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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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괴, 아니. 화산검협? 진효풍 도장을 말하는 겁니까?”
“당문의 고수 넷을 상처 없이 제압하고 당화철로 만든 금침을 소매로만 받아냈어요. 거기에 내기를 끌어올리니 풍기는 매화향과 이 공자를 도울 이유까지. 이제야 알겠네요. 이름은 또 뭐죠? 하. 참나. 가패운? 진(眞)을 가(假)로, 효(孝)를 패(悖)로, 풍(風)을 운(雲)으로? 애도 아니고!”
당소정은 속은 게 분하다는 듯 바닥을 차며 연신 표정을 구겼다. 그녀의 눈에는 쌍심지가 불을 밝히고 있다.
“그, 그래도 다친 이가 없는 거 같아 다행입니다. 호위무사도 혈도만 제압당한 거 같습니다.”
“그렇겠죠! 초절정의 벽을 넘은 무인이신데! 아주 대자대비해요!”
“그···. 저 진기도인이란 건 오래 걸리겠습니까? 혹, 이 공자가 더 늦게 깨어나신 다거나···?”
“아뇨. 오히려 빨리 깨어날 수도 있어요. 저자가 실제로 초절정의 벽을 넘은 거라면, 곧 끝 날 거예요. 이 공자는 무공도 익히지 않은 몸이니. 대신, 대환단은 공력은 그대로 이 공자가 가져가겠네요.”
“그거야 뭐···. 대환단을 섭취하는 거야 모두가 동의한 일이 아닙니까?”
“열 받아서 그러죠! 그걸 저 아저씨가 전부 노린 거잖아요!”
“그렇···습니까?”
“안 봐도 훤해요! 자기 딴에는 은혜를 갚겠다고 저러는 거 아니겠어요? 항주에서부터 같이 왔다고 했죠? 석 장주도 한패겠네요, 그럼!”
“아, 그래서! 어쩐지 석 장주께서 갑자기 말을 바꾸시더라니!”
“전음이었겠죠. 경지를 넘어서며 오감이 발달했을 거고. 밖에서 이야기를 듣다가 개입한 거예요. 이 공자에게 대환단의 공력을 주려고!”
“흐음. 이상합니다. 차라리 자청단을 직접 주는 게 이득 아닙니까?”
“이 공자가 대환단 녹이는 걸 성공하면요? 그럼, 자청단도 아끼고 공력은 공력대로 가져가고!”
당소정의 추리는 제법 정확했다.
화산과 이야기가 끝난 석가장이 어찌 요구를 더 할 수 있었겠나. 이건 화산의 거물이 보장해주지 않고는 힘든 일이었다.
“어휴! 맨날 저런 식이야! 저 개협은!”
둘 사이에는 묵은 감정도 있어 보였다.
방방 뛰는 당소정의 앞에서도 진효풍은 차분히 진기도인에 집중했다. 시간이 제법 흐르고 방안의 긴장감도 이제는 사그라들 즘에서야.
“휴우.”
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몸을 일으켰다.
소매로 이마를 닦은 그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포권하며 하지충에게 인사를 건넸다.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화산의 진효풍입니다.”
“위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소하상가의 가주, 하지충입니다.”
“우선, 설명도 없이 이렇게 된 점을 사과드립니다. 밖의 호위무사들은 간단히 혈도만 제압했으니, 곧 정신을 차릴 겁니다. 또한, 귀가에 폐를 끼친 점은 제가 모두 변상하겠습니다.”
“사람이 상하지 않았고 저희가 잃은 것이 없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다만···.”
남은 이야기는 이쪽과 해라.
하지충은 그런 눈빛으로 옆에 선 당소정을 눈으로 가리켰다.
“아. 독화! 오랜만일세!”
“저기요? 괴협 아저씨? 사과부터 하셔야 하지 않나요? 또, 독화라 부르지 마세요! 어딜!”
“아니, 내가 먼저 출수했나? 난 그저 문 앞에 서 있었을 뿐이네!”
“그러니까요! 그게 수상한 행동이니까 그렇죠! 아니, 알 거 다 아는 사람이 영약 먹을 때 그렇게 어슬렁거려요? 그것도 대환단을 먹는데!”
“내 차근히 설명하고 들어오려고 했네. 내 아무리 괴협이라지만 그걸 안 했겠나! 했는데! 자네가 주변을 다 물려버렸지 않나? 내 수십 번을 설명했음에도 어찌나 호위무사들이 강경하던지! 석가장에서 보내서 왔다. 이 공자를 도우러 왔다. 하다 하다 최후에는 내 화산의 진효풍이다. 부디 비켜달라. 이래도 안 믿는 걸 어쩌겠나!”
“미리 말했어야죠! 미리! 그 꼴을 하고 말하면 잘도 믿겠다!”
“아, 이렇게 빨리 먹을 줄 알았나!”
두 사람은 조금 전 손을 섞을 때보다 더 격하게 말을 주고받는다.
