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
10화 미래의 거물들 (1)
어떤 게임이든 잘나갈 때가 있으면, 못 나갈 때도 있기 마련이다.
베른 대륙기도 그랬다.
한창 잘나갈 때는 인기가 하늘을 찔렀지만, 이게 맞는 건가 싶은 패치들이 이어지면서 욕도 많이 먹었다.
암흑기라 불리는 시즌 2.
‘왕권 패치.’
높은 자유도를 자랑했던 베른 대륙기에서 유저가 왕이 될 수 있는 패치를 진행했다.
왕이 가지는 혜택은 컸다.
그로 인해 많은 이가 세력을 만들고, 왕국을 세웠다. 많은 걸 가질수록 더 많은 걸 원하는 게 사람 욕심이고.
왕들은 영토를 넓히고 입지를 굳히기 위한 전쟁을 일으켰다.
약 일 년 동안.
수백 개의 왕국이 탄생했고 수백 개의 왕국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베른 대륙기를 떠났다.
커뮤니티는 매일같이 불타올랐다.
서로 여론전을 펼치고, 거짓 정보를 뿌리면서 이간질을 하고. 실제 정치에 버금가는 것들이 오고 갔다.
이후.
게임사에서는 왕권 패치를 없애고, 최후에 남은 여섯 왕국의 콘셉트를 살려 새로운 스토리를 이어 나갔다.
수많은 스토리가 쌓인 여섯 왕국.
갓패치와 흥미로운 스토리는 많은 유저를 복귀하게 했고, 베른 대륙기는 제2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밈과 유행어.
게임사는 베른 대륙기 곳곳에 그것들을 이스터에그로 남겨 놓았다.
[다르만]힘: B
민첩: B
체력: C
마나: C
운: B
재능: A
-보유 스킬: 부엉이의 눈(C), 두 얼굴의 가면(A), 증오(A), 실눈 캐(B), 진류파 체술(B), 스톤 바디(B)…….
‘부엉이의 눈(C)’
베른 대륙기가 한창 욕을 먹을 때. 커뮤니티에는 망겜, 똥겜 등등, 베른 대륙기를 욕하면서 특정 게임을 홍보하는 자들이 있었다.
-이딴 망겜 할바엔 아월하고 말지.
-아울 월드로 떠나는 배 출발합니다. 다들 탑승하세요.
실제로도 베른 대륙기 유저들이 아울 월드라는 게임으로 많이 넘어가기도 했다.
해당 게임의 마크는 부엉이.
농담 반, 진담 반. 게임사에서는 7대 범죄조직 중 한 곳에 부엉이 마크를 만들어 넣었다.
당연하게도.
난 그 조직을 알고 있다.
마그네스.
7대 조직 중 세 손가락에 뽑힐 정도로 거대한 집단이다. 그리고 이 부엉이의 눈은 마그네스라는 조직에 들어가면 얻게 되는 스킬이다.
한마디로.
다르만은 마그네스의 첩자라는 거다.
씨익.
찾았다.
내 실적이 되어 줄 제물.
* * *
“괜찮아? 일어나.”
“고… 고맙다.”
다르만이 넘어진 훈련생을 일으켰다. 동시에 감옥에선 다시 죄수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하!”
“우! 우! 우!”
챙! 챙! 챙!
“그만! 그만!”
베르고가 죄수들을 제압시키고, 고개를 돌려 넘어진 훈련생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서 피어오른 살벌한 웃음.
“넌 좀 있다 보자.”
“죄… 죄송합니다.”
“다시 움직인다, 잘 따라와.”
훈련생들은 다시 복도를 따라 움직였다.
나도 발걸음을 옮겼다.
모범수들이 모인 1사동부터, 정적이 흘렀던 4사동까지. 절반의 사동을 돌고 나서 잠깐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조용히 눈을 감으며, 방금까지 지켜봤던 다르만의 모습들을 떠올렸다. 녀석은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분위기도 여유롭고.
훈련생과도 친하게 지냈다.
