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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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문의 술에 다른 재료를 더해도 영약의 효능에는 문제가 없는 게 맞습니까?”
당호단이라 불린 영약을 손에 들고는 당소정에게 물었다. 대환단에 앞서 시도해 보기로 한 영약이 당문의 당호단.
손에 드는 것만으로도 풀 향이 풀풀 풍겨 코끝이 비릿해지는 향이다.
“문제없어요. 하지만 설탕, 꿀, 소금 등을 넣어 봤지만, 소용은 없었어요.”
그래, 그랬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전문가들의 손에서 펼쳐진 일들이다.
작은 쇳덩이라도 무림 고수가 들면 천하제일의 병장기가 된다지 않나.
같은 설탕, 꿀, 소금이라도 바텐더의 손에는 달라진다.
“약을 먹기 전에 술도 한번 마셔보고 싶습니다.”
“그럼요. 여깄어요. 조심해요. 맑지만, 독하니까.”
“백주군요.”
“자세한 비법은 알려드릴 수 없지만 당문만의 방식으로 만든 특별한 술이에요. 그 어떤 백주보다 깔끔하죠.”
술병을 건넨 당소정의 태도가 제법 당당하다. 자신이 속한 가문의 기술에 자부심이 가득한 모습이다.
그녀가 건넨 술은 말처럼 상당히 맑은 백주다. 누룩취라 불리는 독한 쌀향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깔끔한 향이다.
“쌀은 아니고, 식물이나 작물의 뿌리를 증류해 만든 술이군요. 음.”
향을 살짝 맡아보고는 작은 잔에 술을 따라 곧장 목으로 털어 넣었다.
알싸한 향이 알콜 특유의 맛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상당히 잘 만든 깔끔한 백주임은 분명했다.
아, 여기서 잘 만들었다는 말은 어디까지나 의학적인 말이다. 이건 술로서는 미달인 맛.
술 자체의 맛보다는 스스로의 맛과 향을 죽여 남을 떠받쳐 주기 딱 좋은, 그러니까.
‘보드카 계열의 스피릿?’
같은 그런 맛과 향이다.
“여과를 한 건가요?”
“그걸 어떻게? 아. 아니지. 그, 그게 아니라!”
보드카는 증류한 술을 활성탄에 여과하며 불순물을 제거한다.
싸구려 주정으로 만들지만 깔끔한 무취무미의 성질을 가질 수 있는 게 이 때문.
보드카만큼은 아니지만, 당문이 만들었다는 백주 역시 그런 깔끔함을 자랑했다.
해서 여과를 의심했다. 꼭 활성탄이 아니어도 여과를 통해서 술에 깔끔함을 주는 건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된 방식이다.
당소정은 손사래를 치다가 포기한 듯 이를 인정했다.
“···술에 대해 잘 안다더니, 정말이네요. 맞아요. 빚고 끓일 때 다른 방식이 들어가긴 하지만 여과도 분명히 하죠. 면포로 거르고 걸러 맑은 부분만 걸러낸 술이에요.”
“그래서 이렇게 깔끔한 맛이 나는군요.”
“술로만 본다면 실격이죠.”
“지금은 꼭 필요한 술이고요.”
마지막 말이 싫지 않은 듯 당소정은 슬쩍 웃어 보였다. 그녀의 웃음을 뒤로하고.
“술맛을 봤으니, 당호단을 먹어 보겠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배합도 구상해야 하고 재료 역시 준비해야 합니다. 해지기 전까지. 그때까지 이를 완성해 오겠습니다.”
“해지기 전까지···? 아, 알겠습니다. 혹,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십시오.”
하지충은 한번 믿기로 하면 모든 걸 믿는 성격이다. 석가장에서 했던 말처럼 그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해지기 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상황.
당호단을 손에 들고는 방으로 돌아와 빈 서책을 하나 펴고 자리를 잡았다.
단약을 잘 감싼 면포를 푸니, 예의 그 비릿한 향이 강하게 코끝을 때렸다.
‘흙과 풀. 거기에···, 생물로 무언가 들어갔군.’
향에서 떠오르는 재료를 서책에 적어가길 잠시, 이제는 이를 입으로 넣어야 할 차례다.
– 꿀꺽.
