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29
***
“아, 아! 이 공자!”
하지충은 당호단을 삼킨 하주량을 보며 내 손을 부여잡았다. 그의 손은 떨리고 눈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가주. 아직 인사는 이릅니다. 대환단은 또 다르지 않습니까? 마저 성공한 후 인사를 듣겠습니다.”
“그럼, 대환단은 언제?”
“방에 가서 복용해본 후, 배합법을 연구해 오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그건 안 돼요!”
당호단 때처럼 방에서 이를 복용하고 배합법을 연구해 오겠다. 그렇게 말하자 반박하는 건 당소정이다.
“당호단을 삼키게 하면 당문 역시 저를 돕겠다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요. 이 공자를 도우려는 거예요. 대환단은 혼자 복용해서는 안 돼요. 특히나 이 공자처럼 무공을 익히지 않은 분은 더욱요!”
“어째서 그렇습니까?”
“대환단은 그야말로 천혜의 영약이에요. 무공을 익히진 않았다고 해도 기혈이 날뛰며 가끔은 뒤틀리는 부작용도 있다고 들었어요. 진기도인까지는 무리여도 당문이 책임지고 호법을 설게요!”
당소정은 이전과는 달리 따스한 눈빛을 가지고는 힘차게 말을 이어갔다.
말을 전하는 그녀의 어투와 태도, 또 앞서 보여준 의원으로서의 자세를 본다면, 그녀를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바로 드실 건가요?”
“예. 곧장 해보려 합니다.”
“좋아요. 다들 들었죠? 당문은 이 시간 이후 이정환 공자의 호법을 섭니다. 계속 공자의 기혈을 살피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바로 개입할 준비를 하세요!”
“예, 아가씨!”
당소정이 호령하자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당문의 의원들이 절도있게 대답했다.
이전부터 느낀 거지만, 당소정은 당문 내에서도 지위가 제법 높아 보였다.
“그리고 하 가주님! 주변을 모두 물려주세요!”
“주변을 모두 말입니까?”
“작은 움직임이라도 영약의 작용이 시작된 후라면 위험할 수 있어요! 이 공자의 안전을 챙겨야, 그 이후도 볼 수 있는 거니까요!”
“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주변을 모두 물리겠습니다! 여봐라, 모두 물러가고,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거라!”
당소정의 호령에 따라 하지충이 명을 내리자 주변은 삽시간에 비워졌다.
꼭 필요한 공간을 제한했고 제한된 공간에는 당문의 인물들이 방위를 점했다.
한참은 떨어진 복도에서야 소하상가의 호위들이 자리를 지켰고 시비는 간데없이 다들 사라졌다.
내 주변에는 당소정과 의원 하나가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준비가 끝나자 하지충은 작은 상자를 가져와 이를 내게 내밀었다.
헝겊에 대충 들어있던 당호단과 달리 귀한 상자에 고이 모셔진 대환단.
상자의 문이 열리자, 대환단은 영롱함과 함께 진한 향을 뿜으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과연, 신비로운 기운이 감도는 영약입니다.”
“내 눈에는 아들을 살릴 약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공자. 잘 부탁드립니다. 부디, 무탈하길.”
눈으로 주변에 대기 중인 당소정과 의원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건네고는 곧장 입으로 대환단을 넣었다.
전해지는 향이 감히 당호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
한 입. 두 입.
대환단을 씹어가자, 점점 역하고 비린 맛이 강하게 입안을 채우며 속에서는 울렁거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당호단이 인상을 꾸겨가며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면, 이건 몸 자체에서 거부감이 들 정도다.
코는 연신 좌우로 틀어졌고 눈은 이미 위아래를 오가며 인상을 꾸기고 있다.
미간에 잔뜩 생긴 주름은 마치 노파의 피부 같았을 것이다.
도저히 입이 더는 떨어지지 않으려 할 때도 겨우 주먹을 꽉 쥐고는 턱을 계속해서 움직였다.
머리에는.
‘끝 맛까지 확실히 봐야 한다!’
라는 하나의 사명감이 자리했다.
다른 이들이 대환단을 어찌 섭취하는지 알 길은 없다.
그래도 나는 꼭꼭 씹어가며 혀로, 코로. 맛을 하나씩 머리에 집어넣어야만 했다.
– 꿀꺽.
결국 대환단이 목을 넘었다.
이게 끝인 걸까.
“괜···찮은 겁니까?”
하는 하지충의 물음에도 당소정은 손을 내저으며 상황만을 지켜봤다.
별다른 변화가 없음에도 무언가 불안함이 감돌아 난 조용히 입을 닫고 머리로 맛만을 그려갔다.
그러자.
– 우우우웅!
하는 작은 복명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순간, 배에서 치고 오르는 뜨거운 기운.
“으윽!”
