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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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예사 술이 아니긴 아닌 모양이군.”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이 공자는 처음부터 술을 만든 쪽에 관심이 있었던 거죠?”
후아주를 빚은 사람을 직접 만나야겠다. 그런 말을 전하자 세 사람은 각각의 반응을 보여줬다.
산머루로 만든 후아주의 맛을 보고 난 후라 모두 이런 반응일 터.
그 술은 일반인인 이들이 마시기에도 관심을 가지기에 모자람이 없는 명주였기 때문일 거다.
“처음에는 그저 잘 만든 밀주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마시기 전까지는요.”
“헌데, 마셔보니 예사롭지가 않다?”
“꼭 만나야 할 정도로요?”
“홍주(紅酒)에 한해서는, 저보다 한 수, 어쩌면 몇 수 위의 장인이라 여겨집니다.”
!
“그, 그렇게까지요?”
“허. 자네가 술 앞에서 이렇게 겸손을 떨다니. 허허. 이게 명주는 명주인 모양이군.”
“황실에서 인정한 장인보다 앞서는 모인이라. 이거, 영물 이 맞군! 하하하!”
겸손이 과할 거 같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말이다. 후아주를 마시며 끝에서 느껴지는 잔잔한 맛이 선명했으니까.
이건 많은 걸 말해주는 요소였다. 술에서 통일성이 사라지고 침범하는 영역이라면 딱 떠오르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블렌딩.’
바로, 블렌딩을 했다는 것.
익은 정도와 숙성 기간, 또 당도 등을 봐가며 산머루로 담근 여러 술을 맛봐가며 하나의 예술품을 만든 거다.
일전에 대석양조장의 백주를 짬처리하며 내가 선보였던 기술 역시 이런 블렌딩.
다만, 이건 아직 중원에서는 널리 퍼져있지 않은 기술인 건 분명했다.
‘중원은···’
무언가를 섞는 걸 극도로 혐오하는 편이다.
백주를 만들어도, 황주를 만들어도. 이들은 그저 한 단지에서 나온 술은 한 병에 담기만 한다.
이 역시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맛을 찾거나 안정적인 맛을 찾을 때는 불편함이 있는 요소가 되곤 했다.
블렌딩이란 기준을 찾아가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중원에서 같은 이름을 달고 있는 술을 마셔도 맛이 다른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물론, 블렌딩된 중원의 술보다 그저 평범한 중원의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이는 기술 발달의 고저(高低)가 아닌 취향과 문화의 차이.
그럼에도, 저 모인을 나보다 홍주에서 앞서는 장인이라 칭한 건 홍주가 와인에 해당하는 술이기 때문이다.
와인은 다른 술에 비해 다루는 기술이 훨씬 중요하다. 나 역시 이쪽은 전공이 아닌 법.
바텐더와 소믈리에, 또 증류자와 양조자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지 않나.
물론, 홍주가 아닌 다른 술이라면.
‘내가···.’
앞서겠지만.
그건, 조금 치사한 비교일 것이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후아주를 만든 모인은 사람이 확실하고, 심지어 블렌딩까지 가능한 양조 장인이란 게 결론이다.
“만나서는요? 만나서는 어떻게 하시려구요? 혹, 무공 대결처럼 양조 대결?”
“설마요. 그저 한번 보고 싶을 뿐입니다.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 산에 숨어서 모인이란 소리를 듣고 사는지. 또, 왜 밀주로 돈을 버는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흠. 밀주야 큰돈이 되긴 하겠지만, 후아주는 그런 밀주치고는 규모가 너무 작은 편이네. 자네의 말처럼 양조장을 세우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아니면, 원숭이 술이란 이름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야 더 잘 팔리니까?”
“그건 아닐 겁니다. 이 술이라면, 그런 소문이 없어도 대량으로 만들어 대량으로 유통하는 게 더 이문이 클 겁니다. 술을 이 정도로 빚을 수 있는 이가 그걸 모르진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렇겠지요. 또한, 술이 갑작스레 나온 것도 조금 의심스럽습니다. 모인 전설은 몇 년 전부터 있었는데, 술은 이제야 나왔다? 제 생각에는 그에게도 무언가 사연이 있을 겁니다.”
“와. 술 하나로 거기까지? 복잡하네요!”
“흠. 그래도 그게 전부는 아닐 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을 굳혀가고 있으니, 앉은 이들은 모인을 찾아서 무엇을 할 건지를 물어온다.
그저 정체가 궁금해 만나고 싶어 할 때와는 다르다. 이제는 정체도 어렴풋이 추측되니까.
반대로, 정체를 알면서도 그를 만나려 한다는 말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진효풍은 이를 놓치지 않고 은근하게 표정을 바꾸며 말을 물어왔다.
이럴 때만 또 눈치가 빠른 그다.
