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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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잔은 어떤 잔이 좋을까.
평소같이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라면 여러 생각이 스칠 고민이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목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손님이라면.
– 식사는 어떤 걸 하고 오셨나요?
– 오늘 컨디션은 어떠신지요?
등을 물어가며 맛을 계산해야 하는 게 바텐더의 방식이다. 먹은 음식, 컨디션 등에 따라 맛도 술을 마실 수 있는 양도 달라지니까.
바텐더는 이를 계산해 손님에게 가장 알맞은 잔을 찾아가는 이들이다.
하지만 오늘은 이런 계산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써보고자 한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흔히들 진상이라 부르는 이를 다루기 위해서 말이다.
진상을 취하게 만드는 건 몇 번이고 해본 적이 있는 일이다.
어느 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
물론, 바텐더가 술로 손님을 취하게 만든다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래도 때로는 해야 할 일이기에 해야 하는 일도 있다.
다른 손님에게, 또 업장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을 제일 조용하게 처리하는 방법이 바로 술로 이들을 재우는 거다.
잠든 손님은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못한다. 적당히 다른 사람을 붙여 내보내면 그만.
나가 달라며, 또 그만해 달라며. 얼굴을 붉히며 고성이 오가는 것보단 이게 제일 효과적이었다.
– 살각! 살각! 살가가각!
그런 효과를 내는 술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셰이커 속에서 섞여갔다.
남궁헌이 만들어준 얼음이 여기저기 부딪히며 내는 청아한 음.
아까부터 내게서 눈을 떼지 못하던 고성방과 함께 남궁헌 역시 이런 걸 처음 본다는 표정을 얼굴에서 감추지 못한다.
무언갈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이런 걸 줄은 꿈에도 몰랐을 남궁헌. 고성방 만큼, 그도 여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건 바텐더가 연주하며 함께 보여주는 하나의 주무(酒舞). 칼춤은 춰줄 수 없어도 이것까지는 춰줄 수 있다.
– 살각! 살각!
잘 섞인 술과 얼음이 뿜는 한기가 내 손에 차분히 전해졌다. 바텐더는 이 한기를 통해 술이 얼마나 섞였는지를 알 수 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하게, 그리고 더 오래 흔들었다. 이는 술의 강한 맛을 확 죽여버리기 위한 것.
셰이커 뚜껑 쪽에는 술에 닿지 않은 공기층이 갇혀있다. 이게 술 사이사이로 들어가면 독한 알코올의 향을 모두 없애주는 데 효과적.
난 그 효과를 키우기 위해 더욱 세게 셰이커를 흔들었다.
– 살가가각! 촤아아아아악!
잘 섞인 술이 그대로 널따란 잔으로 떨어졌다. 색은 불투명한 하얀색.
시트러스하면서도 달콤한 향을 그대로 머금은 술이 잔을 향했다.
“오오. 향이 여기까지 닿는군!”
고성방은 목을 앞까지 쭉 빼고는 연신 입맛을 다셨다. 눈을 빠르게 껌뻑거리는 게 딱 욕망에 빠진 모습.
난 미리 준비한 청영 껍질을 조금 떼어내 이를 잔 위에서 간단히 꺾어 보였다.
– 챠아악!
껍질이 머금은 오일이 잔 위로 넓게 퍼지며 향을 더욱 증폭시켰다.
이는 코를 지배하며, 흔히들 부즈라 부르는 알코올의 치는 향을 숨겨줄 수 있다.
“첫 잔, 올리겠습니다.”
마치 칵테일을 서빙하듯 잔을 조심히 고성방의 앞으로 밀어냈다. 자기 잔이 전부냐며 고개를 갸웃하는 그.
“귀한 잔은 귀한 분께서 먼저 드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습니다, 대인. 귀한 술이니, 먼저 드셔야지요.”
“허허허. 남궁 가주. 오늘 가주 답지 않소이다? 이제야 조금 대화가 통하는구려. 내 그럼, 사양하지 않겠소!”
당연히 그냥 하는 말이다. 뭐, 남궁헌까지 취할 일이 있나. 물론, 그야 내기로 취기를 몰아낼 수야 있겠지만.
만약 그렇게 하는 걸 본다면 고성방은 또 그걸로 온갖 트집질일 것이다.
적당히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말을 들려주니 고성방은 웃으며 이를 받아들였다.
