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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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세가에서 제공한 장원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넓은 장원은 표마차를 두는 공간도 넉넉했고 건물도 오래되지 않아 깔끔함 마저 자랑했다.
“이야! 이 공자님! 이 장원 좀 보십시오! 엄청나게 큽니다!”
함께 온 표사 최립은 그런 장원 안을 둘러보고는 입을 쩍 벌렸다. 석가장처럼 크지는 않아도, 제법 괜찮은 규모였다.
“남궁에서 석가장을 홀대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그런 장원을 둘러보고 나오는 최립의 말. 과연 그럴까. 솔직한 감상을 말해보자면,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건, 이 장원을 둘러보고 조금은 바뀐 생각이다.
‘홀대는 아닌 거 같은데···.’
이게 조금 애매하다.
빠르면 나흘, 느리면 이레는 걸릴 거라는 남궁세가와의 만남.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어이가 없었다.
그렇지 않나. 우리가 약속을 잡지 않고 찾아온 것도 아니고. 서로 조율할 걸 다 조율한 다음 이렇게 찾지 않았나.
거기에, 당소정의 소개장은 빼고 보더라도 내가 이곳까지 온 이유는 저들이 날 불렀기 때문이다.
사람을 딱 지명해 오라는 말을 전해두고는 이제 와 다시 나흘을 기다려라?
이제 중원에서 짬밥 좀 먹은 상가의 가신인 나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처사였다.
뭐, 이게 얼마 전이면, 나도 그저 그렇게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아무런 의심 없이 좋은 장원을 주었구나.
그러고 끝이었을 터.
허나, 석가장에서 제대로 일하며 석호루며 양조장이며 두 개의 사업체를 관리하며 나도 배운 게 있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는 말도 있지 않나.
보통은 미리 조율된 방문자를 이렇게 기다리게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제아무리, 천하제일세가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두 개의 선택지가 남게 된다. 하나는 당연히 애매하게 떠올리고 있는 푸대접과 면박 쪽이고.
다른 하나는 남궁세가도 어찌 못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일을 겪은 경우일 터.
어떤 선택지라도. 거래를 트기 위해 온 우리에게는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솔직히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어떻게든 푸대접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푸대접 쪽을 고른다면, 중간에서 중계한 당소정의 체면이 상하지 않나.
만약, 이들이 어쭙잖은 자존심을 내세워 당소정의 체면을 구기는 거라면. 그때는.
좀많이.
화가 날 거 같기 때문이다.
“이 공자님. 오늘은 이만 표사들을 쉬게 해도 되겠습니까?”
“예. 장 표두님. 창고만 번을 서고 나머지 표사분들은 자유롭게 쉴 수 있게 해주시지요. 혹, 원하신다면 과하주를 한 수레 정도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그렇지 않아도 그 술에는 푹 빠진 참입니다. 지친 몸에 다들 기뻐할 겁니다.”
“대신, 장원 밖으로 가져가시진 마시고 안에서만 드셔주십시오. 그거면 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푹 쉬십시오. 시킬 일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찾으십시오.”
우직하고 노련한 표두인 장호에게는 적당히 표사들을 풀어주란 말을 전했다.
물건이 옳게 도착했을 때 그들의 일은 그걸로 끝. 이제는 그들도 조금 쉬어야 할 때이다.
하지만.
“저어. 장 표두님?”
“예. 이 공자님.”
장호의 마지막 말에 난 그를 다시 부르고 말았다.
돌아서서 다시금 내 눈을 맞추는 그.
“작은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이라면 어떤···?”
“개인적인 부탁은 아닙니다.”
“석가장과 관련된 일이란 말씀이군요. 뭐든지, 말씀하시죠.”
“혹, 밖에 외출하는 표사들이 있다면, 그분들께 일러 남궁세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수집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흠. 어떤 종류의 정보를 원하시는 건지요?”
