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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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지게미를···?”
주공은 술지게미란 말에 눈썹을 가운데로 모았다. 단번에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원가를 절감하랬더니, 버리는 술지게미를 꺼내오니, 그의 눈썹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발효주를 빚고 나면 위로 뜨는 맑은 부분을 청주, 또는 약주라 부른다. 아래에 깔리는 부분이 바로 탁주.
이렇게 술을 모두 걸러내고 남은 찌꺼기가 바로, 술지게미다. 말 그대로 술을 빚은 후의 부산물이란 뜻이다.
술지게미는 보통 가축의 사료로 쓰거나 양조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간식 삼아 떡을 지어 먹곤 했다.
그 외의 용도는 전무. 즉, 버리는 것이란 인식이 강한 물질이 술지게미였다.
“술지게미를 증류해 이를 백주로 만들 겁니다.”
“그게 가능한 일이더냐?”
“계산해 보시면 될 일이 아닙니까? 가능합니다.”
“내 말은. 마실 수 있는 술이냐는 말이다.”
술지게미를 증류할 수 있다는 건 주공도 아는 사실일 거다. 한 번도 시도한 적도. 시도했다는 말도 들은 적은 없겠지만.
술지게미도 술을 머금고 있고, 이를 먹었을 때 분명 취하는 이들도 있지 않나.
증류란, 아주 조금의 술을 품고 있는 것으로도 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때 드는 생각은 과연 그게 백주란 이름으로 팔 수 있을 정도의 술일까 하는 생각.
백주와 황주가 제아무리 다르다지만, 원료의 맛과 향이 백주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는 않다.
술지게미의 영향이 들어간다면, 그리 깔끔한 맛은 아닐 거란 게 그의 예상일 거다.
“상관없습니다.”
“상관이 없다? 왜?”
“그저 도수를 올려주는 용도로만 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필요한 건 질 좋은 백주가 아닙니다. 도수만 올려주는, 그리고 결이 닿은 백주. 그게 저희에게 필요한 게 아닙니까?”
“···그건 그렇다만···.”
술을 파는 사람으로서 그래도 되나. 주공은 또 술쟁이 다운 생각에 빠진 것 같다.
“다른 술을 살리는 게 제 용도인 술도 있어야지요. 버려지는 것보다야 낫지 않습니까?”
“흠. 오냐. 내 그 말에는 동의한다. 술지게미야 아랫것들 간식 외에는 쓸모가 없으니.”
“이제는 우리에게 큰돈을 줄 소중한 원료입니다.”
“원가를 절감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창조를 해내는구나.”
때로는 이렇게 쓰이는 용도의 술도 있어야 한다. 술이 다른 술을 위해 쓰이는 게 결코 나쁜 건 아니니까.
제법 바텐더스러운 설득에, 주공은 어렵지 않게 넘어왔다.
그리고 떠오르는 건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는 것.
백주가 황주보다 비싼 이유는 간단했다. 수율이 다르기 때문. 즉, 같은 원료를 넣어도 나오는 양이 크게 차이난다.
일반적인 황주를 증류할 경우 백주가 나오는 건 넣은 황주의 30% 수율이 최대일 터.
가격이 3배란 말이,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헌데, 이걸 황주를 담그고 남은 술지게미로 쓴다? 이건, 말 그대로 창조경제다.
당장에 조금 전 둘러본 양조장을 거슬러가 아무나 잡고 술지게미를 달라고 말해보자.
누가 감히 거절할까. 황주를 전문으로 담그는 양조장에는 술지게미가 발에 차이고도 남는다.
“흠. 그래도 중요한 건 섞은 후 맛이 있어야 한다는 건데···. 경험은 있느냐?”
“술지게미를 증류한 경험도. 술을 대량으로 섞은 경험도 있습니다.”
“서역에서?”
“이번에는 왜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술지게미를 증류한 건 서역에서의 경험은 아니다.
이건 일본에서의 경험.
일본에서는 이런 술지게미를 주박(酒粕)이라 부른다. 당연하게, 이런 주박을 증류한 술을 주박 소주.
일본어로는 이를 사케토리 소추라 불렀다.
주박 소주인 사케토리 소추 역시 저렴한 가격을 자랑했다. 지금처럼 주정(酒精)이 필요할 때, 쓰이기에는 딱.