진효풍이면 당문에게도 나름 거물일 텐데. 당소정은 전혀 꿀리는 것 없이 그를 몰아세웠다.
먼저 백기를 드는 건 진효풍이다.
“자자. 독화. 그만 하세. 내 전적으로 잘못했네. 자네가 있을 줄도 몰랐고.”
“독화라 부르지 마요!”
“자넨 날 괴협이라 부르지 않나? 아까는 개협이란 말도···.”
“괴협같은 짓만 하시잖아요!”
“끄응···.”
하지충만이 두 사람의 사이에서 눈을 껌뻑거렸다.
하지충은 오가는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저어,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이 공자는?”
하며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준다.
당소정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나비처럼 날아, 정환에게 다가섰다.
곧장 맥으로 손이 향하는 그녀다.
“어떻습니까?”
하지충은 심각한 표정으로 정환의 맥을 살피는 당소정을 보며 물었다.
당소정은 진중한 표정으로 잠시 맥을 짚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점은 없어요. 너무 강한 기운에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에요.”
“그럼···?”
“내일 낮에는 정신을 차리실 거예요. 아주 건강하고 가뿐한 몸으로.”
“휴. 다행입니다. 다행. 이제 하루만 기다리면 되는군요. 눈을 떴을 때는 배합법을 완성해 오셨으면 좋으련만···.”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고 입을 움직였어요. 끝 맛까지 확실히 보겠다는 오기였겠죠. 보통 정신이 아니고는 불가능해요. 이 공자도 참 보통 사람이 아니에요.”
“암. 그러니, 내 이리 은혜를 갚으러 온 게 아니겠나!”
“아저씨는 가만히 있어요!”
“···아니, 말도 못 하나?”
“진기도인은요? 보아하니 전부 다 흡수한 건 아닌 모양인데.”
“못해도 40년 치 공력은 챙겼네. 나머지 20년 치로 기맥을 뚫고 단전을 만들었고. 허헙! 적당한 내공심법만 하나 익히면 일류 고수가 안 부러울 걸세!”
!
들려오는 말이 심상치 않다.
하지충은 눈을 슬쩍 돌려가며 방금 들은 말을 의심했다.
대환단이 무공을 모르는 이도 그렇게 내공을 가져갈 수 있던 영약이었나.
당소정이 그 표정을 보고는 대신 답을 들려줬다.
“진기도인한 사람이 저 아저씨 정도 되는 거니까요. 일반적인 무인이 진기도인했다면 반도 가져가지 못했을 거예요.”
“과연···. 이 공자의 기연(奇緣)이군요.”
“괴연(怪緣)일 수도요.”
당소정은 여전히 화가 덜 풀렸는지 뾰로통한 표정이다.
하지충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배분만 봐도 당소정이 한참은 아래일 텐데 어찌 저리 격의 없이 진효풍을 대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곧장 말을 물었다.
“혹, 두 분께서는 안면이 있으신지요?”
“작은 인연이 있긴 합니다. 내 독왕 형님과도 막역한 사이고. 허허. 일전에 사천에서···”
“당가타의 전각을 때려 부수셨죠.”
!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그건 다 협의지심에 마두를 쫓다가 실수로···!”
“그래서, 부서진 그 전각에 제 방이 있었단 말을 빼먹었네요, 제가! 당가타 밖에서 잡아도 되는 걸 괴상한 무공을 시험하다가 놓쳐서는! 아휴! 그때만 생각하면!”
“······.”
이제야.
진효풍이 당소정에게 꼼짝도 못 하는 이유를 하지충은 알 것도 같았다.
어쩌면, 몇 번은 암살 시도도 있진 않았을까. 진효풍과 함께 밥을 먹을 땐 조심해야 할 것만 같다.
당문은 원한을 10배로 갚기로 유명하다. 특히, 당소정은 그에 철저해, 별호가 독화(毒花)다.
“용케 무사하셨습니다. 진 대협.”
“여전히 살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크흡.”
“어차피 이 공자께서 정신을 차릴 때까지는 시간이 남은 것 같군요. 이렇게 된 일, 진 대협께서도 일이 끝나실 때까지 본가에 머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흠. 그래도 되겠습니까?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습니다.”
“부디 그렇게 해주십시오. 방을 바꿔드리겠습니다. 진 대협이 나서주신 덕에 이 공자가 여기까지 오실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봐주셔야지요.”
“하하하. 역시, 소주제일상가의 가주십니다. 끝까지 보고 책임을 지란 말씀이시군요. 알겠습니다. 꼭 그리하겠습니다.”
하지충은 먼저 말을 꺼내 진효풍을 아예 집에 눌러 앉혀 버렸다.
얼핏 예의상 하는 말 같지만, 하지충의 이런 말에는 다른 뜻도 숨어 있다.
혹, 대환단을 녹이는 걸 실패한다면 책임지고 자청단을 가져오란 뜻.
