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37
***
“오기조원주.”
“두 분 어르신 모두 오기조원주면 되겠습니깝쇼?”
“그렇게. 술상은 적당히.”
– 짤랑.
“예잇! 현명하신 선택이십니다요!”
앞에 앉은 삿갓 쓴 사내는 전낭을 하나 던지며 능숙하게 주문을 마쳤다.
허리에 찬 금도가 빛을 숨기지 못하는 그는 석호루의 호위장, 철환이다.
“다행히 알아보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군요.”
“이 공자께서 곧장 소주에 다녀오신 게 덕분입니다. 계속 석호루에 계셨다면, 알아보는 이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점소이들로부터 가짜 오기조원주가 돈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장 시내의 주루로 향했다.
몇 곳을 둘러보니, 이내 찾을 수 있었던 오기조원주를 파는 주루.
밀주와 달리, 이는 숨기지 않고 당당히 팔아대는 여러 주루들이었다.
“해도, 이렇게 당당히들 팔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참. 통탄할 노릇이군요.”
“어쩔 수 없지요. 석호루에서는 현재 오기조원주를 팔고 있지 않으니.”
“그래도, 참···.”
철환은 이렇게 당당히 오기조원주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이건 항주 내에서 석가장의 위세를 본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지금은 석호루에서 오기조원주를 팔지 않기에 이들이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혹여라도, 석가장이 왜 가짜를 만드냐 뭐라 한다면, 이들은 곧장 석호루에서 이 술을 팔지 않는다는 핑계로 빠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매약주가 나와 오기조원주를 팔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까? 아마, 그동안 최대한 수익을 내보려는 의도겠지요.”
“허. 그래봤자 한두 달인 것을요.”
매약주의 재료를 가져와 이를 술로 담그면 못해도 한 달이 걸린다.
과실주라는 게 발효가 다른 술보다 빠르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시간이란 건 필요하니까.
이들은 석호루에 매약주가 없어 오기조원주를 팔지 못하는 빈틈을 노려, 한몫을 챙기려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한 생각들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도태될 게 뻔한 벌이를···. 한심할 뿐입니다.”
철환은 잔뜩 표정을 구겨가며 이들의 행태를 멍청하다 표현했다.
어찌 그렇지 않겠나. 원조가 명확하고, 이를 증명해줄 사람도 많지 않나.
그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 석호루에서 오기조원주를 팔기만 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선, 맛을 봐야겠지요. 도태될 술인지, 아닌지. 이참에 함께 평가해 보시죠.”
뭐, 철환의 말이 큰 틀에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있긴 했는데. 그건 우선 맛을 본 후에야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다.
“대인들! 전설의 그 오기조원주가 나왔습니다요!”
적당한 시간이 지나자 점소이는 총총거리는 경박한 발걸음으로 한 병의 술을 꺼내왔다.
일반적인 술을 담는 호리병에는 ‘五’라는 글자까지 각인되어 있어 오기조원주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중이다.
술병을 본 철환이 어이가 나간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시작부터 헛다리군요. 허. 참.”
오기조원주는 작은 잔에 층을 내 이를 한 번에 털어 먹는 술이었다.
이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호리병에 담겨 잔에 따라가며 마실 술은 절대 아니지 않나.
오기조원주를 직접 본 적도 있고 마셔본 적도 있는 철환으로서는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조르르르륵.
호리병에 든 술을 잔에 따르니, 더한 광경이 펼쳐졌다.
내가 만들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짝퉁 오기조원주의 색.
원조 오기조원주는 정확히 마유주의 색만을 품었었다. 층이 나뉘며 맨 위에 놓인 술의 색만을 품었던 것.
헌데, 지금 나오는 술은 매실즙과 말젖이 아무렇게나 뒤섞여 마치 흙탕물과 같은 색을 품고 있다.
이는 아무렇게나 재료를 막 섞어야 나올 수 있는 색이다.
