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33
***
“자! 당문도 얼른 일해야죠? 다들 시침을 준비하세요!”
소가주 하주량이 대환단을 온전히 삼키자, 곧장 당문의 의원들이 나섰다.
당문의 의원들이 저마다 하주량의 사지를 하나씩 잡고는 시침(施鍼)에 들어갔다.
하지충은 어느새 아들의 곁에 달려가 착! 하고 붙어 있다.
“자네, 이번에는 또 술에다 뭘 한 건가?”
모두가 소가주의 곁에 붙어 있을 때도 내 곁에 있는 건 진효풍이다.
그는 잔뜩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어가며 내게 말을 물어왔다.
“간단한 기술입니다. 맛이야, 제 비전이니 말씀드릴 순 없습니다. 다만, 얼음을 넣고 흔들면 공기가 섞여들며 술이 훨씬 부드러워지며 역한 맛이 줄어듭니다. 그걸 의도해 봤습니다.”
“그게 적중했고!”
“다행이지요. 진 대협이 얼음을 만들어 주신 덕분입니다.”
“원, 사람 참! 겸양하고는. 허허허.”
진효풍의 얼굴에도 큰 웃음이 걸렸다.
이번 일을 꾸민 그의 시선으로 보자면, 모든 게 만사형통이란 말이 딱 맞는 말이다.
그는 마치 자신이 해낸 것처럼 어깨가 잔뜩 올라가 무언가 자랑스러운 모양새다.
“자네도 좀 쉬게나.”
“예. 안 그래도 힘이 쭉 빠집니다.”
하주량에게 붙은 이들을 뒤로 의자를 찾아 몸을 앉혔다. 달리 몸을 많이 쓴 건 아니지만 심신이 지쳐오는 지금.
한 사람의 목숨이 손에 달렸었다. 어찌, 지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무림이란 곳이 아니라면, 이건 바텐더로서도 겪어 볼 수 없는 일임은 분명했다.
“그나저나, 저 술은 대환단이 없으면 맛보지 못하는 술이겠군? 쓰읍. 정말이지 어디 가서 자청단이라도 구해와야 하나?”
“아뇨.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양만 조절한다면, 다른 단약으로도 비슷한 맛을 낼 수는 있을 겁니다.”
“정말인가?”
진효풍은 이야기를 듣던 중 표정을 밝게 고치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이지 신기한 일, 재미난 일, 궁금한 일은 절대 참을 수 없는 게 그의 성격이다.
“드셔보고 싶으십니까?”
“아니, 뭐. 꼭 그렇단 건 아니지만···.”
“아니시면 어쩔 수 없지요.”
“조금은 마셔보고 싶은 것도···.”
“조금이요?”
“조금 많이?”
그를 놀리는 게 퍽 재밌다.
막 나가는 경향이 있지만, 생각보다 유순한 사람.
그게 진효풍이다.
“소가주의 치료가 잘 끝난다면 제가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일이 잘 끝나면, 만찬 정도는 있지 않겠습니까?”
!
“그, 그 말! 꼭 지켜야 하네!”
“물론이지요.”
진효풍은 말을 듣고는 자리에서 당장에라도 날아오를 기세로 몸을 들썩였다.
얼음을 얼려준 것도, 또 이번 일을 도와준 것도. 실은 그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아. 대환단의 공력도.
사실 바텐더로서 이번 일은 꼭 나서고 싶은 일이었다.
이건 석가장의 입장이나 이익만을 위한 건 아니었던 개인적인 생각.
술로 사람을 살린다라. 그걸 먼발치에서 주워들었을 때는 그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내 앞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나 역시 몸을 가만히 둘 수는 없었다.
알고 있다. 딱히 필요치 않아 보이는 나섬이었다는 걸. 생존과 이득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게 이곳이니까.
다만, 여긴 또 낭만과 야만의 시대지 않나.
낭만이란 말이 천박한 농담이 되어 버린 현대에서 온 내게는 이번 일이 하나의 낭만이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익힌 기술로, 내 손으로 사람을 살리는 데 무언갈 보탠다는 것.
하나의 기술을 익힌 이에게 이보다 큰 낭만은 없다.
많은 이익이 얽힌 문제인 건 알고 있었다. 해서, 나설 때는 주변의 눈치도 살폈었고.
