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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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 하나 때문에! 응! 우리가! 다 같이!”
“헉···! 이 자기밖에 모르는 놈!”
– 퍽! 퍽! 퍽!
거칠지만 딱히 내력은 실리지 않은 발길질 속에서도 눈빛을 잃지 않은 소년이 연신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얼굴과 중요한 부분만을 가린 그는 사뭇 귀찮다는 표정까지 지어대며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유야···.’
빤하다.
개방은 금전을 받고 상행위에 나서는 걸 금지하는 방파.
무언가를 받더라도 그건 적선에 그쳐야 하는 게 개방의 규율이기 때문이다.
이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알 수밖에 없다. 이걸 적당히 돌려가며 개방과 금전이 오가지 않는 제휴를 맺고 있는 게 나였으니까.
처음에는 나 역시 간단히 돈을 주고 개방에게 술을 사 먹으란 말을 전하려 했었다.
허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게 홍구의 말. 하나의 단계를 건너뛴 것뿐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돈이란 게 방파 내에 돌게 되면 이를 탐내는 이도 생기며 이를 중간에 가로채는 이까지 생길 수 있다.
누군가 나서서 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이상 분쟁은 불 보듯 빤한 것.
거기에 거지라는 상징성과 스스로의 본분을 잊지 말자는 보수적인 의견까지 합쳐지니 지금의 개방이 나온 거다.
소상이란 아이가 매를 맞고 있는 이유는 이 규율을 어겼기 때문일 거다.
‘연대 책임 같은 건가?’
듣기로는 어린 결개들은 하나의 조를 이뤄 공동생활에 나선다던데.
같은 조원에게 저런 취급을 받는 거라면, 소상의 삶은 제법 고달플지도 모르겠다.
물론,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지만.
– 쓰윽.
“나설 생각인가? 왜?”
– 아작!
그렇게 소상이란 아이가 매타작을 당하는 광경을 구경하고 있으니, 내 옆으로 수상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단단한 빙과를 아작! 하며 씹어 먹는 진효풍. 진효풍은 고개만을 내밀고는 그 광경을 재밌다는 듯 바라봤다.
아마, 그가 흥미를 느끼는 건 이런 일에 잘 나서지 않는 내가 나서려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매를 맞고 있으니, 당연히···.”
“에헤이. 당연하지는 않지. 사정이야 모르니.”
“그래도···.”
“무림인 흉내라도 내려는 겐가? 무림인도 전후 사정을 보지 않고 들이박지는 않는 법인데.”
“알기는 압니다. 전후 사정. 대충이지만.”
“안다라. 뭐. 안다면야. 선택은 자네 몫이니.”
진효풍은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듯 어깨만 슬쩍 으쓱거리고는 뒤로 물러섰다.
무언가 나서고는 싶지만, 그게 맞는 건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
몇 번의 발길질이 더 오가는 걸 보고 난 후에야 내가 나서려 하자.
– 스윽.
“나설 생각이오?”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가 반대편에서 들려왔다. 조금 전 진효풍의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쭉 내뺀 한 거지였다.
“식개···?”
나타난 얼굴은 개방의 후계자, 홍구.
어디서 구한 건지 입에는 진효풍과 같은 빙과를 넣은 그가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난 그가 온 걸 보고는 슬쩍 물러서는 말을 꺼냈다.
“···식개께서 오셨으니 제가 나서진 않아도 되겠군요.”
“내가 나설 거라? 난 그럴 생각이 없소만.”
“어째서?”
“아이들 일에 끼어드는 게 만사는 아니라오. 해결도 아니며, 내가 나서더라도 그건 잠시뿐일 거고. 저 아이도 그걸 모르진 않을 거요. 그러니 입을 꾹 닫고 있는 게 아니오?”
“그래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면, 나서지 않는 게 답이오.”
“······.”
염세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나오는 홍구의 말에 나서려던 발을 잠시 멈췄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은 걸 모르지 않았으니까. 일시적으로야 막아줄 수 있다지만 더 큰 보복이 따라오곤 하지 않나.
하지만, 때로는 머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움직일 때도 있는 법이다.
난 아마 오늘이 그런 날일 거라. 그렇게 여기며 멈췄던 발을 다시금 뻗었다.
나서기로 한 것이다. 두 사람은 조용히 골목의 입구에 서 있다.
“거기!”
발길질이 거칠게 오가는 곳을 향해 큰소리를 치니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던 발이 허공에서 멈췄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 거지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누구?”
“무림인으로 보이는데?”
“손속이 같은 방도에게 과한 듯한데, 그쯤 하는 게 어떻겠소?”
“하.”
끼어들겠다는 의사를 전하자, 한숨이 짙게 나온다. 길에서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많이 겪어본 모양.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가 앞으로 나섰다.
