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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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흔보(無痕步)는 다리에 집중하지 않는 보법. 공력을 다리가 아닌 몸 전체에 퍼트린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펼쳐야 하는 거네.”
“옙. 다시 해보겠습니다!”
널따란 정원 한 편을 오롯이 둘이 차지하고는 한바탕 기체조를 펼쳤다.
자세는 기마자세도 아닌 것이 어정쩡한 몸을 굽힌 자세. 허나, 기운을 발하니, 이내 몸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가볍다. 진효풍이 만족할 정도의 움직임은 아니지만, 이전에는 상상도 못 할 움직임.
대환단의 공력을 얻은 탓인지 무공을 익히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은 요즘이다.
“휴.”
“끝났으면, 이각 동안 좌선(坐禪)하며 심법을 익히게. 좌선이 끝나면 가서 물 항아리를 나르고. 오늘은 그걸로 마무리하지.”
“예. 대협. 내일은 검법이지요?”
“음. 빙옥수야 이제는 제법 하지 않나?”
“손만을 쓰는 무공이니, 제일 익숙하더라구요.”
“공력을 빼고 보더라도 무재(武才)가 없진 않더군. 성취가 느리지 않아.”
“잘 가르쳐주신 덕분입니다.”
“말은.”
“실은 몸으로 하는 걸 못하진 않습니다. 술을 섞으려면 또 몸을 써야 하니까요.”
“일할 때도 틈틈이 심법을 외는 걸 잊지 말고. 석 달은 그래야 나오는 시간이니. 대환단의 공력이 한빙진기로 전부 바뀌어야 얼음을 얼릴 수 있을 걸세.”
“명심하겠습니다.”
어느덧 진효풍과 현천한빙심법, 무흔보, 빙옥수, 설진팔검을 수련한지 한 달째.
처음에는 단전이 무엇인지도 혈도가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진효풍의 도움 덕에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 가고 있다.
어느덧 단전에는 한빙진기라 불리는 내력마저 자리를 잡아가는 중.
듣기로는 진효풍이 막힌 기혈을 열어둬 무공을 익히는 게 어렵지 않은 거라고 한다.
덕분에 몸이 예전보다 훨씬 가벼워 하루하루가 날아다닐 것만 같다.
힘을 쓰는 것도 어렵지 않고 조금만 움직여도 근육이 붙는다. 기체조의 효과가 직빵이다. 아, 약빨인가. 이렇게 말하면 로이더 같지만, 어쨌든.
난 결백하다. 대환단은 내추럴이지.
‘자연에서 나왔으니까.’
“요즘, 양조장은 어떤가?”
“어떤 걸 말씀이신지요?”
“나도 다 들었네. 자네, 석황주를 다른 곳에 팔 예정이라지?”
“허. 비밀이 줄줄 새고 있었군요.”
“내, 반은 석가장 사람이 아닌가? 자네가 그렇게 만들었고. 말 좀 해보게. 어떻게 되어가나?”
“글쎄요. 양조장의 일은 비밀이라.”
“내, 비법이나 이런 걸 알려달라는 게 아니네.”
“허면요?”
“쓰읍. 뭐랄까. 내가 매일 자네 무공을 봐주며 한창 더위를 먹어가고 있지 않나? 이럴 때 또 신선한 술 한 잔 딱 마시면 더위가 싹-가실 텐데 말이야.”
“예를 들면 아직 팔지도 않는 양조장이 막 개발한 그런 술 말씀이시지요?”
“이제야 말이 좀 통하는군!”
“어림도 없습니다.”
“매정한 사람 같으니!”
진효풍은 잔뜩 입가에 침을 고아가며 말하다가 전해지는 거절에 실망을 감추지 못한다.
그의 말처럼 부쩍 날씨가 더워진 요즘. 양조장에서 익어가는 술도 조금은 줄어들어 여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실은 맛보여 드리고 싶어도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겁니다. 아직 완성이 아니라서.”
