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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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남과(南菓) 상인이네! 북문!”
“아아. 마실 것도! 마실 것도!”
“휴정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얼른!”
용봉전 결선의 전반이 끝이 나고 찾아온 잠시간의 휴전. 긴장감 가득했던 비무 대회를 보던 이들은 순식간에 밖으로 튀어나와 주변에 자리를 깐 상인들을 향했다.
탕후루부터 당과와 각종 과자, 그리고 과일과 온갖 꼬치구이까지. 중원판 길거리 음식이 자리한 개봉의 시내는 서둘러 음식을 구매해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좌판을 하나 까는 건데. 잠시간 바람을 쐬러 홀로 내려온 난 그 모습을 보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게 일종의 푸드 트럭 같은 거지 않나. 바 역시 푸드 트럭이 가능하기에 그런 욕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한 손에 들고 마시기 쉬운 간단한 칵테일을 팔았다면 대박을 쳤을 거라.
오래도록 바텐더로 지내온 내 경험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빙과 장수는 없나?’
스승님이 남긴 서신에서 말했던 빙과 장수. 개봉에는 그런 게 있다며 남겼던 서신을 봤던 거 같은데.
‘아. 저기!’
난 그때 말이 떠올라 빙과나 하나 입에 물고는 주변을 계속해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과즙이 뿌려진 빙과의 맛이 일품이었다.
그렇게 비무장에서 멀지 않은 거리를 사람 구경 반, 좌판 구경 반하며 돌고 있을 때.
“자자. 여기 일정표가 있습니다. 일정표! 이것만 들고 있으면 정도 대회를 아주 알차게 즐길 수 있다는 거 아닙니까!”
들려오는 흥미로운 말.
일정표란 말이 걸려 다시금 그쪽을 바라보니, 누군가 지나가던 무인들을 붙잡고는 연신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티가 줄줄 흐르는 고급진 칼을 찬 무인들 셋 정도가 열일곱 정도 되는 거지 앞에서 무언가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흠. 일정표야 무림맹이 이미 개봉부에 쭉 배포한 게 아니더냐? 이걸 돈 주고 사라니. 차라리 적선을 바라거라.”
그러던 중 나온 한 무인의 논리적인 답. 일정표야 무림맹에서 뿌리는 것으로 그걸 팔아먹을 생각을 했다니.
거지의 상안(商眼)이 제법 아쉽게만 보였다. 하지만.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대협. 보십시오. 이게 평범한 일정표로 보이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절 때리셔도 좋습니다!”
“응? 다르다고?”
“이번 정도 대회의 가장 화재가 무엇인지 모르시는지요? 설마?”
“가, 갑자기?”
“술입니다! 술!”
“술?”
“에헤이. 이것 참. 이거 진짜로 오늘 대협들은 귀인을 만나신 겁니다. 듣지 못하신 모양이군요. 항주에서 온 이 공자! 석호루!”
“아! 벽력주 폭포를 말하는 게로군!”
“그뿐만이 아니지요! 석호루에서 이번에 아주 단단히 준비하고 온 모양입니다. 이런저런 주연에 참여해 자신들을 제대로 홍보하려는 것이지요.”
“그게 일정표를 파는 것과 무슨 상관이고?”
“상관이 있지요. 여기 이 일정표에는 모든 주연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주연인지, 또 어떤 술이 나오는 건지. 모두!”
“허어. 그러니, 값을 더 받겠다?”
“그것만 가지고 값을 더 받으면 제가 양심 없는 거지지요. 제가 이래 보여도 개방의 이결개입니다.”
“흥. 말은. 개방의 이결개가 이렇게 장사에 나선 걸 윗선에서 알면 경을 칠 것인데?”
“대협들께서만 조용히 해주시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하하.”
“해서, 말해보게나. 뭐가 더 특별한 건지.”
이어지는 대화가 그런 평가를 완전히 깨부수고 만다. 유려한 말솜씨로 세 명의 무인을 이끌며 어느새 자신에게 유리한 위치를 가져가는 소년.
그는 자신이 말한 것처럼 거지의 복색에 허리에는 두 개의 포대를 달고 있다.
이는 개방에서 말단에 속하는 이결개란 뜻일 터. 개방은 직접 돈을 받는 상행위를 금지하는 방파임에도 소년의 장사는 거침이 없다.
‘노련한데?’
불리한 장사를 할 때는 언제나 상대와 나 사이에 친근감을 먼저 키워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아주 잘 해내고 있는 소년의 화법. 그는 주변을 연신 살피는 눈빛을 연기하고는 세 무인의 얼굴을 한곳에 모았다.