고구마나 카스바 같은 구황작물이 있다면야 주정으로 만들기에는 최고지만, 그건 아직 이른 이야기다.
물론, 서양에도 이런 술지게미 같은 걸 사용하는 술이 있긴 했다.
흔히들 포메이스 브랜디라 부르는 것들. 대표적인 술이 이탈리아의 그라파.
이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증류해 만드는 브랜디의 일종이었다.
“왜국이라. 흐음. 왜의 술은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지. 깊은 맛은 없었어도.”
“왜국의 술을 드셔보셨습니까? 청주를? 아님, 백주?”
“음. 청주였던 거로 기억한다.”
“어디서 구하셨는지요?”
“풍화도.”
풍화도라. 들은 적은 있는 이름이다.
아마, 회의 때였던 거로 기억하는 그 이름.
선단의 단주인 손목건이 왜구가 기승이라며 언급했던 곳이 풍화도였다.
“풍화도라면?”
“왜에서 왔다면서, 풍화도를 모른다?”
“처음 듣습니다.”
“흐음. 그럴 수도 있나. 하긴, 풍화도는 왜에서도 먼 곳이니. 오히려 중원에 가깝지.”
“왜구가 모여 사는 곳입니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네놈, 빙화풍림(氷火風林)도 들은 적이 없더냐?”
“예.”
“흠. 자세한 건 화산괴협. 그자에게 듣거라. 내가 알려줄 수 있는 건 풍화도 일부 정도일 테니.”
“경청하겠습니다.”
“태주(台州)에서 뱃길을 따라 아래로 한참을 내려가면 바닷바람이 강하게 불어 배의 접근을 불허하는 하나의 섬이 있다. 그곳이 풍화도(風和島)라 불리는 곳이지. 주변을 뚫기는 어려우나, 반대로 바람을 뚫기만 한다면, 섬은 어디보다 고요한 파도와 기온을 가진 섬이라더구나. 그곳에 왜풍(倭風)을 두른 이들이 산다는 걸 들었다.”
“그곳을 주공께서?”
“직접 다녀온 건 아니다. 손목건이 이전에 선단을 맡았던 단주가 그곳의 왜구와 연이 있어 술을 한 통 받아 보았을 뿐. 나도 그 이상은 아는 게 없구나. 어쩌면, 진효풍. 그자가 나보다는 잘 알 것이다.”
주공은 설명을 계속 이으면서도 진효풍을 언급했다.
이건 무림과 관련이 있는 곳이란 뜻일 터.
왜구도 단순한 왜구는 아닌 모양이다.
“그렇군요. 돌아오시면,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그러거라. 그게 빠를 터이니.”
간단한 설명을 마치고는 주공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지개를 켜며 몸을 푸는 그.
“네놈의 말이 다 맞다면, 바쁘게 움직여야겠구나.”
“제가 또 일을 늘렸군요.”
“술을 강하게 빚고, 그 술을 빚은 술지게미를 남기고. 또, 이를 증류해 섞는다. 맞느냐?”
“현재 계획은 그렇습니다.”
“흠. 두 달. 두 달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빚는 석황주가 한 달 뒤에야 아주로 나올 수 있을 터이니.”
“저도 그 정도 예상했습니다.”
술은 현재를 보고 만드는 게 아니다. 미래를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게 양조란 것의 본질.
술은 제아무리 아주(兒酒)라도 한 달은 묵혀야 발효가 끝나고 안정화를 거친다.
즉, 매일 같이 만드는 저 석황주들도 당장에 쓰일 게 아니라 한 달에서 두 달 뒤에나 손님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오늘부터 당장 움직여야겠구나.”
“술을 거르는 날. 그날부터가 우리 일의 시작일 겁니다.”
“허허허. 우리라? 들어보니, 증류 외에는 다 내일이거늘.”
“저야, 뭐. 머리만 빌려드렸다고 여기겠습니다.”
“오냐. 아주 비싼 걸 빌렸구나. 두고 보자. 섞은 술이 맛이 없거든, 작은 장주가 아니라 내 손으로 쫓아낼 테니.”
“기대하겠습니다.”
확신에 찬 내 답을 듣고는 주공은 허허 웃었다. 그리고 작은 몸으로 아장 걸으며 있어야 할 곳으로 향하는 그.
“가보거라.”
축객령처럼 들리는 말이 믿고 맡기란 말처럼 들려, 든든하기가 그지없었다.