“흠. 이건, 무슨 향인가? 과실향이 아주 터지는군. 술은 맞고?”
“청영(靑?)을 썼습니다.”
“내가 아는 그 청영이라? 쓰고, 신맛이 나는 그?”
“예. 대인.”
“허어. 맛이 가늠이 안 되는고. 어찌 마시면 되는 건가?”
“원하시는 방법대로 드시면 됩니다. 술이 강하다면, 나눠 드셔도 좋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내 양심을 속인 적은 없다. 술이야 원하는 대로 마시는 게 아닌가.
거기에 강하면 나눠 먹으란 말. 이 역시 거짓말은 아니다. 고성방이 원샷을 하더라도. 그건 저자의 선택일 것이다.
“흠. 그럼.”
고성방은 내 말을 듣고는 곧장 널따란 잔을 들어 올렸다. 잔 역시 크기가 여간 큰 게 아니다.
잔이라 부르기보다는 사발이라 부르기 족한 것. 하지만 중원에서는 칵테일을 담을 잔이 마땅치 않아 이게 최선이다.
그리고 그게, 오늘은 내게 도움이 되었고.
이건 보통 칵테일보다 용량이 1.5배는 많을 거다.
– 호르르르륵.
“······!”
고성방의 입을 타고는 내가 만든 술이 가볍게 넘어갔다. 입에 닿는 맛에 눈을 크게 떠 보이는 그.
그는 눈만을 양옆으로 빠르게 오가며 입은 멈추지를 않는다.
시원할 거다. 중원에서 맛볼 수 없을 정도로. 얼음이 녹으며 한기를 그대로 전했을 테니.
또한, 술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을 거다. 느껴지는 건 잔잔하게 치고 오르는 청영의 향과 설탕의 단맛뿐일 터.
재료로 쓴 건 분명 백주였다. 그런 백주 중에서도 제법 고급스러운 백주인 구온춘주(九?春酒).
이는 수수와 미곡을 함께 쓴 남직예의 술로 과실향이 좋아 내가 직접 뽑은 술이다.
도수도 60도에 가깝고.
이번에 만들 잔이 딱 그 과실향이 필요했다. 내가 목표로 잡은 맛은 다름 아닌 다이키리.
본디라면 럼과 라임즙, 설탕으로 만드는 다이키리를 중원식으로 변형한 거다.
럼처럼 사탕수수는 아니라도 수수가 들어갔고 과실향을 뿜는 백주인 구온춘주가 기주(基酒)로 쓰기에 딱이었다.
다이키리는 달콤하고 시큼한 맛이 일품이다. 이걸 모르고 쭉쭉 마시다가는 그대로 뻗어버릴 정도로.
해서, 다이키리 역시 ‘레이디 킬러 칵테일’로 불린다. 술술 넘어가지만, 도수는 독한 술들이 바로 레이디 킬러 칵테일.
앞에 앉은 이가 레이디는 아니지만. 어쨌든. 킬할 수만 있다면야. 가릴 처치가 아니다.
내가 노린 것처럼, 청영과 설탕이 만나 만들어내는 단맛에 고성방은 이게 술이란 걸 잊고 계속해서 잔을 들이켜고 있다.
한 번 시작된 들이켬이 잔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앞서 뱉어둔 말도 이런 행동에 한몫을 했을 거다.
술이 강하다면 멈추란 말은 술이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계속 삼켜도 좋다는 말이었으니까.
– 호르르르륵, 뚝!
고성방은 말 그대로 원샷을 보여주며 거칠게 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으으음!”
하며 숨을 내쉬는 그. 잔잔하게 퍼지는 라임향이 다시금 돌아 속에서 올라오는 술맛을 숨겼을 거다.
전부 마신 지금도. 저게 술인지 아닌지 저치는 헷갈리고 있을 거다.
“맛은 어떠신지요?”
“음! 향이 아주 좋군! 다만, 술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이거, 술이 들어간 게 맞나?”
“어찌 대인 앞에서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술은 분명 들어갔습니다. 대인께서 술이 강하신 모양입니다.”
“허허허. 내 어디 가서 약하다는 소리는 듣지 않지! 음! 한 잔 더! 이걸로는 기별도 오지 않으니!”
적당히 술이 강하다며 부추김을 섞어주니, 알아서 한 잔을 더 말아달란 말을 전한다. 이건 약한 술이라 판단한 모양.
