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준비 (1)
휘이이잉!
설산 정상에 있는 동굴이라 그런지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제복에 달려 있던 온도 유지 마법도 없어서 몸이 떨렸다.
“있다가 없으니까, 불편하긴 하네.”
하얀 입김을 보며 아공간 주머니에서 땔감을 꺼냈다.
그 위로 마법 스크롤을 찢었다.
파이어 마법에 차곡차곡 쌓은 땔감이 타오르며 불이 붙었다.
화르르륵!
잠시 손을 뻗어 냉기를 녹였다.
“……후우.”
생사경에 오르면 육체적인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언제 생사경에 오를지 모르는 상황이다.
마나를 사용해 냉기를 몰아내는 것도 가능하지만.
매일 그러고 다닐 수도 없고, 온도 유지 아이템 하나 정돈 구해서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얼추 몸을 녹이고 나서 다시 결백의 나뭇가지와 거짓의 저주가 담긴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보스 레이드.
거짓의 피노키오.
사전 퀘스트였던 타락한 드라이어드의 여왕을 죽이고 얻게 되는 결백의 나뭇가지.
보스 레이드 첫 클리어 보상인 거짓의 저주가 담긴 목걸이.
두 개의 아이템을 얻게 되면.
아이템을 조합할 수 있는 조합법을 얻을 수 있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아공간 주머니에서 넓은 유리병을 꺼냈다. 가볍게 땅을 파고 유리병을 파묻었다. 그다음 최상급 성수를 꺼내 그릇에 한가득 부었다.
결백의 나뭇가지를 유리병에 넣었다.
성수를 빨아들이며 나뭇가지에 맺힌 꽃들이 하얀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충분히 성수를 머금을 시간을 준 뒤.
거짓의 저주가 담긴 목걸이를 유리병 안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우우우웅!
목걸이 안에 있는 거짓의 저주가 성수와 반응하며 유리병이 거세게 흔들렸다.
상극의 기운.
저주가 담긴 목걸이가 위아래로 요동치며 요란을 피웠지만, 이 정도로 깨질 유리병이 아니었다.
마신교에서 사용하던 봉인의 유리병.
애초에 저주를 담아 놓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할 때 사용하던 유리병이라 저 정도는 문제가 없다.
콰지지직!
성수에 의해 목걸이에 걸려 있던 봉인이 약해지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저주가 흘러나와 유리병을 채웠다.
검은색의 저주, 투명색의 성수.
액채 형태의 저주와 성수가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뚜껑을 열고 손톱 크기만 한 결정 하나를 넣었다.
융화의 결정.
무엇이든 융화시켜 버리는 결정으로, 보통 드워프들이 무기나 방어구를 제작하거나, 마법사들이 연구할 때 사용했다.
우우웅!
유리병 안에서 작은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정반대의 기운이 하나로 섞이며 회색빛의 액체가 되었다.
그리고 결백의 나뭇가지가 두 개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하얀빛을 내뿜던 매화 잎이 회색빛으로 물들면서, 빠른 속도로 꽃이 시들고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넉넉히 시간이 흐른 뒤.
유리병 안에 존재하던 액체가 전부 나뭇가지에 흡수되었고, 세 개의 매실 열매가 대롱대롱 달려 있었다.
“제대로 된 건가?”
뚜껑을 열고 나뭇가지를 짚자,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거짓으로 이루어진 모든 걸 진실로 만들어 버리는 열매.
-열매를 먹은 뒤 기억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대상으로 지목된 자는 조작된 기억을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오직, 한 명에게만 적용됩니다.
-심연의 눈을 마주할 시, 자동으로 발동합니다.
-심연의 눈을 가진 자도 조작된 기억을 진실이라 믿습니다.
게임에서 보았던 메시지가 그대로 나타났다.
처음 봤을 땐 이게 뭔가 싶었지만.
여러 유저의 분석 끝에 아직은 구현되지 않은 다크니스 세븐의 수장, 로드웰이 가진 패턴을 파훼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세 개면 하나씩 먹으면 되겠네.”
파비안과 비비안.
그리고 나.
셋의 기억만 잘 조작하면 다크니스 세븐에 들어가서도 로드웰의 의심을 피해 활동할 수 있을 거다.
