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드라이어드의 마을 (2)
드라이어드의 숲 깊은 곳.
검은 망토를 두른 왜소한 사내가 몸을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넝마가 되어 버린 옷.
온몸에 새겨진 상처 자국.
필립은 힘겹게 걸음을 옮기며 나무 형상을 가진 석상 앞까지 몸을 이끌고 갔다.
털썩!
나무 석상 앞에 등을 기대고 풀썩 주저앉았다. 너무나도 지친 나머지 눈이 절로 감기려는 걸,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우웅!
석상에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이 필립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필립의 몸에 있던 상처가 아물고, 피곤해 보이던 얼굴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고통에서 해방된 필립은 이를 갈며 주먹을 쥐었다.
까드득.
“……개 같은 년.”
자신을 이렇게 만든 여자를 떠올리며 눈을 번뜩였다. 금발 머리의 마법사. 미친개처럼 쫓아오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훤히 그려졌다.
-거기 안 서? 잡히면 뒤질 줄 알아!
그때 느꼈던 공포가 아직도 몸 안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공포심을 짓누를 정도로 강렬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그녀가 자신을 불렀던 별명.
-피노키오!
필립은 주먹을 쥐고 땅을 내리쳤다.
“내 이름은 필립이라고!”
거짓의 피노키오.
필립은 그 별명을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로드웰 님에게 선택을 받은 뒤, 하사받은 거짓의 저주. 말 한마디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은 마치 신이 된 것 같은 우월함을 느끼게 해 줬다.
거짓말이 주는 쾌감.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저질적인 체력은 그대로였고, 다른 저주들과 달리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거짓말이 모두에게 통하는 것도 아니었다.
-거짓말쟁이 왔냐?
-나한테도 이빨 까면 뒤지는 거야. 알겠어?
-쓸모없는 새끼. 거짓말밖에 할 줄 모르는 넌 그냥 동화에 나오는 피노키오가 딱이다.
다크니스 세븐에 몸을 담고 있는 동료들조차 조롱과 무시를 일삼았다.
거짓. 거짓. 거짓.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의 결실이 전부 거짓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피노키오라는 별명이 정말 싫었다.
하지만 가진 능력이 거짓말로 상대를 조종하는 것이기에, 악명이 올라가면서 거짓의 피노키오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 한 가지 목표를 세웠다.
상대가 그 누구라 할지라도 피노키오라고 부르는 자들은 전부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난 할 수 있어.”
필립은 로드웰의 말을 떠올렸다.
-네가 가진 힘은 무궁무진하다. 거짓의 힘을 일깨우게 되면 이 세상에 너를 이길 자는 없을 거다.
거짓의 힘을 깨우는 방법.
그건 드라이어드의 여왕이 가지고 있는 결백의 나뭇가지를 섭취하는 것이다.
필립은 시선을 돌려 언덕 위에 있는 거대한 나무를 쳐다보았다.
드라이어드 여왕이 있는 매화나무.
순순히 결백의 나뭇가지를 넘겼으면 좋았겠지만, 여왕은 너무나도 완고하게 버티며 나뭇가지를 넘기지 않았다.
‘거짓말이 통하지 않았지…….’
마음이 단단한 이들은 거짓말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계획을 세워야 했다.
여왕의 마음에 금이 가고.
거짓말이 그 틈을 비집을 수 있도록.
때마침 주변에 있는 드라이어드들을 이용해 거짓말로 홀리고, 여왕에 대한 정보를 얻어 냈다.
인간을 좋아하는 여왕.
그녀는 인간이 이 터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언덕 아래에 있는 숲을 내주었고, 숲에 있는 과일을 양식으로 내주었다.
‘그토록 좋아하는 인간에게 배신을 당하면 무슨 기분이 들까.’
아무리 고고한 자라도.
배신만큼은 버티지 못할 거다.
필립은 드라이어드를 이끌고 마을로 가서 사람을 죽였다. 일주일을 공포에 떨게 만든 뒤.
마을을 이끄는 촌장에게 가서 일렀다.
드라이어드들이 벌인 일로, 이걸 해결하려면 저 언덕 위에 있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고.
-용병들을 불러 당장 저 나무부터 베어야겠군요.
촌장은 용병들을 불러들였다.
