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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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임에도 적당한 바람이 불어와 물가의 공기를 시원하게 만든다.
여기는 전당강(錢塘江)과 동해가 만나는 항주에서 가장 큰 항구.
항구에는 오가는 수많은 선원과 물자를 나르는 일꾼들이 가득했다.
“흠. 곧 올 시간인데. 이거,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바닷길이야, 언제든 사정이 바뀌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해해줘서 고맙네, 이 공자. 허허. 저번부터 느끼는 거지만, 자네는 뱃일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군. 뱃사람이랑 이야기하는 기분일세. 허허허.”
그런 수많은 인파 사이에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 일행이었을 거다.
저마다 따로따로 모여 인파를 이루는 풍경과 달리, 덩어리로 모여 한 곳을 바라보는 건 석가장에서 나온 우리가 유일했다.
모인 사람들은 석가장의 모두는 아니다.
나와 대석선단의 단주 손목건, 그리고 몇 명의 선단 사람들이 전부.
주공 정도는 나와주길 바랐지만, 주공의 성격상 그건 무리였다.
오늘은, 배에 실어 복주(福州)로 보냈던 과하석황주가 항주로 돌아오는 날이다.
배를 보낸 지 정확히 이레가 되는 날. 과하석황주가 무사히 세월을 버텼을지, 확인할 수 있는 날이다.
“음. 그, 만약 이번 시범 운송이 끝나면 첫 판로를 어디로 향할지는 정했나?”
오가는 사람들이 가득한 항구를 구경하고 있으니, 손목건이 말을 걸어왔다.
이번에도 말을 걸어오는 건 과하석황주의 판로. 그는 광동이나 광서, 운남까지의 판로를 미는 쪽이다.
“아직 정하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자네가 생각하는 방향은 있을 거 아닌가? 그러지 말고 살짝, 아주 살짝만 운을 띄워보게나.”
“어디든 열려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운남부터 시작은 힘들 거 같습니다.”
“그런···가?”
자신이 미는 쪽이 힘들 거 같단 말이 전해지자, 손목건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육로를 통한다면 저 멀리 북경일 거고. 해로를 통한다면 자신이 미는 운남일 터.
다만, 그건 아직 이른 이야기다.
“곧장 원거리에 판로를 여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요.”
“그럼?”
“우선은 천천히 보름 정도 거리부터 시작할 생각입니다. 차차 늘려서, 종국에는 운남, 광서, 광동까지도 넓혀가야지요.”
“역시! 하하하. 내 살짝 조바심을 냈군. 미안하네. 내 차분히 기다림세. 허허허.”
표행은 보통 표물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주표(酒?)에 선단과 표국이 목을 거는 게 이런 이유.
술은 관리에 타는 손도 많고 노리는 이들도 많지만, 그만큼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하석황주가 예사롭지 않게 팔릴 것만 같아 더욱 성화다.
잔뜩 들떠있는 손목건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이렇게 시범을 거쳐도 시작은 육로를 통한 판매가 먼저일 것만 같다.
내가 흐리게나마 그리는 판로는 조금 미안하지만 손목건이 쥔 해로보다는 육로에 더 적합하니까.
“저기 오는군!”
속을 모르는 손목건은 바다를 지켜보다 만으로 들어오는 배를 한 척 보고는 손으로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배에는 하나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천리경(千里鏡)!”
옆에 서 있던 행수로 천리경을 받아든 손목건이 이를 눈에 가지고 갔다.
그리고 읽어보는 깃발에 적힌 글.
“대석(大石)! 우리 배네!”
대석선단의 배가 확실해 보였다.
손목건은 빠르게 움직여 배가 멈출 곳을 향해 나아갔다.
짐을 나를 준비, 사람을 맞을 준비, 배를 세울 준비를 모두 마치는 그.
배가 자리를 잡고 멈추자, 안에서 뱃사람이 줄지어 내리기 시작했다.
다들 짠내가 가득한. 솔티독(salty dog)이라 부르기 모자람이 없는 뱃사람들이다.
“단주님!”
“무사한가!”
“그럼요!”
호탕하게 인사를 나누는 뱃사람들. 동서를 막론하고 뱃사람의 이미지란 이런 모양이다.