누가 보아도 작당 모의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난 귀에 내력을 집중해 그 대화를 엿들었다.
“석호루에서 온 점소이들도 전부 손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들어 보셨습니까?”
“응? 술이 누가 주는 건지에 따라 다르다, 이 말인가?”
“다른 술은 아니겠지요. 헌데, 석호루의 술이지 않습니까? 이게 신묘한 기술로 섞어 대는 술이라 섞는 이의 손맛에 따라 맛이 다르다고 합니다.”
“그래?”
“해서, 제가 그 차이를 전부 이 일정표에 적어 두었다는 게 아닙니까? 특징까지 모두 조사해서! 허니, 이 일정표만 있다면야 정도 대회에서 누구보다 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허언은 아니지요!”
“호오.”
“그래? 한번 보여다오.”
무인들은 유려하게 나오는 소년의 말에 그대로 일정표를 받아들고는 소년이 기록해둔 정보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개방스러우면서도 개방스럽지않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결개. 난 그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이쪽 중원의 개방도들은 하나같이 상재가 영 꽝이던데. 저 아이는 제법 다르다.
“좋다. 이걸로 세 장 다오. 내 사마.”
“한 장만 하시지요.”
“응?”
“한 장으로 세 분이 나눠보시면 될 일이 아닙니까? 대신, 다른 분들은 이것과 이걸 사시지요. 이건 기루에 관한 정보, 이건 명숙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 관한 정보입니다. 아주 요긴하지요. 주변을 서성거리면 인연도 만들 수 있고요.”
“놈. 아주 철저하구나. 오냐. 그렇게 세 장 다오. 허허.”
판매에 완급을 주며 자신이 파는 물건에 대한 신뢰도를 높인다. 그러면서도 결국 수량은 셋을 딱 맞춰 판매하는 아이.
솔직히 이 시대에 저 정도의 상재라면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난 흥미가 돋아 무인들이 떠난 후 조용히 그 아이의 곁으로 다가섰다.
“크흡.”
“···누구십니까?”
“좋은 걸 파는 소개(小丐)가 있다던데.”
“아.”
은근하게 던져보는 말.
내가 노리는 건 기루나 명숙의 정보는 아니다. 그저 지금 내가 가지고 싶은 건 석호루 점소이들을 평가했다는 그 일정표. 상행에 재능이 있는 걸 봤으니, 이제는 다른 걸 조금 보고 싶다. 과연 평가는 어떨까.
그런 호기심에 난 아이에게 은근한 말을 물어갔다.
“어떤 걸 원하십니까? 뭐든 말씀만 하시지요.”
“흠. 내 다른 건 몰라도 술에는 진심이라.”
“술이라. 허면, 석호루의 점소이들과 주연의 일정을 표시한 일정표가 어떠십니까?”
“한 번 볼 수 있겠나?”
“탁월한 선택이실 겁니다. 여기 있습니다.”
아이는 빼곡한 글이 적힌 일정표를 내게 건네고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만든 것에 자신이 있는 모양. 난 그걸 천천히 눈으로 살피며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제법···.’
간단하지만 날카로운 말들이 일정표를 덮고 있다.
어떤 점소이의 잔은 술이 세고 어떤 점소이는 술이 약하다. 누구는 신맛이 강하고 누구는 단맛에 중점을 둔다.
그런 말들이 빼곡하게 적힌 일정표. 다들 처음부터 끝까지는 아니어도 내 손이 묻은 이들이기에 난 평가의 날카로움을 모르지 않았다.
이건 재능이거나, 다른 누군가 있거나. 둘 중 하나일 게 분명했다.
“직접 만든 거고?”
“물론입죠.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가 있겠습니까? 개방에서 이런 걸 파는 게 걸리면 멍석말이입니다요.”
“알면서도 하는 거고.”
“몰래, 몰래 하는 거죠.”
“이유는?”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무공으로 개방에서 살아남는 거지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나이 들면 개방에서 나가서 제한 몸 건사해야 할 텐데. 빈손으로 쪽박만 들고 나갈 순 없으니 방법이 이뿐이지요.”
“그래. 그것도 그렇구나.”
– 씨익.
들려오는 말은 어딘가 시리면서도 기특한 말이다. 이제 막 열일곱 정도를 넘겼을 아이가 뱉기에는 시린 말.
그런 상황을 가진 아이가 뱉기에는 기특한 말. 난 나도 모르게 슬쩍 웃으며 아이와 일정표를 번갈아 바라봤다.
“그만. 여기까지입니다. 더 보시면 안 되죠. 이후부터는 돈을 내고 사셔서 보셔야 합니다.”