아공간 주머니에 아이템을 챙겨 놨다.
흔적을 치운 후 땔감을 좀 더 꺼내 불을 지피고 잠시 휴식을 취하려는데. 동굴 입구 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두 명.
유령걸음을 사용해 동굴 입구로 가서 주변을 살폈다. 눈에 뒤덮인 남녀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다 헤진 옷을 입고 있는 창백한 얼굴의 남녀.
파비안과 비비안이었다.
죽어 있는 스노우 베어를 보곤, 잔뜩 경계하며 주변을 둘러보던 둘과 눈이 마주쳤다.
“먹고 들어와.”
동굴 안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있자,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파비안과 비비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
파비안이 거리를 벌린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짜 부단장님 맞습니까?”
“뭐, 어떻게 증명해 줘야 믿을래.”
“신분증 있으십니까?”
버닝헬 신분증을 던져 주자, 그걸 확인한 파비안이 군말 없이 불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짜네요.”
“어떻게 지냈는지나 얘기해 봐.”
“단테 백작의 저택 근처에 피가 보관된 창고가 있었습니다.”
피를 와인처럼 즐기기 위해 단테 백작이 마련해 놓았던 창고.
“그 안에서 며칠 동안 피를 보충하고 달라진 몸에 익숙해지는 데 대부분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창고에서 부단장님이 내려 주신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계획을 짜고, 오벨리아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딱 내가 예측했던 대로 움직였다.
그러나 딱 하나.
예상치 못한 부분이 있었다.
파비안에게 느껴지는 기세나 분위기가 생각보다 약했다.
“능력은 얼마나 다룰 줄 알아?”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습니다. 몬스터 사냥도 너무 쉬웠고, 별다른 능력을 활용해 볼 만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후. 일단 실력 체크부터 하자. 따라 나와.”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섰다.
눈바람이 몰아치는 설산 위에 자리를 잡고, 검을 꺼내 들며 마나를 끌어 올렸다.
냉기를 막고 몸의 근육을 풀었다.
뒤따라 나온 파비안이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부단장님. 저도 제 힘이 어느 정도인지…….”
“시끄럽고, 덤벼.”
“알겠습니다.”
파비안이 지면을 박차며 몸을 날렸다.
빠른 속도로 움직였지만 움직임이 전부 읽혔다.
여유롭게 파비안의 공격을 피한 뒤.
반대로 빈틈을 노려 역공을 취했다. 오러 블레이드가 담긴 검이 파비안의 목으로 향했다.
서걱!
검이 허공을 갈랐다.
유연한 몸으로 검을 피한 파비안이 손을 뻗었다. 스노우 베어의 사체에 있던 피가 파비안의 손으로 모였다.
붉은 검을 쥔 파비안이 달려들었다.
챙!
챙!
서로 검을 주고받다가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위해 마나를 전신으로 퍼트렸다.
몸을 회전하며 돌풍베기를 사용했다.
바닥에 있던 눈이 휘날리며 상대의 시야를 가렸고, 질풍베기를 사용하며 바람과 함께 파비안을 노렸다.
챙!
정확히 나를 보고 있는 파비안.
“제겐 공격이 다 보입니다.”
“알아.”
파비안의 고유 능력.
상대의 움직임을 읽는 천부적인 재능.
하지만 지금까지 전투를 해 본 결과.
그게 전부였다.
파비안은 뱀파이어가 가진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사용하는 것도 혈술로 만든 검이 전부였다.
“부족해…….”
좀 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일 필요가 있었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대마법사의 욕망을 손에 끼고, 그림자 분신 두 개를 만들면서 파비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첫 번째 그림자가 질풍베기로 파비안의 목을 노렸다.
그걸 피하기 위해 몸을 비틀려는 파비안에게 두 번째 그림자가 검을 휘둘렀다.
챙!
유연하게 몸을 비틀어 검을 막았지만.
첫 번째 그림자가 다시 파비안을 노렸다.
“이런!”
두 개의 그림자로 파비안의 정신을 빼놓으면서, 완벽한 빈틈을 노려 검을 휘둘렀다.
서걱!
파비안의 등에 길게 그어진 검상.
내 검에 붉은 피가 흘렀다.