“개방 내의 규율을 집행하는 중입니다. 가던 길을 가시지요.”
“개방이 제아무리 개방이라도 길가에서 이리 소박하게 규율을 집행한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소.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과하오. 그만두시길 바라오.”
“···형제님. 참견이 과하십니다? 개방의 일에 끼어들겠다는 말씀이시겠지요?”
뭐, 말이나 논리가 한 번에 통하지 않는 건 무림인의 특징이다. 개방은 더욱 그런 면도 있고.
사내는 자신의 방파 이름을 내세우며 내게 위해를 가할 목적인 모양이다.
개봉에서 마주하는 대부분의 무인들은 이쯤에서 기개를 접었을지도 모른다.
당연히 난 아니지만. 개방을 다루는 데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 바로 나였다.
이럴 때는 무림인끼리 논리 대신 주고받을 게 하나 있긴 하다. 같은 정도를 걷는 무림인 사이의 좋은 대화 수단.
난 위세를 보이는 그를 향해 곧장 단전을 열고 기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한기가 으슬하게 거지 무리를 향했을 거다.
“······.”
“그, 가끔은 끼어드실 수도 있긴 합니다.”
“암. 들어보니, 형제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조장.”
“그렇지···?”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거로···.”
한기가 닿고 기도가 느껴지자 급격하게 변하는 건 거지들의 태도.
당장에 무어라도 해를 가할 것 같은 태도는 사라지고 이들은 순한 양이 되어버리고 만다.
역시나 철저한 무림인스러운 이들. 좋은 대화 수단이 적절히 먹혔다.
“가자.”
–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개방 특유의 보법인지 달음박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늘 홍구가 보여주는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거지들이 사라졌다.
난 바닥에서 일어나 옷을 털고 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본인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을지언정, 그래도 그게 맞을 테니까. 어쩌면 애꿎은 원망마저 들을지 몰라,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괜찮으냐?”
“···예. 아까 그 공자시군요. 덕분입니다.”
다행히 소상이란 아이의 입에서는 날 탓하는 말이 나오진 않았다.
보통은 이럴 때 구해주면.
– 괜한 참견입니다!
– 쓸데없는 짓을!
– 쳇!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와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나. 난 안쓰러운 눈빛으로 아이를 위로하고.
하지만, 반대로 소상이란 아이는.
– 꾸벅!
허리까지 접어가며.
“감사합니다!”
라며 내게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전해왔다.
오히려 당황한 건 이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괜찮겠느냐?”
“뭘 말씀이신지요?”
“이렇게 한 번은 넘어가도, 다음에는 더 크게 혼날 터인데.”
“알고 있습니다. 다음에 마주치면, 오늘 못 때린 것까지 같이 때리겠지요.”
“허면, 고마워할 일은 아니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툭툭 자신의 옷을 털어가는 아이에게 조금은 필요 없는 질문까지 던져댔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이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 그 때문일지도.
“글쎄요. 그때 가서 맞으면 또 맞더라도 당장에 맞지 않았으니 다행이지 않습니까? 눈 앞에 것만 보고 살기에도 바쁩니다. 그 다음까지 보려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는 법이지요.”
아이가 뱉어대는 말은 더욱 그런 생각이 짙게 만들었다.
“아까 구매하신 일정표는 잘 쓰셨는지요?”
“요긴했다. 안목이 좋더구나.”
“돈값을 했다니 다행입니다. 저는 또 물건이 마음에 안 들어 때리러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매야. 익숙하니까요.”
소상이란 아이는 다행히 날 기억하고 있었다. 일정표를 잘 썼냐며 물어오는 아이의 말.
요긴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지만, 안목이 좋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아이가 일정표에 휘갈긴 날카로운 평들은 쉽사리 내릴 수 있는 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술과 같이 마시기 좋은 음식도 적었더구나. 그건, 네 생각이더냐? 아니면 들은 말?”
“제가 느낀 것들입니다. 어려서부터 동냥 밥이 많아서 그런지 맛에는 제가 좀 일가견이 있습니다. 거지답지 못한 일이지요.”
“흠. 글쎄. 개방에는 천수식개라는 분도 계시는 거로 아는데?”
“그분이야 다르지요. 일반 거지는 아니니. 어려서부터 무재가 남달랐던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아마 제 나이쯤에는 이미 용봉전에는 나가셨을 겁니다. 비록, 오룡에는 못 드셨지만 누군가의 더러운 음모가 있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뭐, 오늘 나갔던 개방의 아이도 저랑은 같은 나이라니. 저마다 타고난 게 다른 거라고 봅니다.”
“···그래. 다르구나. 다르긴.”
“저야 무공에는 영 재주가 없어서요.”