그러자, 내 손에서 일정표를 낚아채는 아이. 미리 보기는 이게 끝인 모양이다.
“좋다. 내 한 장 사마. 얼마면 되겠더냐?”
“보자아, 일정표 하나만 사신다면···”
“어이, 소상! 네놈, 또 무언갈 팔고 있었지! 또 누굴 몰매 맞게 하려고!”
“이런, 젠장!”
적당한 값을 치르고 하나를 사서 조금 더 살펴보려 할 때. 뒤에서 나타난 다른 무리의 젊은 거지들이 내 앞에 선 아이를 보고 소리쳤다.
이에 깜짝 놀라며 튀어 나갈 준비를 하는 소상이란 아이. 아이는 자리를 떠날 준비를 하더니, 살짝 돌아서는 날 바라봤다. 그리고 내미는 손. 이건 돈을 달란 말이다. 끝까지 철저한 아이다.
“여기!”
“받으십쇼! 갑니다!”
나도 모르게 재빨리 돈을 내미니, 소상은 그 자리에 일정표를 던져두고는 잽싸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같은 개방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서둘러 그를 쫓았지만, 날래기로는 소상을 따라갈 수가 없다.
어느덧 골목으로 접어들며 사라지는 두 무리. 난 멍하니 서서 옅은 미소와 함께 그 광경을 바라봤다.
손에는 아이가 정성스레 만든 일정표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
– 용봉전 올해의 우승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올해의 우승자이자 오룡삼봉의 필두는···! 북해에서 온 빙궁 소속의 석천!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시끄러운 함성이 한창 울려 퍼질 때도. 또, 조금 전 한창 비무가 열을 올렸을 때도.
난 쉽사리 비무대 쪽으로 시선을 보낼 수 없었다.
다른 게 내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
웅장한 함성이 들려오는 현장에서도 난 조금 전 우당탕 구매한 일정표에서 시선을 좀처럼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자세히 받아든 일정표의 뒷면에는 이전에 봤던 것보다 더 상세한 평론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하하하! 이번 용봉전은 정말이지 역대급이었네! 아니, 그런가 백충!”
“그렇습니다! 진 도장! 검룡에 사종손이 오른 것, 축하드립니다!”
“이런, 이런! 빙룡이란 이름이 빙궁에 돌아간 걸 축하하네!”
“화산의 홍복이로군요!”
“빙궁의 축복이고!”
겨우 일정표를 모두 읽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두 사람의 흥이 과하다.
진효풍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백충은 이런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진효풍은 어느새 내게도 다가와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잔뜩 불량스럽게 술을 들이켜기 시작했다.
사손 뻘의 아이가 검룡에 오른 것도, 빙룡이 다시금 나타난 것도 모두 기뻐 보이는 그였다.
“태상 궁주님을 뵙습니다!”
그렇게 그의 장단을 적당히 맞춰주며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때.
뒤에서는 제법 앳되고 또 당찬, 절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빙룡(氷龍)이 귀빈석으로 찾아왔다.
“작은 칭찬이라도 내리면, 아이가 기뻐할 거 같아 따로 불렀습니다. 뭐든,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백충은 슬쩍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상황을 전하며 은근하게 바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앞에 무릎까지 꿇고 앉아 기다리는 석천이다.
“그, 고생 많았구나. 빙궁의 이름도 드높였고, 빙룡이란 별호까지 받았으니 이건 네 노력의 결실일 거다. 고생하였다. 빙룡이란 별호는 내 스승님의 별호기도 했으니, 부디 큰 무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구나.”
“영광입니다, 태상 궁주님! 절대 이 별호에 부끄럽지 않게 수련하겠습니다!”
“그래. 늘 수련에 힘쓰고 백 조장을 잘 따르거라. 네게 많은 걸 가르쳐 주실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이건, 작은 선물이니 가져가거라. 오늘은 기쁜 날이니 친우들과 좋은 걸 먹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어색한 친척 아이에게 세배를 받은 친척 어르신처럼 덕담을 건네고는 작은 전낭 마저 하나 쥐여주었다.
전낭은 작지만 안에 든 건 적지 않은 은자. 뭐, 가진 게 술과 돈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이게 최선이었다.
원래 선물은 돈이 최고지 않나. 다행히 예의를 잘 배운 석천은 내가 건넨 걸 거절하진 않았다.
중원에서는 나이가 열다섯이면 음주를 시작하니, 석천은 오늘 친우들과 회포를 풀 수 있을 거다.