“그런가?”
“해서, 저도 조금은 더 바빠질 예정입니다.”
“수련에도 차질이 있겠군.”
“최대한 시간을 내어보겠습니다.”
“그러게나. 자네 말처럼, 무공이 주는 아니니.”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도, 심법은 계속 외우고 있고.”
“명심하겠습니다.”
“체력도 꾸준히 단련하고.”
“그러겠습니다.”
“목검 휘두르는 것도 잊지 말고.”
“당연하지요.”
“술이 나오면 제일 먼저 연락하고.”
“그건 그때 보고요.”
“안 넘어오는군.”
“쉽지 않죠.”
“쳇.”
진효풍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하자 입을 쭈욱 내밀어 본다. 어떨 때는 참 진중하다가도 어떨 때는 참 아이 같은 사람이다.
“석호루에 한 번 들러주십시오. 오기조원주나 다른 술로 먼저 대접하겠습니다.”
“뭐. 오기조원주라.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하겠네.”
“가보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했습니다.”
적당히 그를 달래고는 몸을 씻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서는 곳은 당연하게도 대석양조장.
오늘은 중요한 날이다.
대석양조장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안에는 바쁜 풍경이 펼쳐졌다.
평소보다 고용인들이 분주한 모습.
주공이 일하는 술 빚는 전각에 들어가니 주공이 술을 빚어둔 항아리를 끌어안고는 술을 뜨고 있다.
조용히 다가서니.
“왔느냐.”
주공이 시선도 주지 않고 날 반겼다. 그의 앞에는 잘 빚어진 석황주 항아리가 놓여 있다.
“석황주는 어떻습니까?”
“네놈이 말한 것처럼 조금 더 진하게 만들어 봤느니라. 전부 익히지 말라기에, 아직 덜 익은 상태다.”
“다행이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백주는?”
“아직 안정된 맛을 보진 않았습니다만. 증류는 한 달 전에 끝냈습니다.”
“흠. 한 달 숙성이 의미가 있겠느냐?”
“원료가 술지게미지 않습니까. 한 달 정도는 안정화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기는?”
“화주(火酒). 그 자체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안정된 맛을 보려 했습니다. 같이 확인하시겠습니까?”
“그러자. 어차피, 오늘 술을 섞어야 하지 않더냐? 내, 섞기 전에 이를 한 번은 확인해야지.”
주공은 앞에 놓인 석황주를 밀어두고는 나와 함께 증류소 옆에 딸린 저장고로 향했다.
저장고에는 백주가 들어찬 술 항아리들이 빠짐없이 놓여 있다.
“한 달 전에 증류한 백주를 보고 싶습니다.”
저장고를 관리하는 이에게 말을 전하니 곧장 한 달 전에 증류해 둔 백주가 앞에 놓였다.
밀봉을 뜯으니 올라오는 강한 과실향. 술지게미로 술을 증류하면 딱 이런 향이 난다.
한 달 정도의 안정화가 잘 먹힌 모양이다. 처음 증류했을 때의 강한 불향이 날아가 느껴지지 않는다.
– 호르르륵.
작은 박을 들어 안에 담긴 백주를 삼켰다. 끝 맛, 즉 피니쉬는 짧지만, 팔레트에서는 확실히 강하게 쳐주는 세기.
향 자체는 풍부하지만, 진한 석황주의 향에는 묻힐 정도. 주정으로 쓰기 딱인 녀석이다.
“드셔보시지요.”
“오냐.”
– 호르르륵.
주공은 내가 건넨 국자를 들고는 백주를 한 사발 들이켰다. 그러자.
“흠!”
잔뜩 커지는 주공의 눈.
그리 맛있는 술은 아닐 텐데. 주공의 반응이 과하다.
– 호르르륵.
주공은 방금 느낀 맛을 믿지 못하는지 한 사발을 더 푸고는 술을 들이켰다.
