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83
***
“자네, 그 이야기 들었나?”
“무슨?”
“며칠 전 성도의 상인들이 연합해서 용화산에 올랐다네.”
“용화산? 거기 왜? 뭐가 있다고?”
“에잉. 이런 답답한 이를 봤나! 그게 있지 않나! 그게!”
“아. 그러니까, 그게 뭐!?”
“후아주!”
성도가 가까워지긴 한 모양이다. 소문이란 진원지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욱 자주 들려오는 법.
성도가 가까워지자, 앉은 객잔이며 주루며 다루며. 온 곳에서 익숙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중인들의 입을 채우는 이야기는 후아주 이야기. 원숭이가 만들었다는 그 술 이야기로, 성내는 떠들썩했다.
“난리들이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더 재밌고.”
“그러니까요.”
진효풍과 난 산에서 내려와 오랜만에 즐기는 도시 라이프를 마음껏 누리는 중이다.
과하석황주는 없다. 아직 판로가 여기까지 닿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 사천의 특산물을 맛볼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사천의 자랑이라 불리는 검남춘을 홀짝이며 그와 귀를 쫑긋 세웠다.
“후아주가 왜?”
“아, 글쎄! 후아주를 만드는 그 원숭이를 잡으러 산에 올랐다지 뭔가! 작당하고는!”
들려오는 말은 사천의 몇 단체에서 후아주를 만드는 원숭이를 잡으러 산에 올랐다는 이야기.
난 그 이야기를 듣고는 가볍게 훗! 하고 코웃음을 쳤다. 그걸 진짜로 믿는 이들이 있는 걸까.
그런 반응이 나오니.
“어찌 그러는가?”
진효풍은 제법 진중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원숭이를 진짜 잡으려 했다는 말이 웃기지 않습니까?”
“응? 어찌하여?”
“예? 그야···, 원숭이가 없을 테니까요.”
“엥?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어라.
이건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
난 되려 고개를 갸웃하며 진효풍을 바라봤다. 정말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진효풍의 표정.
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아. 이 사람.
믿고 있었구나. 하고.
왜인지 어린 조카에게 산타가 없다는 말을 전하는 삼촌의 심정이 된 것만 같았다.
“그···. 조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진 대협.”
“응? 왜 그러나?”
“술을 만드는 원숭이는 아마 없을 겁니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제가 아는 바로는 그렇습니다. 그게 상식적으로도 옳은 생각이지 않겠습니까?”
“아니···, 그게 꼭 그렇지는 않지 않나···. 원숭이가 과일도 좋아하고.”
“아주 우연까지 가야 술을 빚을 수 있을 겁니다. 일반적인 원숭이는 불가능하지요.”
“어찌 그리 단언하는가?”
생각보다 술을 빚는 원숭이에 대한 진효풍의 믿음이 깊었다. 원시천존을 그렇게나 믿어보지.
뭐, 어쩔 수 없긴 하다. 이 시대 사람들의 상식은 내가 있던 곳과는 다르니까.
들려온 말도 그렇지 않았나. 원숭이를 잡겠다며 산을 오른 이들이 있단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촌극이다. 아니면, 그보다 더 잔인한 민낯일 수도 있고.
“술을 배워보면 압니다. 원숭이가 ‘우연히’ 과일을 모아두고 ‘우연히’ 조건이 맞아 ‘우연히’ 그게 술이 되었다고 해도. 그건 후아주는 아닐 겁니다.”
“그게 후아주가 아니라니? 원숭이가 빚었거늘!”
“후아주는 맛이 있다지 않습니까?”
“헌데?”
“동물들이 우연히 모아 만든 술은 그렇게 맛있을 수는 없습니다. 양조란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해온 것들입니다. 그걸 원숭이가 손쉽게 해낼 수 있을 리는 없지요. 우연히 해낸다고 해도. 맛이 있을 수도 없구요.”
그래. 뭐, 사람이 하늘을 날고 손에서 얼음이 얼려지는 시대니 나도 조금은 의심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일말의 의심이었을 뿐. 처음 후아주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내 생각이 향한 건.
‘누군가···.’
원숭이 흉내를 내며 술을 뿌려대고 있다는 게 더 확실한 결론이었다.
자연에서 빚은 술은 인간이 양조 기술을 써가며 빚은 술에 감히 비교할 수 없다.
물의 양도 조절해야 하고 발효의 정도도 조절해야 한다.
특히나 과일을 발효시켜 만드는 과실주?
이건,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한 양조학의 총 집합체라 불러야 하는 분야다.
그걸 원숭이가 해냈다면 그때부터는 그 아이를 원숭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모든 걸 떠나서.
“더구나, 원숭이가 자연적으로 빚은 거라면 흔히 말하는 술이라 부를 정도는 아닐 겁니다. 아주 약한 술. 미주(微酒)라 불러야 할 정도겠지요. 황주의 삼분의 일 정도. 아마 그게 전부일 겁니다.”