마른 침이 억지로 목구멍을 잡고 제발 살려달라 애원하는 것만 같았다.
‘평소 같으면 안 씹고 삼키겠지만···.’
이번에는 그래선 안 된다. 하나, 하나 씹어가며 맛을 느껴야 할 터. 옷을 꽉 손에 쥐고는 겨우 이를 입에 넣을 수 있었다.
– 오물, 오물, 오물.
“우우욱.”
억지라 불러도 좋을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 턱이 이렇게 무거웠던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
입안에는 곧장 비리고 역한 맛이 가득 차 막 흙을 헤집고 나온 벌레를 씹어 삼키는 것만 같았다.
‘이건 비린 걸 잘 먹어도 힘들 정도네.’
이거보다 몇 배는 독한 게 대환단이라는데. 그것까지 삼켜야 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아찔하다.
‘자자. 생각하자.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이 맛을 잡으려면···. 그래. 역시 그게 답이겠네.’
맛을 본 후 한참을 사색하던 중 어떤 맛이 하나 머리를 스친다.
칵테일이나 술은 아니지만, 칵테일과는 뗄 수 없는 재료가. 난 서둘러 그 재료를 서책에 써 내려갔다.
글이 유려하게 흘러가며 빈칸을 전부 채워갈 무렵.
–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고개를 내보니.
“가 선생?”
항주에서 이곳까지 날 데려다줬던 그 마부가 문 앞에 서 있다. 실내에서도 삿갓을 깊게 눌러 쓴 가패운이다.
“이 공자. 불편한 건 없으십니까?”
“없습니다. 상가의 분들이 잘 챙겨주셔서요. 가 선생께서는요? 혹, 방을 얻지 못하신 겁니까?”
“아닙니다. 방도 큼지막한 녀석으로 받았고 말도 아주 잘 모셔줬습니다.”
“다행이군요. 항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편히 쉬십시오. 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럴 수야 있나요. 이 공자께서 혹여 필요하신 건 없나 해서 이리 와봤습니다. 시킬 일이 있다면 절 시켜 주십시오.”
“가 선생을요···?”
이건 조금 적극적이다.
다른 이들이라면 일이 없다고 더 좋아할 텐데.
이상하리만치 적극적인 그의 말에 마침 서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럼···, 마침 부탁드릴 일이 하나 있긴 합니다만.”
“제가 옳게 찾아왔군요.”
“꼭 가 선생께 부탁드리진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석가장의 일이 아닙니까. 제가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무슨 일입니까?”
몇 번을 사양해도 계속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그에게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글을 읽을 줄 아십니까?”
“물론입니다. 여기 적힌 것들을 구해오면 되겠습니까?”
“예. 주방에 있는지 먼저 여쭤보고 없으면 구해와야지요.”
가패운은 어느새 서책을 손에 들고는 내가 적어둔 배합을 읽어가기 시작했다.
고개를 몇 번 끄덕인 그는.
“영몽(??)을 찾으시는군요?”
찾는 걸 다행히 알아보는 눈치다.
“예. 맞습니다. 항주에서 파는 걸 확인했는데, 소주에도 있겠습니까?”
“있을 겁니다. 물론, 여기 소하상가 내에는 없겠지만요. 제가 시기에 맞게 잘 왔군요. 시비들은 이게 뭔지도 모를 겁니다.”
“그렇습니까?”
“영몽은 남만이나 천축을 통해 들어오는 희귀한 과일입니다. 지금이야 중원에서도 재배한다지만, 아직은 시비들까지 알 정도로 흔한 과일은 아니지요.”
“가 선생께서는 알고 계시구요?”
“저야, 마부가 아닙니까? 하하하. 중원 전역을 돌아다녔습니다. 모르는 게 없지요.”
석가장의 마부는 중원 전역을 다닐 정도는 아닐 텐데. 묘하게 엇나가는 그의 말이 이상했지만, 우선은 믿기로 했다.
영몽을 알아본 것만으로 그는 합격이다.
“그렇군요. 그럼 가 선생께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영몽과 또, 청영(靑?). 이 두 과일이 꼭 필요합니다.”
“음, 둘 모두 소주라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소주 역시 작은 도시는 아니니까요. 한 시진만 기다리시겠습니까?”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곧, 돌아오겠습니다. 편안히 기다리시지요.”