다이키리가 워낙에 유명하고 또 맛이 가볍다 보니 다들 착각하는 게 있다. 다이키리의 도수가 낮을 거라는 것.
허나, 이는 큰 착각이다.
정해진 레시피에 맞춘 다이키리도 한 잔에 든 도수가 26도 정도다.
백주야 40도를 넘는다지만, 중원에서는 그 백주를 아주 작은 잔에 또 몇 모금에 나눠서 삼키지 않나.
이는 한 방에 사발로 들이켠 다이키리에 비견할 게 못 된다.
거기에 내가 만든 특제 중원식 다이키리는 계량에 변형도 걸쳤다.
칵테일의 도수를 계산하는 공식에 따른다면, 내가 만든 다이키리는 얼음이 녹아 연해진 걸 생각해도 약 38도에서 40도에 이른다.
그 맛이 느껴지지 않아도 말이다. 고성방은 방금, 큰 사발로 백주를 원샷 때린 거나 마찬가지다.
“예. 대인. 그럼, 한 잔 더 올리겠습니다.”
다른 걸 요구해도 준비된 건 아직 많았다. 헌데, 같은 술을 원한다면야 어찌 거절하겠나.
난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중원식 다이키리를 한 잔 더 만들어줬다.
– 살각! 살각! 살가가각!
하는 소리를 즐기는 동안, 그의 입은 한 번도 남궁헌을 향하지 않았다.
온전히 앞에 펼쳐지는 모습, 또 만들어지는 잔에 집중하는 모습에 남궁헌은 연신 감탄하며 숨을 죽이고 있다.
– 촤아아아악!
“대인. 두 번째 잔 올리겠습니다.”
앞서 만든 잔보다 조금 더 빠르게 만들었다. 독한 술을 차게, 또 부드럽게 만들었다고는 해도 시간이 지나면 취기는 올라온다.
이 세상 무엇보다 정확한 건 사람의 몸이니까. 반응이 오기 전에, 재빨리 잔을 채워 한 잔이라도 더 먹여야 한다.
“음. 과연!”
– 호르르르륵! 탁!
고성방은 이번에도 호탕하게 잔을 비워냈다. 두주불사(斗酒不辭)란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
그는 그렇게 몇 잔을 더 받아먹고야 입가를 한 번 닦는 모습을 보여줬다.
점점 마시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이 정도의 양을 먹인 거라면 대만족이다.
어떤 큰 술 단지라도 그 끝은 있는 법. 계속해서 채워가면 언제고 끝을 보인다.
그가 중원식 다이키리를 비워내는 속도가 조금 느려질 무렵. 난 슬쩍 다른 술을 꺼내며 그의 페이스를 조절하려 했다.
“대인, 이번에는 다른 술을 한 번 올려볼까 합니다.”
“다른 술? 이것 말고도 더 있더냐?”
“물론입니다. 제가 준비한 게 많습니다. 이토록 술이 강하신 분을 처음 만나니, 저도 솜씨를 더욱 뽐내고 싶습니다.”
손뼉을 쳐주면 그대로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게 이 고성방이라는 인물이다.
나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며 흡족한 표정을 짓는 그. 방금 마신 잔이 제법 맛있었기에 그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드신 잔이 많으시니, 이번에는 차를 한잔 드시며 숨을 돌리는 게 어떠실지요?”
“차? 마시는 차 말이더냐?”
“예, 대인. 오룡차(烏龍茶)를 최상급으로 준비했습니다.”
“흠. 술을 잘 마시다가, 차라?”
“물론, 평범한 차가 아닙니다. 술맛이 나는 차로, 제가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오호! 차에서까지 술맛을?”
술을 취하게 만들려는 사람에게 차를 준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는 있다.
허나, 바텐더가 내미는 잔에 의미 없는 잔은 없는 법. 이번에 건네는 차 역시 술과 함께 나가는 차다.
오룡차를 중국식으로 읽으면, 우롱차가 된다.
이번에는 셰이커가 아닌 다른 도구에 구온춘주를 담았다. 이번에 담은 도구는 믹싱 글라스.
작지만, 얼음과 함께 술을 제법 품을 수 있는 이 믹싱 글라스는 스터(Stir)라 부르는 기법에 쓰이는 도구다.
술과 얼음이 담긴 믹싱 글라스 안을 바 스푼으로 조심히 저어갔다.
– 또르르륵. 또르르륵. 또르르륵.