“당연히 다른 목적도 있습니다. 상황이 여의키만 하다면 그를 항주로 데려갈 생각입니다.”
!
결국, 난 자백하듯 그를 찾는 이유를 이들에게 들려주고 말았다.
예상했다는 진효풍과 달리 조금은 놀라는 두 사람. 그 정도로 후아주가 맛있냐는 표정이 이들의 얼굴에 걸렸다.
“물론, 후아주 맛도 있지만, 이 정도 기술이라면 다른 술도 빚을 수 있을 겁니다. 밀주를 만들며 살아가기에는 아까운 기술로 보입니다.”
당연히 후아주 하나만 보고 그를 찾는 건 아니다. 내게도 그리는 그림은 늘 있으니까.
증류소가 새롭게 올라가고 있는 지금. 난 어떤 술을 만들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어쩌면, 이게 새로운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강제로는 아니죠? 원숭이 사냥처럼?”
“그럼요. 그의 의사를 물어야지요. 거절한다면, 강제하지 않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높은 보수와 엄청난 복지로 유혹할 뿐입니다.”
“흠, 그럼 이제 어떻게 찾냐가 문제인데···.”
당소정은 간단히 나온 내 고민에 함께 턱을 잡아가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와달란 말은 아직 하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먼저 나서며 도와줄 의사를 명백히 보이고 있다.
“성도와 용화산은 초행길입니다. 감히, 도움을 청합니다.”
“모인이라. 암. 자네가 강제로 그를 헤치거나 하는 것만 아니라면 당문은 자네를 돕겠네. 손님의 어려움을 돕는 게 주인의 도리. 또한, 성도 바로 아래에 있는 산에 정체도 모르는 이를 두는 것도 좋지는 않지. 이참에 누군지는 내 파악을 하고 싶음이야. 가무(家務)가 쌓여 직접은 힘들지만, 내 무사들을 내어주겠네.”
“감사합니다. 가주님.”
“저도! 저도 도울게요! 용화산은 저도 몇 번이나 올라서 잘 아는걸요! 진 아저씨! 아저씨도 도울 거죠?”
“응? 내가? 왜? 원숭이도 아니라며?”
“치사하게 나올래요?”
“뭐. 잡으면, 후아주를 조금 준다거나, 그런 조건이면 내 움직여볼 생각도···.”
“당연히 드려야지요. 어쩌면, 항주에서 후아주를 계속 드실 수도 있습니다.”
“가세! 내 용화산을 싹 다 뒤져서라도 찾아주겠네!”
연달아 당천악과 진효풍마저 도움을 약속했다. 이 정도 정예라면, 찾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터.
그렇게 밤이 지나고 다음 날이 되자. 당문과 우리는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찾아라! 구석구석 살피고!”
당문에서 보내준 무사대의 조장이 목청을 높이며 수하들을 통솔했다.
허리에도 손에도 아무런 병장기를 들지 않고 용화산을 오르는 수십의 무인들.
모인이 칼 찬 무인을 보면 멀리 도망칠 수도 있기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무기는 없지만 저마다 다리에는 일신의 경공술을 지니고 있다.
산을 타는 이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흠. 쉽지 않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보게 들. 내 정상부터 훑고 내려오겠네. 다들 둘러보고 있게나!”
“진 아저씨! 동굴 같은 곳도 살펴요! 꼭요!”
“암! 걱정하지 말게나!”
그들과 함께 당소정, 진효풍, 그리고 나 역시 용화산을 오르고 있다.
진효풍은 남들과 다른 보법으로 하늘을 날 듯 뛰며 산을 오르고 있다.
이게 벌써 이틀째. 하지만, 모인은커녕 모인의 털 한 자락도 보이지 않는 지금이다.
“후아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때, 원숭이 사냥 이후로는 자취를 감춰버렸어요. 아주 조심스러운 거 같아요. 항아리에 돈을 채워도 나타나지 않는다네요. 완전히 잠적한 건 아닐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잠적하려면, 저쪽이 먼저 숨는 그림이 되어야겠지요. 다만, 지금은 원하지 않는 은거이니 곧 나오게 될 겁니다.”
“그때를 노려야겠네요.”
주변에는 저마다 모인을 잡아보겠다고 산을 오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다만, 녹색 무복을 입은 이들이 산을 오가자 하나 둘 발걸음이 끊긴 그들.
당문의 위엄이 이런 것이다. 최대한 조용히 산을 오르지만, 그 자체만으로 중인들은 이곳을 피하고 있다.
“후. 후. 아. 자네들. 뭐 좀 찾았나?”
몇 시진이 흐르고 난 후, 산에서 진효풍이 내려왔다. 딱히 소득은 없어 보이는 모습.
그는 호리병으로 목을 축이고는 우리에게 말을 물었다.