타는 듯한 뜨거운 기운에 배를 부여잡고는 곧장 앞으로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눈과 코, 입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열기가 세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아직. 아직···!’
이미 대환단은 넘어갔지만, 여전히 잔향은 남아 있다. 아득해지는 정신 속에서도 의식을 놓지 못한 이유는 이것.
이것까지만. 이것까지만. 머리에 박아두자. 난 그런 생각에 겨우 정신을 부여잡고 있었다.
진득한 흙 향과 풀 내음, 그리고 퀴퀴한 향이 당호단처럼 쉽게 맛이 잡힐 정도가 아니다.
“안 되겠어요! 침을!”
당소정은 이를 지켜보더니, 서둘러 옆에 서 있던 의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의원은 당소정에게 얇은 장침을 건넸다.
그때였다.
– 아니, 내가···
– 웅성웅성.
– 아, 안 된다고 하질···
“윽!”
웅성거리는 소리가 잠시 들리더니 연달아 호위무사의 짧은 신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문앞에 드리우는 하나의 그림자.
당문의 의원들은 눈빛을 빛내며 그 그림자를 놓치지 않았다.
신형이 주변을 돌아보며 갈팡질팡하는 순간, 당문의 의원들은 방문을 향해 소매를 휘날렸다.
어디 숨겼는지도 모를 암기들이 빛을 발하며 문풍지를 향해 날아갔다.
– 퓨퓩!
– 콰지지직!
“뭐, 뭐요?”
그러나 힘없이 돌아오는 건 누군가의 시체나 붉은 선혈이 아닌 그들의 암기와 누군가의 외침이었다.
뚫린 문 사이로 보이는 건 그림자의 정체.
정신이 저 멀리 날아가는 와중에도 난 똑똑히 그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가 선생···?’
항주에서 소주까지 날 데려온 마부인 가패운.
그의 모습을 확인한 걸 마지막으로 내 정신은 저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
“누구냐!”
당문의 의원들은 정체 모를 이가 등장하자 곧장 독기를 끌어올리며 출수를 준비했다.
당소정은 재빨리 쓰러진 정환의 앞을 가로막았고 하지충은 뒤로 숨어 사태를 지켜봤다.
“저자는?”
“누군지 아시나요, 가주님?”
“서, 석가장에서 함께 온 마부요! 가패운이라는 이름이었소, 분명!”
“석가장에서요? 그가 왜?”
당소정이 살짝 뒤를 돌아보며 하지충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석가장에서 온 마부인 가패운은 뚫린 문 사이를 넘으며 방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이 쓰러진 정환에게 닿았다.
“설마, 이 공자가 벌써 대환단을 먹은 거요?”
곧장 말을 물어오는 가패운.
당소정은 그 모습을 보며 눈빛을 고쳤다.
괴인이 갑작스레 난입해 소하상가의 호위무사를 제압했다. 그리고 당문 고수들의 암기를 맨손으로 쳐내기까지.
다음으로 물은 건 대환단을 복용했냐는 말이다.
이건,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일들이다.
“제압하세요! 대환단을 노리는 거 같아요!”
대환단을 노리고 온 거다.
당소정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존명!”
그녀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사방을 점하던 당문 고수들의 손이 독기를 뿜어냈다.
당문이 자랑하는 독장이 사방에서 여덟 갈래로 갈라지며 가패운을 노려갔다.
“자, 잠깐! 이런!”
뒤로 물러서며 손을 내젓는 가패운.
그는 싸움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순식간에 자신을 덮친 여덟 개의 독장을 모두 받아쳤다.
당소정은 이를 보고는 그가 심상치 않은 고수임을 알아챘다.
“절정 이상의 고수예요! 손속에 자비를 줄이죠!”
“그, 그게 아니라! 난···!”
– 팡! 파파팡!
가패운이 무어라 말을 이을 틈도 없이 당문의 고수들이 그를 계속해서 몰아갔다.
그는 조금도 밀리지 않고 제자리에서 쏟아지는 장법을 모두 받아쳤다.
잠시 지켜보던 당소정의 얼굴에 경악이 찾아왔다.
‘당문 고수 네 명을 동시에? 절정 그 이상···?’
대환단이 있다는 소식을 숨긴다고 숨겼는데, 석가장 쪽에서 말이 세어 나간 걸까.
오만 생각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 그녀는 잠시 고개를 휘휘 젓고는 자신의 뒤에 쓰러진 정환을 바라봤다.
‘그렇다고 해도!’
환자를 지킨다.
그게 당문의 숙명.
당소정은 고수들 사이에서 무어라 입을 움직이는 가패운을 보며 소매에서 작은 금침을 꺼냈다.
끄트머리가 까만, 무언가 묻은 금침이다.
“당문은 모두 물러서세요!”
당소정은 짧은 외침에 당문의 고수들이 순식간에 뒤로 몸을 물렸다.
