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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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성웅성.
– 저기, 저 사람이 이 공자란 사람이군.
– 오늘, 진짜 원조 오기조원주를 맛볼 수 있는 건가?
– 에이. 우리 같은 사람도 마실 수나 있겠나.
– 구경이나 하는 거지. 또 높으신 분들이나 마시지 않겠나.
석호루의 대문 앞에 점소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기다리니, 옆에 늘어선 다른 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늘어선 줄은 당연하게도 석호루가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줄.
항주 전역에 방을 뿌린 덕에, 석호루는 오늘 정오가 넘은 시점부터 기다리는 인파로 난리도 아니다.
“자자. 다들 옆으로 조금 비켜 주십시오. 곧, 술을 실은 수레가 올 예정입니다. 그걸 받아야, 저희가 영업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철환이 나서서 이들을 정리해 보지만, 쉽사리 질서가 자리하지 않는다.
모인 이들이 마치 진효풍이 오기조원을 이룬 다음 날과 엇비슷한 지금.
석호루에서 일하는 이들도 이런 풍경을 다시 볼 줄은 몰랐다는 눈치였다.
– 달그락. 달그락. 끼이이이익.
하지만, 이런 무질서도 다른 시선을 잡아주는 무언가의 등장으로 잠시 해소된다.
줄을 선 이들도, 또 밖에 나온 점소이와 나도.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밖에까지 나와 기다리던 게 바로 저것. 멀리서 보이는 커다란 물체는 다름 아닌, 수레였다.
“왔군요.”
다가오는 수레에는 익숙한 신형이 하나 앉아있다. 꾸부정한 자세에 뾰루퉁한 표정이 아주 잘 어울리는 작은 노인.
주공이었다.
– 달그락. 달그락. 끼이이익.
수레는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가르며 석호루를 향해 다가왔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수레에 길을 터주며 이를 감싼 채 구경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 저게 오기조원주인가?
– 아, 추룡루에서 마신 오기조원주가 딱 저런 술 단지에 들어 있었지.
– 그건 쓰레기였지 않나?
– 크흡!
– 여기 오기조원주는 다르다나?
– 암. 다르지.
– 뭘 안다고 그래?
– 뭐야?
사람이 모이니 들려오는 소리도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저마다 들려오는 건 항주를 돌고 돌며 들었던 그런 말들.
가짜 오기조원주 덕분에 실제 오기조원주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흐려졌다.
– 끼이이익. 히이이잉.
수레가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헤집고 멈추자, 철환을 비롯한 호위무사들이 곧장 달려 나와 주변을 감쌌다.
이때는 술이 하나의 재산이던 때. 혹, 주변의 인파 때문에 술 단지가 하나라도 나간다면, 이는 큰 손해가 된다.
“읏쨔. 크흐흐. 네놈. 또 일을 거하게 쳤더구나. 오늘 술이 안 나왔으면, 어쩌려고 그런 방을 붙였느냐?”
“주공을 믿고 있었을 뿐입니다. 잘 나와서, 이리 오신 게 아닙니까?”
“오냐. 네놈의 말대로 그 미친 짓이 되긴 하더구나.”
“주공도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그걸 해볼 생각은 한 적도 없었지.”
“이참에 해보셨으니, 서로 좋은 거군요.”
“놈. 말은.”
주공은 폴짝! 하고 수레에서 뛰어내리더니 뒤로 가 수레를 두른 천막을 풀었다.
수레에는 ‘대석(大石)’이라 선명히 새겨진. 감히 이를 도용했다가는 하룻밤 사이에 존재마저 지워질.
그런 인장이 박힌 술 단지가 가득했다.
“가져가거라.”
“홍 부장님!”
“옙!”
주공의 허락이 떨어지자 점소이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우르르 달려와 술 단지를 안으로 나르는 점소이들.
밖에서 둘러싸고 이를 지켜보던 손님들은 저마다 신기한 시선을 점소이들에게 보냈다.