“바쁘고 들뜬 마음일 거다. 얼른 가서 친우들과 어울리거라. 다음에 또 볼 수 있을 터이니.”
“예! 태상 궁주님!”
적당히 아이에게 전하는 말을 끝내니 백충이 슬며시 내게 다가왔다.
“혹···, 아이가 별로셨는지요?”
그리고 전하는 말은 속이 빤히 보이는 말.
난 잔뜩 모르는 척을 하고는 그에게 되물었다.
“무엇을 말씀이신지요?”
“제자를 찾으시는 거 같아 일부러 석천이를 올렸습니다. 총기도 있고, 무재도 있는 아이기에···. 혹, 마음에 드시지 않으셨다면 다른 아이로···.”
“그런 게 아닙니다. 내 밑에 두기에는 아까운 무재라 여겼을 뿐입니다.”
“태상 궁주님께서는 빙궁의 아이는 누구든 거두실 수 있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백 조장.”
“내버려 두게나. 보아하니, 무인을 제자로 거두려는 게 아니니.”
“예···?”
애써 만류하는 말에도 끝까지 들어오는 백충이 답답했던 걸까. 진효풍이 나서며 백충의 설득을 멈춰간다.
역시 날 제일 잘 아는 건 진효풍이다.
“무공이 아니라, 술 다루는 기술을 가르칠 제자를 찾는 모양이군. 아닌가?”
“옳게 보셨습니다. 다만, 제자로 들인다면 기본적인 한공 정도는 가르칠 생각입니다.”
“허허. 자네답군.”
“그러셨던 건가요···. 전 또···.”
“저치의 속을 누가 알겠나. 백충. 자네도 함께 가세. 오늘 같은 날 마시지 않을 수가 없으니!”
“아. 저, 그···, 전···.”
“백 조장께서는 석천이와 다른 아이들을 보살펴 주세요.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내시죠. 돌아갈 때는 진 대협과 함께 가겠습니다. 좋은 음식과 개봉을 구경시켜주면 아이들이 좋아할 겁니다.”
“···예. 명을 받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이야 내가 거둬도 좋다는 말을 했지만, 나도 눈치란 게 있음. 아이를 보는 백충의 표정이 딱 봐도 제자를 보는 스승의 표정이지 않나.
내게 데려온 건 빙궁 특유의 과잉 충성의 하나일 터. 그가 보기에 워낙에 귀하니, 어디든 보여주고 인정받고 싶었을 뿐.
아마 거둔다고 했다면야 조금은 실망하는 표정도 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감정이 동하는 게 적은 백충이기에 그런 표정을 보지 못한 게 조금은 아쉽다.
돌아서서 아이들을 따라가는 그의 표정이 유독 밝을 것만 같았다.
“고약해지고 있군.”
“예?”
“꼭, 백충을 놀려주지 못해 아쉽다는 표정이니.”
“도사십니다.”
“도사 맞네만.”
“가시죠.”
도사인 듯 도사 아닌 도사 같은 이와는 비무장을 벗어나 개봉의 시내를 가로질렀다.
오가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개봉의 시내 모습. 거리에는 좌판이 더 깔려 이전보다 더욱 붐비는 모습을 보인다.
야시장이 열릴 모양이다. 구경에 열을 올리던 진효풍은 빙과 장수를 보고는 활짝 웃었다.
“개봉에는 빙과 장수가 진짜 있었군! 가세! 자네 사형일지도 모르니!”
“제발···.”
마침 스승의 별호가 정식으로 울려 퍼지는 걸 들은 탓일까. 그의 모습이 평소보다 더욱 들떠있다.
어느새 빙과 장수 앞으로 날아간 그를 천천히 따라가던 중.
– 퍽! 퍽! 퍽!
“이게! 도망을! 가도! 아주! 지랄! 맞게!”
– 퍽! 퍽! 퍽!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난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빙과 장수의 좌판이 깔린 외벽 뒤로 난 작은 골목.
그런 골목 사이에서 들려오는 매타작 소리에 난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들려오는 말이 의심스러워 슬며시 걸음을 그쪽으로 옮겨 가니, 눈에 들어오는 건 익숙한 얼굴들.
낮에 봤던 거지 무리가 무언가를 연신 밟아대고 있다. 제법 살벌한 발길질이다.
‘저건?’
조금 더 가까이서 보니 더 익숙한 것도 눈에 들어온다. 거지 무리의 발이 향하는 곳에는.
‘소상···?’
아까 그 일정표를 팔던 아이가 잔뜩 몸을 웅크린 채 매를 견디고 있었다.
오가는 발길질 속에서도 눈빛만은 살아있어, 한눈에 그 아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