***
한여름의 기운에도 스산함이 감도는 계곡의 한 자락. 해는 기울어 보이는 건 하나 없어야 함에도 달빛이 청명해 계곡에는 길이 훤히 보였다.
양옆으로는 깎아지는 절벽이 높디높게 자리해 스산한 분위기를 더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절벽이 달에 닿아 마치 이곳에 갇힌 기분도 들 정도였다.
– 탓. 탓. 탓.
그런 험한 계곡 사이를 마치 제집처럼 드나드는 한 사람의 신형이 보인다.
몸은 가벼워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한 신형. 허공을 발로 밟을 때면 그의 도포가 휘날려 마치 날개처럼 보이게 했다.
휘날리는 날개에 그려진 건 한 줌의 매화. 이는 사내가 누구인지를 밝히기 충분한 표식이었다.
“오랜만일세.”
하늘을 날 듯 몇 개의 절벽을 건넌 사내는 하나의 높은 굴에 들어섰다.
촛불도, 아무런 장식도 없이 초라하게 절벽 가운데에 난 하나의 동굴.
사내는 그 안에 있는 누구에게 말을 거는 걸까.
답이 들려오지 않았음에도, 그는 손에 기운을 끌어올려 등불에 불을 밝혔다.
몇 번의 솨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환해지는 동굴 안.
동굴의 불이 밝자, 이내 밖에서 바람이 불어와 작은 소리를 낸다.
– 휘잉.
– 효풍.
“!”
마치 그 소리가 자신을 부르는 친우의 목소리처럼 들려 안을 돌아보는 진효풍.
효풍은 이내 바람이었나 하고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못내 아쉬움이 감도는 얼굴이다.
불이 밝혀지니 동굴 안이 자세히 보인다. 동굴 안을 채우는 건 하나의 낡은 비석.
비석에는.
– 표기장군(票騎將軍) 손(孫), 은룡(隱龍) 곽가(?家) 취운지묘(取雲之墓).
라는 소박한 비문만이 적혀 있다.
필체가, 진효풍의 필체다.
“은룡. 내 격조했음을 용서하게. 이리 좋은 술을 가져왔네. 아. 이전처럼 차갑진 않을 걸세. 만화호를 뺏겼거든. 하하하. 사형에게 뺏겼냐고? 아니. 생전 처음 보는 젊은 청년에게 뺏겼네. 자네가 봤다면, 거하게 놀렸을 텐데. 하하하!”
진효풍은 뚜벅뚜벅 비석으로 다가가 작은 호리병에 담아온 술을 비석으로 흘려보냈다.
떨어지던 술이 깊게 파인 글과 만나 옆으로, 또 옆으로. 마치 찢어지는 입처럼 흩어져만 갔다.
– 툭.
한 병을 온통 비석에 다 쏟고는 그 앞에 앉아 진효풍은 자신도 술병을 들었다.
밖에는 높은 절벽답게 바람이 불어와 스산함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런 스산함이 스친 바람은.
– 효풍.
하고는 또 그를 불러본다.
문득 떠오르는 예전의 기억.
효풍은 자신도 모르게 술을 홀짝거리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지나간 날들이 그림처럼 선명하게 효풍의 눈앞을 아른거렸다.
“내, 조금 변한 거 같지 않나? 경지를 넘었다네. 아. 자네는 싫어하겠군. 무림인 냄새가 난다면서. 하하하. 그토록 무인을 싫어하는 무인이라니. 살아있었다면, 응당 자네가 괴협이라 불렸을 걸세.”
술이 들어갈수록 나오는 건 혼잣말. 답하는 이는 없어도 듣는 이는 있을 것만 같아 효풍은 입을 멈추지 않는다.
“기억나나? 자네와 처음 비무를 했을 때. 오룡삼화(五龍三花)라느니, 화산의 검룡이라느니. 온갖 말에 어깨가 잔뜩 높아져서는 자네에게 덤벼들었지. 그렇게 크게 박살이 난 게 얼마 만이었던지! 하하하! 나뿐인가? 자네가 오룡을 다 잡고는 ‘용’자를 혼자 가져가지 않았나? 세상 사람들이 그걸 모르네! 몰라! 아, 그래서 은룡(隱龍)이지! 하하하!”
불러보는 친우의 별호가 무겁다. 그건 아마, 그의 별호가 용(龍)에서 멈춰서 일지도.
