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61
***
“이렇게 가시는 건가?”
“곧 다시 뵐 날이 있을 겁니다.”
다사다난했던 남궁세가와의 거래가 끝나고 오늘은 항주로 돌아가는 날.
표사들은 이미 모든 짐을 챙겨 표마차를 남궁가의 앞에 길게 늘여놓았다.
술을 옮겨두고 텅텅 비었던 표마차는 남궁세가에서 전하는 선물로 가득 찬 지금이다.
남궁세가는 모든 과하석황주를 구매했으며, 추가 물량까지 주문한 상태다.
가격은 당연히, 최고가로.
남직예 곳곳에 과하석황주를 보내 판매할 예정이라고 하니, 남궁세가가 직접 이를 판다는 소문이 돌면 다른 성에 판매하기도 훨씬 수월할 거다.
“음. 머지않아 다시 볼 수 있을 걸세. 내 항주에 한 번 들릴 수도 있고, 또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지 않겠나.”
남궁헌과는 생각보다 많이 가까워졌다.
며칠 전 둘이서 잔을 기울이길 오래.
두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대화를 나눴고, 어느새 내게 향하는 그의 말까지 가벼워졌다.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신분이나 배분도 나보다 앞서고, 또 나이도 많지 않나.
이게 더욱 편하고 챙김을 받는 느낌이 들어, 오히려 만족하는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항주에 꼭 들러주십시오. 석호루에서 제가 최고의 잔으로 대접하겠습니다.”
“암. 당연히 가야지. 누가 있는 곳인데. 허허허. 그때는 고 대인을 보낼 때 썼던 술을 차분히 다시 마셔보세.”
“예. 가주님. 그때는 조금 약한 술로.”
“허허허! 그러세, 그래!”
“가보겠습니다.”
거둔 성과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돌아가 이를 보고해야 할 때. 아쉽지만 남궁헌에게 작별을 고하고는 표사들 주변으로 돌아갔다.
이번 표행을 지휘했던 장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날 반겼다. 옆에는 큰 도움을 준 최립도 함께.
장호는 내가 돌아온 걸 확인한 후에야 뒤를 돌아 크게 소리쳤다.
“다들 깃발을 올리거라! 항주로 돌아간다!”
대석표국의 깃발 뒤로 남궁세가의 인물들이 모두 나와 우릴 배웅하고 있다.
들어올 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지금.
대석표국의 표행단은 당당히 남궁의 배웅을 받으며 항주를 향해 돌아갔다.
***
“아주 성공적인 거래였습니다. 대석당에 들기 전, 제가 확인한 바로는 그랬습니다.”
남직예에서 성공적인 거래를 마치고 돌아온 항주.
난 당연한 수순으로 대석당에 들러, 남직예에서 있었던 일을 차분히 보고했다.
제일 처음 보고를 받은 건 구동해였다. 그에게는 말보다 빠른 서신을 건넨 것.
건넨 서신에는 남궁세가와 나눈 자잘한 거래 내역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 이걸 믿으란 건가?
문득, 처음 서신을 건넸을 때 구동해가 물어왔던 말이 떠올랐다.
구동해는 파격적으로 석가장에 유리한 조건을 보고는 서신이 조작된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까지 할 정도였다.
함께 떠났던 행수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하는 걸 들은 후에야 그는 이를 믿었다.
“이 공자가 이번에도 해냈군. 이 공자. 정말이지 고생이 많았네. 힘들진 않았는가? 표행이란 게 생각보다 고단했을 터인데···.”
“아닙니다, 장주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허허허. 해야 할 일만 했다기에는 조건이 너무 좋습니다, 장주. 이번에도 무언가 사연이 있는 모양입니다.”
남궁세가에서 있었던 일이야 다른 행수들은 자세히 알지 못했다. 무언가 있다는 것, 그 정도만 알고 있던 그들.
구동해는 다녀온 행수들에게 무언갈 들었는지, 대석당에서 은근한 눈빛을 보내며 썰을 풀어보란 신호를 보냈다.