가볍게 인사한 가패운은 곧장 시장으로 향했다.
영몽과 청영을 구하러.
사실 영몽과 청영은 다른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이는 바텐더에게 가장 친숙하고 필요한 과일을 말하는 중원식 이름.
영몽은 다름 아닌 레몬이며 청영은 라임을 말했다.
석호루에 정착한 뒤 가장 먼저 찾았던 과일이 이 둘이었다.
어떤 칵테일을 만들든 활용도가 가장 높은 과일이 이 둘이니까.
다행히 시장에서 어렵지 않게 둘을 찾을 수 있었다. 항주와 그리 멀지 않은 소주의 시장에도, 둘은 분명 있을 것이다.
약속한 한 시진이 전부 가기 전에 가패운은 소하상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속대로 손에 들린 영몽과 청영. 그는 적당히 넉넉한 양으로 둘을 가져와 내 손에 건넸다.
“이제 어쩌실 예정이신지요?”
“이것들을 이용해 무얼 좀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혹, 술을 여기서 담그시는 겁니까?”
술이라.
아쉽게도 술은 아니다.
흔히들 하는 착각이 있다. 바텐더라면 술과 술만 섞을 거라고. 다만, 칵테일이란 건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다.
술이 중요해 보이지만, 술 외에도 바텐더가 다뤄야 할 건 많은 게 현실.
오늘 내가 만들 건 술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녀석이다.
가패운에게는 옅은 미소만 보여주고는 손에 들린 과일을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곧장 하주량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가니, 이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다.
당소정은 여전히 환자를 정성스레 돌보고 있고 하지충은 좌불안석으로 방안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주변을 채우는 건 당소정과 같은 녹색의 의복을 입은 의원들.
당문에서 온 의원들로 보였는데, 그들이 오히려 당소정 보다 뒤로 물러나 있다.
“이 공자!”
방으로 들어서니 하지충이 곧장 반겨준다. 그는 손에 들린 재료들을 보더니.
“배합이 완성된 겁니까?”
하며 크게 기뻐했다.
“예. 대환단은 몰라도 당호단 정도는 무리 없이 삼킬 수 있을 겁니다.”
“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죠.”
역시나.
뒤에는 흰 수염이 가득한 이들도 있지만, 말은 당소정이 전한다.
그녀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는 환자 앞을 지키고 있다.
“이 공자. 그럼, 바로!”
“그 전에. 여기서 준비를 조금 해야 합니다. 사람을 시켜 맑은 물과 설탕, 사발을 준비해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오! 여봐라! 당장 설탕과 물을 가져오거라! 얼른! 그릇도!”
하지충은 더는 못 참겠다는 얼굴로 재빨리 시비들을 호령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급박함이 묻어 곧장 설탕과 물이 전해졌다.
설탕과 물, 사발을 받은 후 제일 처음 한 건 설탕과 물을 섞어 하나의 설탕물을 만드는 일이다.
원래라면 끓는 물에 녹이는 게 정석이지만, 오늘은 시럽이 목적이 아니기에 그저 물에 설탕만을 녹여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 새 그릇에 새 액체를 담는 일. 준비한 영몽과 청영을 반으로 가른 후 하나의 그릇에 하나씩.
두 과일의 즙을 짜냈다. 과일을 바라보던 여러 인물들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영몽이 아닌가요?”
“아시는군요.”
“사천은 남만과 붙어 있어요. 어찌 영몽을 모를까요. 다만, 영몽은 신맛이 너무 강해 약과 함께 먹긴 좋지 않을 텐데요? 끝 맛은 심지어 쓰다구요!”
정확하다.
독을 하도 먹다 보니 혀가 발달한 모양.
당소정의 말처럼, 레몬은 딱 그런 맛이다.
일반적인 레몬의 맛이란 시고 떫고 쓴 맛이란 게 전형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영몽의 즙만을 드셔본 적이 있으십니까?”
“즙이요? 아뇨.”
“드셔보시죠.”
즙을 짜면 이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소정에게 짜낸 영몽즙을 건네며 이를 먼저 맛보라 권했다.
어차피 이런저런 말이 오갈 것이니, 그녀가 먼저 입을 대보는 게 나을 것이다.
– 호르르륵.