무림에서는 젊은 후기지수에게 남자는 ‘용(龍)’, 여자는 ‘화(花)’를 붙여준다.
나이가 들면 이는 자연스레 다른 단어로 변하는 법.
그렇지 못한 자들은 멈춰선 시간에 살아가는 이들뿐이다.
“흠. 오늘따라 말이 많은가? 뭐, 어떤가? 오랜만이지 않나. 오늘은 내 좋은 소식도 가져왔네.”
흐르는 시간에 살아가는 이는 멈춰선 시간의 이를 그리워한다. 이건 반대도 마찬가지일까.
효풍은 알 수 없어 홀로 입을 열었다.
“찾았네. 자네가 말하던 그 조건에 맞는 사람. 자네의 무공을 이을 자를 말이네.”
친우에게도, 은인에게도.
맞는 선물을 찾은 것만 같아 기쁘게 나오는 효풍의 말.
효풍은 가지고 있던 술병을 비우고는 자리에서 일어서 친우의 비석을 향해 다가갔다.
– 스윽.
손을 뒤로 밀어 비석의 뒷공간에 둔 작은 목함을 여니, 이내 나오는 건 몇 개의 먼지 가득한 서책.
효풍은 먼지가 가득 쌓인 그 서책을 차분히 쓸어갔다.
– 현천한빙심법(玄天寒氷心法)
– 무흔보(無痕步)
– 설진팔검(雪震八劍)
– 빙옥수(氷玉手)
그러자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는 서책의 이름들.
이건 효풍의 필체가 아니다.
이곳에 있었던 또 다른 사람의 필체.
그리운 필체를 맞이한 효풍이 이를 아련히 내려다봤다.
무공을 보니 떠오르는 친우의 옛 별호.
‘빙룡(氷龍)···.’
아차.
저놈은 이 이름을 싫어했지.
해서, 스스로 은(隱)자를 붙였고.
이를 깨달은 사풍은 얼른 머리를 흔들어 이를 떨쳐냈다.
“자네도 봤다면 좋아했을 텐데. 실제로 그 청년을 봤다면 말일세. 그랬겠지? 자네도 두주불사(斗酒不辭)였으니. 어쩌면, 나보다 자네가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고.”
그리고 떠나기 전, 꺼내 보는 또 하나의 술병.
참고 또 참았다. 한 병을 더 마시고 싶은 감정을 겨우겨우. 효풍은 그렇게 참으며 지켜낸 한 병을 다시금 친우의 비석을 향해 부어갔다.
“허락했을 거라 믿겠네. 또 보세. 다음에는 그 청년이 만든 술을 가져오겠네. 꼭. 자네의 제자이니.”
술병이 끝을 보이자, 이제는 서로가 흘러가야 할 시간. 효풍은 아쉬운 마음에 한 번 더 동굴 안을 바라봤다.
– 효풍.
아직도 들릴 것만 같은 소리.
허나, 그럴 리가 없음을 또 깨닫고는.
효풍은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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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케카스 소츄.
– 주박(酒粕), 즉 술지게미를 증류해 만든 소츄가 바로 사케카스 소츄입니다!
– 일본에서는 고구마, 메밀, 쌀, 보리 다음으로 많이 증류되는 원료라고 하네요!
– 술지게미를 그대로 증류하면, 긴죠카스토리 소츄, 여기에 겨를 더해 증류하면, 세이쵸카스토리 소츄가 됩니다!
– 사진속, 음향로(吟香露), 즉 긴코로 라는 술이 보이실 텐데요. 정확히 중간에 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만드는 술로, 후쿠오카 여행을 가신다면 한 번 사보셔도 좋을 술입니다. 화려한 향에 저렴한 가격을 자랑합니다.
2. 그라파.
– 이탈리아의 와인 찌꺼기 증류주, 그라파입니다!
– 와인을 양조하던 이들 역시 같은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이게 아깝다는..:)
–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의 찌거기를 포메이스라 부릅니다. 이를 증류한 술이 곧, 포메이스 브랜디죠.
– 종류는 이탈리아의 그라파, 프랑스의 마르 등 유럽에는 종류가 조금 있습니다.
– 물론, 당연한 말이지만 브랜디에 비해 하급품으로 취급을 받습니다.
– 서양에서도 주정(酒精)으로 취급을 받습니다. 이걸 희석하면…파란병의 소주 맛이 나려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