지금 보이는 건 일반적인 영업 때는 볼 수 없는 모습. 다들 주루에 술이 들어가는 건 처음 볼 것이다.
의도한 이벤트는 아니지만, 하나의 퍼포먼스가 시선을 사로잡기 딱 좋다.
그렇게 점소이들이 하나씩 술 단지를 지하 저장고로 옮기고 있을 때.
“지금 옮기는 술이, 오기조원주가 맞소?”
어디선가 까칠한 음성이 들려왔다. 옆에 서 있는 이들 중 한 명이 대놓고 점소이를 잡고는 말을 물어왔다.
술 단지를 옮기던 점소이가 멈추고 날 바라봤다.
“왜 그러십니까?”
“내 그저 궁금해서 말을 물었소. 저 술이, 오기조원주가 맞나 해서.”
말을 물어온 이는 제법 고급스러운 비단을 몸에 감은, 주공만큼이나 작은 키를 가진 깡마른 노인이다.
“저 술은 오기조원주가 아닙니다.”
“아니라? 이상하구려. 내 오늘 오기조원주를 판다고 해서 이리 왔거늘.”
노인은 무언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차림만을 보고는 누구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아, 그를 대하는 내 태도가 어정쩡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저렇게 말을 물어오는 이유를 아직 알 수 없었다.
“오기조원주를 파는 건 사실입니다. 오늘 영업이 시작되면, 안에 입장하신 후 드실 수 있을 겁니다.”
“흠. 그렇소? 내 말을 하나만 더 묻고 싶소만.”
“하시지요.”
“내 듣기로 오기조원주에서는 매화향이 나고 땅 내음 역시 난다고 했소. 맞소?”
“그렇습니다.”
차분히 말을 걸어오며 주변을 의식한다. 이건, 형식은 질문을 빌리면서 하나씩 주변에 영향을 끼치려는 것.
딱히 좋은 의도로 보이진 않았다.
“그 매화향을 내는 게 매약주라던데. 그 역시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잘 아시는군요.”
나오는 말이 잘 준비된 말이다. 혹시? 라는 생각이 스치길 잠시. 왜인지 이 노인에게서 동업자의 냄새가 났다.
조금 비겁하고, 저열한. 그리고 뻔뻔한 냄새가.
“섬서의 매약주를 항주의 석호루에서 판다라···. 이해가 잘 가지 않소. 본노가 산 날이 많아 술에 대해서는 좀 알고 있소만, 이 시기에 섬서에서 매약주를 가져오면 상하지 않겠소?”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술을 팔아서 잘 아는 거겠지.
이제야 노인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하는 준비된 말들.
노인은 주변을 선동하듯 말하며 매약주를 향해 말을 내달렸다.
“상합니다.”
“헌데, 어찌 매약주가 들어간 오기조원주를 여기서 판다는 거요?”
“다들 아시다시피, 화산과 석가장이 좋은 관계가 되었습니다. 해서, 화산에서 매실과 제조법을 받아, 석가장의 양조장에서 매약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오기조원주를 항주의 석호루에서 팔 수 있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누군가 사람의 시선을 잡고 선동에 나선다면, 그 시선을 이용하면 된다.
난 되려 큰 소리로 주변까지 돌아보며 우리가 매약주를 팔 수 있는 이유를 크게 설명했다.
이때쯤이면 당황할 줄 알았는데. 노인은 비릿하게 웃더니 ‘됐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 내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게 아니겠소?”
“의심이라면, 무엇이 말입니까?”
“흠. 내 듣기로는 항주의 다른 주루에 가짜 오기조원주가 많다고 하더이다. 석호루에서 파는 오기조원주도 풍문과는 다른 술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 말이오.”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요?”
이제야.
난 저 노인이 노리는 게 무엇인지 감이 좀 올 거 같았다. 매약주가 진짜일 리가 없다는 것.
노인은 그 점을 노리며 석호루를 공격할 준비를 한 것이다.
아마.
‘가짜를 팔던 주루 사람이겠지.’
부처 눈에는 부처만이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법. 가짜를 만들어 팔던 놈들 눈에는 진짜도 가짜로 보인다.
