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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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두원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온전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저 괴짜가 또 무언가를 만들려는 모양이라.
그런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던 그들.
그래도 이들은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깊은 의문을 표하지는 않았다.
언제나 결과물이 모든 걸 납득하게 만드는 사람이 나였으니까.
그저 상단의 단주인 구동해가 다음 날 증류소로 항주에서 잘 나가는 장인들의 명부만을 조용히 보내왔을 뿐이다.
진효풍이 은근하게 운을 띄워준 게 이제 와 생각하니 적절했던 것도 같다.
‘흐음. 이름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 턱.
장인 명부를 닫은 난, 이 명부와 다른 소식통을 통해 좋은 장인을 추려보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무실을 나서니, 양조장의 한창 바쁜 모습이 날 반겨준다. 그런 양조장 속에서는.
“하나하나 전부 발로 으깬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전부 으깬 머루는 모두 통에 담아서 아래와 위가 적당히 섞이게 저어주고요. 아래에 가라앉는 머루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금발에 푸른 눈을 한 어색한 외형의 사내가 익숙하게 고용인들을 지휘하고 있다.
후아주를 만드는 장인, 갑열이다.
“이쪽 후아주는 당도가 너무 부족합니다. 술을 넣어 다시 당도를 높일 수 있게 과하후아주용으로 빼세요.”
“예. 장인님.”
“새로 들어온 머루 상태는 제가 직접 확인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작업에 들어가지들 마세요.”
“예! 알겠습니다!”
갑열은 언제 혼자 술을 담았냐는 듯 양조장 내를 진두지휘하며 고용인들을 휘어잡는 모습이다.
모르는 이가 봤다면야 프랑스 시골 마을 정도의 멋들어진 와인 브루어리의 장인처럼 보일 모습.
난 그 모습이 재밌어, 구석에 서서 이를 한참이나 지켜봤다.
갑열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야 내가 서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이 공자님. 오셨군요.”
“바쁘신 모양입니다, 형제님.”
“후아주가 잘 나가지 않습니까? 더 신경을 써야지요.”
“천천히 하십시오. 천천히. 형제님이 건강해야, 후아주도 오래도록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몸 하나는 튼튼하니까요. 허허. 모인이 아닙니까?”
“그래도요. 곧, 구양방의 밀주장으로 보냈던 장인들이 돌아올 겁니다. 그때에 맞춰, 형제님도 잠시 쉬러 다녀오시지요.”
“흐음. 안 그래도 안나가 여기저기 가보고 싶다던데, 감사히 휴가를 받겠습니다. 그때는.”
“예. 돌아오셔서는 또 해주실 일이 있으실 겁니다.”
“허허허. 그렇게 말씀하시니 겁이 납니다.”
“겁. 조금 주겠습니다. 허허허. 제가 이래 보여도 악덕 관리인이라.”
“설마요. 하하하.”
농담은 아닌데.
이번에 새롭게 만들 술 역시 갑열의 손이 필요한 상황.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으로서도 내가 만들 수 있긴 하다.
다만, 갑열이 만들어둔 후아주를 베이스로 한 번의 발효를 더 거쳐야 하는 게 신상품.
그렇기에 갑열은 휴가에서 돌아오면 더욱 많은 후아주를 뽑아내긴 해야 한다.
난 진심으로 겁을 줬고 이실직고했을 뿐이다.
‘그걸···’
벌써부터 말하면 조금 그렇겠지.
난 그저 웃음으로 상황을 넘어갔다.
“흠. 다들 안 바쁜 모양이로다? 잡담이나 하고.”
어색한 웃음이 둘 사이를 장식할 때, 낮고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아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주공. 그는 뒷짐을 지고는 양조장을 돌며 장인들을 다독이는 중이다.
마침 주공을 찾아 나왔던 참에 그를 마주해 품에서 작은 명부를 꺼내 그에게 펼쳐 보였다.
“이건 무엇이더냐?”
“주공께서 잘 아실 듯하여 가져왔습니다. 한 번 봐주시겠습니까?”
“흠. 보자아. 도공(陶工) 명부로구나. 옹기를 구울 생각이더냐?”