“종류는 상관없습니다. 어떤 이야기라도요. 시기는 우리가 닿기 한 나흘 전부터 오늘까지. 딱,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통정사와 관련된 이야기면, 더욱 좋겠군요.”
역시 장호는 일을 잘한다. 적당히 운을 띄워주니, 알아서 찰떡같이 핵심을 잡아내지 않나.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답을 대신했다.
외출 나가는 표사가 있다면. 이라고 했지만, 이는 몇을 억지로라도 보내 달라는 뜻이었다.
푸대접이 아니라면, 무언가 사정이 있을 터.
푸대접은 따로 조사할 필요가 없다. 그건 그것대로, 보여지는 게 전부일 테니.
여기서 필요한 건 그 반대의 경우일 뿐.
제일 의심할 수 있는 건 오며 만났던 관(官)의 인물들이다. 관과 관련해서 남궁세가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
난 그곳에 초점을 두고 일을 알아보려 했다.
“군부 출신의 표사가 몇 있습니다. 통정사나 그곳을 수행하러 온 이들 중 연이 닿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지요. 그들과 표사 최립을 보내, 정보를 모아오라 이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행수들에게 말해둘 테니, 나가는 분들에게는 여비를 꼭 좀 넉넉히 챙겨주십시오.”
왜라는 말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저 장호라는 표두의 입에서는. 듬직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모습.
이번 일도 잘 해낼 것만 같아 그를 믿고는 돌아설 수 있었다. 어수선한 장원 안이 차츰 정리되어 가는 중이었다.
***
– 똑똑.
“이 공자님. 최립입니다.”
“들어오십시오.”
– 드르륵.
남궁세가에서 도착하고 이틀째 되던 날.
아침이 물러가고 한가한 오후가 찾아오자, 표사 최립이 날 찾아왔다.
전날, 표두인 장호의 명을 받고 밖에 다녀온 표사 중에는 최립도 포함되어 있었다.
“간밤에 외유는 재밌게 다녀오셨는지요?”
“예? 하하하. 예. 이 공자님이 주신 전낭 덕분에 풍족하게 다녀왔지요. 물론, 가져온 것도 두둑합니다.”
“다행입니다. 어제 드시지 못한 과하석황주는 따로 빼두었으니, 그점은 섭섭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럼요. 이 공자께서는 그리해 주실 거라 믿고. 열심히 다녀왔습니다.”
“우선, 차 한 잔 어떠십니까? 제가 직접 만든 특별한 차가 있습니다. 앉아서 드셔보시지요.”
“이제, 차까지 다루시는 겁니까? 조금 있으면 요리도 하시겠습니다.”
들어오는 순간 술향기를 풍기는 그를 위해 차를 한잔 준비했다. 차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차보다 주스에 가까운 것. 그래도 숙취를 풀어주기엔 최고일 것이다.
“가끔은 차도 술에 타 먹으면 좋은 맛을 내곤 합니다. 넓게 보면, 비슷한 둘이죠. 그리고, 실은 요리도 못 하진 않습니다.”
– 조르륵.
– 사사사삭.
– 탁.
차를 잔에 따르고는 내기를 끌어올려 살짝 차게 식혔다. 한기가 잔에 맺혀 조금은 시원해진 냉차.
이를 최립에게 건네니, 그의 표정이 의아하다.
“왜 그러십니까?”
“방금···? 뭘 하신 겁니까? 손으로 사사삭?”
“아. 제가 익힌 무공이 한공(寒功) 계열입니다. 이제야 한기를 겨우 뽑아내는 수준이지만, 이 정도 잔은 차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 무공을 익히고 이렇게 쓰는 사람을 본 적은 없겠지. 그런 마음으로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도, 최립의 의아함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제아무리 한공이라도 그게 그리 쉽지는 않을 텐데요···? 처음 보는군요. 한공이 흔하지도 않고···.”
“그, 실은, 진 대협께서···.”
“아. 그렇다면야.”
