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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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주는 오랜만이군. 2년만인가?”
추위가 살짝 가시려던 초봄날의 하루. 한 사내가 어색하게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마부의 복장을 한 사내는 2년 사이에 바뀐 풍경이 신기한 듯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내의 이름은 마정.
화음현 출신으로 섬서와 절강을 오가는 작은 상단에서 일하는 마부다.
“마정 대형께서 항주를 잘 안다고 하지 않았소? 적당한 곳으로 가봅시다. 일도 끝났으니.”
“흠. 해도 그게 벌써 2년 전이 아니더냐. 요 2년은 항주가 아닌 다른 곳을 다녔으니.”
“2년 사이에 크게 바뀌기야 했겠소? 적당히 목만 축이면 그만 아니오. 허허. 이제 말젖 말린 마유주는 질릴 지경이니!”
상행에서 짐수레를 끄는 마부로 일하던 그는 아래에도 동생을 제법 둘 정도다.
오늘 마침 짐을 모두 항주 분타에 전달하고 잠시 시간이 비게 된 그.
그는 동생들을 대동한 채 한잔 걸칠 적당한 주루를 찾고 있다.
“음. 서호의 주루를 보여줄 수만 있다면 좋겠다만, 우리 월삭에 감히 가볼 곳은 아니고. 역시 항룡객잔 같은 적당한 객잔에서 한잔하는 수밖에.”
“하아. 이 향락의 도시라는 항주에서 주루 한 번 못가보다니!”
“저어, 큰 형님.”
마정과 바로 밑의 동생이 나누는 대화에 소심한 신입 마부가 쭈뼛거리며 끼어든다.
앳된 모습이 가득한 그는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얼굴이다.
“제가 듣기론 항주 석호루가 그렇게 좋답니다.”
“석호루? 서호 주변에 화려한 그 탑을 말하는 거냐?”
“탑이 아니라 주루랍니다.”
막내의 말에 마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들과 한잔한다면 응당 돈을 내는 건 마정이다.
물론 행수나 분타주에게 한잔하라며 여비를 조금 받은 건 사실이나, 동생들의 머릿수를 생각하면 한참 모자란 돈이다.
“물론, 나도 그런 곳을 가기 싫은 건 아니다. 다만, 마부란 언제 돈이 필요하고 언제 돈일 떨어질지 모르는 이들. 그런 사치를 부리면, 훗날이 어려워짐이야.”
마정은 막내를 조심히 타일렀다. 헌데, 막내의 표정이 영 말을 알아먹는 표정이 아니다.
“그래도···. 저희가 아무리 못 벌어도 상단 쟁자수 만큼은 벌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갑자기 쟁자수는 왜 그러느냐?”
“실은, 조금 전 항주 분타의 젊은 쟁자수 하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말끝을 흐린 막내는 서둘러 형들의 눈치를 살폈다.
계속해서 제일 고참 마부인 마정에게 말꼬리를 잡는 것 같아 인상을 꾸기는 다른 형들 때문이다.
“괜찮다. 막내지 않으냐. 다들 표정 풀 거라. 막내는 편히 말해 보고.”
“그, 예. 쟁자수 월삭으로도 석호루 1층과 2층에서 충분히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객잔이나 석호루나 가격 차이가 안 난다며···.”
막내의 말이 마쳐지자 마정의 미간이 꾸겨졌다.
‘저런 철없는 놈.’
그러자, 처음 마정과 말을 주고받던 둘째가 끼어든다.
“에라이, 멍청한 놈아! 분타의 놈들이랑 이야기 나눌 때는 그런 호객을 조심하라고 늘 이르지 않았더냐! 네놈이 호구처럼 그 석호루인지 나발인지에 발을 들이면 네 돈의 반은 그 쟁자수가 먹을 게다! 넌 빈털터리가 되는 거고!”
수염이 옆으로 삐죽하게 자라 인상이 마부보다 마적에 가까운 사내가 신입을 크게 꾸짖었다.
상단 본타의 마부나 일꾼들이 분타를 방문하면 가끔 이렇게 호객하며 사기 치는 이들이 있다.