같은 내용을 담은 서신을 싹 검토한 석가장의 중진들이 하나같이 같은 표정이다.
파격적인 조건을 보니, 무언가 있었음을 다들 직감하는 거다. 뭐, 술이라도 타서 꼬셨다고 보는 건가.
눈에는 은근한 기대들이 가득했다.
“별다른 일은 아니고···.”
그런 그들에게 차분히 지난날 남궁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줬다. 표행길 막바지에 통정사 관원들을 본 것부터 고성방을 만나 그에게 술을 대접한 것까지.
석가장의 가신들은 놀라지 않는 이야기가 없었다.
특히나 고성방에게 강한 술을 먹여 그를 뻗게 했다는 말에는 다들 통쾌해하면서도 아찔한 표정을 지어갔다.
이제야, 남궁가와의 거래 조건이 왜 이렇게 파격적인지를 모두 알 수 있게 된 석가장의 가신들이다.
“고성방이라면, 제법 이름난 행패꾼이 아니오?”
“그러니 말입니다. 허허. 그가 이번에는 이 공자에게 된통 당했습니다, 그려.”
“아, 내 그치가 언제고 한 번은 엿을 먹을 줄 알았소. 아. 엿이 아니라 술인가?”
“하하하하하! 술이지요! 엿처럼 달콤한 술!”
가신들은 들려온 이야기를 이리저리 씹고 뜯으며 크게 웃었다. 관원이야 언제나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
그중에서도 행패꾼으로 이름난 고성방은 뒤에서 씹고 뜯기 딱 좋은 이였다.
“정말이지, 이 공자는 술로 많은 걸 해내는군.”
“간단한 재주였습니다. 장주님.”
“그 재주가, 또 내게는 막대한 재물을 가져왔고.”
“제가 받은 게 많으니, 당연히 가져와야지요.”
“흐음.”
석두원은 웃고 떠드는 가신들을 멀리서 흐뭇하게 지켜보던 중 내게 말을 건네왔다.
오가는 말은 매번 일을 하나 끝내면 나오는 그런 말들. 석두원은 형식적으로 뱉은 내 말을 곱씹더니.
“이번에는, 그래도 자네에게 내 무언갈 더 줘야 속이 편할 거 같네만. 술도 자네가 만들었고, 파는 것도 8할을 자네가 해내지 않았나? 어떤가? 원하는 게 있는가?”
하고는 내게 보상으로 받고 싶은 게 있는지를 물어왔다. 반가운 말이다.
마침, 받고 싶은 게 있기도 했고.
“장주님. 그렇다면, 작은 청이 하나 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고. 무엇인가? 무엇이든 말해보게.”
석두원은 원하는 게 있다는 발에 기뻐하며 몸을 앞으로 쭈욱 내밀었다.
한 번도 이런 말을 전한 적이 없었기에, 더욱 기뻐하는 그였다.
“이번에 벌어온 수익 중 일부를 양조장에 재투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뭐, 뭐라···?”
“양조장 시설도 조금 추가하고, 여러 술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석호루도 새로운 술을 추가할 때가 된 듯하고요.”
“허어.”
그런 그에게 들려준 말은 이번 거래로 생긴 이문 중 일부를 양조장으로 돌려달라는 말.
투자도 판매도 소유도 석가장이 하고 있다. 이번에 들었던 표행비며 기타 모든 재료가 석가장의 것이었던 상황.
당연히 거래로 벌어들인 돈도 석가장이 관리한다. 난 이를 양조장에 조금 더 돌려줄 걸 청했다.
“그건, 자네의 청이 아니라 양조장이나 석호루의 청이 아닌가?”
“허나, 제가 원하는 건 이것입니다.”
“그 이문을 자네에게 직접 나눠줄 수도 있네만?”
“전 받는 월봉이면 충분합니다. 적게 주시지도 않지 않습니까?”
“거, 사람 소박하기는.”
