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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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제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장주.”
대석당에 들어서니 언제나 같은 구성의 인원들이 나와 진효풍을 반겼다.
늘 이곳을 지키는 이들은 석두원과 공 총관, 그리고 구동해 단주.
석두원을 제외한 두 사람은 대석당으로 들어서는 내 모습을 반기길 잠시.
곧장 따라 들어오는 진효풍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당신이 왜 거기서 나오냐는, 진효풍을 볼 때면 누구나 한 번 정도 지어보는 표정이 그들에게도 맺혔다.
“그, 뭐랄까···.”
석두원은 연신 볼만을 긁어대며 두 사람의 시선을 피했다. 답은 내가 들려줬다.
“함께 갔던 마부가 실은 진 대협이었습니다.”
!
“그게 무슨?”
“진 도장께서 마부?”
두 사람은 직격으로 꽂히는 답을 듣고는 눈만을 껌뻑거린다. 마부와 도사. 거리가 좀 먼 단어가 아닌가.
둘은 한 번에 이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석두원은 여전히 시시선을 벽으로 향하고는 딴청을 피운다. 이제는 나설 법도 한데.
난 석두원에게 속은 걸 갚아주려.
“장주께서는 처음부터 알고 계셨다고 합니다.”
라며, 작은 고자질을 곁들였다.
껌뻑거리던 두 사람의 눈이 이내 총기를 되찾고는 석두원을 향했다.
“설마, 장주!”
“그런 일이!”
하나의 가문에서 수십 년을 일하며 눈치로 살아남은 이들이다. 이들은 짧게 전해진 말 속에서 지난날 있었던 일에 숨겨진 사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의 머리에는 빠르게 석두원과 진효풍, 두 사람의 작당모의가 지나갔다.
“그, 그게 다 생각이 있어서···”
석두원이 짧게나마 변명을 뱉어 보지만.
“자앙주우우우우!”
공 총관의 노성을 피할 수는 없다.
전대부터 세가를 지켜온 공 총관은 이럴 때 장주에게 고언을 아끼지 않는다.
뱃심을 끓어 올려 지르는 소리에는 조금의 내력도 실린 듯했다. 헌데, 이전과는 달리, 공 총관의 내력이 실린 목소리를 받아내는 게 아무렇지 않다.
예전에는 조금만 서늘한 기운이 스쳐도 몸이 떨렸는데, 지금은 그저 큰 소리로만 들린다.
“이런 대사를 단 그렇게 처리하시다니요! 자칫 소하상가나 화산과 관계가···!”
“잘 풀린 일이 아니오? 거, 공 총관. 진정합시다.”
“안 됩니다. 장주! 이번에는 공 총관께서 옳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일이야 잘 풀렸지만···!”
석두원은 한참이나 공 총관, 구동해 두 사람에게 고언이란 이름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결단을 내릴 때는 한없이 단호한 그였지만, 두 사람의 충언 앞에서는 그도 어쩔 수가 없다.
난 그 모습이 석가장의 모습다워 이를 재밌게 바라보고 있었다. 옆에서는 진효풍이 이를 보고 크게 웃었다.
“석가장은 참으로 재미난 곳입니다. 하하하.”
자기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인 걸 모르는 걸까. 속이 참 편한 사람이다.
석두원이 진땀을 한 바가지나 빼어낸 후에야 두 사람은 겨우 말을 멈췄다.
석두원은 땀을 겨우 닦으며 진효풍에게 물었다.
“진 도장께서는 목표한 바는 이루셨습니까?”
“성공입니다. 못해도 40년의 공력을 이 공자의 단전에 넣어두었습니다.”
!!
“4, 40년 말입니까?”
“직접 진기도인하며 확인한 것이니, 확실합니다.”
석두원의 물음에 진효풍은 배를 잔뜩 내밀고는 코에서 숨까지 뿜어댔다.
석두원을 포함한 세 사람은 들린 말이 전부 믿기지 않는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환단의 공력을 3할만 가져가도 기연이 아닙니까?”
“힘 좀 썼습니다.”
“40년 치 공력이라. 허어.”
무공을 익히지 않은 구동해는 그저 숫자로 이를 계산해 볼 뿐이고 공 총관은 입에서 부러움이 소리로 빠져나온다.
석두원만이 계획대로라는 표정으로 짙게 웃었다.
“장주님과 대협 덕분에 남들이 얻기 힘든 걸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라던 건 아니었지만, 얻은 건 얻은 거다. 감사의 말을 전하니 이제야 석두원이 기를 조금 펴는 모습이다.
보고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듣고 싶은 말이 많은지 귀를 기울이는 석가장의 사람들.
진효풍의 마부 연기에서는 다들 웃음을 참느라 애를 썼고 당호단을 처음 녹인 부분에서는 오오! 하는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퍽 재미났다.