그런 눈치를 자신의 목적 때문이지만 일거에 해결해 준 사람이 진효풍이다.
다른 목적이 있었다지만, 그 목적 역시 날 향하고 있었고.
그에게 오랜만에, 맛난 술을 타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이유다.
진효풍은 곧장 하주량을 돌보는 당소정에게 다가갔다.
“독화!”
“아, 바빠요.”
“내, 한몫 돕겠네! 뭐든 시키게!”
“가만히 좀 있어요, 제발! 그게 돕는 거니까!”
두 마디 만에 다시 쫓겨난 그였다.
***
– 쿵!
정말이지 쿵! 그런 소리가 날 정도로.
하지충은 무릎으로 바닥을 찍으며 내게 절을 올렸다.
그러자, 뒤에서는 소하상가의 가신들이 모두 그 자세를 따라 했다.
못해도 스무 명이 넘는 이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는 장관이 펼쳐졌다.
이게 말로는 전부 이해가 안 될 수 있지만, 정말이지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하, 하 가주님!”
“이 공자! 평생···! 평생,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라니요. 전 대환단의 공력도 얻었고, 석가장과 많은 걸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거래였을 뿐입니다.”
“아닙니다. 이 공자! 이건···!”
그래, 아들의 목숨을 거래란 말로 포장하기에 아비의 마음은 충분하지 않다.
하지충은 나와 당문 쪽을 번갈아 가며 연신 인사를 올리고 있다. 당문 역시,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당소정은 얼른 손을 내저으며.
“이건 이 공자가 8할을 혼자 한 일인걸요. 당문은···.”
이런 인사를 받기에 부족하다.
그녀는 그런 말을 하고 싶어 보였다.
난 얼른.
“그렇지 않습니다. 대환단의 효능을 얻었어도 당문의 후 처치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입니다.”
포권하며, 이를 다시금 당문에게 넘겼다.
바텐더는 술만 다루는 사람이 아니다. 사람도 다루는 법. 내 말이 끝나자, 잔뜩 어깨를 죽이고 뒤로 물러서 있던 당문 의원들이 이제야 어깨를 편다.
당문의 시침과 뜸 덕분에 하주량은 독을 몰아냈고, 그의 몸에서 까만 반점은 간 곳을 찾을 수 없다.
이제는 기력만 회복하면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하지충이 잔뜩 신난, 또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오늘 밤은 다들 시간을 내어주십시오. 이 하모가 오늘은 섭섭지 않게 모시겠습니다.”
하지충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당장 그날 밤 연회를 열었다. 소주에서 제일 큰 상가가 주최하는 연회라.
나로서는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가 없는 자리였다.
‘이야, 잘하면, 고오급 백주까지 나올 수도?’
오늘은 뱃속에 고급 기름칠, 아니, 고급 에탄올칠을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가 어슴푸레 넘어가자, 소하상가의 넓은 장원에는 곧장 연회석이 차려졌다.
소하상가의 모든 가신과 행수들, 그리고 당문의 사람들, 나와 진효풍까지.
모두 한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회포를 풀었다.
“약을 술로 그렇게 풀어낼 수 있다니! 이 공자는 의원이 되셨어야 했습니다!”
“환자를 생각하는 이 공자의 마음이 의원 못지않았지요. 본가의 젊은 놈들을 이 공자 밑에 보내 수련시키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대환단을 꼭꼭 씹어 삼키다니요. 이제 와 하는 말이지만, 실로 감탄했습니다!”
처음에는 환자를 뺏기나 하는 마음에 적대하던 눈빛도 있었던 당문의 의원들.
이 사람들 술이 조금 들어가니 속마음이 줄줄 나온다.
물론, 내가 앞서 공을 당문에 넘긴 탓도 있겠지만 술의 영향도 없진 않을 거다.
마침 나온 술도 내가 기대하던 것처럼 고급 백주다.
강소성에서 유명한 대곡주(大曲酒)가 무려 30년 숙성으로 나왔다.
이건, 일반적인 고급 술이 아니다. 못해도 보통 백주보단 20배는 비싼 술이 대곡주.
나라도 속이 뻥 뚫리며 솔직해질, 그런 술이다.