뭐, 이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예상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오기조원주가 그 소문이야 무성했다지만, 실상 이를 맛본 사람은 한 손에 꼽히지 않나.
공식적으로는 진효풍과 마정이 전부고 비공식적으로도 주공과 철환이 전부.
덕분에 떠도는 말만 많고 실체는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야 술보다는 진효풍 이야기를 더 많이 했을 테고.
해서 이를 베끼려는 이들도 들려오는 풍문에 나오는 매실, 마유, 술을 어떻게든 대충 섞다 보니 이런 괴식이 나온 걸 거다.
베끼려면 자료 조사라도 좀 열심히 하지. 오히려 표절당한 쪽이 아쉬움이 들 정도다.
정말이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철환과 나는 눈을 질끔 감고는 동시에 잔을 들어 올렸다.
일이라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무겁게.
– 호르륵.
그렇게 술이 입술을 타고 혀에 닿자 철환과 내 표정이 동시에 일그러졌다.
이제야 술을 섞어 마셔보라는 말을 하니 발작을 일으키던 중원인들의 반응이 이해가 된다.
이런 맛을 상상했으니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이건 비리고 역하며 거기에 신맛까지 곁들어진.
아무런 계산이 들어있지 않은 말 그대로 잡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진 대협이 그립네.’
만든 놈이 앞에 있다면 무림인의 방식을 운운하며 책임을 지라고 전하고 싶은 감정마저 치고 올라왔다.
이걸 만든 놈이 진효풍을 마주했어야만 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습니다. 감히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오기조원주가 아니라 이건 주화입마주입니다. 제대로 매약주만 나오면···. 예. 알아서 사라질 술입니다.”
철환은 맛을 보고는 확신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잔을 멀리 치워버린 모습이 다시는 이를 마시고 싶지 않은 표정.
하지만, 내 생각은 그와 조금 달랐다.
“아뇨.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인 거 같습니다.”
“예? 어째서 그렇습니까?”
“차라리 엇비슷하기라도 하면 모르겠지만, 이건 전혀 다른 쓰레기, 아니. 술이지 않습니까? 이대로 둔다면, 우리 오기조원주가 나오기도 전에 그 이름이 더럽혀질 가능성이 큽니다.”
“흐음. 뭣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름만 보고 같은 술이라 오해할 수도 있긴 하겠군요. 특히나 항주는 뜨내기들이 많은 곳이니. 한 달이라면 그러고도 남을 시간이지요.”
이건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가짜가 진짜에게 미칠 수 있는 최악의 영향을 담은 술.
그게 이 주화입마주였다.
특히나 철환의 말처럼 스쳐 가는 인구가 많은 항주라면 지나가던 과객의 오해를 풀기도 어려울 터.
누군가는 그저 이름만 보고 오기조원주, 오기조원주 하며 안 좋은 소리를 할 수도 있으니, 이 오명은 석호루가 뒤집어쓰기 딱 좋은 것이다.
딱히 공개적으로 해명할 방법이 있는 시대도 아니지 않나. 이건 미리 막아야만 하는 게 분명했다.
“석가장에 말해 단속을 해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은 명분이 없습니다.”
“매약주가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치는 건···. 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군요.”
“예. 그렇지요. 해서, 그 문제부터 해결해 볼까 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매약주가 나오는 시기를 앞당겨볼까 합니다. 그러면, 일이 조금 쉬워지지 않겠습니까?”
!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방법을 강구하던 중 나온 내 말에 철환이 눈을 크게 뜨고는 반문했다.
술이 익는 데는 정해진 시간이 필요하고. 시간은 절대적인 게 아닌가.
매약주가 나오는 시기를 앞당긴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철환이다.
난 그런 철환의 모습이 재밌어, 더욱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철 대협. 제가 술로 허언하는 걸 본 적이 있으십니까? 닷새. 닷새 안에 전부 해결해 보겠습니다.”