조심히 믹싱 글라스의 벽을 타고 돌아가는 바 스푼. 스터 역시 술맛을 연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셰이킹보다야 덜한 효과지만, 이번에는 괜찮다. 다음에 더할 우롱차가 술맛을 덮어줄 거니까.
– 촤아아아아
믹싱 글라스에서 희석한 백주를 잔에 붓고 준비한 우롱차를 꺼내왔다.
진한 위스키 색의 우롱차가 고유의 풍부한 향을 풍겼다.
난 이를 백주 위로 부으며 잔을 만들어 갔다. 어려울 게 없는 기법이다.
이건, 그저 부어주기만 하면 끝. 다만, 여기서 하나의 비법을 더하자면.
‘가니쉬를···’
더해주는 게 좋은 방법일 거다. 영몽이라 불리는 레몬을 잘게 썰어 잔에 가니쉬로 올리고는 잔을 완성했다.
즙을 짜내어 더해주는 것도 필수. 레몬즙이 들어가면, 맛은 더욱 풍부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술을 일본에서는 ‘우롱하이’라고 불렀다. 우롱차로 만드는 하이볼이란 뜻.
일본식 소츄로도 만들 수 있고 위스키도 가능하고. 우롱하이에는 딱히 정해진 재료와 기주가 없다.
당연히, 백주로도 이렇게 만들어 낼 수 있다.
“드셔보시지요.”
– 호르르륵.
“크흡! 이건 그냥 차군! 허허허! 술맛이 없는데? 아니, 내가 술이 강한 건가? 음. 향은 과연 오룡차로다. 오룡차 특유의 풍부한 향이 있군. 허허허. 이건, 술이 아니라 차라 부르세! 차! 자. 술은 잠시 접어두고 차를 더 마시세! 차! 한 잔 더 주게나!”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고성방은 잔을 단박에 비우고는 이를 내게 다시 내밀었다.
그리 약한 맛은 아니었을 텐데. 어쩌면 생각보다 빠르게 고성방의 혀가 먼저 맛이 간 걸지도 모른다.
다이키리처럼 신맛이 강하게 들어간 술을 연달아 마시면, 가끔은 혀가 먼저 죽기도 한다.
“크흐!”
백주 다이키리 여러 잔과 백주 우롱하이 여러 잔.
그렇게 원샷을 연신 때린 고성방의 얼굴에 점점 붉은 기운이 다가오고 있다.
아마 이미 열 잔에 가까운 잔을 마셨을 터. 그러자, 그의 몸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으음.”
하며 연신 숨을 고르는 것도 취해간다는 증거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 애를 쓰지만, 그의 눈이 점점 풀려가고 있었다.
“대인. 한 잔 더 올리겠습니다.”
“음? 오오. 오올리그어라! 차나 방금 마신 수···. 아니. 수울. 그래, 수울. 그거 말고. 다른 거. 어어, 그으래. 다아른 거로! 한잔. 하지!”
말도 조금 빨라졌고 행동은 커졌다.
목소리에 바람이 많이 낀 게 취기가 이제 슬슬 오려는 모양. 이때는 여러 잔을 몰아치면 안 된다.
한 방에 보내야 한다. 난 그런 생각에 마지막 한 수를 준비했다.
난 주변에 서서 시중을 들던 하인 중 한 명을 바라봤다.
“화로가 필요합니다.”
“예. 가져오겠습니다.”
그에게 부탁한 건 작은 화로 하나. 무언가를 굽고 또 거창할 필요는 없다.
그저 물을 조금 덥힐 수 있으면 그만. 하인과도 이미 말은 맞춰둔 상태였기에 그가 빠르게 화로를 가져왔다.
여름철 방 안에 피운 화로의 뜨거운 기운이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물을 조금 덥히겠습니다.”
화로를 두고는 불을 키워가며 그 위에 찻주전자를 올려뒀다. 우롱차야 우려둔 찬 걸 썼기에 이제야 처음 꺼내는 화로.
화로는 불이 붙는데 시간이 제법 걸려 화끈한 화력보다는 따스함만을 계속 뿜어갔다.
이 역시, 노린 거였다.
술은 따뜻한 기운이 돌면 빠르게 올라온다. 묵혀뒀던 것까지 함께.
이는 혈류가 도는 속도 때문인데, 찬 곳에서 마시는 술이 덜 취하는 이유와 같은 이치다.