“저야말로 당문의 기술과 마음가짐에 놀랐습니다. 영약의 효능을 품는 술이라니요. 서역에서도 그런 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마음에 서둘러 당문 의원들이 좋아할 말을 들려줬다. 대화는 바텐더의 부전공.
특히나 술자리에서 대화라면, 이건 독문절기 수준이다.
“특히 당 소저의 의원으로서 마음가짐에 깊이 감복했습니다. 절대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 의원이라. 과연, 당문입니다.”
내 독문절기 중 하나가 빛을 발했다.
당소정은 딱 봐도 저들 중 가장 높고 중요한 사람.
그런 이를 칭찬하는 말이 나오니, 의원들의 표정이 밝아지지 않을 수가 없다.
“암요. 우리 아가씨는 천생 의원이시지요.”
“당문의 자랑이 아니십니까? 껄껄껄.”
“이 공자께서 이를 알아보시다니, 역시 기재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봅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의원이고 고수라도, 술 앞에서는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방금 당숙이 한 말은 일리가 있어요.”
“어떤? 허허. 아가씨와 이 공자가 잘 통한다는 말씀 말입니까?”
“아뇨. 당문과 석가장이 교류를 했으면 한다구요.”
!
그렇게 의원들과 짧은 주담을 주고받을 때, 입안을 가득 채운 당소정이 얼른 끼어들었다.
가문과 가문의 교류는 특히나 그 직계가 함부로 입에 올릴 만큼 가벼운 일이 아닌 법.
당문의 의원들도, 이야기를 듣던 소하상가의 가신들도 갑작스레 나온 당소정의 말에 순간 손을 멈춰 버렸다.
“석가장에 한 번 들려주시죠. 장주께서 반겨주실 겁니다.”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얼른 영업 멘트를 날려댔다. 너무 급하진 않게, 또 너무 완곡하지 않게.
딱 적당한 영업을 날리니.
“소가주의 회복이 완료되면 항주에 들릴 게요. 괜찮을까요?”
당소정은 곧장 답을 들려줬다.
앞서 꺼낸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론입니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대접은 확실히 해주시는 거겠죠?”
“그럼···요. 석호루는 어떠십니까? 제가 일하는 곳이니, 최고라 자부할 수 있습니다.”
“석호루도 좋죠. 하지만, 전 다른 걸 원하는걸요.”
“다른 거라면···?”
“편도즙!”
“예?”
“편도즙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세요! 그게 최고였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배합법만으론 그런 맛이 안 날 거 같아요! 제가 직접 배워야겠어요!”
연달아 나오는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자, 당소정은 확고한 취향을 보여준다.
달고 고소한, 그리고 부드러웠던 아몬드 밀크가 그녀의 취향을 저격한 모양이다.
여자들이라면, 싫어할 수 없는 맛이긴 하다.
“아가씨. 그런 부탁을 함부로 드려서는 안 됩니다.”
“맞습니다. 무공을 알려달라는 말과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당문의 나이 많은 의원들은 젊은 아가씨를 만류하며 손을 내저었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답은 그들의 말과는 달랐다.
“항주에 들러주신다면, 제가 하나부터 다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런···? 그래도 되는 겁니까, 이 공자?”
“허허. 비전을 이렇게 공유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말을 전하자, 당문의 의원들이 제일 놀란 눈치다.
이 시대에는 아는 게 곧 힘이고 기술이 곧 재산이던 시대. 그런 때에 자신만이 아는 무언가를 누구에게 알려준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었다.
특히나 약재와 독을 다루는 당문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 이들에게는 내가 술을 다루는 기술이 약재나 독을 다루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뭐. 다른 술을 섞는 거라면 조금 고민을 해볼 수도 있다. 다만, 아몬드 밀크는 전혀 다른 이야기.
내가 그녀에게 배합법을 알려주겠노라 했던 것도 이런 계산이 깔려있었다.
이건 이 시대에 상품화하기에는 단가가 맞지 않는 제품이다. 부잣집 아가씨가 취향에 맞춰 집에서나 마시는 용도가 딱 맞을 터.
알려준다고 해도, 당문은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 외에는 쓸 일이 없을 것이다.