“예. 새 호리병이 필요합니다. 석가장 소속 공방에서는 대량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기에 이리 명부까지 받아왔습니다.”
“흐음. 호리병이라. 지금 받는 건 여기 적힌 왕가 은산이 놈에게 받아쓰는 중이니라. 다만, 이놈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 단지가 견고하지 못한 게 흠이지.”
주공은 오래도록 대석양조장의 술 단지를 관리했던 인물답게 도공들의 이름을 바로 알아본다.
“아주 튼튼하고 견고한 호리병이 필요합니다. 강한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그건 또 무에 쓰려고? 술 단지를 던져 배를 터트렸다더니, 재미가 들린 것이더냐?”
“설마요. 새 술을 담을 술 병입니다.”
“새 술···?”
새 술을 담을 술 단지가 튼튼했으면 좋겠다. 그런 말이 주공에게는 이상하게 들린 모양이다.
어쩔 수 없긴 하다. 술이야 새지 않고 녹지 않는 곳이면 어디든 담을 수 있는 게 이치니까.
다만, 이번에 내가 만들려는 술은 조금 다르다. 이건, 특수한 용기가 아니면 담을 수 없는 술이다.
“어째 불안하구나. 술 단지를 논할 때면 좋은 기억이 별로···.”
“풍화도 때와는 다를 겁니다.”
“크흡. 뭐. 그렇다면야. 오냐. 한 번 보마.”
주공은 이제 술로 뭘 할지 알 수 없는 내게서 이상한 게 아니란 답을 듣고야 명부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의 눈이 하나씩 새로운 이름에 닿아갔다.
“처음에 쓰인 전가 태환이란 이는 예로부터 재료비를 부풀리길 상시로 해온 놈이니라. 술 단지야 중품 이상은 만든다만, 이놈은 피하거라.”
그는 하나씩 장인들을 살피며 그들의 성격과 그들이 만든 술 단지를 평하기 시작하는 그.
이런 정보가 내게는 큰 도움이 될 거다. 지금이야 어떤 기술을 가졌는지는 중요치 않은 시점.
‘누구라고 해도···’
아직은 내가 생각하는 퀄리티의 호리병을 만들진 못할 테니까. 지금 봐야 할 건 그가 어떤 장인이냐 하는 것.
난 그걸 중점으로 주공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갔다.
“오환이 이놈은 대충이 몸에 묻은 놈이니라. 실력은 있다지만, 그게 제 실력의 전부는 아닐 거다. 채찍질도 당근도 통하지 않는 놈이니, 그른 놈이니라. 다음은···”
주공은 깐깐한 장인답게 항주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장인들의 성격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
장황한 그의 설명이 조금 길어지던 차.
“보자아. 도공, 강만. 이놈이구나. 이놈이 제일 아쉬웠던 놈이지.”
“아쉬웠다는 말씀은?”
“옹기에 잡아 먹힌 놈이 이놈이니라.”
주공은 강만이란 도공을 설명하며 옹기에 잡아 먹혔다는 말로 짧게 설명을 대신했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건 장인들 사이에서 통하는 하나의 은어.
난 곧장 주공의 의도를 알아듣고는 표정을 밝게 폈다.
장인이 열중하는 무언가에 잡아 먹혔다는 건, 필요 이상으로 깊게 빠져들었다는 뜻이다.
“아주 학구적인 도공인 모양이군요.”
“음. 쉽게 말하자면 미친놈이니라. 자존심도 강하고. 허니, 적당히를 모르는 인물이지.”
“실력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황가 은산 보다는 이놈이 나을 게다. 허나, 재료에 타협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좋은 옹기도 죄다 부수기 일쑤니. 흐음. 마음이야 간다만, 안정적인 납품은 어려운 놈이다.”
들려오는 설명이 나쁘지 않다. 남들이 보기에는 모난 성격처럼 보여도 내게는 매력적이게만 들리는 강만이란 장인의 성격.
딱 내가 찾던 이란 말이 어울릴지도 모른다. 꼬장꼬장하고 자기만의 기준이 강한 그런 장인은 다루는 게 어렵지는 않다.