이걸 가짜라 여기는 이유를 모르진 않지만, 한심하고 또 뻔뻔하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들은 대놓고 가짜를 팔아놓고는 원조에 와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앞서 말했소만, 술에 대해서는 좀 아는 편이오. 허허. 헌데, 내 상식으로는 매약주가 익는데 못해도 한 달이 걸린다고 알고 있소. 화산과 석가장이 관계를 튼 게 한 달이 안 된 지금, 어찌 매약주가 벌써 익어 석호루에 있단 말이오? 허니, 이런 송구한 의심을 한번 해보는 거외다. 허허허. 여기 모인 대인들도 이게 궁금하지 않소이까?”
– 석호루가 가짜를?
– 응? 여기가 원조인데, 그게 말이 되나?
– 아, 그러니 우길 수도 있지!
– 매약주가 못 나오는 건 사실이지 않나.
– 그건 그렇군. 홍주도 한 달은 묵힌다고 하니!
– 매약주가 있는 게 가능한가?
노인의 말이 제법 잘 먹혔다. 듣기만 했을 때는 그럴듯한 말이지 않나.
거기에 제법 유려하게 술에 대해 아는 척을 곁들이니, 이를 몰랐던 이들 중 혹하는 이도 있었다.
또한, 이때는 집에서 술을 담그는 일도 잦았던 시대다.
술이 발효되는 데에 시간이 한 달 정도 걸린다는 걸 아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노공의 말씀은 석호루가 매약주 없이 오기조원주를 만들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저 그럴 수도 있다는 말이오만. 흐흐흐. 그리 들렸소?”
유체를 이탈한 화법이 나오면 말을 뱉은 이도 발을 빼기가 쉽다. 아니면 말고. 그런 말이 아닌가.
난 딱 이때쯤. 노인이 이제 모습을 감추며 인파 속으로 숨을 거라 여겼다.
허나, 이쯤에서 물러설 거라 여겨졌던 노인이 은근히 뒷짐을 지고는 멀뚱히 기다리고 있다.
마치, 매약주는 절대 없을 거다. 너희는 가짜를 팔려는 게 아니냐.
이걸 진심으로 믿는 사람의 눈치다.
뭐.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다. 저들의 눈에야 그리 보이지 않겠나. 매약주는 나오는 데 한 달이 걸리는 술.
헌데, 닷새 만에 석호루가 이를 판다? 저들이 여기기에는 이게 그저 가짜 오기조원주를 단속하기 위해 석호루가 가짜를 만들어 파는 거라.
그렇게 여길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해서, 저들은 이 술이 가짜인 걸 밝혀야만 한다. 석호루도 가짜를 판다면, 어찌 석가장이 나서 저들을 단속하겠나.
그게 저들이 노리는 점일 수 있다.
“어찌 답이 없소?”
“다른 분들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 그, 매약주가 있는 거긴 한 거요?
– 내, 항주 서문에서 장사하는 사람이오만. 화음에서 온 매실이 들어온 건 닷새하고 하루 전이 사실이지 않소?
– 매약주가 한 달이 필요한 것도!
돌아서서 좌중을 보며 크게 말을 물으니, 이런저런 말이 튀어나왔다.
딱 들어보니, 선동에 제대로 넘어간 모습. 이걸 어찌 타파해야 할까.
답은 간단했다.
직접 보여주는 것.
절대 불가능할 거라 여기는 그걸.
눈앞에 보여주면 될 일이다.
난 곧장 바닥에 놓인 하나의 술 단지를 향해갔다. 그러자, 노인은 조금 놀란 눈치다.
무언가 말이 더 나와야 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당황이 그의 얼굴에 아렸다.
난 조금의 틈도, 아무런 말도 덧붙이지 않고.
곧장 술 단지의 밀봉을 뜯었다.
– 쫘아아아악!
거칠게. 남들이 다 볼 수 있게. 시선이 모이게.
그렇게 밀봉이 뜯기니.
“응?”
