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오베르크 제국의 부활 (2)
버닝헬 소장실.
루켈은 책상에 놓여 있던 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며, 다른 한 손으론 방금 도착한 보고서를 들어 올렸다.
[보고서]-마그네스 수장 카예스 바디올라 사망.
-사인은 저주의 소멸과 함께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
-이번 작전은 레딘의 주도하에 이뤄졌으며. 불곰을 통해 카예스의 위치를 알아내고, 카예스를 1차적으로 막아서…….
“흐음…….”
이번 보고서도 마찬가지였다.
레딘의 계획하에, 레딘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임무를 진행했다.
심지어 결과도 항상 좋았다.
처음부터 첩자가 숨어 있어서 임무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갔음에도.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모든 임무를 완수할 정도로 완벽한 임무 성공률을 보였다.
“역시 그 가문 출신인가…….”
루켈은 보고서를 내려놓고 찻잔을 양손으로 감싸며 과거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15년 전.
특임대를 이끄는 대장이었을 시절.
여섯 왕국의 호출 아래.
특임대 전부가 한 임무에 투입되었던 적이 있었다.
‘베르하트 가문 몰살 사건.’
지금은 대륙에서 사라졌지만.
15년 전에는 여섯 왕국만큼이나 이름이 알려진 가문이었다.
초재능의 베르하트.
베르하트 가문의 피가 진하게 흐르는 자들은 전부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검을.
누군가는 그림을.
누군가는 마법을.
누군가는 노래를.
재능이 발현하는 분야는 제각각이었지만, 전부 다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몰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베르하트 가문을 이끌던 가주는 지혜가 매우 뛰어났기에 여섯 왕국의 왕들은 그를 현자라고 불렀다.
왕국을 지혜롭게 이끄는 법.
현자는 여섯 왕국이 고민을 들어 주며 지혜롭게 해결할 방법들을 알려 주었다.
베르하트 가문에는 여섯 왕국에서 파견 보낸 기사들이 가문을 지켰고,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현자가 목숨을 잃게 되었다.
파견되었던 기사들은 전부 목숨을 잃었고, 여섯 왕국은 서로를 의심하며 버닝헬에 의뢰를 했다.
‘베르하트 가문을 몰살시킨 자를 찾고, 혹시나 살아 있을 베르하트 가문의 여식을 찾아라.’
저택 주변을 수색하던 도중.
야산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찾게 되었다. 아이의 목에는 이름이 적힌 목걸이가 걸려 있었다.
[레딘 베르하트]근처를 수색했지만, 아이의 부모는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루켈은 레딘을 집으로 데려갔다.
여섯 왕국에겐 비밀로 숨겼다.
혹시나 레딘을 노리는 자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 자신이 데리고 있는 게 가장 안전할 거라 생각했다.
이후로 수색이 지속되었지만.
범죄 조직의 소행 같다는 추측만 남겨 놓은 채 수사는 끝이 나고 말았다.
‘이 아이를 잘 키워 줘.’
루켈은 자신의 가문에 있는 보모에게 레딘을 맡기고 버닝헬의 업무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레딘이 15살이 조금 넘어갈 때쯤.
보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루켈 님, 도련님이 편지를 남겨 놓고 떠났습니다.’
검, 마법, 무투.
그 어느 것에도 재능이 없던 레딘.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편지에는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떠난다는 강한 다짐이 담겨 있었기에.
루켈은 레딘을 잡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이 다시 버닝헬에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 했지.”
함선의 폭발을 처리했다며 마그네스의 조직으로 의심받았던 레딘.
루켈은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어이가 없었다.
혼자 복수를 하겠다며 떠난 녀석이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버닝헬에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반가운 마음도 컸지만.
맨손부터 시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그저 멀리서 기회만 줄 뿐.
“흐음…….”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했다.
베르하트 가문의 핏줄이었지만.
어떠한 재능도 발현하지 못했던 레딘.