호탕하고 거칠지만, 의리 있는 이들. 낭만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네, 말고 술!”
“예?”
“자네가 배를 탄 게 몇 년인데 내가 걱정을 하겠나? 술. 술은?”
“허. 너무 하십니다!”
“됐고, 얼른!”
“어이! 술 단지를 모두 내려라!”
아. 비리와 야만인가. 어쨌든.
선장은 손목건의 말을 듣고는 입을 삐죽 내민 뒤 곧장 선원들에게 명을 내렸다.
일사불란하게 술 단지를 가져오는 선원들. 이내 내 발아래에는 칠주야의 항해를 마친 술 단지가 놓였다.
“흠. 술을 건드리진 않았겠지?”
“단주님. 너무 하십니다! 제가 누굽니까? 명령은 꼭 따릅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목건의 직접적인 떠봄에도 선장은 분개할 뿐이다. 개수도 맞고 밀봉도 완벽한 술 단지들.
난 손목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확인할 건가?”
“바로 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걸, 드신다는 말씀입니까?”
묻는 이만 있고 답하는 이가 없다. 순차적으로 나온 셋의 말. 난 마지막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술 단지를 들었다.
“글쎄요. 좋지 못한 생각 같은데요. 거, 근데 누굽니까?”
항해에 나서는 선원들에게는 그저 술 단지를 건드리지 말란 말이 전부였다.
이건 선장도 마찬가지. 과하주라는 술이 나온다는 건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하는 일이다.
“양조장의 관리인으로 있는 이정환 공자라네.”
“그, 이 공자? 술 한 잔으로 오기조원을 만들었다는 그?”
“음. 말이 어색하긴 하네만, 그 이 공자가 맞네.”
“단주님. 이걸 말해도···?”
“여기 선장까지는 괜찮네. 내 믿고 쓰는 사람이니. 허니, 이번 항해도 맡긴 게지.”
그리 철저히 믿는 거 같지는 않았는데.
막, 술 무사하냐고 묻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래도, 손목건이 그렇다고 하니, 난 주변을 조금 살피고는 간단히 인사를 건넸다.
“석호루와 양조장을 관리하는 이정환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대석선단 뱃놈, 갈형입니다.”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자, 갈형은 신기한 놈을 본다는 듯 날 살폈다. 그리고는.
“날씨가 많이 더웠습니다. 바다 위가 오히려 더하더군요. 습기는 또 얼마나 많던지. 그 술. 아마 지금은 못 먹을 겁니다. 백주인 줄 알았는데, 옮기며 향을 맡아보니 황주더군요. 먹으면 탈 납니다. 예.”
“그렇습니까? 그래도 맛을 보긴 해야 합니다. 저도 일이라.”
“허. 뱃사람 말을 못 믿으시네. 여름 항해에는 사람도 죽어 나갑니다. 술이 버티겠습니까? 이미 상해서 배앓이를 하고 말 겁니다.”
“거, 자네는 가만히 있게.”
“예? 단주님! 그렇지 않습니까? 말씀을 좀···”
“쓰읍.”
손목건은 갈형은 말을 단박에 자르고는 얼른 해보라며 내게 손짓했다.
어느새 주변에 다른 선원과 행수는 없고 갈형과 손목건만이 주변에 남은 상황.
손목건이 빠르게 손을 쓴 덕분이다.
– 쫘악.
판을 깔아주면 응당 그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 법. 난 손목건의 기대에 맞춰 곧장 술의 밀봉을 뜯었다.
기름을 말려 딱 맞게 붙인 밀봉이 거칠게 뜯어져 나갔다.
“흐음.”
“거 보십쇼. 석황주 아닙니까? 에헤이. 상했다니까.”
“향이 좋군.”
“그렇지요?”
“어떻게, 성공인가?”
코를 막는 척하며 물러서는 갈형을 뒤로 손목건과 나는 목을 쭉 빼고 향기롭게 피어나는 과하석황주의 향을 맡아갔다.
난 거침없이 손으로 술을 퍼서 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깜짝 놀라며 손을 떼는 갈형.
“거, 진짜···! 킁킁. 어?”
– 호르륵.
코를 막았던 손을 떼며 풍기는 석황주의 달큰한 향을 맡은 갈형. 그가 말릴 틈도 없이 난 곧장 석황주를 삼켰다.