대환단을 먹은 이야기까지는 할 수 없겠지. 대신, 설명하지 못하는 걸 이해하게 만들 방법은 있다.
진효풍이란 이름만 가져오면, 웬만한 이상한 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괴협이지 않나.
최립도 마찬가지였다.
“제자가 된 건 아닙니다.”
“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사정이야 다들 있으시겠지요. 기운을 뿜는 것만으로 잔을 차게 만드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드시지요. 차가울 때 드셔야, 더 맛날 겁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천성이 착한 사람이다.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야 오래전에 내렸고. 해서, 진효풍과 함께 수련했다는 비밀 정도는 살짝 흘려줬다. 최립이 어디 가서 이를 떠벌릴 사람은 아니다.
– 호르르륵.
최립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가 내민 잔을 들이켰다. 시원한 잔이 한여름의 더위를 날리는 기분일 터.
그는 꿀꺽하고 냉차를 삼킨 뒤.
“크흐!”
하는 술을 마신 이의 반응을 들려줬다. 만족하는 이들은 언제나 저 소리를 낸다.
술도 음료도 만들 맛이 나는 소리다.
“맛이 좋습니다. 이건, 익숙한데 새로운 맛이군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게 꼭 생강차와 비슷합니다.”
“비슷한 겁니다. 생강이 들어갔고요.”
“그래도 생강차와는 다르군요. 훨씬 달고, 뭐랄까요, 더 깊은 맛이 난달까요? 쭉쭉 마시게 됩니다.”
“입에 맞으셨나보군요. 다행입니다.”
– 호르르륵.
최립은 내가 건넨 음료를 연신 들이켜며 감탄을 토해냈다. 내가 그에게 건넨 음료는 당연하지만, 생강차가 아니다.
이는 진저 버그(Ginger Bug)라 불리는 음료.
생강을 잘게 저민 후 설탕과 물을 넣어 이를 짧게 숙성시키면 진저 비어나 진저 에일을 만들기 전인 진저 버그가 된다. 서양에서는 이를 간단한 음료로 자주 마시며 별미로 치곤 했다. 숙취 해소용으로도 쓰였고.
“수적들에게 받은 생강을 이렇게 담그신 거였습니까?”
“예. 오는 길이 심심했지 않습니까. 마차에서 널브러져 소일거리 삼아 만들어봤습니다. 딱, 도착하니 마실만 해졌더군요.”
“좋네요. 한 잔 더 주시겠습니까?”
“그럼요.”
“술이 깨는 기분이 들어서요.”
“생강이 속을 진정시키기 좋다고 합니다. 서역에도 같은 말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또 이보다 훨씬 더 재미난 것도 만들고 있으니, 완성되면 대접하겠습니다. 재밌을 겁니다.”
“허허. 이보다요? 우연히 이 공자님과 친해졌더니, 이런 행운이 다 있군요. 기대하겠습니다.”
– 호르르륵.
최립은 한 잔 더 받은 잔을 마저 비우고는 속이 풀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그가 찻잔을 내려둘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서, 간밤에 얻은 수확을 들려주시겠습니까?”
간밤에 얻어 온 정보를 물었다. 표사들을 외출 보내고, 또 전낭까지 쥐여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예. 우선, 함께 온 이들은 통정사의 관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금군이라고 했습니다. 말이 금군이지, 우리로 치면 표사들입니다. 관원들을 보호하는. 지사 대인이 남궁에 든 이후 다들 외곽에 대기하며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임무나 어떤 움직임은 없어 보였습니다.”
“통정사 관원들은 언제쯤 왔다는지요?”
“우리 표행이 닿기 반나절 전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남궁세가에 따로 연통하고 찾아온 건 아니라고 합니다. 남궁 역시 적잖이 놀랐다는 말입니다.”
통정사야 남궁세가에 어떠한 통보를 보내두고 방문할 이유가 없다. 황명을 다루는 기관이 아닌가.
