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bartender in Moorim RAW novel - Chapter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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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백인···?”
파란 눈동자.
그리고 겉은 덥수룩해도, 속은 밝은 털색.
이를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인종차별적일 수 있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너무 깜짝 놀란 탓에 손을 올리고 뒤로 한발 물러서길 잠시. 모인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며 크게 성을 내어갔다.
“크으으으!”
위협하는 걸까. 아니면 성질을 부리는 걸까.
여전히 인위적이지만 적절한 소리에 놀라길 잠시.
그는 그대로 내가 물러선 자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보법이 심상치 않았다.
– 타타탓!
“멈춰요!”
“막으시게!”
아직은 멀리 떨어져 있던 진효풍과 당소정이 크게 소리쳤다. 다른 이들에 비해 내가 약하다는 걸 귀신같이 알아보는 모인.
본능 때문일까. 아니면, 무공 때문일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저 대비하는 수밖에.
“잠시만요! 대화! 대화를 청합니다!”
– 촤아아아!
모인은 누더기 같은 털을 휘날리며 말을 무시하고 달려들더니, 이내 조수(爪手)를 펼쳐왔다.
짐승처럼, 또 모인처럼. 그렇게 달려들면 날을 세우는 그. 난 무흔보를 뒤로 밟으며 빙옥수로 대응했다.
얼음을 잡듯, 옥을 쥐듯. 빙옥수는 섬세한 부분을 피해가며 적을 제압하기 좋은 무공이다.
– 척! 척! 척! 처억!
몇 번의 공방이 빠르게 이어지며 그와 손을 섞어갔다. 야생의 짐승처럼 막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정한 궤도가 있는 듯한 그의 조수.
‘이건···’
생각보다 어설프지만, 무공은 확실하다.
무공에 조예가 깊지 않은 나 역시, 알 수 있었다.
“버티게! 출수(出手)가 조잡해도 난해하니, 조심하고!”
– 휘리리릭!
건너편 계곡에서 거리를 좁히던 진효풍이 그대로 하늘을 걷듯 내 쪽을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곧장 기력을 끌어올리는 그. 난 깜짝 놀라며.
“다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라며 다급하게 외쳐갔다.
손을 섞어본 후에는 알 수 있었다. 이 모인의 무공 경지가 그리 높지 않다는 걸 말이다.
진효풍이 마음먹고 손을 쓴다면, 모인은 크게 다치고 말 것이다.
“···응? 무공으로 다치게 하지 말라니, 그건 또···”
“크르르릉!”
“제가 제압하겠습니다!”
“젠장! 어렵군! 얼른 제압하지 못하면 나도 출수할 수밖에 없네!”
기세 좋게 달려와 한 방 먹이려던 진효풍이 주춤하자, 모인은 다시금 기성을 부렸다.
순간의 틈을 타고 진효풍이 아닌 내게 다시금 달려드는 그. 그래, 내가 나을 거다.
진효풍에게 한방을 얻어맞는 것보단 내 쪽이. 그렇게 생각하며 난 거친 그를 제압할 한 수를 준비했다.
‘딱 한 방으로 재워야 한다!’
다행히 내게는 그런 무공이 하나 있었다.
한방만 딱 제대로 맞출 수 있다면 상대를 행동불능에 빠트릴 수 있는 무공이.
이를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진효풍 덕분.
사천까지 오며 여러 산적을 상대하며 익힌 기술을 난 모인을 향해 쓰기로 했다.
불시에 당한다면, 한방에 무력화시킬 수 있을 거다.
난 한기를 손바닥에 가득 담아 그대로 모인의 가슴팍을 노려갔다. 손에서는 잔뜩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 샤아아악!
– 후우우웅!
– 뻐버벙!
거칠게 날 향해 내려치는 손톱을 아슬하게 피해가며 아래에서 위로.
그렇게 한기를 가득 담은 장법을 모인의 가슴팍에 꽂아 넣을 수 있었다.
죽을 정도로 기운을 담은 건 아니다. 그 정도의 무공 경지 차이가 모인과 나는 것도 아니고.
대신, 곧장 한방을 제대로 얻어맞은 모인은.
“크얽?!”
하며 맞은 곳을 부여잡고는 몸에 무언가 이상이 생겼음을 감지했다.
한기라는 게 중원에서 흔하지 않은 무공이기에 맞은 이도 원리를 모를 것이다.
몸에 흐르는 기운을 차게 만들어 잠시 내기가 흐르는 걸 막는 게 한기의 무서운 점.
운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인은 그대로 뒷걸음질을 치며 연신 자신의 가슴을 때려갔다.
누군가 한기를 빼주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운기가 어려울 거다.
이게, 현천한빙심공의 묘리를 담은 한빙면장 중 침한장(浸寒掌)이란 무공의 효과다.