“그렇군요.”
“도움이 되겠느냐?”
“다들 만나는 봐야겠지만, 대충 윤곽은 나온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흐음. 뭐. 그렇다면야.”
난 기쁜 마음에 명부를 다시 품에 넣고는 주공에게 꾸벅! 인사를 전한 후 뒤를 돌아 밖으로 향했다.
그런 내 옷깃을 잡아보는 주공.
“거,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더냐? 가기 전에 새로 만들 술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려주고 가거라. 이번에는 어떤 술을 만들 참이더냐?”
묻는 건 새로 만들 술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보란 말이다.
이런 건 물으면 더욱 감추고 싶기 마련이거늘. 주공은 아직 그걸 모른다.
– 씨익.
난 어정쩡하게 물어오는 주공의 모습이 재밌어 한 번 진득하게 웃었다.
“글쎄요. 다른 건 몰라도 아마 처음으로 그 술을 만든 후 주공께 선을 보인다면 주공께서는 화들짝! 하고 놀라고 마실 겁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남기는 작은 힌트.
주공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기로 한 난 표표한 걸음으로 양조장을 벗어났다.
***
“예? 그건 뭐에 쓰려고 그러시는 거요?”
역시나.
이런 예감은 틀리질 않는다.
명부를 따라 항주에서 이름 제법 유명하다는 도공을 찾아다니길 며칠.
몇 번의 거절을 들은 후 이제야 닿은 가마터에서 제법 괜찮은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게 시선도 주지 않고 흙을 만지는 장인은 주공이 말했던 그 강만이란 도공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일 처음부터 그를 찾아온 건 아니었다. 언제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도리란 걸 다하기 위해, 제일 처음 찾은 이는 본디 대석 양조장과 거래 중이었던 이.
허나, 들려온 답이 시원찮았기에 난 이곳으로 곧장 발걸음을 돌린 참이다.
앞서 만난 장인들은 제대로 설명을 듣지도 않고 거절을 전했기에, 뭐에 쓸 거냐는 그의 반문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술을 담으려고 합니다.”
“술이야 적당한 호리병만 되어도 담을 수 있는 게 아니오?”
“그 술이 조금 특별합니다.”
“특별?”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서 퐈아아아! 뭐랄까요, 입구는 꽉 막혀있을 거고.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그런 술입니다.”
“양이 늘어나···?”
“음···. 그러니까···.”
정확히는 가스가 발생해서 호리병 안의 압력이 늘어나는 거다. 헌데, 가스란 말을 써가며 무어라 설명할 수는 없지 않나.
난 자리에 쭈그리고 앉은 후 열심히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려갔다.
거품이 올라 탄산이 생기는 걸 일각이 넘게 여러 말로 포장하길 잠시.
“그러니, 이상한 기체가 술에서 나와 호리병이 팡! 하고 터질 거다? 그런 말씀이신 거요?”
“정확하십니다.”
강만은 그제야 내가 전한 말의 진의를 알아채는 모습이다. 어느새 흙을 만지던 손을 털고는 내 앞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그였다.
“흐음.”
“역시, 불가능하겠습니까?”
“아니,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는 이해가 안 돼서 그렇소. 술이 제아무리 기체를 뿜어도 그게 팡! 하고 터진다니. 믿기기나 해야지 말이지.”
자존심이 세고 도예에 깊게 빠진 자라고 했다.
그런 이들이라면 계속해서 안 되냐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게 오히려 상책일 터.
난 그런 생각에 ‘역시’란 말까지 붙여가며 다른 이들 모두 안 된다는 말을 전했음을 넌지시 흘려봤다.
역시나, 강만의 반응이 제법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원하신다면, 비슷한 걸 보여드릴 순 있습니다. 한 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아니, 그게 뭐 본다고···.”
“봐도, 아직은 힘든 모양이군요. 실력 좋은 장인이라길래 혹시나 하긴 했습니다. 어쩔 수 없지요···.”
“허어. 이 공자께서 성격이 참 급하시오. 내 언제 안 된다고 했소?”