난 차분히, 방안과 물을 덥히며 고성방의 반응을 살폈다. 따스한 기운이 돌자, 음식을 먹는 것도 잊고는 꾸벅꾸벅 졸아가는 그였다.
‘이제 마지막.’
이거 한 방이면 오늘은 남궁가의 시련이 끝난다. 술자리가 시작되고 딱 반시진이 조금 넘었을 이때.
난 덥힌 물과 구온춘주, 그리고 꿀과 레몬즙을 섞어 한 잔의 술을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더한 건 레몬 한 조각과 계피.
이는 ‘핫토디’란 술을 응용해 기주를 위스키에서 백주로 바꾼 것이다.
“따뜻한 술이니, 이를 드시고 술을 조금 깨시지요.”
그럴 리는 없다. 이걸 마신다고 깰 리가 있나. 이것도 술인걸. 당연하지만, 일반적인 핫토디와 달리 백주를 정량보다 더 때려 박았다. 꿀과 레몬주스야 맛만 내는 정도.
물 역시 덥히는 역할 외에는 희석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적게 넣었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이게 과하게 술만 들었다는 걸 단박에 알아챌지도 모른다.
허나, 고성방은 이미 그런 걸 알아볼 수 없는 단계. 그는 아무런 답도 없이 그저 내가 내민 술을 손으로 받았다.
“흠냐···.”
“쭉, 들이켜시면 됩니다.”
“오냐···. 쩝.”
– 후르르르륵.
따뜻함이 감도는 사발에 얼굴을 박고는 이를 마시는 고성방. 술을 깨기 위해 저도 노력한 걸지도 모른다.
그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겠지만 말이다.
“으음? 으음.”
“더. 더. 더.”
난 조심히 고성방에게 다가가 그의 사발을 천천히 올려줬다. 그대로 쭈욱 들이켜란 의도로.
별다른 말이 나올 정도의 생각은 이미 하지 못하는 그. 그대로 사발이 바닥을 보이려 할 때.
난 조심히 그의 사발을 잡아주던 손을 놓았다.
그러자.
– 쿠웅!
하며 앞에 놓인 식탁에 그대로 머리를 박아버리는 그.
오늘의 술자리가 끝났음을 알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퍼졌다.
***
1. 구온춘주 = 고정공주
– 전 남직예, 현 안휘성의 자랑 바이주 고정공주 입니다.
– 본명은 구온춘주이나 요즘은 고정공주라 부릅니다.
– 조조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지죠. 창천항로였나요. 거기에도 조조 이야기로 나오는 술이 이 녀석입니다만. 역사를 따져보면, 당시에는 황주였을 겁니다.
– 중국의 여러 역사 깊은 백주 중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황주였다가 백주로 바뀌는. 대표적으로 공부가주도 그렇다고 합니다!
– 얘들도 1000년 역사라는데, 중국 백주의 역사가 600년이 안 됩니다..
2. 다이키리
– 너무 유명한 칵테일이죠. 다이키리 입니다.
– 본래는 럼과 라임주스, 설탕으로 만드는 칵테일입니다.
– 헤밍웨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에서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에서.’ 라고 헤밍웨이가 했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 만, 거짓으로 판명되었습니다 ㅎ 하지만, 대박을 친 마케팅이라 봅니다.
– 일본어 같지만, 쿠바의 광산 이름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 맛은 시큼하고 달달하면서 적당한 술의 타격감이 있습니다. 전 좋아합니다!
3. 우롱하이.
– 일본에 가보신 분들은 다들 접해보셨을 겁니다.
– 우롱차에 참 많은 걸 타서들 먹죠. 그 모든 게 맛있고.
– 하이볼이라고 모두 탄산만 있는 건 아니더라구요. 전 처음 마셨을 때, 신선했습니다.
– 카시스가 들어간 카시스 우롱도 추천드립니다. 전 참 좋아합니다.
– 집에서 간단히 만들어 먹기 좋지 않나요. 늘 같은 하이볼이 질리실 때, 추천드립니다!!
4. 핫토디.
– 뜨거운 칵테일하면 늘 언급되는 게 이 핫토디입니다!
– 추운 겨울날 많이 다루는 소재지만, 반대로 여름에도 써봤습니다.
– 뱅쇼 같은 걸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기 좋은 칵테일입니다.
– 전 계피의 향이 꿀과 잘 어울려 은은해서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