필립은 그 용병들이 언덕 위의 나무에 도끼질하는 것을 보며 시간이 흐르길 기다렸다.
드라이어드와 인간의 갈등.
감정의 골이 깊어졌을 때, 둘이 전쟁을 하도록 부추기면 그 사이에 있는 여왕의 단단한 마음도 부서질 거라 확신했다.
“이제 슬슬 무르익었으려나?”
필립은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 석상에 손을 올렸다. 전쟁의 서막을 열기 위해 드라이어드들을 깨웠다.
“여왕이 위험하다.”
필립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나무에서 잠을 자고 있던 드라이어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왕님…….”
“여왕님을…… 지켜야 해.”
“인간…… 놈들!”
드라이어드들의 얼굴이 분노로 얼룩졌고, 인간에 대한 살의를 내뿜으며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필립은 그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인간을 해치우자! 그리고 여왕을 구해 내자!”
“인간을 해치우자!”
“여왕님을 구하자!”
드라이어드들이 마을로 향하는 것을 보며 필립 또한 몸을 옮기려는 찰나.
“이 새끼, 여기 있었네?”
금발 머리 마법사와 함께 추적해 오던 마법사 두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의 둘.
필립은 그 녀석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혹시나 방해꾼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있었다.
숲 곳곳에 숨겨 놓은 저주의 결정.
최근에서야 온전히 이해하고 깨달은 거짓의 저주가 가진 새로운 힘.
필립은 목에 걸려 있던 검은 목걸이를 손에 꽉 쥐고, 마기를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거짓 세계의 왕이 깨어났다.”
영창과 함께 손가락을 튕겼다.
나무 석상이 부서지며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검은 수정이 하늘로 떠오르며 검은빛을 내뿜었다.
검은빛으로 뒤덮인 숲.
“이게 무슨……!”
“영역 마법인가? 집중해.”
마법사들이 환각을 보는 것처럼 자신들끼리 등을 맞대고 움직이는 것을 보며 필립은 걸음을 옮겼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세계.
저들은 저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스스로 자멸하게 될 것이다.
“저 녀석들이 왔다면…….”
필립은 금발의 마법사를 떠올렸다.
가지고 있는 힘이 너무나 비약했기에.
앞만 보고 도망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지만.
지금은 모든 게 역전됐다.
적어도 거짓 세계가 만들어진 이 숲 안에서만큼은 신이나 다름없었다.
“네년만큼은 특별히 철저하게 괴롭히다가 스스로 목을 끊게 해 줄게. 킥, 킥킥.”
피노키오는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틈을 비집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킥, 킥. 전부…… 죽여 줄게.”
* * *
이자벨과 함께 숲을 걸었다.
“혼자서 이곳에 온 건 아닐 거고. 다른 팀원들은 어딨어?”
내 질문에 이자벨이 하품을 내뱉으며 답했다.
“숲 어딘가를 수색하고 있겠지?”
“넌 놀고?”
“내가 제일 열심히 돌아다녔거든? 마을 사람한테 온종일 묻고 다니는 게 쉬운 줄 알아? 봐 봐. 얼마나 피곤하면 하품까지 나오겠냐.”
“돌아다니면서 뭘 좀 얻긴 했고?”
“몇 달 전에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났었더라고.”
이자벨이 입꼬리를 올렸다.
인정받고 싶어 하는 눈치라 무심한 표정으로 손뼉을 쳐 줬다.
“대단한 걸 알아냈네.”
“야, 지금 그 표정 뭐냐. 무시하냐?”
“박수 치는 거 안 보여?”
“재수 없는 새끼.”
“알아. 그래서 사인은 뭔데?”
이자벨이 고개를 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무언가에 압박당한 질식사. 죽은 자들을 보면 목에 두꺼운 줄 같은 것에 감긴 자국이 남아 있었대.”
뭔지 알 것 같았다.
“근데 그거랑 네가 쫓던 자랑은 무슨 관계가 있는데?”
“드라이어드.”
“자연을 다루는 요정?”
“맞아. 피노키오라는 녀석이 드라이어드를 데리고 있었어. 그리고 우리 팀원 중 하나가 드라이어드에게 죽을 뻔했는데…… 목에 있는 자국이 딱 마을 사람이 죽은 모양새와 같더라.”
이자벨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몇 달 전에 사람을 죽이고 튀었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 것 같아.”