그리고 빛을 뿜는 당소정의 손.
여섯 개의 금침이 넓게 퍼지며 가패운을 노려갔다. 당문의 비전 절기 중 직계에게만 계승되는 암기술, 독접비연 초식이다.
‘이거라면···!’
죽일 생각은 없다.
아니, 불가능할 거다.
저 정도 경지라면.
대신 금침에 발린 독약이라면 적이 이를 쳐내려 할 때 몸을 마비시키긴 충분할 터.
당소정이 노린 건 그것이었다.
하지만.
– 휘리리릭!
– 챙! 챙! 챙!
날아간 금침은 단 세 번의 움직임에 모두 땅으로 향하고 만다. 소매에 기력을 두른 가패운이 휘휘 소매를 휘날리자 이들이 모두 기운을 잃고 만 것이다.
당소정의 얼굴에는 조금 전 경악을 넘은 충격이 아렸다.
‘당화철로 만든 금침을 소매로?’
당가는 의원, 독 외에도 세공으로도 유명하다. 이런 세공 기술이 빛을 발해 만들어진 게 당화철.
그런 당화철을 갈고 갈아 만든 금침은 강기를 두른 고수가 아니고는 맨손으로 쳐낼 수 없는 게 분명했다.
“다시 출수!”
당소정의 금침이 모두 빗나가자, 당문의 고수들이 다시 뛰어든다.
가패운은 입술을 꽉 깨물더니.
“잠시 이야기 좀 들어 보라 하지 않았소!”
라 외치고는 몸에서 기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몸에서 강한 기운이 팡! 하고 터지더니, 이내 달려들던 당문의 고수들이 뒤로 날아가고 만다.
버티기 버거운 기운이 그의 몸에서 발했다.
‘기력만으로···?’
놀라는 것도 지친다.
당소정의 눈동자가 흔들려 갈 때.
“독화(毒花)! 사람 말을 좀 들어 달라 하지 않았나! 한시가 급하네!”
라며 가패운이 당소정에게 말을 걸어왔다.
슬쩍 발을 뒤로 빼고 결단을 준비하던 당소정이 얼굴에 물음표를 띠었다.
독화는, 당소정의 별호였다.
그리고.
– 킁킁.
가패운이 발하며 팡! 하고 기운이 터지던 순간 방안에 퍼지기 시작한 미세한 향기가 이제야 당소정의 코에 닿는다.
독과 약을 다루며 후각이 발달한 그녀는 남들보다 먼저 이 향을 맡을 수 있었다.
향의 정체를 알아챈 당소정의 앞으로 가패운이 빠르게 다가갔다.
‘매화향···?’
“안 됩니다! 아가씨!”
“아가씨를 지켜라!”
그를 보고는 당소정에게 공격을 가하는 거라 여긴 당문의 고수들.
그들은 일시에 장법을 펼치며 당소정을 지키기 위해 다시금 가패운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당문은 모두 멈추세요!”
당소정의 외침이 일시에 그들을 멈춰 세운다. 당문에서 직계의 명은 절대적인 것.
그들은 곧바로 기운을 거두고는 뒤로 발을 물렸다. 이를 보고는 가패운이 짙게 웃는다.
당소정은 잔뜩 짜증 난 표정이다.
“정말···. 미치겠군요. 당신이란 사람은!”
“인사는 차차 하세! 한시가 급하니!”
가패운은 곧바로 당소정을 지나쳐 쓰러진 정환에게로 향했다.
정환의 몸을 몇 군데 만지더니 이내 가부좌로 만드는 그. 그는 적당한 자세가 취해지자, 이내 정환의 등에 손을 올리고는 기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정환의 몸에서 강하게 뿜어지던 열기가 갈무리되며 아래로 향했다.
단전이라 부르는 곳으로.
“당 소저···? 저자가 뭘 하는 겁니까? 혹, 위험한 건?”
“아마···. 진기도인을 하려는 거 같아요.”
!!
“지, 진기도인 말입니까?”
뒤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하지충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당소정에게 반문했다.
여기서 말하는 진기도인이란 대환단의 공력을 몸이 제대로 흡수하게 만드는 과정일 터.
무인은 아니지만, 그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덕분에 고개는 더욱 세차게 갸웃거려진다. 갑작스레 난입한 마부가 진기도인이라니.
이건 더 이해가 어렵지 않나. 그를 아는 듯, 당소정은 혀를 차며 설명을 이었다.
“저 사람이라면···. 이런 괴상한 짓거리를 하고도 남을 위인이죠.”
“저자의 정체를 아시는 겁니까?”
“가주께서도 들어보셨을 거예요. 화산개협, 아니. 괴협이라고···.”
!!
“예?”
그 이름이 왜 거기서 나오냐.
하지충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