달콤하면서도 적당히 입안을 자극하는 강함이 내가 만들었어도 참, 정말이지 참. 잘 만든 맛이다.
“크으.”
“거, 나도 좀 줘보게.”
“괘, 괜찮으십니까?”
“자넨 좀 비키고.”
손목건은 고개를 쭉 빼고 내 상태를 말리던 갈형을 밀치고는 술 단지를 받아들었다.
곧장 술을 입으로 가져가는 손목건.
– 호르륵.
“다, 단주님? 미치셨습니까? 뱃사람이 어찌 상한 음식을···?”
“크으.”
그도 술을 한 모금 들이켜더니, 이내 턱을 들고는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안 그래도 회식 때 먹은 술맛이 잊히지 않았던 그는 이참에 한을 푸는 모습이다.
이번 시범 운송을 성공한 기념으로, 한 단지를 챙겨줘야겠다.
“좋네. 좋아! 암!”
“어?”
“드셔보시지요. 괜찮습니다.”
“이, 이게요?”
“대신, 술값은 입을 닫는 거네. 갈 선장. 명심하게. 이 술이 배에 실렸다는 것과 술이 상하지 않았다는 것. 이게 새어나가면, 경을 칠 것이네. 내 자네이니 믿고 맡겼던 것이니. 그저 백주를 잠시 실어다 날랐다. 그렇게만 말이 퍼지게 하게.”
“······.”
손목건은 경고 한 번과 함께 술 단지를 앞으로 내밀었다. 너도 동참하라는 듯이. 이를 바라보던 갈형. 그는 눈을 딱 감더니.
“알겠습니다. 이, 갈형. 명령은 따릅니다.”
말 한마디를 툭 남기고는 곧장 술 단지에서 술을 퍼 올렸다. 눈을 질끔 감고 술을 넘기는 모습이 본 걸 온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다.
하지만.
– 꿀꺽.
“응···?”
술을 삼킨 후 감았던 그의 눈이 떠졌다. 껌뻑거리는 눈으로 나와 손목건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는 그.
“괜찮지 않습니까?”
“어떤가? 술이 상했나?”
우리 둘은 차분히 웃으며 그에 답을 구했다.
갈형은 이상하다는 듯 술을 한 번 보고는.
“···아뇨. 전혀.”
답을 들려줬다.
“···전혀 상하지 않았습니다! 황주가, 예? 서, 석황주가!”
이제는 판로를 찾는 것만이 남은 과하석황주였다.
***
항구에서 돌아와 석가장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가볍고 손은 무겁게.
손에는 복주로 다녀오는 선단에서 내린 술 단지가 한 병 들려 있었다.
‘복(福)’.
복을 줄 거 같다며 복주로 향하는 단지에 붙인 밀봉에는 전부 같은 인장을 찍어뒀다.
이게 정말이지 이렇게 복덩이처럼 느껴질 줄은 모르고. 잘 익고 잘 버틴 술을 보니,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음. 확실히 상하지 않았군.”
“이건, 신선하다고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장주.”
“허허허. 술이 더 잘 익은 것 같습니다!”
대석당에 들어가 곧장 석두원과 공 총관, 구동해에게 술을 보여줬다.
결과를 핑계 삼아 대낮부터 대석당는 술판이 벌어졌다.
분명 한 모금만 마셔도 상태는 알 수 있을 텐데. 여기 모인 영감들이 아주 술 단지를 들고 술을 들이켜 버렸다.
과하석황주야 정식으로 발매된 제품도 아니니, 이럴 때가 아니면 이들도 기회가 없는 것.
저 셋은 상계의 능구렁이들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취하십니다. 제법 셉니다, 그놈이.”
“우리도 세네. 주량이.”
“암. 그렇지 않소, 구 단주?”
“예에. 장주. 솔직히 술 단지 한 개로는 술이 상했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금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허허허. 구 단주도 그리 느끼셨소? 석모 역시 마찬가지였소만.”
“흠. 뭐. 아쉬운 거야 어쩔 수 있겠습니까. 분명, 항해에 다녀온 대가로 손목건이에게 한 단지가 갔을 테니, 그걸 노려보는 수밖에요.”
“총관의 혜안에 늘 감탄입니다.”