“꼭이요! 대신, 당문도 그에 맞춰 선물을 준비해 갈게요! 그럼 되는 거죠! 안 그래요, 당숙들?”
“흐음. 그렇다면야. 좋은 생각이십니다. 당문은 대가 없이 무언갈 받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도 좋은 선물을 준비해야지요. 암요.”
그저 꺼낸 말로 의례적인 선물 교환이라 생각했는데, 소하상가의 인물들 표정이 다르다.
그들은 마치 큰 기업 사이의 거래가 성사된 것처럼 우리의 대화를 부럽게 바라보고 있다.
“자자자. 무거운 이야기는 그쯤 합시다! 거, 뭘 알려주고 뭘 가져다주고. 그건 너무 복잡한 게 아닙니까! 술이나 듭시다! 술! 좋은 날이 아닙니까?”
이야기가 조금 무거워지려 할 때.
이런 분위기를 깨주는 건 진효풍이다.
진효풍은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잔을 들고는 모두에게 술을 권했다.
대곡주의 깊은 풍미가 싫지 않은 그였다.
진효풍은 앉은 자리에서 연달아 몇 잔을 연거푸 털더니 이내 눈빛을 내게 향했다.
무언가를 노리는 야수의 눈빛이다.
“그리고 자네는 아까 말한 그 술! 그 술은 언제 타줄 건가?”
무슨 할 말이 있냐는 표정을 한 번 지어주니, 곧장 진효풍이 본론을 꺼내왔다.
술자리가 딱 무르익을 시점에 맞춰 이를 물어오는 게 이때까지 기다린 모양.
술이 조금 달아오르니, 더는 참지 못한다.
“술이요? 또 무슨 술이요?”
“아, 왜. 낮에 소가주가 마신 술이 있지 않나? 이 공자가 내게 약속했네! 소가주의 치료가 잘 풀리면 내게 꼭 그 술을 맛보게 해주겠노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요! 대환단이 어딨어서 그 술을 또 만들어요!”
“사실, 대환단이 없어도 가능하긴 합니다. 완전히 같은 맛은 무리지만, 비슷한 맛 정도는 낼 수 있을 겁니다. 당호단이면 충분할 겁니다.”
“정말요? 당호단이야 잔뜩 있긴 해요!”
“호오?”
“소가주께서 마신 술을?”
진효풍이 술의 정체를 말하자 모두가 동요한다.
대환단의 맛을 풀어낸 술이라.
자고로 이 시대는 술과 칼의 시대. 감히 그 술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는 말을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다들 은근한 기대를 눈에 비추며 내게 시선을 집중했다. 바텐더라면, 이런 기대 속에서 술을 섞지 않을 수가 없다.
“다들, 드셔보고 싶으신지요?”
“물론이죠! 가능만 하다면요! 아니, 근데···. 이렇게 막 술을 부탁드려도 되는 건가요?”
“맞습니다. 무인에게 함부로 무공을 보여달라 하지 않듯, 이 공자께도 무례한 부탁이 아닐지···.”
“아닙니다. 술을 파는 사람에게 술을 만들어 달라는 게 어찌 그렇겠습니까? 맛있게 드셔 주신다면, 전 괜찮습니다.”
“크흡. 아들이 마셨다는 술을 저도 한번 마셔보고는 싶습니다.”
“저도 마실래요!”
“공부하는 차원에서 당문도···.”
몇 차례의 형식적인 말들이 오간 후 의중은 모두 함께 그 술을 마시는 쪽으로 기운다.
뭐, 크게 상관은 없다. 손님이야 많을수록, 바텐더에겐 좋은 일이니까.
난 자리에서 일어선 후.
“술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대신, 술을 드셔보신 후 맛이 괜찮으시다면 언제고 석호루에 한 번 들러주십시오. 주변에 섞은 술이 맛있다는 소문을 내주셔도 좋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가 오늘 솜씨를 발휘해 보겠습니다.”
영업을 한 번 뛰고 술을 만들 준비에 들어갔다.
좋은 날, 춤은 못 춰도 술 정도야 흔들 수 있지 않나.
“당연하죠!”
“물론입니다!”
“암요!”
겉으로 보이는 영업의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낮에 썼던 재료가 남아, 메이킹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 대환단 대신 쓰는 건 당호단.