한번 상행을 왔다가 돌아가면 몇 달은 볼일이 없기에 마부들은 좋은 먹잇감이다.
“아, 아닙니다! 분명 정말이라···”
“이놈이 끝까지!”
“가, 가격표! 가격표가 석호루 앞에 세워져 있으니 확인해 보라 했습니다!”
“가격표라고?”
대저 항주 같은 대도시의 유명 주루는 절대 가격을 외부에 걸어두는 법이 없다.
입장하는 손님의 외관과 의복, 걸음걸이 등을 보고 각자에게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게 일종의 법칙.
헌데, 그런 항주에서도 가장 목이 좋다는 서호 주변에 세워진 주루가 가격표를 내걸었다?
오랜 시간을 마부로 살며 여러 도시를 돌아다닌 마부들은 이해할 수가 없는 말이다.
“혹, 석호루가 흑도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더냐? 그렇다면 가격표도 사기일 것이다.”
“아닙니다! 석가장인가? 분명 그런 이름의 세가에서 운영한다 했습니다!”
“석가장? 정말이더냐?”
석가장이란 말을 들은 마정의 눈이 커졌다. 마정이 누군가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항주를 제집처럼 드나들던 이가 아닌가.
그런 마정이라면, 석가장이란 이름을 모를 수가 없었다.
“정말 석가장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면 사기 치는 곳은 아닐 것이다.”
마정은 딱 들은 말에 선을 그으며 평을 들려준다. 정말이지 자신이 아는 석가장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면.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가격표가 딱 주루 앞에도 있다고 하니, 앞에 가서 한번 확인을 해 보시죠.”
막내는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게 억울한 듯 끝까지 석호루에 가자는 말을 이어간다.
큰 형인 마정의 말까지 보태져 마부들의 얼굴에는 고민이 아린다.
“흐음.”
“거, 어쩐다.”
“그래. 석호루 앞까지만이라도 가보자꾸나. 가서 확인해 보고. 만일 가격표가 없다면 돌아오면 그만이 아니더냐?”
마정은 이를 보다 이번에도 명쾌히 선을 그어줬다. 언제나 중심을 잡는 건 큰 형이 그의 몫이다.
“에이. 그럽시다! 가보는 게 뭐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막내! 아니거든, 각오하거라!”
“씁.”
농담 섞인 둘째의 협박을 끝으로 마부들은 석호루를 향해 걸어갔다.
찾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항주에서 서호 주변까지만 간다면 어렵지 않게 보이는 게 석호루.
산천초목 사이로 높게 자리한 석호루의 첨탑은 마치 육화탑처럼 곧 항주의 상징이 될지도 모른다.
“흠.”
“여기요? 가까이서 보니, 으리으리합니다, 그려.”
“막내. 가서 가격표가 있는지 보고 오거라.”
석호루 앞에 닿자, 멀리서 보던 것보다 화려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화려함이 몰고 오는 건 불안한 생각. 과연 여기가 정말 객잔과 비슷한 가격일까.
그런 걱정에 마부들의 표정이 어둡다. 아무래도 막내가 신고식을 치르느라 쟁자수에게 크게 속은 것만 같다.
마정은 막내를 석호루 앞으로 보내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 오가는 사람도 많고 석호루에서 나고 들어가는 이도 많은 풍경.
헌데.
생각 외로 조용하다. 마정은 그런 생각에 여기가 주루가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보통 주루의 앞이란 곳에 많은 수의 사람이. 또, 자신들 같은 딱 봐도 외지인이 이렇게 서 있다면 저 멀리서.
– 아이고오오! 나으리!
– 어서옵쇼오오오오!
하며 대기 중이던 점소이들이 뛰어와 호객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여긴 고요하다 불러도 좋을 정도였다.
‘생각보다 사람을 적게 쓰나?’
마정이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 석호루 입구 바로 앞까지 갔던 막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
고급스러운 비단으로 맞춘 장포를 입은 허여멀건 젊은 사내였다.
“저, 저거! 호객 당하는 거 아닙니까?”
둘째는 막내가 걱정되는 듯 소매를 걷으며 그에게 다가서려 했다.
그때.