부엉이를 보지 못했다면, 나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였다. 누가 보면 진짜 착한 줄 알 정도로.
두 얼굴의 가면이 있기에 가능한 일.
하긴.
함선을 침몰시키면서까지 계획했던 일에 잔바리를 넣지는 않을 테니까.
어느 정도 납득은 간다.
반대로 왜 저런 녀석이 원작의 흐름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것인지 생각해 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지나간 일.
쓸데없는 고민이다.
내게 중요한 건, 적당한 실적을 세울 수 있는 목표가 생겼단 거다.
“근데 너흰 무슨 과 지망하고 있냐?”
베르고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베르고의 물음에 서로 눈치만 볼 뿐, 선뜻 대답하는 훈련생은 없었다.
“눈치 보지 말고 한번 얘기해 봐. 혹시 아냐. 내가 그쪽에다 잘 얘기해 줄지.”
살살 분위기를 띄우자.
하나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전 의료과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의료과 좋지. 할 것도 그리 많지 않고, 편안하고. 가끔 사고 치는 놈들 오면 간단한 치료 몇 번 해 주고. 근데 신성 제국 출신이냐?”
“의원 출신입니다.”
“그럼 진급이 더럽게 힘들겠네. 아무리 중립 선언을 한다지만. 의료과만큼은 신성 제국 출신들이 꽉 잡고 있으니까. 진급 욕심 없으면 의료과가 딱 맞겠네.”
그러자 아까 넘어졌던 훈련생이 손을 들었다.
“전 작업과에 가고 싶습니다.”
“작업과도 좋지. 그냥 애들이 일 잘하나 못하나 감시만 하다가, 죄수들이랑 친해지면 녀석들이 가끔 돈 찔러 주면 받아먹고.”
“…….”
“그러다 골로 간 놈들 많이 봤다. 무엇보다 철창에 갇혀 있는 죄수들 보고도 기겁하는 놈이, 관리하겠다고?”
다른 훈련생이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총무과는 어떻습니까?”
“캬. 총무과. 거긴 들어가기만 하면 인생길 피지. 근데 너 뭐 아는 사람 있냐?”
“아뇨.”
“그럼 꿈도 꾸지 마.”
“그럼… 체포과는 어떻습니까?”
“체포과라… 바깥으로 나가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마실도 다니고, 범죄자 잡으면 진급도 빠르지.”
“그럼 전 체포과로 가겠습니다.”
훈련생을 보며 베르고가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
“예?”
“죽음의 신이 지켜보고 있다는 거?”
꿀꺽.
훈련생이 침을 삼키며 두 주먹을 쥐었다.
“지옥 훈련도 받았는데, 죽음의 신이 두렵겠습니까.”
“그거 끝나고 애들이 뭐라 안 하던?”
“지옥 훈련이 가장 편했을 때라고…….”
“그래. 그건 진짜를 경험하기 전, 애피타이저 같은 거야. 뭐, 본인이 원하면 가는 거니까.”
베르고가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내가 이런 말 하기 뭐하지만. 보안과만큼 좋은 게 없다? 근무도 교대로 서지, 자유 시간도 많지. 위험하지도 않아.”
훈련생들을 보안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 이미 몇 명은 홀린 것 같다. 쟤들은 이제 진짜 지옥을 맛보겠지.
체포과와 함께 극악이라 불리는 곳이 보안과니까.
피식.
열심히 수다를 떠는 베르고를 보며, 가만히 있던 다르만이 입을 열었다.
“그럼 특임단은 어떻습니까?”
버닝헬 특임단.
버닝헬에 존재하는 특수 조직이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으며, 조직에 결원이 생길 때만 신입을 뽑는 곳.
또한.
서장이 되기 위해선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거긴 소문만 무성한 곳이라. 일단 확실한 건, 초엘리트들만 들어간다는 것. 내 기수엔 한 명도 없었지.”
“…….”
“내가 보안과를 가는 바람에…….”