“······!?”
그의 눈에는 원망이 맺히며 날 향했다. 알고는 있다. 갑작스레 그를 찾아와 공격한 그림이 된걸.
하지만, 이쪽도 할 말은 있다. 우린 대화를 청했고, 먼저 공격을 펼친 건 저쪽이다.
또한, 이곳에 있는 무인 중 내게 당한 게 그로서는 최선일 거다. 칼은 안 찼다지만 진효풍은 진효풍이지 않나.
거기에, 당문? 그래. 내가 나선 건, 저 백인을 위한 착한 제압이었다.
– 털썩!
모인은 그대로 가슴을 부여잡고는 이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서둘러 날아온 진효풍이 그의 혈도를 제압하길 잠시.
난 곧장 그의 손을 잡고는 몸에 도는 한기를 그대로 제거해 갔다.
손을 대고 한기를 뽑아내며 입으로 김이 뿜어져 나오니, 모인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맞을 때보다 더 놀라는 눈치인데?’
반응이야 조금 이상하지만, 진효풍의 점혈에 당한 이상 웬만한 고수가 아니고는 쉽게 이를 풀어내진 못할 거다.
이제야 안심한 당소정과 무사대 조장 역시 우리에게 다가왔다.
“잡았어요?”
“모인이 드디어!”
“한기로 제압하고 진 대협께서 점혈해뒀습니다. 한동안 날뛰지는 못할 겁니다.”
“잘됐네요! 그러게, 대화만 하자니까!”
“으으으! 으으으으윽!”
점혈이 눌린 상태에서는 과하게 이를 뚫으려하며 기혈이 얽히고 만다.
모인은 그걸 모르는 걸까. 그는 발버둥을 쳐가며 연신 날 바라본다.
무언가, 조금 전의 눈빛과는 바뀐 그였다.
“이거, 큰일 나겠군! 혈도를 풀던가 해야 할 걸세! 이대로 두면, 기혈이 엉키고 말 걸세!”
“잠시 재우죠!”
이번에도 모인을 다치지 않게 하려.
당소정은 품에서 가느다란 금침을 하나 꺼내왔다. 무언가 끝에 발라져 있는 듯한 금침.
“독화, 설마···?”
“독 아니거든요! 마비산이에요! 곧장 곯아떨어질 거예요.”
“난 또.”
“의심하고 그래요! 이 공자는 아니죠?”
“···우선 얼른 시침을···.”
솔직히 나도 식겁하긴 했다.
그렇지 않나.
당문이 손에 침을 들고 그 침에 무언가 발라져 있다면···.
얼른 모른 척 먼 산을 바라봤다. 난 불안에 떨며 밥을 먹고 싶지 않다.
“했네, 했어!”
당소정은 뾰루퉁한 표정을 연신 지어가며 그대로 모인의 털을 골라냈다.
의원답게 누더기 같은 털이 닿는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그녀.
당문의 무사 조장이 모인의 몸을 누른 사이, 그녀는 모인의 팔을 그대로 마주한다.
“무슨 털이···”
아직 얼굴을 보지 못해서일까.
이들은 모인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우선 침부터 놓는 당소정. 모인의 피부를 뚫고 침이 들어가자, 이내 모인이 곯아떨어지고 만다.
당문 마비산의 효과는 굉장했다.
“그, 조장. 얼굴을 가린 털 좀 치워보게. 내 낯짝 한 번은 봐야겠네!”
“여기 말씀입니까?”
“그래, 거기!”
진효풍은 서둘러 조장에게 말을 전해 모인의 얼굴을 가린 털을 치워보라 말한다.
말에 따라 그대로 행동하는 무사대 조장. 기다랗게 꼬인, 털을 밀어내자 모인의 얼굴이 이들을 맞이한다.
!!
“새, 색목인(色目人)···?”
“응? 색목인? 정말인가?”
“색목인이요? 용화산에?”
“예···. 대협. 아가씨. 색목인이 맞습니다!”
보이는 건 명백한 색목인의 얼굴이다. 눈이야 감은 채라 보이지는 않지만, 코부터 시작해 명백한 생김새가 있지 않나.
중원인들도 짧게 짧게는 여러 색목인과 마주한 경우가 있을 터.
또한, 내가 본 바로는 명백하게 눈 색이 다른 것도 사실이었다.
“···이 공자는 알고 있었어요? 안 놀라는 눈치네요?”
“아까, 달빛 아래에서 눈을 마주치긴 했었습니다.”
“어떻던가? 정말 색이?”
“푸른색이었습니다.”
“허어. 모인의 정체가 색목인이었다니! 무공이 중원의 것과는 달라보였던 이유가 이거였나!”
“색목인이···중원에서는 흔한 편입니까?”