당소정은 겁도 없이 곧장 그릇을 받고는 이를 들이켰다. 인상을 잔뜩 찡그리는 게 선입견이 가득한 표정.
다만, 레몬즙이 점차 그의 목을 넘자, 그녀의 표정이 점점 펴지기 시작했다.
“뭘···한 거죠?”
“보신 것처럼 그저 짜냈을 뿐입니다.”
“소저, 어찌 그러십니까?”
지켜보던 하지충의 물음에 당소정은 말없이 자신이 들고 있던 그릇을 내밀었다.
이를 맛본 하지충도 정확히 같은 표정을 지었다.
“어찌? 영몽의 맛이 다릅니다. 신맛은 강하지만 쓴맛은 전혀 없고 뭐랄까···”
“신맛이 훨씬 깔끔하죠.”
“예. 딱 그렇습니다.”
하지충과 당소정은 같은 걸 마신 이들의 대화를 이어갔다. 들려오는 평은 좋은 편.
그럴 수밖에 없긴 하다. 조금 미안하지만, 이건 그저 즙만을 짜낸 건 아니니까.
즙을 짜냈다는 말은 맞다. 다만, 그저가 틀렸을 뿐. 약간의 바텐더의 기교, 뭐 그런 건 말 없이 더할 수 있지 않나.
레몬의 하얀 속살을 발라내고 즙을 짤 때는 면포를 덧대어 과육이 즙에 섞이는 걸 최대한 방지했다.
이게 저들이 말하는 맛의 비법이다.
그들이 레몬즙을 맛보는 동안에도 손을 멈추진 않았다. 오늘의 목적은 레몬즙과 설탕물이 전부는 아니다.
청영이라 불리는 라임마저 즙을 모두 짜내고는 설탕물, 레몬즙, 라임즙을 커다란 사발에 모두 부어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이들이 무슨 잡탕을 만드냐는 표정을 지었다.
‘설명은···.’
차차 하자. 우선은 급한 게 있으니까. 그런 생각으로 사발에 기다란 막대를 넣고는 이를 잘 저어줬다.
이건 ‘스윗 앤 사워 믹스’란 하나의 재료를 만들어 가는 과정.
스윗 앤 사워 믹스는 달고 신맛이 나는 칵테일에 주로 사용되는 주스로, 바에서는 이렇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스윗 앤 사워 믹스를 택한 건 단순한 이유였다. 쓴맛과 비린 맛, 역한 맛을 잡아주는 건 그보다 강한 맛이기 때문이다.
앞서 마유주와 매약주를 섞으며 단맛으로 비린 맛을 잡았다.
다만, 지금의 당호단은 단맛보단 훨씬 강한 맛이 필요할 터.
그래서 택한 것이 바로 신맛이다.
하지만 신맛도 떼어 놓고 본다면 마냥 먹기 편한 맛은 아니다. 해서, 더해진 게 단맛, 즉 설탕이다.
과일이 뿜는 신맛에 설탕의 단맛이 더해지면, 이는 곧 풍부한 신맛으로 변한다.
이게, 땅과 풀, 생물의 맛을 품은 당호단의 맛을 잡아줄 것이다.
“다 됐습니다.”
“이게 끝인가요?”
“이걸 잘 섞어야죠. 술은?”
“여깄어요.”
술을 받고는 작은 그릇에 이를 먼저 부었다. 그리고 당호단을 담근 후 이를 으깨주길 잠시.
맑고 투명하던 백주의 색이 점점 붉은 갈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해지는 건 짙은 땅의 냄새. 고체인 상태에서는 안으로 뭉쳐있던 악취가, 물에 풀리니 더욱 깊게 풍긴다.
“윽.”
“저걸?”
이전에는 이런 방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들 더욱 깊게 풍기는 악취에 코를 들이 막았다.
당소정만이 온전히 그 악취를 정면으로 받으며 내 손에 집중했다.
난 진한 갈색이 도는 액체를 빈 사발에 붓고는 거기에 직접 만든 스윗 앤 사워 믹스를 더했다.
모양은 조금 이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건 흡사 칵테일이 아닌 탕약을 만드는 모습.
그래도 이게 이 시대에는 최선이다. 대충 부은 것처럼 보여도 계량은 마친 후며 완벽한 계산까지 더해진 후다.