– 탁탁.
소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마저 털고는 바닥에 던져두었던 죽봉마저 올려 들었다.
이제는 대화가 끝을 봐야 할 때. 아이는 내게 한 번 더 꾸벅 절을 하고는 갈 길을 가겠다며 나섰다.
난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 아이의 옷깃을 한 번 더 잡았다.
“그럴 거면, 거지를 그만두는 건 어떻더냐?”
“예?”
“그렇지 않으냐? 네 말대로라면, 상인이나 다른 게 나을 수도 있을 터인데?”
“하하. 한 번 구해주신 분께서 이제는 일자리까지 주시려는 겁니까?”
“그냥 묻는 게다. 궁금해서.”
“글쎄요. 그런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모르지요. 언젠가는 누더기 벗고 탈속할 때가 있으면 그럴 수도요. 지금은 거지로 사는 게 제일 나을 거라 판단했을 뿐입니다. 개방이 동네 무관도 아니니 쉽게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더냐.”
“그렇습니다. 지금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거지라 드릴 건 없습니다. 이해하시지요?”
– 탁탁. 툭툭.
소상은 적당히 말을 다 받아준 후 온전한 작별을 고한다. 바닥을 두 번 죽봉으로 때리고 자신의 어깨를 치는 그.
이건 익숙한 모습이다. 개방도들의 인사법. 돌아서서 골목으로 사라지려는 아이에게.
“소상.”
난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전하기로 했다.
– 휘익.
– 툭.
품에서 나온 작은 목패 하나가 허공을 가르고는 소상을 향해 날아갔다.
이를 어렵지 않게 잡아내는 소상.
“···이건?”
“혹, 거지를 그만둬 볼 생각이 있거든 그 목패에 적힌 장원으로 오거라. 내가 머무는 곳이니.”
“···당장에는 그럴 생각이···.”
“정도 대회가 끝나기 전에는 와야 할 게다.”
– 휙.
내가 전한 건 별 건 아니었다. 그저 지금 내가 머무는 장원의 위치를 나타낸 목패.
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저 그러고 싶었던 것뿐. 혹시라도 찾아온다면야 내가 해줄 건 많지 않나.
적당히 일자리를 주선해줄 수도 있고 혹은 적선을 베풀 수도. 난 그저 떠나는 날만은 남기고는 휙 돌아섰다.
아이는 목패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갈 길을 찾아 떠났다.
“흠. 이 공자. 이렇게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었소?”
“허허. 무림인이 다 되었구만. 저 아이에게는 기연이려나?”
“괴연일 수도 있지. 도사를 만난 누구처럼.”
“뭐야?”
“제 이름도 묻지를 않더군요.”
“그건 거지라서 그런 거요. 거지가 무슨 은혜를 갚겠소? 무공이라도 갖췄다면 모르지만, 그런 것도 아니니.”
“암. 무재는 없어 보이더군.”
“이결개면 못 해도 무공은 익힌 아이란 말이오. 헌데, 동년배 아이들을 발길질에 주먹 한 번 휘두르지 않는다? 이건···. 솔직히 동냥질 오래 할 팔자는 아니란 말이지.”
아이가 사라지자, 모습을 나타내는 두 무림인.
둘은 모든 걸 지켜본 사람처럼 자연스레 아이를 본 평을 들려준다.
무재는 없다는 말. 그런 말이 내게는 조금도 단점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난 그저 왜 이런 오지랖이냐는 표정을 지어가는 두 사람에게.
– 스윽.
소상에게서 샀던 일정표를 건네줬다.
둘은 맞대고 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호오. 날카롭군.”
“이거, 소룡연에 간 점소이면 종찬이 아닌가? 종찬의 술은 확실히 너무 부드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지. 암.”
“그뿐인가? 여기, 강백의 술이 언제나 덜 섞인 맛이 미묘하게 있는 걸 제대로 적어뒀군. 저놈, 항주에서 온 거지가 아닌 게 확실하겠지?”
“그럴 리가.”
그리고 둘도 한 번에 알아보는 일정표의 진면목.
둘은 그곳에 적힌 말이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지 않음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
석호루의 술을 제일 많이 마신 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이 이 두 사람.
이건 그런 두 사람과 아이의 평이 그대로 겹친다는 뜻이다.
‘고작···’
이레가 안 되는 시간 동안 맛본 게 전부인 아이가 말이다.
이건 재능이 아니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말이다. 무재가 있다면 무재가 아닌 다른 재능도 분명 존재하는 게 이 세상.
그렇다면야 저 아이는 혀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걸 거다.
아직 다른 모습을 더 살피긴 해야겠지만.
‘잘만···.’
다듬으면 무언가 나올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난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선택은 뭐.
저 아이의 손에 달렸지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