그와 함께 몸을 멈칫한 파비안의 몸에 그림자로 이루어진 두 개의 검이 교차로 박혔다.
“컥!”
파비안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몸을 작게 떨던 파비안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송곳니가 길게 튀어나오며 눈이 붉게 물들었다.
이성을 뛰어넘은 본능.
그림자 분신을 이용해 그림자 검을 비틀었다.
“끄으으으아아아악!”
절규와 함께 파비안이 몸을 움직였다. 그림자 분신의 목을 잡고 그대로 터트려 버렸다.
흩날리듯 사라지는 분신.
저런 식으로 소멸하는 건 처음 보는 거라 신기했다. 혹시나 싶어서 확인해 보니 바로 소환은 불가능했다.
쿨타임이 존재하는 모양.
그래도 다행인 건, 분신을 만들 때 나눠지는 힘과 마나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유의해야겠네.”
다시 파비안에게 집중했다.
자신의 몸에서 흐른 피를 이용해 상처를 회복시키고, 나를 향해 살벌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숨을 몰아쉬다가 달려드나 싶었는데.
상처가 치료되는 순간, 파비안의 눈과 이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헉…… 헉.”
“대충 어떻게 굴려야 할지 알겠다.”
“예?”
파비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의 고유 능력이 있는 이상, 일반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검으로 페이크를 주고.
녀석의 움직임을 예측하여 무게중심을 비틀었다. 동시에 그림자를 이용해 파비안의 몸을 제압했다.
지옥 대전에선 보는 눈이 많아서 그림자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지만, 이곳은 보는 사람이 없었다.
그대로 심장에 검을 찔러 넣었다.
“크헉!”
심장에 박힌 검을 뽑자 피가 솟구치며 파비안이 바닥에 쓰러졌다.
다시 자라는 송곳니.
그리고 빨간 눈.
각성에 돌입한 파비안이 살기 위해 혈술을 이용하고, 자신의 몸을 치료하려는 것을 보며 마법 스크롤을 꺼냈다.
찌이익!
마나가 마법으로 치환되면서 파비안의 전신에 불이 지펴졌다.
화르르륵!
피가 타오르며 파비안이 절규를 내뿜었다.
“크아아아악!”
그 모습을 본 비비안이 미간을 찌푸리며 움직이려는 것이 보였다.
“가만있는 게 좋을 겁니다, 진짜 죽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죠?”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찰나.
이성을 잃은 파비안이 몸을 일으켜 내게 달려들었다.
처음과 비교할 수 없는 속도.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녀석의 손이 내 팔을 잡았다. 마나로 보호하고 팔을 빼내려 했지만.
콰득!
그대로 뼈가 부러졌다.
혈도를 집어서 고통을 없애고, 쿨타임이 돈 그림자의 분신을 이용해 파비안을 몰아쳤다.
챙!
콰아앙!
그림자 이동을 쓰고.
요정의 날개를 이용하며.
파비안의 공격을 피하면서 날뛰게 내버려 두었다. 자신의 몸에 남은 피를 극한으로 이용하는 파비안.
확실히 능력의 효율이 올라갔다.
챙!
챙!
“허억…….”
피를 전부 소모한 파비안이 바닥에 쓰러졌다.
털썩.
쓰러진 파비안에게 다가가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엘릭서에 피를 섞어서 입가로 가져갔다.
녀석에게 먹이고.
다른 하나를 꺼내 내 입에 털어 넣어, 부러진 팔을 치료했다.
“어디 보자…….”
남아 있는 포션의 수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파도치는 고둥 껍데기를 꺼내 마렉에게 연락을 넣었다.
-무슨 일이야.
“여분의 포션이랑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좀 필요합니다.”
-얼마나?
“음식은 일주일 정도. 포션은 최대한 많았으면 합니다.”
-알겠어. 또 필요한 건?
“음…… 몬스터의 피 좀 구해 주시죠. 이왕이면 등급 높은 피가 필요합니다.”
-암시장 쪽에 연락 넣어 볼게. 네가 들리는 거야?
시선을 돌려 비비안을 쳐다봤다.
“다른 사람을 한 명 보내겠습니다. 제 신분증을 챙겨서 보낼 테니까, 그 편에 보내 주시면 됩니다.”