그 누구도 이들을 가리켜 갑작스럽다며 욕할 수 없다. 중원제일세가라 불리는 남궁이라도 말이다.
만약 이러한 이유로 남궁이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면, 당장에 사람을 보내 우리를 맞이하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저들도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은 상황이 아닌가.
장원을 준비했다는 건 적어도 맞이할 준비는 되어 있었다는 뜻으로 풀어볼 수 있을 테고.
조금은 안심되는 기분이다. 아직은 추측이지만 말이다.
“황명 때문에 온 건 맞습니까? 다른 의도나, 개인적인 친분은 아닌 게 분명한지요?”
“예. 거창한 칙서 수여식이 있었고, 남궁가의 가주, 창천검(蒼天劍) 남궁헌 대협께서 직접 칙서를 받았다고 합니다. 대문 앞까지 나와 무릎을 꿇고 칙서를 받은 걸 모두가 보았다고 하니, 사실일 겁니다.”
“혹, 내용도 아시는지요?”
최대한 조심스러운 말투와 어투를 섞어 최립에게 말을 물었다. 황명이란 이름이 붙은 뒤에는 조금의 거동도 불경해서는 안 되는 게 이 시절이다.
“제가 알아는 봤습니다만···. 그게···.”
“역시 어려웠습니까?”
“아닙니다. 그런 건. 다만, 뭐랄까요. 너무···.”
“너무?”
“어이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믿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 남궁세가의 대대로 이어진 충절을 높이 칭송하고 앞으로도 국가에 충절을 보일 것, 또한 관의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 협의를 내세워 만백성을 보호할 것 등을 명했다고 합니다.”
!
“예?”
“들으신 그대로입니다.”
“······.”
듣는 순간 어이가 나가버린 표정이 절로 지어졌다. 아니, 이건 뭐 외출 후 손을 잘 씻으란 수준의 말이 아닌가.
그걸 칙서로. 또 금군까지 대동해서 통정사를 보내야 할 일인지, 현대인으로서 의문이 들었다.
이런 의문을 가진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말을 전하는 최립도 무언가 떨떠름한 표정이다.
“금군은 원래 통정사가 가는 곳에는 전부 따라가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만. 뭐. 내용은···.”
“저만 이상한 게 아니군요.”
“저어. 이 공자님. 혹, 괜찮으시다면 제 짧은 소견이나마 말해봐도 되겠습니까?”
“고견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시지요. 제가 관이나 무림 쪽에는 약합니다.”
“제 생각에는 남궁세가가 곤경에 처한 것 같습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혹, 이 공자께서는 관무불침(官武不侵)이란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최립은 내가 머릿속으로 떠올리려던 말을 먼저 꺼내왔다. 이곳 중원 땅에서 들은 게 아닌.
원래 살던 곳에서 흘러가듯 들은 말을.
“예. 들어는 봤습니다. 관과 무림이 서로 존중하며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는 하나의 약속이 아닙니까?”
최립은 유하게 풀어내는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절레 저었다. 자신도 무림에는 한 발을 담그고 있는 게 최립.
그는 조금 표정을 무겁게 하고는.
“그건 개소리입니다. 관무불침. 사실 그딴 건 없습니다.”
라며, 조금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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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저버그
– 생강, 물, 설탕 (기호에 따라 과일즙)
– 진저에일, 진저비어는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 녀석들의 재료가, 이 진저버그입니다!
– 사실 한방에 만드는 경우도 많아 굳이 나누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숙성이나 발효도 크지 않아 그저 넣고 잘 섞어만 주면 됩니다. 2-3일, 3-4일. 주변의 환경에 따라 그 정도 후면 편히 드실 수 있습니다.
– 진저비어가 있는데, 이걸 굳이? 싶지만, 탄산의 유무 차이도 있어 기호식품입니다!
– 음. 더 설명하면 스포가 되기에…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