“어? 그건 아닌 모양인데요?”
나오는 다른 소리. 막내의 앞에서 밝게 웃고 슬쩍 허리를 숙인 허여멀건 사내가 다시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멋쩍게 뒷머리를 긁으며 돌아오는 막내.
“어떻더냐? 역시, 사기더냐?”
“아뇨. 형님. 우선, 가격표는 확실히 있었습니다. 소면 같은 간단한 것만 적혀있긴 했지만요.”
“그래? 저 젊은 사내는 누구고?”
“여기 관리인이랍니다.”
“관리인?”
납득가지 않는 말은 아니다. 입고 있던 옷이나 피부가 딱 그런 관리직에 어울리긴 했으니까.
다만, 무슨 관리인이 저리 호객에 소극적일까. 그런 생각이 마정을 쓸고 갔다.
손도 비비지 않고 허리도 접지 않는 주루 관리인이라. 실격에 가깝지 않나.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무슨 대화를 나눴고?”
“가격표에는 간단한 것만 적혀있으니,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물어보랍니다.”
“응? 그게 끝?”
“예. 아주 친절하고 예의가 발랐습니다.”
“······.”
마정은 들려오는 말이 한 번에 정리가 되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눈을 잠시 양옆으로 오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주루란 곳은 옷깃만 잘못 잡혀도 큰돈이 뜯기는, 여기는 야만과 낭만의 시대지 않나.
그런 곳에서도 독하다면 더 독할 관리인이 저 어수룩한 막내를 그냥 보냈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어떡할까요, 형님?”
동생들은 마정만을 바라보며 그의 답을 기다린다. 머리가 복잡해 잠시 고민하던 마정은.
‘가격표가 진짜고 여기가 정말 석가장이 운영하는 곳이라면···.’
“가보자.”
이내 답을 내리고는 동생들을 이끌었다.
석호루의 문에 닿으니, 조금 전의 그 허여멀건 사내가 다시금 모습을 나타냈다.
***
“손님, 음식이나 술맛은 괜찮으십니까? 부족한 건 없으신지요?”
석호루 1층과 2층을 돌아다니며 손님과 마주했다.
따로 주문을 받거나 음식을 나르는 건 아니다.
그저 오가며 내가 확인한 건 손님들이 지금 이 공간을 잘 즐기고 있는가 여부.
손님 입장에서 본다면, 이 역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의 요소일 것이다.
현대에서는 딱 매니저라 불리는 이들이 하는 행동이 이런 것이었다. 사람을 관리하고 매장의 전체적인 흐름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것. 한때는 호텔 바에서 매니저란 직책을 맡은 적이 있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훌륭하오. 이 가격에, 온도, 습도···! 좋소. 하하하.”
“경치가 아주 좋소. 좋은 자리를 제공해 준 덕분이오!”
“더할 나위 없소! 점소이들까지 아주 예법에 밝은 것이 최고외다.”
다행히 들려오는 말들은 나쁘지 않은 말이다.
직원 교육과 관리에 최우선 공을 들였기에 이룬 성과일 터. 시작을 직원 관리로 잡은 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교육까지 자리를 잡고 나니 다음 수가 욕심난다.
이렇게 돌아다니며 매장을 관리하는 게 다음 수일까.
솔직하게 답하자면, 그건 아니다.
직원의 교육과 적절한 직책을 나눠준 것만으로 고용인으로 줄 수 있는 변화는 전부 준 것이다.
이제는 다른 변화를 바라봐야 할 때.
완벽하다고 불러도 괜찮을 지금 내가 욕심내는 건 다름 아닌 술이다.
“그러셨군요. 손님, 그럼 혹시 새로운 술을 드셔볼 생각은 없으신지요?”
술이라면 아주 환장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야만과 낭만이 공존하고 칼과 술이 대유행인 곳이 중원이라는 곳.
협객이라 불리는 이들은 한쪽 허리에 칼을 차고 다른 쪽 허리에는 술병을 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원에서 술은 정말이지 뺄 수 없는 요소인 것이다.
주공이란 인물만 봐도 그렇지 않나. 술로 50년이란 세월을 보낸 장인이고 또 이를 인정해 주는 게 중원이다.