진효풍은 이를 모르지 않아 껄껄 웃었다.
거기에 이제는 대환단이 단 한 알만 남았다.
당문의 고수와 상가의 무사들이 있다지만, 오늘처럼 누군가 난입할 수도 있는 상황.
진효풍 정도의 무인이 본가에 머물고 있다면, 이는 안심을 넘어 대환단을 마당에 걸어두고 자도 좋을 정도다.
진효풍은 하지충의 안내를 받으며 정환을 눕히고는 방을 나가려 했다. 방을 나서던 그가 멈추고는 당소정을 바라봤다.
“자네는 안 나가나?”
“뭐, 진기도인이야 끝났어도 정신을 잃었으니까요. 옆에서 제가 기혈을 살펴야죠. 의원이니까요.”
“오. 젊은 남녀가 단둘이 방에?”
“다른 의원들도 있을 거예요!”
당소정의 노성과 함께 진효풍이 도망치듯 방을 빠져나왔다.
***
째액. 째액.
딱 이런 소리가 들릴 때면 늦은 건데.
눈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따스해 유달리 몸이 상쾌한 지금. 어렵사리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깨어나신 거 같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건 나이가 들어 보이는 당문의 의원.
그리고 연달아.
– 다다다다다!
하는 발소리와 함께 방으로 들이닥치는 여러 인물들이다. 하지충 가주와 당소정, 그리고 당문의 인물들.
거기에 진효풍까지.
잠깐.
진효풍?
아직 꿈이 덜 깼나.
서둘러 손을 들어 눈을 비벼봤다.
다시 봐도 진효풍이 분명했다.
“어, 어?”
“거, 사람보고 어어라니. 반갑지도 않나?”
“어?”
이야.
이제는 헛것이 보이나.
그래, 대환단 정도라면.
그런 생각도 잠시.
“아저씨는 가만히 좀 있어요!”
당소정이 그에게 면박을 주며 앞으로 나섰다. 곧장 기를 죽이는 모습이 진효풍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확실히 헛것은 아니다.
“이 공자. 들리세요?”
“예···. 들립니다. 다만, 헛것이 보입니다. 아주 괴이한···.”
“그···. 헛것은 아니에요. 괴이하긴 하지만요.”
“그럼?”
“이 공자를 데려온 마부가 있잖아요?”
“가 선생 말씀인가요?”
“그게 저 아저씨였데요.”
“예!?”
“허허. 내 축골공(縮骨功)이 제법이었나 보군! 전혀 알아보지 못했음이야!”
“가만히 좀 있어요!”
진효풍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배를 내밀다가 당소정의 눈빛에 제압당하고 만다.
당소정은 상체를 조금 숙이고 눈을 맞춘 채 내게 친절히 상태를 물어왔다.
귀를 타고 넘어간 당소정의 머릿결이 유난히 윤기가 흘러 보였다.
“기분은 어때요? 기혈은 안정적인데, 본인이 느끼기에 불편한 건 있어요?”
“편안합니다. 몸이 아주 가볍습니다.”
“다행이네요. 이제 큰 이상은 없어 보여요.”
당소정이 싱긋 웃으며 다행이란 투로 말하자 나도 모르게 시선을 피해 버리고 말았다.
가까이서 보니, 표독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는 여인이다.
“헌데, 이게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진 대협이 왜 마부로?”
“저 아저씨는···”
당소정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내가 정신을 잃은 동안 있었던 일을 알려줬다.
그가 갑자기 나타나 당문의 고수들과 손을 섞었고 또 연달아 내게 진기도인 했다는 말까지.
석 장주와 작당 모의했다는 말은 조금 충격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말씀도 없이 너무 하십니다! 진 대협.”
“내 은혜를 갚겠다고 하지 않았나? 허허. 내 선물은 40년 치 공력이네!”
“과하셨습니다! 무공도 모르는 사람에게···. 또, 이게 무슨 소란입니까!”
“아니, 난···. 자, 잘못했네···. 그, 어차피 먹는 대환단이고···. 이제 무공도···. 끄응.”
차라리 그때 말했던 명주를 주지.
오히려 끌리는 건 40년을 묵힌 술 쪽인데 말이다.
그래도, 내 말에 꼼짝도 못 하고 쭈그러드는 모습을 보니, 더는 말을 보탤 수가 없다.
역시나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이 공자! 몸은 괜찮으십니까?”
진효풍과 당소정을 뚫고는 하지충이 내게 다가왔다. 몸이 건강한 걸 확인한 그는 무언갈 묻고 싶어 안달이 난 표정이다.
“예. 무사합니다. 이제, 일을 시작해야지요. 얼른 일어나겠습니다.”
“그, 그렇다는 말씀은?”
하지충은 최대한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내 입에 집중했다. 정신을 잃기 전 기억을 한 번 더듬어 본 난, 그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을 들려줬다.
“맛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또한, 맛을 잡을 배합 역시 생각해 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