“적어도 사천에서는 아니죠. 감숙의 끄트머리인 돈황이나 옥문 쪽에서면 몰라도요.”
“해남도나 운남 쪽에도 일부 색목인이 오간다고는 하네. 나는 돈황 쪽에서 딱 한 번이지만, 본 적이 있고. 헌데, 흔한 건 아니지!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 한 이들이네. 심지어 나처럼 떠돌길 좋아하는 놈도!”
감숙이면 서역이라 불리는 실크로드의 중심이 된다. 그런 곳에서 봤던 색목인이라면 아라비아 계열의 색목인일 터.
반대로 여기서 잡힌 모인은 누가 보아도 백인 계열의 색목인이다.
조금 인종차별적으로 말해보자면, 코쟁이에 눈이 파란, 그런 색목인 말이다.
이건 중원에서도 그리 흔한 모습은 아닐 거다.
“···이제 어쩌죠?”
“이걸 잡아갈 수도 없고···.”
“그러게요. 꼭 우리가 악당 같잖아요.”
“지금 저 모인 입장에서는 그렇긴 하겠지.”
“여기 계속 둘 수는 없으니, 우선 조금 안쪽으로 옮기시죠.”
우선은 모인을 잡아 남들의 눈이 덜 닿는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그림이 안 좋지 않나.
거기에 모인을 잡은 걸 멀리서 본다면 꼭 원숭이 사냥에 성공한 것만 같을 터.
우린 남들의 눈이 닿지 않을 깊은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용화산에는 비단 후아주를 노리는 이들만 오르는 게 아니다.
“끄응차. 우선은 여기 조금 묶어두지. 이만하면 될 터이니.”
적당한 산 중턱에 그를 내려두고는 커다란 나무에 묶어버렸다. 진효풍이 확실히 점혈해 둬 문제는 없는 상황.
우린 조용히, 그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진정산(鎭靜散)은 확실히 준비했겠지?”
“그럼요. 제일 쎈 걸로 두 방이나 준비했어요! 정신이 들고 이걸 놓으면, 이전처럼 흥분하진 않을 거예요! 마비산을 희석한 거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챙겨온 당문의 강한 진정제를 두 방이나 준비해뒀다.
제아무리 모인처럼 덩치가 큰 서양인 외형의 사내라도, 이 정도면 흥분에 쉽게 빠지진 않을 거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리니.
“으으···.”
모인이 몸을 떨며 정신을 차려갔다.
가까이서 눈을 뜨는 걸 보니 정말이지 파란 벽안.
“흡! 진짜 벽안(碧眼)이에요! 진한!”
“쉿!”
난 깜짝 놀라는 당소정을 겨우 진정시키며 모인을 자극하지 말 걸 권했다.
느낌이지만, 무언가 자신의 외모에 반응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지 않은 그였다.
또한.
‘마지막의 그 눈빛은···’
무언가 적대감을 넘어서는 감정이 맺힌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 특히나 한기를 빼낼 때 보였던 눈빛.
그건, 내 무공을 보고는 새롭게 변한 눈빛이 분명했다.
“으으···? 으···!”
모인은 그대로 몸부림을 조금 더 치더니 눈을 뜨며 자신을 지켜보던 이들과 눈을 맞췄다.
선명히 빛나는 파란 눈과 중년에 조금 못 닿은 듯한 나이의 모인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상황을 파악해 갔다.
앞서 갑작스레 잡힌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다.
하지만.
“으! 으!”
진효풍에 닿자, 급하게 변하는 그의 눈빛. 그가 다시금 기혈을 뒤틀려 하자, 당소정은 급하게 그에게 진정산을 시침해 갔다.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며 눈만 뜬 그의 모습이다.
“의식은 있습니까?”
“말짱해요.”
“대화는 가능하겠군요.”
“대신, 조심은 해야 해요! 감정이 격해지면, 진정산이 안 들을 수도 있어요!”
난 고개를 숙인 모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다른 이들 역시 그걸 권하는 모습.
“이 공자가···서역도 다녀왔으니까? 할 수 있죠?”
“암. 서역어를 할 줄 안다고 하지 않았나?”
괜스레 서역 출신이라 둘러댄 과거가 후회처럼 다가왔다.
‘말이 서역이지···’
서역이라 불리는 곳이 조금 넓은가. 중앙아시아부터, 아니 신강부터 영국까지는 이들에게 죄다 서역이지 않나.
거기에 백인이 있을 거 같은 유럽만 봐도 언어도 다 틀리고.
‘영어는···’
아직 안 통하겠지.
난 조금 망설이며 모인에게 다가섰다.
헬로우가 좋을까, 봉쥬르가 좋을까를 고민하며.
영어는 원어민처럼 말할 수 있고, 불어도 일상생활 정도는 가능하다.
일어야 현지인보다 낫다지만, 지금은 논외일 거고. 한국어는. 그래, 말을 말자.