***
철환과 낯선 주루에서 나와 대석양조장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대석양조장의 대문으로.
안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제는 주공과 제법 친해졌음에도 원칙은 원칙이니까.
양조장은 외인의 출입을 쉽게 허락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도 밖에서 주공을 만나 필요한 이야기는 모두 나눴다.
주공은 내 설명을 듣더니.
“미친놈이 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말이 안 되는 짓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자칫 잘못하면, 술을 모두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아느냐?”
“해서, 제가 있는 게 아닙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말이라도 못하면. 쯧. 알겠느니라.”
그래도 이번에는 상식에 딱히 어긋난 짓은 아니라서인지, 한 번에 이해를 해준 그였다.
발길을 돌려 석호루로 향하니.
“이 공자님!”
“가짜 오기조원주, 보고 오셨습니까요?”
하며 점소이들이 몰려들었다.
철환과 오기조원주를 살펴보고 오는 길이라니, 다들 결과가 궁금한 모양이다.
“예. 다녀왔습니다. 잘 보고 왔습니다.”
“그럼?”
“행동에 나서야지요. 두고 볼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역시!”
이제는 내게 믿음이 조금 생긴 걸까. 행동에 나서겠다는 말을 하니 저마다 든든한 아군을 만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내가 뭘 할 줄 알고. 다들 기대감이 가득한 표정이다.
“홍 부장. 그리고 주임들. 다들 잠시 모이시죠.”
“옙!”
다른 이들을 제쳐두고 우선은 홍악과 그 밑에 있는 주임 점소이들을 불러모았다.
홍악을 포함한 주임 점소이는 총 다섯 명. 네 개로 나뉜 구역을 한 명씩 담당하고 이들을 총괄하는 게 홍악이다.
“다들 알다시피 가짜에 맞서 오기조원주를 우리도 팔아야만 합니다. 아마 오기조원주가 출시되면, 이를 찾는 손님도 많겠지요.”
“그럴 겁니다. 벌써부터 물어오는 손님만 해도 반절이 넘습니다.”
“이 공자님이 또 고생이시겠군요.”
“아예, 한정적으로 파는 건 어떻습니까?”
이들은 주임을 맡은 이들답게 하나의 의제를 던지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들려줬다.
일반 점소이들과 주임의 차이가 여기서 나타난다. 이들은 비록 틀릴지라도, 스스로 생각해 의견을 낼 능력이 있는 이들이다.
“한정적으로 파는 건 안 됩니다. 주루에 온 이상 누구나 원하는 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구는 마실 수 있고 누구는 안 되고. 이건 우리 석호루가 추구할 방향은 아닙니다.”
“그런가요···. 전 이 공자께서 힘드실 것 같아···.”
“물론, 제가 힘든 점도 있겠지요. 해서, 전 여러분이 저를 조금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뭐든 말씀만 해주십시오! 뭐든 돕겠습니다!”
“저도 돕겠습니다!”
“시켜만 주십시오!”
적당히 말을 돌려가며 한쪽으로 몰아가니, 원하던 답들이 나온다.
석호루가 유명해진 만큼 이 속에서 자신도 한 역할을 하고 싶은 게 이들의 마음일 터.
난 그런 이들에게, 이번에는 일을 빙자해 조금의 포상을 주려한다.
내가 줄 포상은.
“오늘부터 여러분들도 오기조원주를 만드는 법을 익히셔야겠습니다.”
!!!
기술이란 이름의 기회다.
“예에?”
“저, 저희가 말씀입니까?”
“그런 기술을 저희 같은 것들에게···”
“저, 정말이십니까?”
술을 섞는 법을. 항주를 떠들썩하게 만든 그 오기조원주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하자 반응이 다양하게 나왔다.
대부분은 믿지 못하는 반응이다.
이해는 한다.
이 시대는 기술이 곧 재산이던 시대.