“아하. 그럼 이번엔 들어갈 수도 있는 겁니까?”
“그건 모르겠다. 왜 관심 있어? 거기보단 보안과가 최곤데…….”
“최전선에서 범죄자들을 잡는 게 제 꿈이어서 그렇습니다.”
“가끔 그런 녀석들이 있지… 뭐. 파이팅 해라. 안 되더라도 체포과 같은 곳을 가면 비슷한 일은 할 테니까.”
유독 특임대에 대한 질문들을 집요하게 하는 걸 보면, 그곳에 첩자로 들어가려는 건가?
뭐.
상관없으려나.
정체를 밝혀 내면 뭘 원하든 이루지 못할 테니까.
* * *
다르만을 감시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역시 하룬겔의 심득을 모으는 거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그래. 갔다가 저기 보이는 문 쪽으로 걸어 나오면 돼.”
“예.”
베르고의 허락을 받았다.
발걸음을 옮겨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움직였다. 잠시 앞에서 기다렸다. 혹시 누군가가 오나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자스민 향기와 함께 깔끔한 화장실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오른쪽에는 소변기가, 왼쪽에는 양변기가 있었다.
다섯 개의 칸막이.
아라키스의 눈을 쓸 필요도 없었다. 가운데에 있는 칸막이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몸을 돌려 양변기를 내려다보았다.
물탱크 덮개를 열었다.
그러자 물 안에 글씨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손을 뻗었다.
[하룬겔의 심득 4를 회득하셨습니다.] [하룬겔의 심득 일부를 깨달았습니다.] [검성의 검술 이론이 머릿속에 각인됩니다.]머릿속에 하룬겔의 유년기 모습이 그려졌다.
나무로 만든 모형 검.
그것을 들면서 검이란 것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진검을 쥐면서 검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수많은 전장.
하룬겔이 직접 수천, 수만 번의 검을 휘두르면서 쌓아 온 검술 이론. 그것들이 하룬겔의 검술과 맞물려 머릿속에 녹아들었다.
난해했던 하룬겔의 검술.
전반부 3초식.
그저 형만 익혔던 검술이 마치 내가 직접 만들어 낸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졌다.
“이제 남은 건 두 갠가.”
심득 5는 금방 구할 수 있지만, 심득 3을 얻어야만 얻을 수 있다.
심득 3의 보상은 마나 호흡법.
그걸 얻게 되면 얼마나 강해질 수 있을까.
“기대되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리곤 활동장으로 나가는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지하 1층의 중심.
그곳에는 죄수들이 자유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활동장이 있고, 하늘에선 따스한 햇볕이 비췄다.
뻥 뚫린 하늘.
처음 온 죄수들은 저곳을 통해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하겠지만, 마법진으로 막아 놨기에 그건 불가능하다.
또한.
지상 1층의 각 부서실에서 지하 1층의 활동장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사건이 터지면 즉각 반응할 수 있다.
다시 시선을 내렸다.
정면에 보이는 철조망과 그 안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즐기는 죄수들. 바깥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훈련생들이 보였다.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이 개새끼야!”
죄수 하나가 다른 죄수 하나의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곧.
패싸움으로 커졌다.
“으아아아아아!”
“그만! 당장 떨어져!”
교도관들이 싸움을 말리기 위해 달라붙었다. 훈련생을 인도 중이던 베르고도 달려갔고, 그 뒤를 따라 다르만도 움직였다.
복잡하게 얽히고 얽힌 상태.
교도관이 죄수를 말리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어색한 모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르만.
그 녀석이 죄수 하나에게 무언가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그 죄수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딱 걸렸어.
패싸움이 있는 쪽으로 가면서, 바닥에 떨어진 진압 봉을 집어 들었다.
앞뒤 없이 싸워대는 죄수들.
“씨발! 오늘 다 죽었어!”
잔뜩 흥분해서 앞길을 막는 죄수의 배를 진압 봉으로 후려쳤다.
퍽!
“커헉!”
“길 막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