그 아이의 재능은 무엇일까.
“후릅.”
루켈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 돌아오는 생존력.
카예스 바디올라와 붙어 볼 정도의 검술.
범죄자를 잡는 뛰어난 머리.
지금까지 레딘이 이뤄 낸 결과물을 본다면, 뭐라 딱 하나를 집어서 이 분야의 천재라고 할 수 없는.
전체적으로 뛰어난 육각형에 가까운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인가?”
루켈은 손에 들린 보고서를 내려놓았다.
이제 곧, 여섯 왕국의 회의가 열릴 시간이기 때문이다.
드드드드!
창문 떨리는 소리가 들려 뭔가 싶어 몸을 돌렸다. 그러자 창문 너머로 거대한 송출 구슬이 나타났다.
구슬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화면을 만들었다.
-아. 아.
귀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깨긋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반갑습니다. 저는 다크니스 세븐 소속의 한이라고 합니다.
화면에 드러난 가면을 쓴 남자.
-여섯 왕국을 비롯한 대륙 전역에 알리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똑똑!
집무실 문이 열리며 부하가 들어왔다.
“소장님! 밖에…….”
“가만히 기다려 보게.”
루켈은 시선을 돌려 화면에 집중했다.
화면은 잠시 바뀌어 무너져 버린 성을 비추었다. 너무 녹슬고 부서진 곳이 많아서 어떤 성인지 쉽게 추측이 가지 않았다.
점점 움직이면서 성 안을 비추더니.
레드 카펫이 길게 깔린 왕의 알현실이 나타났다. 외부와는 다르게 깔끔한 내부. 금으로 만들어진 왕좌엔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이분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창조신의 은총을 받아 마신을 물리치고, 대륙을 지배했던 오베르크 제국의 황제.
-루드칼의 후손이십니다.
그와 함께 제국의 깃발이 펄럭였다.
“……말도 안 되는.”
루켈은 침을 삼키며 주먹을 쥐었다.
-히무스 폰 오베르크 폐하의 명에 따라. 오늘부터 오베르크 제국이 부활했음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레드 카펫 앞으로 끌려오는 12명의 사람. 검은 자루를 쓰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루켈은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검을 든 기사들이 검은 두건을 쓴 자들의 뒤로 걸어가 두건을 벗겼다.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
오베르크 제국을 무너트렸던 12가문의 가주들.
루켈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국의 부활과 함께, 제국을 무너트렸던 죄인들의 처형식을 가지겠습니다.
검을 든 자들이 검을 높이 들어 올리며, 오베르크 제국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는 앞에 있는 가주들의 목을 베었다.
-다음은…… 여섯 왕국의 왕들. 당신들이니까 기대하라고.
스산한 목소리와 함께 영상은 끝이 났다.
“소장님, 여섯 왕국의 통신 구슬이 전부 활성화되었습니다.”
“연결하게.”
* * *
하얀 천장.
눈을 뜨자마자 상태창이 보였다.
[무한의 저주를 먹어 치웁니다.] [그림자가 소화를 마쳤습니다.] [그림자 술법의 경지가 오릅니다. 다양한 능력이 해금됩니다.] [띠링!] [그림자 분신의 개수가 추가됩니다.] [그림자 군주의 꿈 소요 시간이 단축됩니다.]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며 주변을 둘러봤다.
버닝헬의 의료실.
조금 떨어진 곳에 의료과장 카라가 있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일어났네요?”
“얼마나 누워 있었습니까?”
“이틀 정도.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요. 일어나면 그쪽 단장님이 꼭 연락을 달라고 해서.”
카라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몸 상태를 확인했다. 오래 누워 있어서 그런지 살짝 뻐근한 것 빼곤 괜찮았다.
환자복 안쪽.
왼쪽 가슴에 새겨진 문양.
불사조가 그대로 있는 걸 보면 여분의 목숨도 그대로였다.