자연에서 자연스레 발효된 술은 일정한 도수를 넘기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양조학이 빛을 발한 게 바로 이 부분. 자연 발효를 넘어 재료를 더하고 뺌으로써 도수를 끌어 올린 게 양조학이다.
만약, 정말 원숭이가 만든 술이 있다면. 그건 아주 밍밍한 맛일 거란 게 내 예상이었다.
내가 후아주가 사람이 만든 술이라 여긴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이 부분이다.
계량된 황주를 넘어 백주까지 맛을 본 중원인들이 ‘술’이란 이름을 후아주에 내려줬다는 것.
이는, 적어도 10도는 넘는 술이 이들의 목을 탔다는 증거일 것이다.
현대에서도 코끼리가 우연히 밟아 만들었다는 마룰라 술이나 원숭이가 빚었다고 주장되는 술이 발견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측정되었던 도수는 모두 3도 미만. 삼국지 시대나 로마 시대면 몰라도.
이건, 지금의 중원에서는 술이라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다.
“허어. 그렇단 말인가···.”
“예. 아쉽지만, 그렇지요.”
“허면, 후아주는?”
“아마, 사람이 담근 술일 겁니다.”
“그걸, 누가 원숭이인 척하며 팔고 있는 거고?”
“그렇겠지요. 아무래도 풍문이 붙은 쪽이 더 잘 팔릴 테니까요.”
“그럼, 원숭이 사냥은···?”
“생각하시는 게 아닐 거라. 그렇게 믿어봐야지요.”
“흠. 그들도 나처럼 원숭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으니.”
나오는 이야기가 조금 무거워졌다. 우리 둘은 제법 진중한 얼굴을 하고는 이야기가 들려오던 곳을 바라봤다.
이미 자리를 떠난 이야기꾼들.
“더···알아봐야 할 것 같네만.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 역시 후아주라는 술에는 관심이 깊습니다. 물론, 술보다는 그 술을 만든 쪽에요.”
“허면, 조사를 해봐야겠군.”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낯선 땅에서 정보를 구하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 번쯤은 알아볼 가치가 있는 일.
난 목에 걸린 작은 목패를 만지작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객잔에서 일어나 곧장 제일 허름해 보이는 판자촌을 찾았다.
이런 곳에는 당연히 있을 게 거지란 이들.
진효풍을 보고는 잔뜩 경계하는 눈빛을 보낸 이들이지만, 내가 건넨 쪽박으로 만든 목패를 보고 다들 인사를 건네왔다.
이건 개방의 후계자이자, 칠결개인 천수식개 홍구의 상징물.
술 몇 잔에 받은 거긴 하지만, 요긴하게 쓰인다.
“분타주, 육결개 칠봉이라 합니다. 화산괴, 아니. 검협과 이 공자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명성이랄 것까지 있겠습니까. 부끄러운 허명일 뿐입니다.”
“겸손까지. 과연, 식개께서 친구라 칭하실 분입니다.”
뭐, 말이 조금 잘못 전달되어있는 거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정보를 얻기는 수월할 것 같다.
난 그에게 후아주와 원숭이 사냥에 대해 말을 물어갔다.
사천이고 또 성도의 바로 옆 도시이니, 홍구에게 들은 것보단 더 자세한 설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원숭이 사냥은 실패했습니다.”
“역시 그렇습니까? 혹, 그 원숭이는···?”
“사람이었냐. 그 말씀이시지요?”
“예. 그렇습니다.”
“알 수 없다는 게 현재 개방의 결론입니다.”
“어찌?”
“정보가 부족하기에 결론을 내릴 수 없습니다. 다만, 들려온 말에 의하면, 원숭이 사냥을 나갔던 이들이 목격한 게 있다고는 합니다.”
“무엇이오, 그게?”
진효풍은 뒤에서 말을 듣던 중 참지 못하고 앞으로 치고 나온다.
개방이야 정보를 잘 모아주는 곳이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모인(毛人)을 봤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인이요?”
“흠. 원숭이가 아니라, 모인?”
“모인이 무엇인지요, 진 대협?”
“원숭이처럼 털로 덮인 영물을 말하네. 크기는 사람과 같지만, 생김새는 다르다지. 행동은 사람과 원숭이를 반반 섞은 듯하고.”
“······.”
침팬지나 오랑우탄일까. 고릴라는 아니겠지.
아니, 어쩌면 정말 영물? 확실한 정보를 알려고 왔더니, 혼란이 가중되는 중이다.
“우선, 산을 올랐던 이들은 원숭이와 모인, 반반의 가능성을 가지고 산을 올랐다고 합니다. 핑계일 수 있지만, 모인이나 원숭이라 믿은 게 사실일 겁니다. 사천이야 산세가 깊은 곳이 아닙니까? 영물이 있어도 이상한 곳은 아니지요.”