“으, 음.”
목을 한번 가다듬으니, 세 사람의 표정이 일시에 내게 꽂혔다.
어떤 말을 할까. 말은 통할까. 잔뜩 기대하는 것 같은 눈치. 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모인을 툭툭 건드렸다.
조심히 올라오는 고개.
“H, hello? Can you speak English? Or···Bonjour?”
난 상투적이라 불러도 좋을 말들을 꺼내 가며, 그를 맞았다. 고개가 전부 들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
전혀 알아먹지 못하는 눈치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난 혀를 조금 더 과하게 굴리며.
“Uhm..! Hello? Can you speak English? Vous parlez français? ···Hola?”
다시금 물어갔다. 이번에는 영국식 악센트와 프랑스 남부 말투를 묻혀서.
마지막에는 조금이지만, 에스파뇰도 섞었다.
하지만.
“···이, 이게 다 무슨 상황이요···?”
!
들려오는 건 구수하고도 정겨운. 그리고 또박또박한 중원어. 심지어 말투 속에는 약간이지만, 사투리마저 묻어있는 것만 같았다.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그는 지금의 상황을 전부 알지 못하겠다는 듯 주변만 두리번거렸다.
그러다가.
“다, 당신은···!?”
그의 시선이 점점 올라오며 내 얼굴에 닿자, 다시금 표정이 변하고 만다.
난 놀라서 서둘러 중원어를 뱉으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다.
“자자, 진정하시고 대화를 나누시죠! 당신을 해치려고 온 게 아닙니다! 그저 대화를 나누려고···”
하지만.
손을 뻗으며 다가서니.
– 쿵! 쿵! 쿵!
그가 다시금 몸부림을 시작하고 만다.
무언가 진정산을 뚫을 정도로 그는 격하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다.
눈은 그대로 내게 고정하고,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불편한 모습이다.
이는 점점 더 격해지며, 이제는 몸부림을 넘어 발작에 이르더니.
“얽!”
하고는 정신을 잃고 만다.
당소정은 서둘러 그의 손을 잡고 맥을 짚어갔다.
“하. 결국, 엉켰어요. 풀기 어렵지는 않은데, 어딘가에 눕혀야겠네요.”
“후···. 힘들구만. 힘들어!”
기어이, 기혈이 엉키고 말았다.
진정산을 뚫고도 발작하는 이유가 뭘까.
아직은 모두 알 수 없을 때.
– 빠직.
“누구냐!”
– 휘릭!
– 따닥! 따닥!
모인을 나무에서 내리려던 우리의 뒤편으로 작은 인기척이 들려왔다.
순간 날아간 건 당소정의 소매에 든 암기들. 암기는 곧장 사람을 향하진 않았다.
그저, 사람이 있는 방향 옆의 나무에 꽂힌 암기들. 그런 암기의 옆으로.
“흐어···? 어···? 소, 소정 아가씨···?”
한 작은 체구의 남성이 등에 무언가를 잔뜩 짊어지고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땅에 주저앉아있다.
아무런 기도가 없는 그는 무공을 전혀 익히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
“말구 아저씨···?”
당소정이 땅에 앉은 이를 알아봤다. 이름까지 부르며 친근하게 고개를 갸웃하는 그녀.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무언가를 던진 걸 깨닫고 재빨리 다가서서 그를 살핀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라는 걸 당소정도 아는 모습이다.
“어어어어! 죄, 죄송해요! 너무 놀라서! 어떡해! 안 놀랐어요?”
“노, 놀랐죠! 가, 갑작스레 이게 다···?”
“아는 분입니까, 당 소저?”
“네! 우리 집에도 약재를 대주시는 말구 아저씨에요! 약재를 캐러 산에 오르셨나봐요!”
“말···구?”
“조, 조 말구라고 합니다요···. 대인들은···?”
“흐음. 화산의 진효풍이올시다.”
“항주에서 온 이정환입니다.”
“허어. 소문이 자자한 그 당문의 손님들이셨군요. 허허. 이거, 산에 약초나 캐러 왔다가 큰 봉변을···?”
당할 뻔했다.
조 말구라는 이는 그런 말을 하려다가 우리의 손이 닿아있는 모인을 기어이 보고 만다.
!!!
모인을 보는 순간 눈을 크게 뜨는 조말구. 모인을 보고는 놀란 걸까.
아마 그건 아닐 거다. 그가 모인을 몰라보는 표정이 아니니까.
그는 손에 든 지팡이와 등에 짊어진 짐까지 내던지더니, 곧장 모인에게 달려들었다.
“가, 갑열이!”
– 툭.
그의 등에서 떨어지는 순간 안에 든 내용물을 보여주는 짐통.
‘얼음···?’
그가 가져온 짐통 속에는, 약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