“…….”
“잡기만 해 봐. 팔다리를 박살 내서 질질 끌고 다닐 거니까.”
앞장서서 걷는 이자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지만.
이번 사건은 조심스럽게 다가갈 필요가 있었다.
다크니스 세븐 소속의 피노키오.
그 녀석이 가진 특별한 힘.
거짓의 저주.
상대를 마음을 흔드는 능력을 지녔으며, 현혹이나 매혹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능력이었다.
대상의 능력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것도 가능하고.
반대로 능력을 바닥까지 끌어 내릴 수도 있었다.
“어? 로이나!”
이자벨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정면에 보이는 숲 가운데에서 이자벨과 똑같은 복장을 한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이 서 있었다.
무심한 눈빛.
시선을 내려 파란 머리 여인의 발을 확인했다. 그림자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진짜 로이나가 아니라는 뜻이다.
반갑게 달려가는 이자벨을 보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피해!”
“뭐?”
이자벨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이.
파란 머리 여인이 손을 높게 들어 올렸다.
지면을 박차고 달리며 검을 뽑아 들었다.
질풍베기를 사용해 이자벨의 앞까지 이동한 뒤, 검에 마나를 담고 전방을 향해 휘둘렀다.
서걱!
목이 잘리며 바닥에 떨어졌다.
동시에 로이나의 몸이 신기루처럼 사라지며 본 모습이 드러났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는 나무뿌리.
드라이어드가 만들어 낸 뿌리에 피노키오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거다.
“내가 본 게 환영이었어?”
“아니.”
환영이랑은 조금 달랐다.
환영은 물리적인 피해를 줄 수 없지만, 피노키오가 만들어 낸 거짓 인형은 물리적인 피해를 줄 수 있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 혹시 보이는 게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눈에 보이는 걸 전부 믿지 마.”
“젠장. 드라이어드를 다루는 쪽인 줄 알았는데, 정신 조작을 하는 쪽이었어? 완전 까다로운 자식이잖아!”
진짜 까다로운 건 이제 시작이다.
피노키오가 가진 여러 가지 기술 중 하나인 거짓 세계.
특정 영역을 지배하여.
자신의 편의 능력치는 상승시키고, 상대의 능력치는 하락시키는 필드형 스킬.
영역에 대한 지배력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내가 사용하는 기술이나 공격이 상대에게 통하지 않게 된다.
“이자벨.”
“왜.”
“제압 마법을 준비하고 내가 신호 줄 때까지 눈 감고 있어.”
“뭔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아는 것 같으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할게.”
이자벨이 눈을 감는 것을 보고, 아라키스의 눈을 발동시켰다.
거짓으로 만들어진 세상.
이곳은 피노키오가 만들어 낸 가상의 영역이며, 빠져나가기 위해선 거짓 세상을 유지하는 저주의 결정을 부셔야 한다.
“저긴가.”
아라키스의 눈에 보이는 파란색 선.
활로를 보여 주는 선을 따라 몸을 움직였다.
쿠구구궁!
지면이 흔들리며 결정을 보호하려는 거짓 인형이 나타났다. 이번엔 거대한 덩치를 가진 골렘의 형태.
녀석이 주먹을 뻗었다.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골렘의 팔을 잘라 내기 위해 휘둘렀다.
캉!
맑은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져 나갔다.
거짓 세계의 능력 발현.
내 공격이 약해지고, 골렘의 방어력이 극도로 올라간 거다.
쿠구궁!
쿠구궁!
결정 주위로 골렘들이 일어서기 시작했고, 내 몸이 극도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레딘? 괜찮아?”
“어.”
자세를 낮추고 바닥에 있는 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최대한 힘을 담아 골렘들 다리 사이로 던졌다.
빠르게 날아가는 돌.
결정 주변에 떨어진 돌에 그림자가 생겼다. 그림자를 이용해 그림자 분신을 만들고 바로 몸을 이동시켰다.
단숨에 결정에 가까워졌다.
피노키오가 저주의 힘을 이용해 만든 결정. 그렇다는 건, 결정 또한 저주의 일부라는 뜻이다.
[그림자의 힘이 탐욕을 부립니다.] [거짓의 저주를 먹고 싶어 합니다.]씨익.
“먹어 치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