“사람이었으면? 그랬다면, 어쩌려고 그랬다오?”
“그들의 생각이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전부터 모인이 용화산에 살고 있다는 말은 성도에는 간간이 들려오고 있긴 했습니다.”
“그래서 그 풍문을 믿고 산을 올랐다? 허. 모인인들, 제 놈들 손에 잡힐까!”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후아주가 유명해진 덕분에 성도 각지에서 온갖 밀주가 판을 치는 형국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모인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들은 그야말로 금줄을 잡는 게 아니겠습니까?”
“허. 그래도 그렇지!”
“그들이 어떻게 산을 탔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겠습니까?”
검색도 자주 하다 보면 도가 트게 된다. 개방과 대화를 오래 나누다 보니 어떤 걸 물어야 할지는 도가 튼 지금.
판단이 들어가지 않은 부분을 찾아 난 칠봉에게 말을 더 물어갔다.
“본디 후아주라 불리는 술은 몇 달 전부터 이레에 한 번 동이 틀 무렵 용화산에서 남들이 없을 때만 은밀히 돈이 든 술독에만 가득 채워졌다고 합니다. 이번 원숭이 사냥 역시 그때를 노린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노리는 이가 없었습니까?”
“귀신같이 알아채고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이를 역으로 이용해 멀리서 잡으려 했다고 합니다”
“실패했지만.”
“예. 다만, 모인의 실체를 본 것도 하나의 성과이긴 합니다. 추격조 중에 몇 사람이 나무를 빠르게 타고 숲으로 도망치는 모인을 목격했습니다. 검붉은 털이 온몸을 가득 덮고 신비한 안광을 지닌 모인이었답니다. 몇 명은 그에게 상처까지 입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날카로운 손톱에 당한 상처를 본 이가 있습니다.”
“추격조는 무공을 익힌 이들이었습니까?”
“예. 한둘은 일류 무사로 제법 칼 밥을 먹은 자들이었습니다.”
무공을 익힌 이들에게서 나무를 타고 도망을 치고 상처까지 입혔다고 한다.
과연 전설 속에나 나오는 그 모인이 맞는 걸까. 물론, 다른 의심 역시 강하게 들긴 한다.
여긴 나무를 자유자재로 타고, 또 손톱으로 날카로운 상처를 입힐 수 있는 기술이 있는 시대니까.
그래도 모인이란 말이 나올 정도면, 무언가 다른 점도 있다는 뜻일 거다.
“개방은 어떻게 보십니까? 결론이 아니어도, 의심 정도는 있으시지 않겠습니까?”
“모인. 딱 거기까지가 개방의 결론입니다. 개방은 후아주를 구할 수도 없으니, 더욱 답을 내리긴 힘들지요.”
“역시, 후아주가 구하기 힘든 겁니까?”
“일정한 개수의 은전이 들어있지 않다면, 모인이 술을 채우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마저 어느 술독에 담을지는 제 마음대로라지요.”
“···사람이군. 돈이라니. 사람일 수밖에.”
“모인이 반짝거리는 걸 좋아한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그저, 전설일 뿐이지만요. 또한, 그렇게 구한 후아주는 몇 배의 값을 더 받고 파는 실정입니다. 지금은 돈 제법 있는 이들이 아니고는 구하기 힘든 술입니다.”
“사람이···아닌가?”
“개방은 확실하지 않으면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개방에서 무언가 확답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머리가 더욱 복잡해진다.
원숭이에서 모인으로 바뀌었을 뿐이지 않나. 알면 알수록 복잡한 중원의 이야기들.
난 슬쩍 품에 챙긴 전낭과 전표를 쓰다듬으며 후아주를 떠올려봤다.
마셔볼 수만 있다면, 확답을 내가 내릴 수 있을 텐데. 다른 건 몰라도 술이라면, 사람의 손길을 탄 걸 내가 모를 수가 없지 않나.
모인이든 원숭이든 사람과는 다른 생물일 거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후아주란 걸 마셔보면 알 수 있다는 것.
챙긴 돈이 적지는 않지만, 이게 그 비싸다는 후아주를 사고 남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게 내가 품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칠봉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 챙긴 돈이 넉넉할까 고민하던 중이었습니다.”
“아뇨. 그마저 이상해서 여쭙니다. 당문으로 향하던 중이 아니셨던지요?”
“맞습니다만. 그래도, 큰 돈을 빌리기에는···.”
껄끄럽지 않나.
그런 말을 전하자, 재밌다는 듯 옅게 웃고는 칠봉이 입을 열었다.
“후아주는 돈 제법 있는 이들만 누리는 술이지요. 또한, 사천에서 제일 돈이 많은 가문은, 당연히 당문입니다. 당문의 차녀께서, 귀한 손님이 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후아주를 구해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