“독화라면···, 당문의 차녀가 아닙니까?”
당소정의 이야기가 나오자, 석두원이 그녀의 정체를 알려준다. 직계 정도라 알고 있었는데, 당가주의 차녀란다.
생각보다 출신이 좋은 그녀다.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대환단을 흡수할 때 진효풍이 난입해 당문의 고수들과 손을 섞은 부분에서 세 사람의 손뼉까지 치며 이야기를 즐겼다.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갔다. 그리고 나오는 말은.
“···그, 그러니까. 진 도장의 내력으로 한기를 뽑아내 얼음을 얼렸단 말인가···?”
진효풍이 얼음을 얼려준 부분.
모두가 이쪽에서 입을 쩍 벌리고는 눈을 연신 껌뻑거렸다.
고개마저 절레 저어보는 공 총관이 안절부절못한다.
“그, 저···. 진 도장. 이 공자께서 악의를 가지고 부탁한 건 아니니···. 예. 그 화산에는 비밀로···.”
“허허. 두 번이나 시켰는데, 두 번 모두 말씀입니까?”
“···꼭 좀.”
석두원마저 아찔해지는 표정을 짓더니, 애써 말을 포장하며 진효풍을 다독였다.
화산이 자랑하는 고수를, 그것도 초절정의 고수를 불러다 얼음이나 얼리게 했다는 사실을 화산이 안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한 그들이다.
“하하. 장주께서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잘 압니다. 저는 화산에서 내놓은 자식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비록 자랑은 아님에도 자랑스레 말하는 진효풍을 보며 모두가 안심했다.
당사자가 저리 악의 없이 받아들이니, 화산도 별말은 없을 것이다.
“··· ···해서, 소가주는 무사하시고 일은 잘 풀렸습니다. 소가주께서 기력을 찾으시는 대로, 소하상가에서 항주를 방문하겠노라 말씀하셨습니다.”
“음. 그렇구려. 고생했소.”
“참. 올 때, 아마 당문도 함께 올 거 같습니다.”
!
“다, 당문이? 왜?”
“이번 일을 겪으며 가까워졌습니다. 석가장과 교류하고 싶다는 말도 있었으니,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매번 이야기를 나누며 느끼는 점이지만, 이들은 참 반응이 좋다. 소가주를 살린 이야기를 끝마치며 덧붙인 당문의 소식에 다들 눈빛을 빛냈다.
소하상가야 이미 내가 떠날 때부터 주판을 돌리는 게 끝났었다. 받을 걸 계산하고 이미 터놓은 거래에서는 이문을 다시 계산하는 정도에서.
내가 받아온 대환단의 공력이야 덤. 헌데, 그 덤에 본 거래보다 더 큰 덤이 딸려와 이들을 또 놀라게 했다.
매번 말하지만, 제아무리 소주나 항주의 제일가는 세가라도 오대세가, 구파일방 앞에서는 이름이 작아진다.
“허어. 당문의 차녀가 석가장과 교류를 위해 방문한다라? 구 단주. 어떻소?”
“직계라면 홀로 오진 않을 겁니다. 또한, 독화는 당문에서도 의원 쪽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습니까?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 물론, 친교적으로 말입니다. 허허허.”
구동해와 석두원은 곧장 머릿속 주판을 두드리더니 이내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슬쩍 본심이 나왔던 구동해는 애써 말을 덧붙여 이를 숨겨봤다.
“당 소저께서는 별호를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십니다. 그것만 조심해주시면 좋을 겁니다.”
“음. 내 기억하고 있겠네. 이 공자. 자네가 여러모로 고생 많았네. 허허. 석가장이 또 빚을 졌음이야.”
“아닙니다. 석가장의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석가장의 사람이라. 허허.”
석두원은 마지막 대답을 듣고는 기분 좋게 몸을 뒤로 기댔다. 턱을 가볍게 쓸어 넘기는 모습이 들려온 말이 싫지 않아 보였다.
“어쨌든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네. 여독이 많이 쌓이진 않았나?”
“오는 길에 대석표국의 표사를 만나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그들이 마차를 끌어줬습니다.”
“대석표국의 표사? 소주로 가는 표행이 있었던가?”
“하북에 다녀오는 길이라 했습니다.”
“하···북?”
하북에 다녀오는 표사를 만났다.
그 말을 했을 뿐인데, 공 총관과 석두원이 잠시 눈빛을 마주친다. 두 사람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누구였나?”
라며 별걸 다 물어온다.
“최립이란 표사였습니다.”
“다른 이들은 없었고?”
“낙오되어 있어, 최 표사와 쟁자수 넷이 전부였습니다.”
전해지는 답을 듣고는 겨우 한숨을 몰아쉬는 둘. 딱히 석가장 내에서는 내게 숨길 것도 없을 텐데.