“양조장에서 받아갈 돈은, 소박하지 않을 겁니다.”
받는 돈이라면 충분히 넘쳐난다. 석가장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이리저리 받는 게 많지 않나.
그뿐이 아니다. 월봉은 석호루와 양조장 두 곳에서 들어오니, 적어도 여기 앉은 다른 행수들보다는 삯이 많은 게 내 현실이었다.
‘소하상가랑 남궁에서 받은···’
선물도 아직 다 팔지 못해 쌓인 현물까지 합치면 재산이 제법 된다.
재물에 대한 욕심이야 크게 가지고 있진 않다. 아예 없는 건 아니고, 작게. 작게 있을 뿐이다.
“염 행수.”
“예. 장주.”
석두원은 표정을 뒤틀며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전장을 담당하는 행수, 염항을 불렀다.
그리고는.
“이번 거래에서 원래 예상했던 이문을 빼고 나머지 이문을 모두 양조장과 석호루 쪽으로 돌리게나. 둘 모두 이제 이 공자가 관리하니, 어디서든 찾아갈 수 있게 해두고.”
!
제법 파격적인 보상안을 지급할 걸 그에게 명했다. 대석당에서 함께 하하호호 웃고 떠들던 가신의 표정이 일시에 굳었다. 너무도 파격적인 말에, 굳은 건 내 표정도 마찬가지였다.
“예?”
“뭐, 그 정도야 할 수 있지 않나?”
“허나, 장주님···. 당초 예상했던 이문의 두 배, 아니 세 배가 넘습니다···!”
“아아. 됐네. 이건 상의하자고 꺼낸 말이 아니니. 그간 이 공자가 벌어다 준 돈이 얼마인가? 이 정도는 석모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있음이야.”
한 번 더 생각해보라며 나오는 가신들의 반응에도 석두원은 단호했다.
나야 놀랐지만 감사할 뿐이다. 양조장에 돈이 많다면야, 시도할 수 있는 게 늘어나지 않겠나.
조금은 수익과 상관없는 부분도 실험해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명을 따르겠나이다. 며칠 내로 전표를 정리해 양조장으로 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주님. 곧, 석호루에 재미난 술이 추가될 겁니다. 그때, 제가 따로 한 번 모시겠습니다.”
석두원이 결심하면, 이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곳에 모여든 모든 게 그의 것.
양조장은 반년 치의 예산이 넘는 돈을 예비비로 받아가게 되었다.
“허허. 그때까지 기다리란 말인가? 이거, 선심 쓴 사람이 섭섭한 말인데. 허면, 어떤가? 오늘은 직접 타진 않더라도 함께 한잔하는 게?”
석두원은 간단히 일을 정리하고는 늘 그렇듯, 정해진 수순으로 나아갔다.
석가장의 회의가 끝나면, 그 끝은 항상 술자리.
“좋은 술을 주신다면, 거절할 수는 없지요.”
나로서는 피할 이유가 없는 자리다.
내가 긍정적인 답을 하자, 은근히 침을 삼켜가며 기다리던 가신들의 표정이 밝게 펴졌다.
저들은 알고 있다. 내가 일을 하나 끝내고 돌아왔을 때.
석두원이 내놓는 술이 절대 저렴한 술이 아니란 걸 말이다.
“잘 묵힌 검남춘을 가져 오거라! 20년 이상 묵힌 놈으로!”
역시나.
석두원은 가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셨군요. 이 공자.”
“오랜만입니다, 이 공자님.”
석가장에서 거나한 귀환 파티를 끝낸 다음 날.
난 여느 날처럼 양조장에 들러 간단한 일을 보고는 곧장 석호루로 향했다.
항주에서 남궁세가까지 다녀온 시간과 거기 머문 시간을 합치면 약 한 달에 가깝지 않나.
이렇게 긴 시간 자리를 비웠을 때 걱정이 앞서는 건 늘 같은 하루를 보내는 양조장보다는 석호루였다.