“글쎄요. 다른 도공들은 전부 고개를 젓더군요. 모두가 안 된다는 것이니, 강 도공이라도 별수가 있겠습니까?”
“다른 도공? 누구 말씀이오?”
“왕가네 도공과 오가네, 그리고···”
“양가네와 장가네 정도겠군. 쯧. 그런 놈들과는 비교도 마시오. 내가 대충 만든 호리병도 그놈들이 만든 것보다 두 배는 튼튼하니.”
“뭐. 그래도 안 되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어허. 참. 내 안 된다고는 안 했다니까? 애초에 액체를 조금 담았다고 호리병이 깨지는 것부터 말이 안 되고. 그걸 못 믿으니 하는 말이 아니오?”
이런 이들은 참으로 다루기가 어렵지가 않다. 그저 살살 긁어주면 자연스레 나오는 이런 반응.
나 역시 이런 부류이기에 이런 반응을 쉽게 예상한 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이런 성격에 한 분야에 매몰된 이를 찾은 것에는 이런 이유 역시 숨어 있었다.
또.
‘누구라도···.’
지금 시기에는 내압(耐壓) 기법이 첨가된 유리나 도자기를 빚는 게 쉽지는 않을 거다.
나 역시 이쪽 분야에 대해서는 1도 모르고. 유리로 만든 병을 먼저 찾을까 했지만, 유리는 이때만 해도 사치품. 찾는 이가 적고 가격이 비싼 만큼 다루는 장인도 적었다.
선진적인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장인도 많고 경험도 많은 도자기 쪽이 답이었다.
‘거기에···.’
내가 이쪽 분야를 잘 모른다는 것 역시 크게 한몫했다. 술과 관련된 것 중 항상 어려운 게 바로 이런 것.
보관 용기니 술을 만드는 도구니 하는 건 내게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었다.
아예 분야가 다르지 않나. 이건 전문적인 장인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난.
‘기술자를 굴리는 게···.’
편하다는 답에 이르렀을 뿐이다.
원래 이쪽 계열은 굴려야 답이 나온다.
나도 그렇고.
“허면, 이건 어떻습니까? 제가 말했던 술과 비슷한 무언가를 넣어 강 도공의 호리병이 버티는지 시험을 해 보는 건.”
“시험···? 허. 내가 왜 그래야 하오?”
“내기라 생각해 주시지요. 만약, 강 도공의 호리병이 버틴다면, 제가 크게 판돈을 걸겠습니다.”
“판돈?”
“대석양조장에서 쓰는 모든 호리병을 강 도공의 호리병으로 교체하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
“···대신···, 실패한다면? 아. 무,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때는 될 때까지 더 강한 호리병을 만들어 주시는 거로 하시지요. 매번, 시험은 똑같이 보는 거로 하시고.”
“자신만만이구려. 마치, 내 호리병이 버티지 못할 거라 확신하는 것 같으니.”
“전 자신이 있습니다. 제가 만들 술이 제법 강한 놈이라.”
“내가 만든 호리병은 약하고?”
“글쎄요. 그런 말은 안 했습니다만, 진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요.”
“거, 아까부터 자꾸 슬슬 긁소?”‘
“강한 술에 진다면 약한 호리병인 건 사실이지 않겠습니까? 술 하나 담지 못하는 호리병이야···. 뭐.”
“허허. 이제는 대놓고?”
난 그를 굴리기 위해 이제는 대놓고 그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왜인지 이 사람이라면, 이런 도발에 넘어올 것만 같아서.
그리고 곁들인 건 생각보다 매력적인 조건. 대석양조장에서 나오는 술병을 모두 강만의 것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대석양조장은 항주를 넘어 강남에서도 제일 규모가 큰 양조장. 매달 나오는 호리병의 숫자를 생각하면.
이건 지더라도 한 번은 매달려봐야 하는 조건일 거다.
잠시 고민에 빠졌던 그는.
“좋소! 까짓것! 해 봅시다! 내 호리병은 약하지 않으니!”
내가 잘 짜놓은 판에 슬며시 걸어 들어오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