“후우.”
목숨도 아끼고, 역으로 무한의 저주까지 먹어 치웠으니, 이번 임무의 성과도 나름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똑똑!
“데이론입니다.”
“들어오세요.”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데이론이 의료실에 도착했다. 얼굴을 보니 별로 잠을 못 잔 것 같은 게 티가 났다.
뭔가 일이 또 터진 건가?
“일어났냐.”
“표정이 안 괜찮아 보이시는데, 무슨 일 있습니까?”
“그 전에 몸 상태는.”
“괜찮습니다.”
팔을 휙휙 돌리는 걸 보여 주자.
데이론이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를 가져와 내 옆에 앉았다.
“길게 할 이야기가 있어.”
“뭔데 그렇게 분위기를 잡으십니까.”
작게 한숨을 내쉰 데이론이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너와 검후님이 카예스를 잡고 몇 시간 뒤에 송출 구슬이 대륙 곳곳에 나타났어.”
“…….”
“거기서 오베르크 제국의 후손이 나타나 제국의 부활을 알리며 12가문의 가주들의 목을 베었고. 다음 목표로 여섯 왕국의 왕을 지목했어.”
지금의 흐름은 게임과 유사했다.
제국의 초기 세력은 다크니스 세븐, 피에르, 헤칸. 이들을 필두로 세력을 키우며 여섯 왕국의 왕들을 노리기 시작할 거다.
“그것 때문에 바쁜 겁니까?”
“정확한 저 이후에 범죄율이 급격하게 상승했어. 여섯 왕국에서 한탕 한 놈들이 오베르크 제국으로 붙기 시작했거든.”
“골치 아픈 상황이군요.”
데이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왕국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소장님 말씀으론, 답이 없는 모양이야. 당장 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무시하는 쪽도 있고. 쯧.”
혀를 찬 데이론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더 심각한 건 케르베로스 조직의 해체야.”
“케르베로스가 해체됩니까?”
“마그네스의 수장을 잡는 것까지 협조였다고. 수장을 잡았으니 왕국에서 인원들을 왕국으로 돌려보내라고 했나 봐.”
각종 범죄가 들끓고 있을 때.
케르베로스의 위상을 알리고, 피에르와 헤칸까지 잡아야 하는 상황.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붙잡는 건 불가능합니까?”
“여섯 왕국의 의견이 전부 일치. 아마도 그들을 데려가서 케르베로스 같은 특수 조직을 꾸릴 것 같아.”
이건 좀 뼈가 아팠다.
게임에서 보았던 흐름에선 케르베로스가 마그네스를 잡았다는 내용뿐이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줄은 예상을 못 했다.
“그럼 케로베로스에 주어졌던 권한까지 거둬 간 겁니까?”
데이론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오베르크 제국의 부활 때문인 것 같은데, 피에르와 헤칸 그리고 다크니스 세븐을 잡을 때까진 권한을 유지시켜 준다고 했어.”
“귀족을 잡는 것도 말입니까?”
“어. 단, 각 왕국의 귀족을 잡을 땐, 왕국에 신설될 특수 조직을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생겼지.”
이러면 나쁘진 않았다.
조직은 유지되고 있는 거니까.
“그럼 케로베로스의 인원 확충은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 12가문의 자제들이 전부 지원했어. 자신들이 겪은 일도 있고, 이번 일도 있고 해서. 분노가 장난 아니야.”
“그 외엔…….”
“이번 일로 교도관 지원자가 많아질 것 같아. 그중에 괜찮은 자들을 케로베로스에 최우선 배치받기로 했다.”
“저희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겠군요.”
“정확해.”
데이론의 표정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중요한 걸 말할 때 짓는 표정이기에, 허리를 세우며 데이론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너에게 부탁할 게 있어.”
“말씀하시죠.”
“다크니스 세븐에 잠입해서 녀석들에 대한 정보와 시간을 벌어 줬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