“내 이러니, 총관의 은퇴를 막을 수밖에 없소. 허허허.”
이들은 저 멀리 항구에서 있었던 일도 손바닥 보듯 훤하다.
“···주기적으로 한 단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많이는 아직 힘들고 한 단지···.”
“음. 정말인가?”
“그러니, 이제는 좀 판로 이야기를···.”
이 사람들이 술이 들어가니, 일 이야기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에 꺼낸 작은 뇌물 이야기.
마치 잘 짜인 판에 엮인 것처럼, 발매도 안 한 술을 가져다 바치게 생겼다.
이 역시 노린 걸 거라. 모를 수가 없었다.
“흠. 흠. 그래, 판로라. 생각하는 곳은 있소?”
“가까운 거리부터 시작해 보려 합니다. 아직 선명하진 않아도 강소나 복건, 강서, 남직예, 혹은 호북이나 하남 정도. 그렇게 그려보고 있습니다.”
“음. 처음부터 북경이나 운남은 너무 먼 거리이긴 하지. 중간이 비어버린 유통망이야, 그저 기록 남기기일 뿐이고.”
“같은 생각입니다.”
조금 전 보여주던 가벼움이 사라지고 세 사람은 내 말에 집중하며 다른 눈빛과 음성을 보여줬다.
위엄 넘치게 깔리는 석두원의 목소리.
“구 단주.”
석두원은 내가 전한 말을 곱씹더니, 구동해를 불렀다.
“예, 장주.”
“머리가 잘 돌아가는 행수들로 선별해서 이 공자에게 보내주시오. 강소나 복건, 강서, 남직예, 혹은 호북이나 하남과 거래를 해본 적이 있는 이들로. 그들과 머리를 맞대어 판로를 짤 수 있게.”
“제가 직접. 그들과 함께, 판로 짜는 걸 돕겠습니다.”
“공 총관.”
“예, 장주.”
“시작은 육로가 좋지 않겠소이까? 장초립 행수에게 전해, 실력 좋은 표사들의 일정을 미리 비워두라 일러주시오. 기왕이면 앞길 창창한 이들로. 주표지 않소?”
“이미 열흘 전부터 실력 좋은 이들이 휴표에 들어갔다는 전언입니다. 시범 운송을 선단에 빼앗겨, 장 행수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허허. 말을 전해두겠습니다.”
전해지는 건 빠르고 간결한 명령들이다. 역시나, 할 일은 제대로 해주는 이들이다.
“이 공자.”
“예. 장주.”
“판로는 전적으로 이 공자의 선택을 존중하겠네. 자네도 그리는 그림이 있을 테니. 석가장이 갖춰둔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보게.”
“그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상계의 든든한 지원을 받으니, 주계도 탄력을 받는다.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상황.
그리던 그림을 마무리만 하면 좋은 서화가 나올 것도 같다. 그렇게 오늘의 보고를 마무리하려 할 때.
“아. 그리고.”
석두원이 방을 나서려던 내 옷깃을 잡았다.
“소주(?州)에서 연통이 왔네.”
“예? 소주라면, 소하상가 말씀입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가문의 인장이 찍혀있긴 했네만.”
“설마?”
“당문.”
!
“사흘 후 항주에 닿을 예정이라네. 일전에 있었던 일에 감사를 표하러 직접 석가장에 인사차 오겠다는군.”
“좋은 소식이군요. 소가주께서 무사히 쾌차한 모양입니다.”
“음. 같이 오는 건 무리여도 이제 거동도 편하다더군.”
“정말 다행입니다.”
“아, 그리고 사흘 후 당문을 맞이하는 자리에 자네가 꼭 참석해줘야 하네. 당문과 면을 튼 건 자네뿐이지 않나.”
“꼭 그리하겠습니다.”
“주기적으로 술 보내는 것도 잊지 말고.”
“그건···.”
“가보게.”
전해지는 말은 누군가 이곳을 방문한다는 기쁜 소식. 그 누군가가 제법 인연이 있는 이들이다.
당문이라. 사천의 당문. 거리는 멀다. 사천도 운남이나 북경 그 이상 길이 험한 곳이니까.
하지만, 왜인지. 이들의 방문으로 판로가 조금 더 선명하게 그려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