“잘들 지내셨지요? 철 대협. 무탈하시고요?”
“물론입니다. 저야, 몸뚱이 하나 믿고 사는 놈이 아닙니까?”
“역시, 든든합니다. 홍 부장도 잘 지내셨지요?”
“그럼요. 이 공자님. 저도 멀쩡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저마다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함께 일하는 이들을 봤으면 이제 확인해야 할 건 석호루의 상태.
안을 살짝 둘러보니, 딱히 외관으로 변한 건 없다. 그래, 한 달이란 시간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니니까.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습니까?”
“예. 큰일은 없었습니다. 늘 같은 하루였지요.”
“소란도 없었구요?”
“뭐, 몇몇 무림인이 이 공자를 찾긴 했으나, 다들 같은 이유였습니다.”
“오기조원주 입니까?”
“늘 그렇지요. 저희가 적당히 타서 먹이고 보냈습니다. 아, 물론. 오기조원을 이룬 이는 없습니다요.”
전해지는 건 별다른 큰일은 없었다는 말이다. 자영업자들의 입장에 이보다 더한 희소식은 없다.
“음. 판매 실적은 어떻습니까?”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전처럼 엄청난 판매량은 아닙니다. 아마, 이 공자께서 부재하셔서 그런 건 아닐지···.”
“음. 그럴 수도 있지요. 다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허면?”
“이제는 오기조원주에 대한 관심도 조금은 떨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자연스레 이것저것을 물어가며 한달 간 변화를 살폈다. 판매량이야 부진하진 않다지만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
어쩔 수 없긴 하다. 하나의 사건으로 뜬 상품은 곧 그 사건이 잊히면, 서서히 함께 잊혀지는 법이니까.
그래도 오기조원주 정도면, 제법 잘 버티는 중이다.
“무언가, 새로운 술이 필요하겠군요.”
이럴 때는 관심을 환기할 새로운 메뉴가 필요하다. 뭐랄까. 석호루가 원히트원더가 되어서는 안 될 게 아닌가.
꾸준히 신박한 메뉴를 내며 중인들의 머리에 저곳에 가면 새로운 술을 마실 수 있다.
롱런을 위해서는 그런 인식을 심을 수 있어야 한다. 흔히들 말하는, 기대감 말이다.
“남직예에 가져가셨던 그 술은 어떨지요?”
“음. 과하석황주 말씀이시군요. 나쁘지 않은 의견입니다. 다만, 그 술은 성을 넘었을 때야 의미를 가지는 술. 항주에서는 크게 호응을 얻진 못할 겁니다.”
“쉽지 않군요···. 새로운 술이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침, 제가 생각하는 새로운 술이 하나 있으니. 주임 점소이들도 쉽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역시, 이 공자님이십니다! 하하!”
석호루의 일을 제일처럼 고민하는 홍악에게 걱정하지 말란 말을 전했다.
메뉴야 내가 고민할 문제다. 일에 열중해 주는 건 고맙지만, 이들의 머리로는 한계가 있을 터.
남직예에서 돌아오며 이는 이미 고민했던 주제였다.
고민의 결과라면 이미 나온 상태였고. 난 새롭게 석호루에 추가할 신메뉴를 정해두었다.
‘다만···’
이전처럼.
진효풍 때처럼.
누군가 크게 이 술을 알려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게 조금은 고민이다.
적당한 무림인 하나 잡아 마케팅 모델로 쓰면 딱인데. 남궁헌이라도 불러볼까.
이제 남은 고민은 그것뿐.
‘뭐···.’
차차 술을 팔다 보면, 하나 정도는 걸리겠지. 그래,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술이 맛있어야 한다는 거니까.
“내일은 모든 점소이가 출근하라고 전해주십시오. 새롭게 주임도 뽑고, 또 새 술도 가르쳐 드릴 겁니다.”
지금은 그 술을 더 맛있게 만들 점소이를 교육하는 것부터 다시 집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