당호단은 영약이라기보단 하나의 요상단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당문이 이를 아끼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다만, 한가지 문제라면.
“저어. 진 대협.”
“응? 왜 그러나?”
“얼음이 필요합니다.”
!!
이번에도 얼음이 필요하다는 것.
진효풍은 들고 있는 술잔에서 술이 넘칠 정도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본다.
들은 말을 부정하고 싶어 보였다.
“지, 지금?”
“얼음이 없으면, 애초에 불가능한 술입니다.”
아니다.
대환단의 맛을 녹여내는 게 아닌 이상 얼음이 ‘꼭’ 필요하진 않다.
그래도 있다면 맛이 훨씬 풍부해질 테니, 진효풍에게도 손해는 아니다.
“자네, 설마 나를 얼음꾼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다만, 맛난 술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크흡!”
“아, 아쉬워라! 진 아저씨 때문에 술을···.”
“흡흡!”
연달아 안타까운 표정까지 지어가며 말을 덧붙이니 모두의 시선이 진효풍에게 날아든다.
마치 검기를 받아낸 것처럼 진효풍의 살이 따가울 것이다.
“안 한다는 말이 아니라···.”
진효풍은 자리에서 일어나 툴툴거리는 모양새로 다시금 얼음을 얼려갔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맛을 안다고. 진효풍의 얼음 얼리는 솜씨가 갈수록 늘어나는 기분이다.
진효풍은 어느새 꽁꽁 언 얼음을 가져와 내 앞에 대령했다.
“꼭···. 맛있어야 하네···!”
기운이 쭉 빠진 그를 뒤로 난 다시금 셰이커를 잡고 술을 만들어 갔다.
낮에 쓰고 남은 재료들로 다시금 만들어 보는 조금 전의 그 칵테일, 트리니다드 이스페셜.
훨씬 연한 맛의 당호단을 썼기에 배합을 다시 계산해야 했지만, 그건 내게 일도 아니었다.
셰이커가.
– 살각! 살각! 살가가각!
하고는 몇 번의 익숙한 소리를 내더니, 곧장 술이 사발을 향해 뿜어졌다.
술은 사발에 닿고 숨을 돌릴 틈도 없이.
– 슥! 슥! 슥!
하는 빠른 손에 낚여 곧장 사람들의 앞을 향했다.
누군가의 무공이 펼쳐진 거라.
어렵지 않게 의심할 수 있었다.
‘진 대협이겠지.’
이럴 때 쓰라고 익힌 무공은 아닐 텐데.
어쩐 지 그의 무공이 빛을 보는 건 내가 잔을 만들 때만이다.
“자자! 다들 마십시다! 아, 혹 내가 이번에 등선 하거든 화산에 연통 좀 해주시고!”
듣기만 해도 끔찍한 농담을 한번 뱉고는 진효풍이 잔을 높게 들었다.
어느새 찾아온 잔을 들고 입에 털어 넣는 사람들.
– 호르르르륵.
하는 잔잔한 소리가 장원을 채우더니.
– 아아..!
– 크흐..!
– 흐읍..!
– 오우!
하는 듣기 좋은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모두가 함께 턱을 높이 드는.
바텐더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 소하상가의 장원 안에서 펼쳐졌다.
“정말 맛있어요! 고소하면서 담백한데, 향은 짙고! 입에 닿는 타격감도 좋네요!”
“과연, 이런 술을 마시니, 진 대협이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대단한 맛입니다. 생전 처음입니다!”
“어어? 방금 상제(上帝)께서 분명 내게 손을 흔드셨는데···?”
들려오는 말도 바텐더가 좋아하는 말들.
하루를 마무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말들이었다.
***
1. 대곡주.
– 백주에 대해서는 글 내에서 풀어보겠습니다…
– 앞에 붙은 양하는 술을 만든 지역인 양하진을 말합니다.
– 쌍구진에서 만든 대곡주는 쌍구대곡주라고 부릅니다.
– 양하대곡은 중국 8대 명주에도 들어간다고 합니다.
– 1000년 전통이네 뭐네 하지만, 아닙니다. 이것 역시…조만간 다루겠습니다!!
–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닙니다! 55도 500ml에 3.5-5만원 대면 구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