향을 날려주기 위해 택한 잔이 사발이다. 술의 향은 잔의 모양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둥이가 좁은 잔은 향을 모아주고, 넓은 잔은 향을 날려 이렇게 독한 향의 술에는 더욱 좋다.
맛이란 게 참 재밌다. 혀로만 느끼는 것 같지만 실상은 후각이 지배하기도 하니까.
향을 날려주는 것만으로도 비린 맛의 2할은 잡을 수 있다.
“됐습니다. 이걸 소가주께.”
“이게 전부란 말인가요?”
“예. 당호단 정도면 이 정도로 충분할 겁니다. 대신 꼭 이 사발에 담아 마시게 만들어야 합니다.”
“향을 날리기 위해서? 아무리···”
“어, 언쟁은 나중에! 우선 주량이게 먹여 보겠습니다!”
당소정이 무어라 말을 전부 뱉기도 전에 하지충이 사발을 낚아챘다.
다만, 딱 거기까지. 하지충은 사발을 들고 아들에게 다가간 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중독되어 신음을 토하는 아들의 입을 억지로 여는 게 아비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제가 하겠어요.”
그러자 당소정이 앞으로 나서며 재차 사발을 낚아챘다. 의원답게 당당히 나서는 그녀의 모습.
침상에 반쯤 걸터앉은 그녀는 능숙하게 하주량의 고개를 뒤로 젖히고 벌어진 입으로 술을 흘려 넣었다.
– 벌컥벌컥벌컥.
술은 조용히, 또 조심히.
하주량의 목을 타고는 안으로 향했다.
그의 얼굴에는 조금의 고통이 맺혔다.
‘됐나? 아니지. 삼킨 후 토해낼 수도 있으니.’
조금은 내게도 긴장이란 게 찾아왔다.
이런 건 처음이니까.
자신 있게 배합을 만들었지만, 이 배합에 사람의 목숨이 달렸다고 생각하니 부담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술로 조화를 부려야 한다면.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임도 분명했다.
사발을 잡은 당소정의 손이 점점 위로 올라갔다. 술이 바닥을 보이는 것이다.
“······.”
“······.”
그리고 찾아오는 잠깐의 침묵.
“서, 성공인가?”
누군가의 해서는 안 될 말에 눈빛을 빛내길 잠시.
“쿠, 쿨럭!”
하주량의 입에서 기침이 새어 나왔다.
다음에 나오는 게 술이면 조금 곤란할 터.
다들 긴장하는 순간.
“······.”
잠시 헛기침을 토했던 하주량이 잠잠하다.
침묵을 깬 건 하지충이다.
“저어, 당 소저?”
“잠시만요!”
당소정은 그제야 좌우로 왕복하던 눈알을 잡고는 그대로 하주량의 목과 가슴에 귀를 대어본다.
그리고.
“사, 삼켰어요!”
!!
전해지는 기쁜 소식.
그녀는 마치 제일인 것처럼 자리에서 방방 뛰며 전해진 말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정말이오?”
“가주님!”
“성공입니다!”
하며 기뻐하는 소하상가의 인물들과.
“···저게?”
“크흡.”
하며 입술을 꽉 깨무는 당문의 의원들.
그런 이들 사이에서도 당소정만이 소하상가의 인물처럼 연신 기뻐한다.
그녀는 하주량의 맥까지 한 번 잡아보고는.
“확실해요! 성공이에요! 맥이 안정적인게 딱 당호단을 섭취했을 때 맥이에요!”
라며 방싯 웃으며 내게 다가와 손을 붙잡았다.
긴장감이 쭉 빠지며 내게도 잠시 안도감이 불어왔다.
이 안도감이, 대환단 앞에서도 불어올지,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
1. 스윗 앤 사워 믹스
– 바텐더와 뗄 수 없는 동반자, 스윗 앤 사워 믹스입니다.
– 단맛과 시트러스한 칵테일을 좋아하신다면, 거진 이 녀석이 들어간 칵테일은 다 마음에 드실 겁니다!
– 대표적으로 미도리 사워, 피치 크러쉬, 준벅, 차이나 블루 등이 있습니다!
– 심플 시럽, 레몬즙, 라임즙을 1:1:1로 섞어 주시면 간단히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