“아뇨. 전혀 보이지가 않아요.”
“용화산이 생각보다 깊네. 구석구석 펼쳐진 곳도 많고.”
“사천의 모든 산이 그렇죠.”
“작정하고 숨으면, 찾을 수 없음이야.”
“역시, 쉽지 않군요.”
산세가 전부 이어진 사천의 산자락은 과연 그 험준함이 장난이 아니었다.
높다는 화산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진효풍마저 목을 축여야 할 지경.
이렇게 대놓고 수색하는 것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는 답이 없겠군. 불러내는 게 빠르겠어.”
“모인을 무슨 수로요?”
“아,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닙니다. 진 대협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응?”
“불러내는 게 빠를 거 같다는 말. 그게 어쩌면 나을지도 모릅니다.”
오가던 말 중 들려온 진효풍의 말이 일리가 있어 보였다. 그래, 찾으러 가서 만날 수 없다면 불러내면 될 일.
난 그쪽에 초점을 두고 일을 진행해 보려 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또 추측한 정황이 맞다면.
모인을 불러낼 방법은 하나가 있을 게 분명했다.
“가능···하겠나?”
“떠오르는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다만, 시간은 조금 걸리는 일이라.”
“흠. 뭔데요?”
“당 소저.”
“네. 말해요.”
“혹, 산머루를 조금 구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
“네?”
“자네, 설마?”
산머루가 후아주의 재료임은 이미 이들에게도 알려줬다. 그러니 곧장 나오는 반응.
이들은 내가 꺼낸 말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난.
“후아주를 만들 생각입니다.”
!
가짜 후아주를 만들어 모인을 불러낼 생각이다.
“그, 그게 가능한 건가?”
“이 공자가 그랬잖아요. 이 공자 보다 몇 수 위라고···?”
“홍주는 그렇지요. 다만, 제가 후아주를 마셔봤으니, 무리는 아닙니다. 완전히 같은 방식은 아니어도, 비슷한 맛을 낼 수는 있을 겁니다.”
세상에 없는 술을 만들어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것 자체가 하나의 예술일 거고.
다만, 이미 나온 걸 모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모나리자를 만들기는 어렵지만, 이를 그릴 수 있는 미술 학도는 많지 않나.
정확한 재료는 몰라도 서서히 맛을 맞추는 것, 또 흉내 내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
난 이를 통해, 모인을 찾아보고자 했다.
“자네, 괜찮겠나? 그거, 자네가 싫어하는 일이지 않나? 가짜 술.”
“가짜 후아주를 팔면서 제가 이득을 보려는 건 아닙니다. 팔지 않을 겁니다. 그저, 모인을 유인하는 곳에만 쓸 것이니까요.”
가짜 술에는 내가 치를 떤다는 걸 진효풍이 모르지 않았다. 오기조원주만 해도 가짜로 고생을 하지 않았나.
또한, 이건 내 신념에도 반하는 일. 그렇기에 그저 이걸 모인을 유인하는 곳에만 쓸 예정이다.
모인은 다르게 생각할지 몰라도 말이다.
“흠. 허면···?”
“자기 사정으로 일을 그만둔 게 아니니, 계속해서 술 단지 주변을 맴돌 겁니다. 그때를 노려 가짜 후아주를 풀 겁니다.”
“결국, 모인도 목적은 돈일 거다? 그러니, 돌아올 거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곧, 다시 나타날 거라고. 물론, 사람도 물리고 주변에 진을 치진 않을 겁니다. 자리를 비워둬야, 모인도 안심을 할 테니.”
자세한 내 계획을 들려주니, 당소정도 진효풍도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지는 정황이 모두 그렇지 않나. 모인의 사정이야 모르지만, 그는 돈을 원하고 있다.
스스로 그만둔 게 아니란 말은 아직 원하는 돈을 모으지 못했단 뜻일 터.
밀주는 언제나 위험한 사업이다. 이 정도의 사업에 손을 댈 정도면, 그도 쉽사리 돈을 포기하진 못할 터.
난 그때를 노려, 모인을 잡을 덫을 놓으려 한다.
“산머루야 사천에 널렸죠. 아니, 전 중원에 널렸을걸요? 당장 구해두라 할게요.”
“예. 또한, 몇 분의 무사님들만 산 입구를 지키고 나머지는 철수했으면 합니다.”
“함정이란 거죠?”
“예. 정확하십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당소정은 곧장 내 말을 이해하고는 당문의 무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날 바로 구할 수 있었던 산머루 더미.
당가타의 커다란 전각을 통째로 빌려 이를 임시 양조장으로 쓰기로 했다.
난 바쁘게 손을 움직이며 후아주를 만들어갔다.
이 술이 익을 때쯤이면, 모인을 마주할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