“킁킁킁.”
“이건?”
알싸하면서도 상큼한, 그리고 진한.
매실향이 곧장 석호루의 앞을 채웠다.
그때.
“매, 매약주다!”
누군가 알맞게 소리를 질러줬다.
아마, 섬서 출신이겠지.
항주는 중원 전역을 오가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니까.
오늘 그에게 자그마한 서비스라도 줘야겠다.
– 쫘아아악!
– 쫘아아악!
난 곧장 몇 개의 술 단지를 더 열어 더욱 매실향을 짙게 만들었다. 한 병 정도 섞여 있었겠지. 또, 하나 정도 운 좋게 구했겠지. 그런 잡설을 일시에 지우기 위해서였다.
노인은 때에 맞춰 인파 속으로 숨는 것도 잊고는 입을 쩍 벌리고 만다.
그의 얼굴에 매약주가 왜? 라는 말이 계속해서 뻐끔이며 맺혀갔다.
그는 진심으로, 매약주가 없을 거라 믿은 것이다.
모여든 이들 사이에서 점점 표정이 구겨지는 이들이 늘어갔다. 몇 명은 서 있던 줄에서 이탈해 발길을 돌리기도.
‘육화루주? 저긴 항룡객잔의 관리인?’
구석구석 숨어있던 가짜 오기조원주를 파는 이들이 이제야 모습을 나타낸다.
저들은 매약주가 진짜임을 알아보자, 서둘러 자신의 가게로 돌아가 남은 술을 처분하려는 것이다.
가짜일 거라. 매약주가 나올 수 없을 거라. 그렇게 믿으며 저들은 이를 확인하러 여기까지 온 것이다.
“저어, 이 공자님.”
그때, 안에서 대기 중이던 한 점소이가 내게 다가왔다. 무언가를 쭈뼛거리며 내게 말을 전하는 점소이.
난 그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노인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 모일 때까지 기다린 후.
난 제법 큰 목소리로, 노인을 불렀다.
“추룡루주.”
!!
“어, 어떻게?”
“얼른 돌아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쓰레기 같은 오기조원주를 오늘 안에 처리하셔야 할 텐데요? 이제는 팔지도 못할 거고, 가지고만 있어도 석가장이 나서지 않겠습니까?”
“······!”
“딱 오늘 밤까지입니다. 단속은 내일 아침부터 시작이니까요.”
노인은 내 말에 눈을 크게 뜨더니 땅을 몇 번 기어가듯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포구를 향해 냅다 달리는 그.
주변에서 구경꾼인 듯 장단을 맞추던 이들이 그와 함께 작은 배를 타고는 서호를 도망치듯 건너갔다.
추룡루는 정확히 서호를 끼고 석호루의 반대편에 있는 주루의 이름이다.
마침 안에서 일하던 어린 점소이가 그곳 출신. 그 아이는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다가 내게 딱 필요한 정보를 알려줬다.
저 노인이, 그 가짜 오기조원주를 제일 먼저 팔기 시작했던 추룡루의 루주라고.
대륙의 뻔뻔함이 이번에도 상상 이상이다.
“자. 여러분! 모두 보셨다시피, 이건 매약주가 맞습니다.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 그건 영업 비밀이니 안 되겠지요? 다만, 어느 분이라도 이게 가짜라 여겨지시면 말씀하십시오! 석호루는 모든 걸 공개하겠습니다! 석호루는 술로 손님을 속이지 않습니다!”
어수선함을 잠재우려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당당하게, 오히려 이걸 기회로.
그러니 이내 모여든 인파 사이에서는.
“와아아아아아!”
하는 반응이 일어났다.
술로 오기조원도 이룬 사람이 석호루의 이 공자라는 이 몸이다. 매약주 닷새야, 이들에게는 중요한 게 아니다.
“추룡루주 놈이 아주 꽁무니가 빠지는구나. 껄껄껄.”
주공은 그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내 옆으로 와서는 껄껄 웃는다.
아마 추룡루주를 먼저 알아본 모양이지만, 그는 또 이럴 때 나서지 않는다.