여전히 고개가 갸웃하는 그.
“이게, 정말 술지게미를 끓인 술이란 말이더냐?”
“어찌 그러시는지요?”
“깔끔하구나. 끝 맛이야 거의 없다시피 하다만, 확실히 깔끔하구나. 이건 예상한 맛이 아닌데···”
“오히려 좋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다만···.”
이해는 되지 않는다. 주공은 그런 말을 하고 싶어 보였다.
“초반부 증류액을 따로 떼어줘서 그렇습니다. 뒷부분 역시 떼었습니다. 나중에 넣기는 했지만.”
“떼었다?”
“예. 증류 초에 나오는 10되는 아예 버렸고 뒷부분은 맛을 봐가며 따로 분리해 냈습니다.”
“그럼, 수율이 크게 떨어질 텐데? 특히나 뒷부분은 제법 많지 않더냐?”
“증류 초에 나온 부분은 독소가 있어 아예 버렸고, 뒷부분은 따로 모아서 재증류했습니다. 그걸 합친 게 이 백주입니다.”
“호오. 그런 방법이? 뒷부분의 수율이 줄긴 하겠으나, 나쁘지 않은 방법이로다. 뒤로 갈수록 술은 약해질 테니. 허면, 깔끔한 맛은 초반을 떼어서이고?”
“예. 전체 수율의 2푼 정도를 따로 떼어냈습니다.”
연신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는 주공에게 미들컷이라 불리는 이론을 설명을 해줬다.
미들컷이란 증류되어 나오는 술을 초류, 본류, 후류로 나뉘어 따로 받아내 본류만을 선별하는 것을 말한다.
증류주를 만드는 원리 자체가 분별증류지 않나. 끓는 점의 차이를 이용하는 것.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 에탄올은 78도. 메탄올은 65도. 순서에 맞게 먼저 나오는 게 메탄올이고 다음이 에탄올, 다음은 물도 들어있을 터.
이를 따로따로 받아내 메탄올이 든 부분을 버리고, 본류와 후류의 맛을 봐가며 어디까지 섞을지를 정한다.
이게 증류하는 사람의 역량이자, 현대 증류학의 꽃이라 불리는 미들컷이다.
“음. 초반부에 독소가 있다는 걸 네놈에게 듣긴 했다만, 이리 맛이 달라질 줄이야.”
“괜찮으십니까?”
“이건, 이대로 내다 팔아도 좋을 정도구나.”
“설마요.”
“물론, 백주라도 가격은 낮춰야겠지. 다만, 화주라 불리며 팔기에는 밀주보다 좋은 품질이 아니더냐?”
당연한 말이다.
밀주는 순차적으로 받아 그대로 병입을 하지 않나. 목숨을 건 뽑기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이건 잘못 뽑으면 첫 번째 병인 그냥 농축 메탄올을 그대로 들이켜는 격.
그걸 누가 마셨을 때 득을 보는 사람은 우연히 중원에 떨어진 지나가던 바텐더뿐이다.
“우선은 주정으로 쓸 생각입니다.”
“흐음. 역시 아쉽구나.”
“훗날을 보시지요. 이 술 역시 따로 빛을 볼 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 큰 그림이 있더냐?”
“먼저, 과하석황주(過夏石黃酒)부터 만든 후에요.”
더 큰 그림이 있냐는 주공의 말에 짙게 웃었다. 주정은 만들어 둔다면 용도가 다양하다.
주변의 다른 재료를 더해 리큐르라 불리는 칵테일 재료도 만들 수 있고 숙성 방법에 따라 고급으로 바뀌기도 한다.
우선은 이를 대량으로 뽑아낼 정도로 자금을 확보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
과하주가 자리를 잡아야 양조장의 수입이 안정되고 양조장에서 내가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지 않겠나.
그때는 주정으로 다른 칵테일을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증류주를 뽑아낼 수도 있다.