그런 시대에 가장 바닥이라는 점소이에게 기술을 선뜻 알려준다니. 이들은 한 번에 이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이건 별다른 특별한 기술이 아니다. 그저 있는 술을 순서에 맞게 쌓아 올리는 단순한 잡기일 뿐.
이것만으로 다른 술을 만들 수 있을 리도 없고, 이걸 배워 나간다고 해도 매약주가 없이는 다른 곳에서 같은 술을 만들어 낼 수도 없다.
솔직히 포상이란 말로 포장했지만, 내가 편하려고 기술을 전수하는 면도 없진 않다.
홀로 석호루 1, 2층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모두 술을 타주다가는 손목이 나가고 말 것이다.
석호루에 모여드는 손님이 조금 많나. 바텐더가 손목을 다치면, 회귀하지 않는 이상 답이 없다.
그래서 내가 택한 게 간단한 기술이나마 전수해 이들을 키우는 방법이다.
온전히 바텐더로 키우는 것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간단한 잡기 몇 개쯤은 이들도 익힐 수 있다.
앞으로 석호루에는 점점 이런 메뉴들이 추가될 터인데. 언제까지나 혼자 발로 뛰며 모든 술을 타낼 수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이들을 키워야만 한다. 내가 그리는 다음 그림을 위해서라도.
“간단한 기술일 뿐입니다. 또, 제가 편하기 위해 가르쳐 드리는 것도 있으니 부담 없이 배우시면 됩니다. 잘 따라오시는 분들에게는 다른 기술도 알려드릴 겁니다. 이를 모두 익히시면 대우도 물론, 달라질 겁니다.”
우물쭈물하던 이들도 이어지는 말을 듣더니 조금씩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다른 점소이들과 달리 주임이란 하나 위의 직책을 받은 이들.
바닥이라 생각했던 점소이 생활 중 조금 더 올라갈 기회를 한 번 맛본 게 이들이다.
이들은 기술을 계속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게, 한 단계 더 올라설 기회라는 걸 모를 수가 없다.
“가, 가르쳐만 주신다면! 여, 열심히 배워보겠습니다!”
“이 공자님의 기대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히 배우겠습니다!”
이들은 곧장 눈빛을 오가며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제야 자신들이 받은 게 무엇인지를 실감하는 표정들이다.
“시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오기조원주를 팔기 시작할 때에 맞춰, 곧장 여러분이 투입되어야 하니, 서둘러야 할 겁니다. 오기조원주는 간단한 편이니 그리 어렵진 않을 겁니다.”
“흠, 그래도 한 달 정도는 빡세게 굴러야겠군요.”
서둘러야 한다는 말에 점소이들은 대략 한 달을 예상했다. 이들도 매약주가 나오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건 아는 것이다.
하지만, 난 그들의 말에 단호하게 고개를 절레 저어버렸다.
“아뇨. 석호루는 앞으로 닷새. 정확히 닷새 후부터 오기조원주를 팔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그에 맞춰 특훈을 해주셔야 합니다.”
!
“닷···새요?”
“어찌 닷새가?”
“이 공자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긴 한데?”
“매약주가 석호루에 있었나?”
단호하게 나온 닷새란 말에 점소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반응이야, 뭐. 예상한 반응이다.
한 달이란 시간을 닷새로 팍 줄여 버리니 의문이 들 수밖에. 허나, 이들도 이제는 알고 있을 거다.
내가 가능하다면. 그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자자. 그건 차차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보다 특훈은 오늘부터 바로 시작합시다. 다들 지하 창고로 따라오십시오.”
구구절절하게 설명하는 것보다는 닷새 후 실제로 보여주면 그만이다.
난 단호하게 말을 끊고 지하 창고로 내려가 이들과 특훈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확히 닷새 후.
항주 전역에 석호루가 뿌린 안내문이 붙었다.
[오늘부터 ‘원조’ 오기조원주 팝니다.]간결하지만, 당당한.
원조의 귀환을 알리는 안내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