그런 그가 맛있다는 평을 내렸던 것이 내가 직접 섞은 술. 난 이를 통해 새로운 판매 모델을 개척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석가장의 술을 섞어 새로운 잔을 만들어 팔면···’
무림에서 제법 잘 팔릴 거라.
그런 행복한 상상을 가미하며.
하지만.
“뭐, 뭐요?”
“이 사람이 갑자기! 허. 내게 왜 이러는 거요?”
“무, 무슨 소리요! 돈을 내고 왜 그런 짓을 한단 말이오?”
“사람을 상놈 취급하다니! 이거, 기분이 더럽소이다!”
반응은 생각과는 달랐다.
내 말을 들은 손님들은 하나같이 상놈이나 하는 짓이라며 밀어내기 일쑤였다.
주공의 말을 빌리자면.
품팔이로 적은 월삭을 받던 이들이 술에 물을 타 먹던 행동이 떠오르기 때문일 거라나 뭐라나.
해서 저 말을 묻는다면 이렇게 들린다고도 했다.
당신은 그저 품팔이 정도의 인물이니 그에 어울리게 술을 마시란 뜻으로.
섞은 술을 팔아보겠다는 계획은 답보를 거듭하는 중이다.
‘일단 잠시 후퇴.’
“후우.”
쉽지 않은 일은 언제나 억지로 진행하려 하면 안 된다. 하루에 딱 몇 번.
딱 그만큼만 손님에게 묻고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오늘의 전반전은 이걸로 끝.
제아무리 좋은 상품을 추천하는 거라도 이걸 과하게 한다면 누구나 인상을 찌푸리지 않겠나.
내게 필요한 건 시간이라. 그리 여기며 우선은 천천히 나가보기로 했다.
답답한 마음에 문밖으로 바람을 쐬러 나오자.
“흐음. 이건···.”
석호루 앞에 둔 가격표를 바라보던 한 젊은이가 눈에 보였다. 그는 한참을 뚫어지게 가격표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슬며시 그에게 다가가 말을 물었다.
“혹, 궁금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
그러자 깜짝 놀라며 물러나는 젊은 손님.
“어, 그, 구, 구경만 하러 온 거요! 정말이오! 난 돈 없소!”
과한 호객이라도 만난 것처럼 그는 손사래를 치며 내게서 몇 발이나 물러섰다.
그에 맞춰 나도 한걸음 물러서며 그에게 다가갈 의사가 없음을 전했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보시지요. 혹,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절 불러주십시오. 여기. 딱 문 앞에 있겠습니다.”
“그, 그럼 한 가지만 묻겠소. 여, 여기 적힌 가격이 전부 진실이오?”
쓰읍. 가격이 진실이냐. 이건 장사치의 입장에서는 조금 철학적인 질문이다.
솔직히 남겨 먹는 건 있으니 진실은 아니라고 해야 할까. 이건 질문이 제법 신선했다.
“그···가격이 맞냐는 질문이시면, 예. 맞습니다. 우선은 대표적인 음식만 적어둔 것입니다만, 1층과 2층을 이용하시면 일반적인 주루나 객잔 가격에 한잔하실 수 있으십니다.”
“저, 정말이오? 헌데, 누구시오?”
쓰읍. 이것도. 이건 적어도 안에서 나온 내가 밖에서 들어오려는 손님에게 물어야 하는 말은 아닐까.
여러모로 신선한 질문을 많이 던져주는 손님이다.
“전, 이곳 석호루의 관리자 이정환이라 합니다. 1층과 2층은 제가 책임지고 있으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과, 관리인?”
“그렇습니다. 천천히 둘러보시고 혹 마음이 있으시다면 편히 들어와 주십시오.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과하게 붙어 있는 건 좋은 행동이 아니다. 특히나 젊고 남자인 손님에게 과한 호객은 도리어 독.
이를 모르지 않아 적당히 궁금해하는 것만 알려주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밖에서 말을 묻던 사내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자신의 일행들이 있는 밖을 향해 뛰어갔다.
사내는 얼마 뒤 일행들과 함께 석호루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