물론, 석호루에서는 더 다양한 술을 팔 수 있을 거고.
“그래. 우선은 섞어야겠지.”
어쨌든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 건 이번 여름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줄 이 술이다.
그걸 한 번 더 떠올린 후 주공과 함께 술을 섞을 준비를 마쳤다.
백주를 옮겨와 석황주가 놓인 곳으로 향했다. 석황주는 아직 발효가 끝나지 않았기에 백주를 옮기는 게 정석이다.
“한 번에 섞을 테냐?”
“조금씩 맛을 봐가면서 섞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러거라. 그럼.”
여기서부터는 온전히 내 몫이다.
두 술을 섞어 적당한 도수를 맞추는 것도 또 술을 섞는 것도 경험이 있는 건 내가 유일하지 않나.
난 조금씩 퍼서 나른 석황주와 백주의 맛을 보고는 도수와 배합을 찾아갔다.
백주는 가진 비중계로 도수를 재었을 때 56도 정도가 나왔다. 후류를 재증류해준 덕분.
증류는 반복될수록 그 도수가 올라간다.
황주는 아직 발효가 끝나지 않아 조금 애매하다. 다만, 이건 노린 것이다.
발효는 본디 효모가 당분을 먹고 알코올을 뱉어내는 거라 했다. 헌데, 발효가 아닌 백주를 더함으로 도수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
20도가 넘어가면 효모가 죽고 만다.
그렇다면, 앞서 말한 과정도 없을 터. 먹힌 후 알코올로 변했어야 할 당분이 여전히 술에 남았다는 말이 된다.
도수는 강하지만, 단맛은 더욱 강하고 풍부한. 그런 술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게 과하주만의 특징이다.
– 솨아아아아아.
그리 많지 않은 백주를 더해 하나의 과하주를 만들어 냈다. 도수는 20도보다 조금 위.
두 개의 술을 더할 때 도수를 계산하는 공식이 있지만, 이 시대에서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기로 했다.
적당히 섞인 과하주를 한 사발 퍼 올려 입으로 향했다.
– 호르르륵.
하고 맛을 보니.
“음.”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괜찮은 맛이 난다. 두 술은 섞인 후에도 잠시간의 발효를 걸쳐야 한다.
술이 전부 섞이지 않았기에 미세한 발효는 계속되는 것.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부 섞일 것이기에 큰 걱정은 없다.
내가 지금 보는 맛은 그 중간의 맛이다.
‘이대로 한 달 정도를 더 재운다고 치면···.’
음. 나쁘지 않다.
“이 비율대로 섞으면 될 거 같습니다.”
주공에게 적당한 비율을 알려주니, 주공도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 항아리를 잡고는 알려준 비율에 맞춰 술을 섞기 시작하는 주공.
그렇게 두 사람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술을 섞고 나서야,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앞으로 보름 정도의 안정기만 거친다면 술은 곧장 팔 수 있을 거다.
물론, 그때 발효 상황도 보고 가까운 곳에 시범적으로 운송을 해봐야 한다.
처음 회의에서 석 달을 말했던 이유가 이것. 그 석 달 중 한 달은 이를 시험하기 위한 기간이었다.
‘나머지 한 달은···’
상단, 선단, 표국과 이야기를 나눠 판로를 정할 시간. 이제 남은 두 달은 그렇게 보내면 된다.
한 달을 지켜본 후. 쉬지 않고 과하주를 담아가며 말이다.
뭐, 판로야 나도 생각해 둔 게 없지는 않다. 이 낭만과 야만의 시대에 달달한 판로를 그려둔 게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그 판로를 뚫기만 한다면 이번에도 쏠쏠할 터. 다만, 이건 상단이나 표국에 부탁하면 될 문제라 생각하니.
그리 어깨가 무겁지는 않았다.
“가보겠습니다.”
난 그저 편안히 마음을 먹으며.
그렇게 석호루를 향해 떠났다.
보름이란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