.
난 이미 혼절한 그를 바닥에 내팽개친 후, 서둘러 안에 모셔둔 검을 챙겨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병장기가 맞부딪치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 쿠웅!
“철혈장도를 뚫어라! 셋!”
도망가야 할까.
참전해야 할까.
잠시 망설인 후 내려진 답은 간단했다.
‘참전.’
도망가서는 안 된다고.
내가 목표인 거로 보이는 상황이지 않나.
지금 내가 몸을 숨긴다면, 저 살수들은 몰아치며 도망가는 손님 중 날 찾으려 할 게 분명했다.
‘어쩌면···’
내가 보란 듯이 저들 중 몇 명을 본보기로 해칠 수도 있는 상황이고.
그런 생각이 들자, 난 검을 허리에 질끈 묶고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게 내 책임감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살수 중 여럿을 상대하는 철환의 모습이 보였다.
“이 공자?”
– 챙! 챙! 서걱!
“철 대협! 상황은 어떻습니까?”
“좋지 않습니다! 쳇!”
– 휘이이잉! 스륵!
“커억!”
“여기로 오시면 어떡합니까? 도망치셔야 합니다!”
“적들의 목표가 저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욱!”
“안 됩니다! 뒤에는 손님들이!”
“하!”
– 후웅! 후웅! 훙!
철환은 오가는 병장기 속에서 기력을 담아 외치는 내 목소리를 듣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의 장도에 여럿이 쓸려가도 적들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참전하겠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적들의 출수가 악랄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무공을 제법 익힌 거야 철환은 이미 아는 바였다. 다른 관리인이 나섰다면 호통을 치며 쫓아냈을 상황.
허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적이 몇인지 알 수도 없고. 석호루를 지키는 무사대는 수가 적다.
거기에 이들은 정예라 불리기에는 부족한 이들인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
주루란 곳이 습격을 대비하며 무사대를 두는 곳은 아니니까. 취객을 상대하고 적당한 시비를 조율하는 것.
주루의 무사대가 맡은 일은 그런 게 전부였지 이런 습격을 대비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마저 몇몇이 바닥에 쓰러진 지금. 나라도 손을 보태야 하는 건 명확한 사실이다.
난 자리에 뛰어든 후 몇 명의 살수들과 서둘러 손을 섞었다.
안으로 들어섰던 이들에 비해서는 무공이 더욱 뛰어난 이들.
내 무공을 별 볼 일 없게 여겨, 약한 이들을 먼저 들여보낸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들을 상대하기에는 아직 부침은 느껴지지 않았다.
– 팡! 팡! 팡!
거칠게 오가는 공방에 뛰어들어 몇 번의 침한장이 허공을 때리자, 저들이 내 무공의 수위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선 이들이 당한 것도 아는 지금. 이들은 둘이서 날 둘러싸며 합공을 펼쳐왔다.
– 쉬익!
– 휙!
– 후웅!
– 팍!
하나의 검을 피하니, 연달아 박도가 땅을 쳤다. 합공은 처음이기에 당황하길 잠시.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철환이 장도를 휘두르며 내게 달려왔다.
– 훙! 훙! 훙!
바람을 베는 것처럼 웅장한 장도의 파공음이 들리니, 둘러싼 이들 중 한 명이 어느새 목을 잃은 참이다.
철환의 무공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철 대협!”
“돕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보중하시길!”
“예! 명심하겠습니다! 곧, 본가에 지원을 청할 겁니다!”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들의 여유가 수를 써놓은 것만 같습니다. 우선은 틈을 만들어 후퇴하는 쪽을 노리겠습니다.”
“따르겠습니다.”
석호루 안에서야 내가 책임자다. 다만, 이런 일이 생겼을 때 석호루를 책임지는 건 철환.
난 철환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그에게 의지했다. 철환은 무사대를 호령하며 틈을 만들 준비를 마친다.
하지만, 그때.
“비키거라! 술 단지가 직접 나왔으니!”
– 투욱!
거칠게 벌어지던 난전 사이로 흑포가 아닌 다른 무복을 입은 한 무인이 내려선다.
가느다란 신형 속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그는 두 개의 협도를 등에 차고 있었다.
그의 송곳 같은 목소리가 울리자, 일시에 병장기가 마주 선 채로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였다.
“쯧. 아직도 뚫지 못하다니. 과연, 철혈장도의 무사대요.”
그는 살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더니, 철환을 향해 건방진 포권을 건넸다.
존경이라곤 담겨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칭찬은 고맙게 듣겠소. 헌데, 술 단지라니? 또, 객은 누구시길래 석호루를 공격하는 거요?”
철환은 앞으로 나서는 무인을 향해 날카롭게 쏘았다. 올려주는 말에도 서늘하게 숨은 두 사람의 살기.
앞으로 나선 무인은 비릿하게 웃더니, 손을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철환은 발을 고치며 그를 주시했다.
“글쎄요. 워낙에 작은 이름이라 철혈장도께 올릴 이름은 없습니다. 이유야 빤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일이야, 필요한 것이니 하는 것일 뿐.”
“문답무용이란 뜻이군.”
“눈치가 빠르시군요.”
– 스릉!
– 쿠웅!
오가는 말이 통하지 않자, 철환은 기력을 최대한으로 내뿜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발하는 적의 쌍검. 동시에 잠시 멈췄던 두 진형의 무사들 역시 일시에 검을 다시금 휘두른다.
둘은 그 사이에서 미동도 없이 눈을 마주하며 서로의 빈틈을 노려갔다.
“그렇다면 팔다리를 자른 후 듣는 수밖에!”
“하실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 탓!
– 타탓!
– 채애앵!
짧은 말만을 토하며 부딪치는 두 사람의 병기.
전체적인 승패는 두 사람의 격돌 후에나 알 수 있을 거다.
난 달려드는 다른 살수들을 겨우 막아내며 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주변에는 이미 쓰러진 무사들이 살수들 보다는 훨씬 많은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