“알고 계시면, 말씀을 해주시지 그랬습니까.”
“알았던들, 무엇이 바뀌었겠느냐?”
“그건 그렇긴 합니다.”
“네놈이 부린 요술이 이번에도 빛을 보는구나. 이제 추룡루는 가짜도 팔지 못하고, 또 석가장에는 찍힌 기분일 터이니. 허허허.”
“이번에는 요술이 아니었지요.”
“흠. 그렇긴 하다만, 미친짓은 맞았지.”
– 씨익.
주공은 짙게 웃으며 내가 한 일을 미친짓이라 불렀다. 여기서 말하는 미친짓은 매약주를 닷새 만에 완성한 것.
이건 별다른 잡기술을 쓴 게 아니다. 그저 하나의 방식을 주공에게 제안한 것.
내가 주공에게 제안한 방법은.
“상온발효라. 껄껄껄. 내 오랜만에 술로 미친짓을 해보았음이야.”
상온(常溫)발효라 불리는, 하나의 발효법이었다.
술은 주변의 온도에 따라 다르게 익어간다. 과실주로 예를 들어보자면, 15도 이하에서는 한 달 정도가 걸린다.
20도에서 25도 사이라면 10일 정도. 그리고 30도 주변이라면, 이는 닷새면 충분하다.
항주의 날씨는 아직 30도까지 이르진 않았다. 허나, 방이나 주변의 온도를 올리건 어렵지 않은 일.
난 주공에게 이를 건의해 화산에서 받아온 매실을 고작 닷새 만에 술로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이 있다. 술은 저온에서만 만들어질 거라고.
허나, 이는 발효의 뜻을 제대로 모르는 것. 발효란, 부패하는 과정을 말한다.
음식도 저온보다는 상온에서 더 빠르게 부패하지 않나.
난 이를 이용했다.
허면, 다른 이들은 왜 이런 방식을 쓰지 않는 걸까.
이는 간단했다.
이 상온발효라는 게 술의 수명을 미리 당겨오는 짓이기 때문이다.
술의 수명은 절대적이다. 15도에서 발효가 되었든 30도에서 발효가 되었든 이는 마찬가지.
즉, 30도에서 술을 발효시킨 건, 원래라면 한 달 후에나 이르렀을 술의 나이를 닷새나 앞당긴 거란 말이다.
당연히 상온에서 발효한 술은 저온에서 발효한 술보다 빨리 상하게 된다.
상온발효는 이 때문에 인류가 저온 발효를 익힌 후에는 점차 잊혀져 갔다.
모든 게 지루해져, 이제는 별짓을 다 해보는 현대란 시대가 오기 전에는 말이다.
이때는, 상온발효란 게 일반적이지 않은 시대였기에 남들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술에 조예가 깊은 주공만이 이를 일부 이해하고 있었다.
원리야 알고 있었다지만, 주공은 이를 듣고는 미친짓이라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막 저장고에서 꺼냈을 뿐인데, 곧 송장을 치러야 하는 술이라.
이건, 만약 팔지 못하고 재고로 남는다면, 곧장 원료와 시간을 모두 날리는 짓이 되고 만다.
사흘. 아마, 그 정도가 이 술의 남은 수명의 전부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이걸 모두 사흘 안에 팔아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기에 주공에게 당당히 제안한 것.
항주 전역에 원조 오기조원주를 판다며 방을 뿌린 것 역시 어떻게든 손님을 모으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모인 손님을 보니, 어렵지 않게 팔아치울 수 있을 것만 같다.
주변을 둘러보니 남은 건 이제 순수한 손님뿐이다.
이들의 눈에는 조금 전 본 매약주와 그 매약주로 만들어질 오기조원주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해 보였다.
영업을 시작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지금.
“자! 석호루! 지금부터 영업 시작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오기조원주 팝니다!”
웅성거리며 몰린 손님들을 향해 난 당차게 영업 시작을 알렸다.
“와아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석호루의 문이 활짝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