두 사람의 표정이 미묘했다.
“알겠네. 어쨌든, 고생이 많았네. 우선은 쉬는 게 어떻겠나? 차후의 일은 차차 논의하세. 곧 월례 모임이 있으니, 그때 자세한 경과를 전하겠네.”
“예, 장주. 소하상가에서 가져온 선물은 어디에 두면 되겠습니까? 받은 게 많습니다.”
“그건 내 것이 아니네. 자네가 받은 것이니, 자네가 가져가 쓰고 싶은 곳에 쓰면 되네.”
“모두···말입니까?”
선물이 적지 않아 석가장에 주는 선물인 줄 알았는데, 전부 내 것이라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레를 늘려준단 말을 들을걸. 두고 온 수레들이 아련하게 머리를 스쳐갔다.
“······.”
“싫은가? 싫다면, 내 짐을 좀 덜어는 줌세.”
“아뇨.”
“허허. 이럴 땐 또 단호하군.”
“아님, 내가 좀 덜어줄 수도 있네만? 껄껄껄.”
“상단에 투자나 좀 해보겠나?”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실실 웃으며 사람 좋은 농담을 전하는 이들을 두고는 그대로 대석당을 빠져나왔다.
진효풍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셋과 한잔한다나 뭐라나. 난 몸이 곤해 이를 겨우 사양하고 방으로 향했다.
마음은 편안하게. 주머니는 두둑하게. 객당에 들어서니, 집에 온 기분이 들었다.
집이라.
이제는 그런 말이 이곳을 향한다.
오늘은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것만 같다.
***
“흐아아아암!”
역시 집이 최고다.
그런 생각에 객당 마당에 나서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이미 두 달이 넘게 마주한 풍경이 이렇게 익숙하니, 여기가 집은 집이다.
간단히 석가장 안을 산책하고는 석호루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의복도 정제하고 가죽 가방과 도구도 챙기고.
또, 자리를 비운 사과의 의미로 받은 선물 중 석호루의 이들에게 전할 것도 조금 챙겨 마당에 다시 나서니.
“출근하는 건가?”
!!
하는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환각을 넘어 환청까지 들리나.
이번에도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효풍의 목소리.
난 깜짝 놀라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제발 이번에는 환청이길 바라며.
헌데, 담벼락을 하나 마주한 옆 객당에서 편안한 의복을 걸친 진효풍이 손을 흔들고 있다.
마치 그 객당에서 잠을 청하고 곧장 나온 방 주인의 모습이다.
“···대협이 왜 거기서···?”
이 말을 이 사람에게 또 할 줄은 몰랐다.
한동안은 석호루에서나 가끔 보겠지 했던 예상이 무참히 깨어지는 순간.
진효풍은.
“하아아암.”
하는 제집스러운 하품을 한번 보여주더니.
“내 어제부터 여기 머물기로 했네.”
라는 경악스러운 말을 들려준다.
“예?”
“예? 라니, 이 사람아. 뭘 그렇게 놀라나? 소주로 가기 전에 말을 묻지 않았었나.”
“그땐 머물지 않을 거라고···?”
“말을 이리 휙휙 바꾸니, 내 괴협이 아닌가. 껄껄껄.”
“거긴···.”
“아. 매 소저? 그분이 오기 전까지만 머물기로 했네. 걱정하지 마시게나. 자네가 그분과 각별하다지? 보기보다 능력이 좋군. 독화도 자네를 향한 은근한 눈빛이 있던데.”
“···정말 장주님께서?”
“암. 석 형님께서 내게 허락을 하셨네.”
이건 또 뭘까.
석두원을 향하는 호칭이 이제는 장주님이 아니라 형님으로 변해 있다.
전날 다 함께 술을 마시러 간다더니, 거기서 사달이 난 모양이다.
이건, 대형사고다.
“······.”
그 술자리를 갔어야 하는 건데.
가서 온몸을 날려 막았어야 하는 건데.
언제나 후회는 이렇게 뒤늦게 몰려온다.
석가장의 주인인 석두원이 허락했다면, 이건 이제 막을 방법이 없다.
“부디···.”
“가만히 있으라? 걱정은. 쯧. 꼭 무슨 애를 다루듯이 말을 하는군. 섭섭하네.”
애는 힘으로 말릴 수라도 있지.
당신은 그게 안 되고.
“참. 출근은 매일 이 시간인가?”
“···오늘은 좀 이르게 나서는 거고, 보통은 오후는 되어야 나섭니다.”
“허면, 오전에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군.”
진효풍은 이제 출근 시간까지 묻더니, 혼자 내 일정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난 그 의도를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는 진득하고 섬뜩하게 한번 웃더니 한마디를 더 남겼다.
“오전이라. 무공을 익히기에는 딱 좋은 시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